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5
음악천재 재벌3세 5화
‘역시···.’
기타 때와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건반에 손을 올리는 순간 마치 평생 건반을 쳐온 사람처럼 연주가 시작되었다.
몸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손가락이 움직였을 뿐이다.
건반 하나하나를 눌러갈 때마다 마치 잠들어 있던 세포가 깨어나는 것 같았다.
짝짝짝
“멋져···.”
겨우 떨리는 몸을 진정시킨 송유연이 그제야 박수를 쳤다.
멋지다는 말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연주였다.
“제목이 뭐야? 처음 듣는 것 같은데.”
어지간한 노래는 모두 MP3를 통해 들은 송유연이었다.
하지만 김서준이 연주한 곡은 처음 들어보는 곡이었다.
“외국곡이에요.”
전생에 자주 듣던 곡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연주했기에 그가 연주한 곡은 아직 이 시기에는 나오지 않은 곡이었다.
1999년에 세계 최초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작되긴 했으나 곡이 충분하지 않았기도 하였고 2004년에 시작한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도 아직은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었다.
게다가 아직 스마트폰이 보급되지 않아 외국곡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랬기에 송유연은 김서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곡 되게 좋다. 한 곡 더 들어볼 수 있을까?”
한 곡만 듣고 끝내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합주해볼까요?”
“합주?”
합주라는 말에 송유연의 눈이 토끼처럼 커졌다.
“예.”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김서준은 음악을 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곡은 뭐로 할까? 여기 악보 많은데···.”
송유연이 책장에 가서 악보를 꺼내왔다. 밴드부답게 한쪽 벽면에는 꽤 많은 악보가 있었다.
“포지션이 어디세요?”
김서준의 질문에 송유연이 부끄럽다는 듯 대답했다.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어. 근데 네 앞에서 기타를 한다니까 되게 부끄럽다.”
송유연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럼 제가 기타를 할게요. 선배가 보컬을 맡아줘요.”
“그럴까?”
차라리 그것이 마음이 편했기에 송유연이 반색했다.
“이 노래로 하자.”
송유연은 평소에 자신 있던 곡을 내밀었다. 악보를 한번 쓱 훑은 김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탁탁탁탁
기타의 바디를 손가락으로 두들기며 박자를 맞추었다. 그리고 이내 김서준의 손가락이 스트로크를 시작했다.
연주가 시작되고 기타에 맞추어 송유연이 노래를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합주였지만 송유연은 마치 오랜 시간 김서준과 호흡을 맞춘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혔다.
그녀가 습관적으로 박자를 놓치는 부분도 완벽하게 캐치해내며 자연스럽게 맞추어주었다.
마치 오랜 시간 합을 맞춰온 듀엣처럼.
맑고 청아한 송유연의 목소리와 김서준의 기타가 밴드부실에 울려 퍼졌다.
*
김건환 회장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끌끌. 제 녀석이 별수 있겠어?”
일전에 박인우를 통해 아들인 김태군에게 올라오라 말을 전했었다.
하지만 똑같은 핏줄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김태군은 김건환에게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정말 죄송합니다. 서준이의 의견을 존중해 줄 생각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김건환이 물러날 성격은 아니었다. 재계에서 삼신의 김건환 하면 한 번 문 먹이는 놓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놈. 누가 네 아들을 달라더냐? 그냥 한 번 올라와서 얼굴이나 보자는 것이다. 네가 일전에 한 번 부탁했으면 이제 내 부탁도 하나 들어줘야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기브 앤 테이크.
김건환이 이 말을 꺼내자 김태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박비서.”
“예. 회장님.”
“어디쯤 왔어?”
“아마 지금쯤이면 서울에 들어왔을 겁니다.”
“나머지 애들은?”
“출발하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김건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가했다고 하지만 김건환은 자식들을 자주 집으로 불러들였다.
겉으로는 친목을 도모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김건환이 내부를 단속하는 방법이었다.
내가 이렇게 정정하고 너희를 지켜보고 있으니 허튼짓일랑 하지 마라.
이번에는 친척의 결혼을 핑계로 자식들을 모두 불러들였고 자식들은 아무 군말 없이 김건환의 지시에 따랐다.
“아버지. 저희 왔습니다.”
김건환이 소파에 앉아 보이차를 즐기고 있을 때. 현관문이 열리며 첫째 김태주가 그의 가족과 함께 나타났다.
“빨리 왔구나.”
“하하. 당연히 빨리 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건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앉아라.”
김건환의 앉으라는 말이 떨어지자 김태주와 그의 가족들이 쇼파에 앉았다.
“아버지. 오늘 태군이가 온다는데 사실입니까?”
“그래. 사실이다.”
김건환의 말에 김태주의 얼굴이 미세하게 떨렸다. 특히 김태주의 아내 조미란은 대놓고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왜 태군이를 부르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김태주의 목소리 역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룹 내에서 후계자 관련해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
물론 김태군이 그룹 내로 들어온다고 해서 그의 자리를 위협받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변수는 변수였고 김건환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도저히 감히 잡히지 않았다.
“결혼식에 같이 갈 것이다.”
“아버지. 대대로 결혼식은 직계 혈통만이···.”
“네가 그런 것까지 내게 일러준단 말이냐?”
김건환의 날이 서 있는 대답에 김태주가 급히 고개를 숙였다.
조미란이 옆에서 몰래몰래 김태주의 허벅지를 찔렀지만, 아버지를 무서워하는 김태주는 입을 꾹 다물었다.
“도착하셨습니다.”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을 때. 인터폰을 받은 가정부가 조용히 말했다.
“어서 들어오라고 해라.”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김건환이 반색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성북동 자택 앞에선 김서준이 쓴 입맛을 다시며 현관을 바라보았다.
김태군과 강길옥은 긴장이 되는지 연신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서준아. 너는 걱정도 안 되니?”
“별일 없을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서준이 말이 맞소. 별일 없을 것이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김태군 역시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재벌가 서자의 삶을 거부하고 뛰쳐 나온 지 벌써 근 이십 년이 흘렀다.
다시 이렇게 성북동 자택 앞에 설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끼이익
자동문이 열리자 안에는 박인우가 웃는 얼굴로 서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도련님.”
“오랜만입니다.”
박인우의 인사에 김태군이 살짝 쓴웃음을 지었다.
“들어가시지요. 회장님이 기다리십니다.”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은 김태군과 강길옥이 앞장섰고 그 뒤에 김서준이 섰다.
현관이 다가올수록 김태군의 심장은 터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두방망이질 쳤다.
그리고 마침내 현관이 열렸다.
“어서 오너라.”
문이 열리자 익숙한 냄새가 훅 풍겼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버지···.”
“그래. 오랜만이다.”
김태군의 입이 어렵게 떨어졌다. 그런 김태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건환의 표정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역시···.’
그 모습을 본 김서준은 감탄이 나왔다.
전생에서 김건환과 마주할 일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었다.
철혈의 경영자.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사람.
김건환을 표현하는 말은 많았지만 김서준은 오랜만에 보는 가족을 눈앞에 두고도 별 변화가 없는 김건환에게는 철혈이라는 수식어가 딱 어울린다고 생각되었다.
“형님. 오랜만입니다.”
“형님? 크흠.”
김태군의 인사에 김태주가 불편한 기색을 내보였다.
김건환은 김태주를 신경 쓰지 않고 김서준에게 친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서준이는 그간 잘 지냈느냐?”
“예. 할아버지.”
김서준의 대답에 김건환이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학교는 다닐 만 하고? 성적이 좋다는 이야기는 들어 알고 있다. 중간고사에서도 일등을 하였다지?”
“예. 운이 좋았습니다.”
운이 좋았다는 말에 김건환이 크게 웃었다.
“운도 실력이지.”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조미란이 옆에서 궁시렁거렸다.
“지방 촌구석에서 일등한 것이 뭐 대수라고요. 우리 강주는 날고 기는 애들이 모인 외고에서도 제법 성적이 좋답니다.”
그 와중에도 제 자식 자랑을 하는 조미란이었지만 김건환은 조미란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제법이시네.’
긴장하기는 했으나 김태군과 강길옥은 그래도 나름 웃음도 지으며 김건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제법 시간이 흘렀을 때. 현관 문이 열리고 김건환의 셋째 아들 김강수와 그 가족들이 들어왔다.
“아버지. 저희 왔습니다.”
“이놈. 내가 시간 약속은 똑바로 지키라고 하지 않았더냐? 도대체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시간 약속 하나 지키지 못하는 것이냐?”
“차가 밀려서 늦었습니다.”
김강수가 능구렁이 같은 미소를 지었다.
“너희들은 잠시 올라가 있거라. 어른들끼리 할 이야기가 있다.”
김강수와 그의 아내가 자리에 앉자 김건환은 김서준과 김영우, 김영호를 올려보냈다.
이 층으로 올라온 김서준에게 김영우와 김영호가 다가왔다.
“야.”
“왜?”
김영호의 말에 김서준이 짧게 대답했다.
“왜? 이게 미쳤나? 상황파악 안 돼?”
유치한 기 싸움이다. 전생에서는 이들에게 기가 죽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김영우. 고1. 같은 나이인데 내가 존댓말이라도 쓸까?”
“나이가 같으면 다 똑같은 사람인 줄 아냐? 어디서 빌어먹던 놈인지는 몰라도 앞으로 알아서 기어라.”
김영우의 말에 김서준이 피식 웃음을 지었고 김영우의 얼굴은 크게 일그러졌다.
“웃어?”
김서준은 전생에 김영우와 김영호의 똥 닦이를 했었기에 이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외부 세력의 공격에서 이 둘을 보호하기 위해 이들의 과거까지 샅샅히 조사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랬기에 이 둘이 어렸을 때 부터 저질렀던 도의적, 위법적 사항은 모두 알고 있었다.
기를 죽여 놓을 필요가 있었다.
전생에 십수 년을 삼신의 투견으로 살아온 김서준에게 이런 학생들 기를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콱
게다가 아직 성장하지 않은 김영우, 김영호와 달리 한창 성장기에 있는 김서준의 키와 덩치가 더욱 컸기 때문에 피지컬적으로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순식간에 김영우의 목덜미를 잡아 침대에 박아 넣은 뒤 김서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 한 번 계속 까불어봐.”
“이게 미쳤나?”
침대에 머리를 박힌 채 김영우가 일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다.
“미친 것은 너지. 나이도 어린 것이 벌써부터 대마초나 피고 말이야.
여느 재벌가 자식들이 그러하듯 김영우는 중학교 3학년인 작년까지 미국에서 유학했다.
그곳에서 어린 나이에 같은 재벌가 자제들끼리 모여 대마초를 피운 것.
이 시기에는 아직 그 사실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김영우가 훗날 재계에 데뷔해서 계열사를 맡아갈 때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그 일을 수습하고자 전생에 굴렀던 기억을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리는 김서준이었다.
“어···. 어떻게···.”
김영우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 번만 더 내 앞에서 까불면 이 사실을 할아버지에게 말한다.”
“제···. 제발···.”
사색이 된 김영우가 몸을 벌벌 떨었다. 만약 이 사실이 그의 부모 뿐 아니라 김건환에게 들어간다면 그는 말 그대로 끝장이 날 것이 분명했다.
“그럼 앞으로 내 말 잘 들어. 알았어?”
“무···. 물론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김영호도 김서준이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자 마찬가지로 사색이 되었다.
“너도 마찬가지야 새끼야.”
“예. 형님.”
눈치가 빠른 제 아비의 핏줄을 그대로 타고 태어난 김영호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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