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49
음악천재 재벌3세 49화
음악천재 재벌3세 49화
청년의 무대는 열정적이었다. 기교나 재능은 부족할지라도 열정은 프로가수 못지않았다.
열정적인 무대가 끝난 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청년이 바로 돌아왔다.-
“이야기 좀 할 수 있습니까?”
“이야기는 무슨.”
청년은 김서준의 말에 제대로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렸다.
“아니. 뭐 저렇게 건방진 사람이 다 있습니까?”
청년의 태도에 소영신이 분개했다.
“무슨 사연이 있나 본데요? 영화에서 보면 보통 저런 청년이 사건의 실마리가 되곤 하지요.”
데미얼이 눈을 빛내며 말하자 소영신이 약간은 툴툴거리는 말투로 대답했다.
“세상은 영화가 아니잖습니까?”
말을 하던 소영신의 시선이 김서준에게로 향했다.
‘아니. 영화보다 더한 사람이 있긴 하네.’
괜히 입맛이 써진 소영신이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손님들이 이해해주십시오. 셰일 오일이라는 말만 들리면 저 녀석 눈알이 돌아가거든요.”
바텐더가 신경이 쓰였는지 마른행주로 컵을 닦다 말했다.
“혹시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을까요?”
“하하. 미안합니다. 제가 저 녀석이랑 친하다고는 하지만 개인사까지 말할 자격은 없지 않겠습니까?”
난감한 표정을 지은 바텐더가 말을 이었다.
“혹시 녀석의 관심을 끌고 싶거든 음악으로 접근해 보시지요. 녀석은 술과 음악이라면 사족을 못 쓰거든요. 저는 딱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겠습니다.”
혹 그 청년이 들었을까 눈치를 보던 바텐더가 작게 웃음을 지으며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데미얼.”
“예?”
“영화라면 여기서 어떻게 했을까요?”
김서준의 질문에 데미얼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이내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이게 영화라면, 지금 저 무대로 나가서 노래를 불러야겠지요. 술과 음악을 좋아한다고 했으니까요.”
그 말을 들은 김서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다녀오겠습니다”
“예?”
“그런다고 될 리가!”
소영신이 깜짝 놀라 김서준을 잡으려고 했지만, 이미 김서준은 무대로 걸어가고 있었다.
무대 위 의자에서 연주를 준비하던 연주자와 잠시 대화를 나누던 김서준이 주머니에서 달러 몇 장을 꺼내 연주자의 손에 쥐여주었다.
그러자 바텐더와 시선을 나눈 연주자가 난감한 표정으로 천천히 무대에서 내려왔다.
-디링
의자에 반쯤 걸쳐 앉은 김서준이 기타의 줄감개를 돌려가며 음을 조율해나갔다.
바에 있는 손님들의 시선이 하나둘 김서준에게로 향했다.
-지이잉
조율이 끝나고 김서준이 마이크를 두들기자 앰프의 소음이 바에 울려 퍼졌다.
연주자로 보이지 않는 젊은 동양인 청년이 무대에 서자 바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집중되었다.
의아함 반절, 그리고 기대감 반절.
잠시 숨을 고른 뒤. 김서준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김서준의 손가락이 기타의 현 위를 리드미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타 하나였지만, 마치 밴드가 연주하듯 풍부한 음향이 바에 가득 차며 올렸다.
“으응?”
연주를 끝내고 내려와 맥주에 고개를 파묻고 있던 젊은 청년도 귓가에 들려오는 노래에 고개를 살짝 들었다.
“여기에 이런 가수가 있었나?”
아니다. 젊은 청년의 기억에 이런 구석의 바에는 이런 실력의 연주자가 없었다.
의아함을 품고 고개를 돌린 청년의 눈에 무대에서 열창하는 김서준의 모습이 들어왔다.
김서준을 알아본 청년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그리고 그 입은 김서준의 연주가 끝날 때까지 떨어질 줄 몰랐다.
“Thanks you.”
연주를 마치고 무대를 내려오는 김서준을 향해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져 내렸다.
“정말 대단합니다. 이건 서비스입니다. 좋은 노래를 들려주셨으니 좋은 술이 빠질 수는 없겠지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바텐더가 글라스에 버번위스키를 따라서 일행에게 한 잔씩 건넸다.
“감사합니다.”
“혹시 가수입니까? 솜씨가 보통이 아니시던데.”
“가수는 아닙니다.”
가수가 아니라는 말에 바텐더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가수가 아닌데도 그 정도 실력이면 가수들은 어떻게 밥벌이를 하라는 말입니까. 하하하.”
크게 웃은 바텐더가 눈을 돌려 젊은 청년을 곁눈질로 바라봤다.
“그리고 작전은 성공인 것 같네요. 벌써 관심이 있어 보입니다. 그럼 저는 자리를 비켜드리겠습니다.”
마른행주를 든 바텐더가 다른 손님에게 걸어가면서 젊은 청년에게 툭 말을 건넸다.
“녀석아. 궁금하면 가서 물어보지 뭘 이러고 있냐?”
“크흠.”
젊은 청년이 잠시 헛기침을 하더니 잔을 들고 김서준 일행을 향해 다가왔다.
“아까는 미안하게 됐습니다. 카일러입니다.”
“김서준입니다.”
일행과 악수를 나눈 카일러가 맥주를 한잔 더 시켰다.
“아까 무대에서 퍼킹셰일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 이야기를 좀 들을 수 있을까요?”
셰일오일이라는 말에 목이 탔는지 막 나온 맥주를 바로 목구멍에 부어 넣는 카일러.
“크으. 왜 퍼킹이 아니겠습니까? 셰일 오일 때문에 인생이 이렇게 꼬였는데요.”
취기가 오른 카일러의 입이 열렸다.
“내 아버지는 평생을 셰일오일에 바쳤습니다. 평생을 진흙과 기름에 절어 살았지요. 어렸을 적 내게 아버지라고 말하면 기름과 진흙 냄새가 다였습니다. 그래도 저는 아버지가 자랑스러웠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믿음과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셨으니까요.”
목이 탄 카일러가 다시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하지만 회사 운영은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하지만 평생을 투자했던 셰일오일은 그런 아버지의 발목을 진흙창으로 끌어당겼습니다.”
카일러의 목소리는 점점 떨려왔다.
“셰일오일의 가장 큰 문제가 뭔지 압니까?”
별 기대 없는 목소리로 카일러가 물었다.
“단가겠지요. 지금 셰일오일은 캐면 캘수록 손해니까요.”
설마 김서준이 그 사실을 알고 있을 줄 몰랐다는 표정으로 카일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놈의 셰일오일은 캐면 캘수록 적자였습니다. 그래도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더 싸게 캘 방법을 찾아내면 된다. 이 믿음으로 끊임없이 투자를 받고 또 그 돈을 날리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집안도 망해갔지요.”
처음에는 떨리던 카일러의 목소리도 점점 차분해져 갔다.
“차라리 그렇게 망했으면 좋았을 것을.”
탕
맥주잔을 거칠게 내려놓은 카일러가 활활 타오르는 눈빛으로 김서준을 바라봤다.
“다급함을 이용한 사기꾼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셰일오일을 값싸게 채취할 신기술이 있다. 아니면 돈을 빌려주겠다. 등등 수많은 사기꾼이 아버지의 재산을 탐냈고 회사를 탐냈습니다. 그 결과가 어땠느냐고요?”
활활 타오르던 불길은 꺼지고 어느새 자조적인 목소리만 남았다.
“이제는 직원들 월급 줄 돈도 없습니다. 땅도, 공장도 다 사기꾼들에게 넘어가게 생겼습니다. 이러니 어떻게 제가 퍼킹셰일이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카일러의 말을 다 듣고 나니 케이든의 반응도 이해가 되었다.
투자라는 이름으로 수없이 많은 사기꾼이 달라붙었고 그것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자신 때문에 사업이 망했으니 말이다.
존경했던 그리고 우러러봤던 아버지가 그렇게 조금씩 무너져 가는 모습을 봐야 했던 카일러가 셰일오일을 싫어하게 된 것 역시 이해가 되었다.
“셰일오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김서준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미국은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셰일오일과 셰일가스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에 맞추어 기술 또한 계속 개발되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 카일러의 말처럼 난관 역시 존재했다.
가장 큰 문제는 원유의 단가였다. 셰일오일은 채굴단가가 중동이나 다른 산유국의 그것보다 더욱 비쌌다. 그래서 캐면 캘 수록 손해가 난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이제 곧 기회는 찾아온다. 세계의 경제 호황과 함께 국제유가는 2003년 29달러에서 2005년 55달러로 평균 50달러대에 올라섰고 고유가 기조는 계속 유지가되서 2008년에는 연평균 97달러를 넘게 된다.
게다가 2008년 7월에는 브렌트유가 135달러, 텍사스산 원유 선물은 147달러를 기록하며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하게 된다.
그리고 신흥국들의 원유 소비가 늘어나는 반면 중동의 산유국들이 원유생산시설을 충분히 확충하지 못하면서 수요와 공급에 불균형이 생겼다.
거기에 쐐기를 박듯 골드만삭스는 국제유가가 200달러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때 미국에서 셰일 열풍이 불게 된다. 기술 혁신으로 채산성도 좋아진 상태에서 국제유가 역시 고공행진을 하자 셰일 기업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물론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거치며 국제 경기 위축으로 인해 유가 역시 하락세를 탄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을 통해 유가상승을 이끌고 아랍의 봄과 같은 정치적 변동성은 꾸준히 유가를 높게 끌고 갔다.
‘단타로 해도 이득이고 길게 봐도 이득이다.’
게다가 대한민국 입장에서 기름은 단순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중요한 자산이었다.
지금 사두어야 이득이었다. 특히 EOG는 거대한 셰일 기업으로 자라날 묘목이었다.
“그런데 그쪽들은 왜 셰일오일에 관심을 가지는 겁니까?”
“투자를 하고자 합니다. 저는 셰일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하거든요.”
투자라는 말에 카일러의 미간이 잔뜩 좁아졌다.
“설마 EOG에 투자할 생각입니까?”
“맞습니다. 그런데 EOG의 사장님께서는 투자를 받지 않으실 마음인 것 같으시더군요.”
카일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겁니다. 아버지는 이제 회사가 망했다고 생각하고 좌절하고 계시니까요.”
“EOG의 사장님이 카일러의 아버지 되십니까?”
취기 어린 표정으로 카일러가 눈을 껌뻑였다.
“제가 말 안했던가요?”
그렇게 카일러와의 이야기는 밤새도록 이어졌다.
바가 문을 닫는 새벽이 돼서야 김서준 일행과 카일러는 밖으로 나섰다.
“제가 아버지한테 잘 말해보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기대는 하지 마세요. 아버지는 이미 많이 무너지셨으니까요.”
카일러가 몸을 휘청였다.
“저도 끝까지 아버지를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 그쪽도 약속 지켜요.”
다시 한번 휘청이는 카일러. 소영신이 그런 카일러를 부축하려 했으나 손을 들어 만류하는 카일러였다.
“비록 진흙 냄새와 기름 냄새가 진동하긴 했으나, 그런 아버지가 저는 세상에서 제일 좋았으니까요.”
비틀거리면서도 카일러는 집을 향해 걸어갔다.
그 뒷모습에 김서준과 소영신 그리고 데미얼의
시선이 뒤따랐다.
*
만취한 카일러가 몸을 비틀거리며 공장으로 들어왔다.
기름냄새가 코를 훅 찌르고 들어왔다.
“이제 들어오느냐? 또 노래를 부르고 다닌 것이야?”
“아버지.”
케이든의 엄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취한 상태에서도 카일러가 고개를 들었다.
“씻고 자거라.”
술에 취해 있는 아들의 모습이 보기 싫었던 케이든은 다시 자신의 방으로 몸을 돌렸다.
“아버지.”
하지만 평소와는 다른 아들의 반응에 케이든은 다시 뒤를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저는 아버지를 미워한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미워하지 않더냐?”
“아니요. 제가 미운 것은 모든 것을 포기하신 아버지입니다. 제 기억 속의 아버지는 비록 기름과 진흙 범벅일지라도 늘 자신 있게 웃고 계셨습니다. 지금과 같이 모든 것을 포기한 그런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술기운이 끝까지 치고 올라온 것일까.
그 말을 끝으로 카일러의 몸이 축 늘어졌다.
“포기한 모습?”
망치로 한 대 맞은 듯 멍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셰일오일 때문에 부자 관계는 물론이고 모든 관계가 틀어졌다고 여겨왔었다.
오랜 시간을 그렇게 믿고 살아왔다.
하지만 아니었다. 모든 관계를 망친 것은 무너진 자신의 태도였다.
“많이 무거워졌구나.”
그날 밤. 쓰러진 카일러의 몸을 부축한 케이든의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
*
“다시 한번 가보지요.”
바에서 카일러와 이야기를 나눈 지 이틀이 지났을 때.
김서준은 다시 EOG로 향했다. 생각한 대로 카일러가 이야기를 잘 했을지는 확신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돌아가거나 다른 기업들을 물색하기에는 리스크가 컸다.
김서준이 기억하는 셰일기업 중에 가장 확실한 기업이 EOG였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서 EOG에 투자하지 못하면 셰일 쪽에서는 손을 떼야 했다.
EOG에 도착한 김서준이 공장의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름 냄새와 진흙 냄새는 변함이 없었지만, 변한 것이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케이든이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김서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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