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48
음악천재 재벌3세 48화
음악천재 재벌3세 48화
미국 남부에 위치한 텍사스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넓은 주로써 그 면적만 해도 대한민국의 7배에 달한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휴스턴!’이라는 곳도 텍사스에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텍사스에서 가장 큰 도시가 휴스턴이었다.
텍사스는 한국인에게 선인장과 소밖에 없는 카우보이의 도시처럼 인식되어 있지만, 미국에서 인구나 경제가 매우 큰 주에 속했다.
독립국으로 여길 시 세계 10위로 대한민국보다 더 GDP가 높았다.
땅덩어리 또한 그 명성에 맞게 되게 넓었는데 텍사스주 하나가 프랑스보다 넓었으니 그 면적은 더 말해봐야 입만 아팠다.
“흐음. 모래와 화약 그리고 기름 냄새가 나는군요.”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데미얼은 남방을 벗으며 코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킁킁. 저는 잘 모르겠네요. 그냥 향신료 냄새가 조금 나는 거 같기도 하고.”
데미얼의 과장된 표현에 소영신이 코를 벌렁거렸다.
“오! 미스터 소. 텍사스를 비유한 표현입니다. 여기에서 화약 냄새가 나면 우리는 다 죽은 목숨이에요. 텍사스의 터프가이들은 사정을 봐주지 않으니까요.”
총이라는 말에 소영신의 몸이 흠칫했다.
“장난이 아니라 정말 조심하셔야 해요. 남부는 아직도 인종차별이 남아 있으니까요.”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가장 심한 지역을 꼽으라고 하면 당연히 미국 남부였다.
아직 인종차별을 당해본 적 없었던 소영신이기에 어깨가 잔뜩 움츠러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갑시다. 길은 제가 알아요.”
밥값은 하겠다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데미얼이 앞장섰다.
“따라가죠.”
전생에도 미국 남부는 와본적이 없었다. 스마트폰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길을 찾는 것도 힘든 상황.
드디어 데미얼을 데려온 쓸모가 있는 순간이었다.
“택시!”
능숙한 손길로 택시를 잡은 대니얼이 뒷자석의 문을 멋드러진 폼으로 열었다.
“참고로 미국은 택시 조수석에 탈 수 없습니다. 불편하시겠지만 뒤에 세 명이 타야 합니다.”
소영신이 김서준을 힐끗 바라봤다. 혹시 지금 상황이 김서준의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었기 때문.
하지만 김서준의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타죠.”
“제가 중간에 타겠습니다.”
김서준이 들어가고 소영신이 뒷좌석의 중간에 탑승했다.
‘참으로 보면 볼수록 놀라워.’
소영신은 다시 한번 김서준에게 놀랐다.
재벌 3세라면 응당 가지고 있어야 할 그런 버릇들이 하나도 없었다.
사람이 아무리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하더라도 살아오면서 몸에 밴 것이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재벌 3세들은 몸에 본능적으로 부유함이 깃들어있다.
행동거지 하나, 소비 하나에서도 금수저를 물고 난 그들의 행동 패턴이 드러났다.
하지만 김서준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다.
어느 때는 ‘아, 이래서 삼신 그룹의 3세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는데 또 평소에는 그런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야 좋지.’
소영신은 김서준의 그런 모습이 좋았다. 만약 김서준의 성격이 익히 알려진 재벌 3세들의 개차반 같은 성격이었으면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전략기획실로 돌아갔을 것이다.
부르릉!
택시가 우렁찬 소리를 내뿜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과연 미국 남부 택사스답게 넓게 빠진 도로 주변으로 드넓은 대지가 나타났다.
“사막이 아니네요.”
“네. 택사스에 사막도 많지만, 도시 주변은 이렇게 초목이 울창하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휴스턴은 매일 먼지와 전쟁을 치렀겠지요.”
자신의 고향도 아니었지만 데미얼은 열을 올려 휴스턴의 소개를 이어나갔다.
“와. LA만큼이나 큰데요?”
“그럴겁니다. 휴스턴은 미국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니까요.”
사막이라는 이미지와는 매치가 되지 않았다.
뉴욕과 시카고 다음으로 마천루가 많은 도시답게 휴스턴의 하늘은 빌딩으로 가득했다.
“가시죠.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데미얼이 익숙한 발걸음으로 걸었다.
[E.O.G]“에너지 회사라길래 클 줄 알았는데, 작네요.”
“네. 아직은 작습니다.”
EOG의 사옥은 매우 작았다. 아니 사옥이라는 표현이 아까울 정도다.
고층 빌딩도 아니었고 작은 공장 같은 모습이 전부였다.
“이 회사에서 데미얼에게 백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데미얼이 가슴을 탕탕 치며 대답했다.
“겉보기에는 작은데···. 에너지 회사라니···.”
소영신은 데미얼의 말을 반신반의했다.
“일단 들어가실까요? 약속은 없다 해도 절 알아보실 겁니다.”
사옥으로 들어간 일행의 눈에 보인 것은 말 그대로 공장이었다.
만들다 만 시추 장비들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었다.
쇳소리와 기름 냄새.
냄새만 맡으면 에너지 회사가 아니라 어디 제철소라도 온 기분이었다.
“누구신지?”
일행이 공장에 들어서자 파이프 렌치를 든 노동자가 물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데미얼이라고 하는데 사장님 좀 만날 수 있을까요?”
“사장님? 약속은 돼 있으신지?”
“약속은 안 돼 있지만, 데미얼이라고 하면 아실 겁니다.”
“잠시만 기다려보슈.”
파이프 렌치를 내려놓은 노동자가 장갑을 벗으며 공장 한쪽에 마련된 부스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동자가 다시 나와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들어가 봐요.”
“감사합니다.”
EOG의 사장 케이든의 사무실은 사장의 사무실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검소했다.
대충 통나무를 짜서 만들어 놓은 책상과 탁자 그리고 벽면에는 장식용인지 아니면 실제로 사용하는 것인지 헷갈리는 커다란 도끼 두 자루가 매달려 있었다.
“데미얼!”
“사장님!”
케이든은 데미얼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한번 격하게 포옹을 한 케이든이 고개를 돌려 김서준과 소영신을 바라봤다.
“데미얼. 오랜만에 봐서 반가운데, 이분들은 누구시지?”
“아! 이분들은 제가 LA에서 만난 분들입니다. 사장님과 긴히 나눌 말이 있다기에 실례인 줄 알면서도 이렇게 같이 왔습니다.”
약간은 의심이 담긴 눈초리. 하지만 데미얼과 같이 왔다는 말에 케이든은 김서준에게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케이든입니다.”
“김서준입니다.”
김서준이 케이든이 손을 맞잡자 케이든의 얼굴에 묘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만난 동양인들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던데 특이하군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이곳은 텍사스이니 텍사스의 인사를 따르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합니다.”
“푸하하. 그렇지. 여긴 텍사스지. 그럼 앉으시지요.”
소영신과도 가볍게 악수를 나눈 케이든이 소파로 일행을 이끌었다.
소박한 사무실에 어울리게 소파 역시 푹신하기보다는 딱딱한 편이었다.
“그래. 무슨 일로 날 보자고 하셨습니까? 그것도 동양인이 말입니다.”
“동양인이 신기하신가 봅니다.”
김서준의 말에서 가시를 느낀 케이든이 손을 내저었다.
“아!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는 타 인종에 대한 어떠한 편견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저 미국 남부에는 동양인이 별로 없는 데다가 특히 이 EOG까지 찾아올 일은 더더욱 없어서 물어본 거니까요.”
김서준이 보기에도 케이든에게 인종차별적 모습이 보이진 않았다.
“귀사에 투자를 제안하고자 찾아왔습니다.”
“투자요?”
“그렇습니다.”
투자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케이든의 미간이 좁아졌다.
한참을 생각하던 케이든이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사람 잘못 찾아온 것 같습니다.”
명백한 거절 의사였다. 몸을 뒤로 젖힌 케이든의 날카로운 시선이 김서준의 눈을 찔렀다.
눈알이 따끔따끔해지는 것을 느낀 김서준이 되물었다.
“왜 거절하시는 겁니까? 지금 귀사는 재정적으로 압박이 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케이든이 젖혔던 몸을 바로하고는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데미얼하고 같이 오지 않았다면 여기서 끌려나갔을 겁니다.”
“이유나 좀 들어보고 싶군요.”
“그 이유는 그쪽이 말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이 회사는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당장 언제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지. 그런 회사에게 투자를 하겠다고? 뭘 보고? 전형적인 사기꾼들이 하는 말이지. 그리고 지금까지 그런 사기꾼들이 한두 명이었을 것 같습니까?”
케이든의 얼굴에는 불쾌감이 상당했다.
“지금 우리 회사가 어려워진 것은 그런 사기꾼들 역시 한몫을 했다고 말하고 싶군요. 이만 가시지요. 이야기는 듣지 않겠습니다.”
그의 음성은 단호했다.
“이야기라도 한번 들어보시는 게···.”
중간에 낀 데미얼이 난감한 표정으로 김서준과 케이든을 바라봤다.
그러나 케이든은 고개를 저었다.
“데미얼. 이제 그대에게도 많은 사람이 달라붙을 겁니다. 조심하지 않으면 내 꼴이 날 수 있어요.”
그 말에 데미얼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그런 게 아닌데···.’
자세한 것은 몰랐으나 얀센의 말을 미루어보아 김서준이 사기꾼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케이든은 무슨 말을 해도 알아들을 것 같지 않았다.
“오늘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꼭 다시 이야기해 보고 싶군요.”
그 이상 이야기하지 않고 김서준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
EOG 밖으로 나온 소영신이 김서준에게 물었다.
“왜 그냥 나오셨습니까? 사기꾼이라는 오명은 벗어야지요?”
“당장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을 겁니다. 차차 기회를 봐야지요.”
소영신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김서준의 말이 맞는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답답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삼신의 이름이 통하지 않는 곳은 힘드네요.”
IT업계에서는 삼신의 이름이 통했다.
이미 삼신은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에서 선두를 달리는 기업이었기에 어디든 삼신의 이름만 대면 좋은 분위기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에너지 기업. 게다가 소영신은 처음 들어보는 셰일 관련 기업에서는 삼신의 이름이 통하지 않았다.
“일단 좀 쉴까요?”
“좋습니다.”
“아···. 예···.”
일행은 일단 도심에 있는 펍으로 향했다.
미국에 온 뒤로 술을 입에 댄 적도 없었고 일이 대충 마무리된 이후에는 케이든을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밥도 걸러 가며 EOG에 왔다.
한 잔의 맥주와 휴식이 절실했다.
“대···. 대표님!”
펍에 도착한 소영신이 난감한 표정으로 김서준을 바라봤다.
“왜요?”
소영신이 김서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저···. 이런 말 해서 죄송한데 대표님은 미성년자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술을 드시면···.”
그의 걱정에 김서준이 피식 웃었다.
“소실장님만 조용히 해 주시면 아무도 모를 겁니다. 그리고 마시기 싫어요?”
꿀꺽
소영신의 목젖이 움직였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에 온 뒤로 맥주 한잔 생각이 간절했다.
“혹시 들키면 괜한 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서양인들은 동양인의 나이를 잘 파악하지 못하죠. 봐보세요.”
김서준이 데미얼에게 물었다.
“데미얼. 내가 몇 살처럼 보여요?”
왜 이런 걸 묻느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린 데미얼이 대답했다.
“나이는 왜요? 음. 제 생각에는 이십대 초반? 으로 보이는 것 같군요.”
“억.”
그 말에 소영신이 큰 숨을 들이켰다.
“봤죠? 서양인은 동양인의 나이를 잘 파악하지 못해요.”
떨떠름한 표정이었지만, 눈앞에서 증명되었기에 소영신은 뭐라 말을 더 꺼내지 못했다.
펍에 들어간 일행이 바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바텐더가 처음에는 의구심 어린 눈으로 김서준을 바라봤으나 이내 의심을 거두고 맥주를 자연스럽게 내왔다.
“와. 진짜네요.”
소영신이 놀라서 눈을 껌뻑였다.
사실 서양인이 동양인의 나이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었으나, 김서준의 주문과 행동이 너무 자연스러웠던 것도 있었다.
마치 오랫동안 술을 마셔본 사람과 같은 자연스러움이었다.
‘평소 자주 드시나? 그럴 리가 없는데.’
소영신이 의구심을 품은 것은 당연한 일.
“캬. 그렇지 않아도 더웠는데. 서준 잘 마실게요.”
데미얼은 그런 소영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데미얼도 맥주를 마시며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제가 이래서 미국을 좋아해요. 프랑스는 이런 시원한 맥주가 부족해. 맨날 와인이니 위스키니 이런 것만 좋아한다니까요?”
벌써 술기운이 오른 듯 데미얼의 수다가 터졌다.
“그런데 서준. 왜 EOG를 찾았는지 물어봐도 돼요?”
“저도 궁금합니다. 대표님.”
초롱초롱한 두 개의 눈이 김서준을 향했다.
“두분은 셰일 오일에 대해 들으신 적 있나요?”
소영신과 데미얼 모두 고개를 저었다.
오일은 많이 들어봤어도 셰일 오일은 처음 들어보는 둘이었다.
김서준이 셰일 오일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물론 앞으로 셰일 혁명이 일어나는 것까지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둘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흥. 그깟 셰일 오일. 그런 게 뭐 좋다고.”
김서준의 이야기를 들었는지 옆에서 비웃는듯한 말이 들려왔다.
자연스럽게 고개가 돌아갔다.
“이제 내 차례인가?”
“그래. 오늘도 신나게 한번 달려보라고.”
아직은 젊어 보이는 청년이 취기가 오른 채 바의 무대로 향했다.
“퍼킹 셰일 가스를 위해 연주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
청년이 무대 위에 오르자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고 청년의 노래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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