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50
음악천재 재벌3세 50화
음악천재 재벌3세 50화
“삼신과 안드로이드를 중심으로 뭉쳤다고?”
“네. 그렇습니다. 일본의 친구들이 파운드리 문의를 하며 정보를 주었습니다.”
대학 캠퍼스처럼 잘 조성된 길 위로 두 명의 백인 남성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인피니트 루프 거리는 애플사의 관계자가 아니면 출입을 할 수 없었기에 거리를 걷고 있는 두 사람이 애플사의 직원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안드로이드 이야기는 예전에 듣기는 했지. 그런데 설마 구글이 아니라 삼신에서 앞장설 줄은 몰랐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삼신에서 꽤 빠르게 나선 사람이 있다라···. 한번 알아봐. 누가 나섰는지. 개인적으로 흥미가 생기는군.”
기업이라는 것은 비대해지면 비대해질수록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며 혁신을 하기 어려운 구조로 흘러간다.
게다가 동양의 대기업은 서구권의 기업에 비해 그 정도가 좀 더 심한 편에 속했다.
“특허는 어떻게 할까요? 예정대로 출원할까요?”
“아니. 좀 미루지. 우리가 기술을 공개하지 않으면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무엇을 내놓을까 궁금하군. 이 판은 나서기만 한다고 되는 판이 아니니까.”
특허를 등록하면 필연적으로 기술을 공개해야만 한다.
그리고 특허가 공개된다면 안드로이드 얼라이언스에서 영감을 얻어 조잡하지만 유사한 기술을 개발할 수도 있었다.
그건 애플에서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예 경쟁사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경험.
그것을 주길 원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일본과 중국의 친구들에게 계속 요구해. 안드로이드 진영의 정보를 주면 다음 파운드리 계약을 고민해보겠다고 말이야. 머리 좋은 우리 중국, 일본 친구들은 삼신과 우리 둘 모두에게 물건을 팔고 싶어 할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두 백인의 이야기는 그렇게 끝났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이 결정이 훗날 어떤 일을 불러오게 될지 가늠도 하지 못했다.
*
2006년 신년을 맞아 여러 이벤트가 열렸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벤트는 바로 대학입시 발표였다.
수능이 끝나고 각자 점수에 맞추어 대학에 원서를 넣은 수험생들은 손을 모은 채 기도했다.
“제발 붙게 해주세요.”
딸깍
그리고 마우스를 움직여 웹사이트에 수험번호를 입력하고 클릭하면 결과가 출력됐다.
십수년 고생한 결과를 확인하는 것치고는 너무 간단하고 빨랐기에 몇몇 수험생들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진실인지 순간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하···. 합격이다!”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수험생은 방문을 박차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붉은 글씨로 불합격을 통보받은 수험생들은 머리를 책상에 박은 채 앓는 소리를 내야만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서민과 중산층은 물론이고 상류층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흠. 박비서.”
“예. 회장님.”
“오늘 조간신문을 보니 주요 대학들이 합격자 발표를 하는 날이라고 하더군.”
박인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회장님 말씀대로 오늘이 국내 주요 대학 정시 합격자 일차 발표일입니다. 막내 도련님 댁에 연락 넣어볼까요?”
박인우는 김건환 회장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김서준의 대학 합격 여부였다.
“아니야. 그런 일로 전화하고 싶지는 않아.”
김건환 회장이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말로는 아니라고 했지만, 박인우는 김건환이 김서준의 소식을 궁금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오랜만에 막내 도련님과 식사라도 하시는 것은 어떠신지요? 때마침 오늘은 점심 약속도 없으십니다.”
“아니야. 그것도 아니야. 그냥 오늘은 회사로 가지.”
“준비하겠습니다.”
성북동 자택을 떠나 삼신 그룹 본사에 도착한 김건환 회장이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가 정문으로 들어가려 할 때, 젊은 기자 몇 명이 김건환 회장의 옆으로 달려 나왔다.
깜짝 놀란 경호원들이 그들의 앞을 막아섰으나 그들의 질문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순간 김건환 회장의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 모르게 누가 사고라도 쳤나?’
최근에 큰 사고를 친 적은 없었으나 그의 둘째 아들은 젊었을 적 자주 사고를 치고 다녔다.
그때마다 기자들이 김건환에게 마이크를 들이밀며 인터뷰를 요청했던 기억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당연히 미간이 좁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김서준씨가 삼신가의 3세라는 말이 사실입니까?”
근데 기자의 입에서 튀어나온 질문은 김건환 회장의 예상과는 달랐다. 자연히 정문으로 향하던 발걸음도 멈추었다.
기자들도 김건환 회장이 멈추리라 생각 못 했는지 자기들끼리 발이 꼬여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자세를 바로잡고 질문을 쏟아냈다.
“삼신의 3세 김서준씨가 슈퍼보이스 코리아 우승자 김서준씨와 동일인물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확인해주시지요.”
“그리고 검정고시 출신 수능 만점자 김서준씨도 동일인물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맞습니까?”
“한국대학교 측에서 나온 정보에 따르면 이번 2006년 한국대학교 전체 수석이 김서준씨라는데 동일인물인지 확인해주시지요!”
그 말까지 들은 김건환 회장이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렸다.
찰칵찰칵
그런 김건환 회장의 뒷모습에 셔터음에 맞닿았다.
정문에 포진한 기자들을 피해 집무실로 들어온 김건환 회장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하하.”
안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자 밖의 직원들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박인우가 조용히 고개를 흔들며 그들을 진정시켰다.
“후우. 내가 살면서 이런 질문을 받아볼 줄 누가 알았겠어?”
김건환 회장의 웃음소리는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
달그닥 달그닥.
성북동 자택에는 식기 부딪치는 소리가 작게 울려 퍼졌다.
“늙은이야. 왜 밥 먹자고 했는지 말하라니까?”
“친구끼리 밥 먹는데 이유가 필요하나?”
송혜령 회장의 타박에도 김건환 회장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밥 먹으면서 TV 안 보잖아? 왜 틀어놓은 거야?”
“흠흠. 원래 우리 같은 사람들은 늘 뉴스에 귀를 열어두어야 하는 법이야. 알면서 그런 말을 하는군.”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지금까지 김건환 회장은 밥 먹으면서 뉴스를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번 2006년 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김서준씨가 한국대학교 전체 수석으로 합격했다는 소식입니다.] [그리고 익명의 소식통에 의하면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1의 우승자인 김서준씨가 수능 만점, 한국대학교 수석 김서준씨와 동일인이라는 제보도 있었는데요. 실제로 슈퍼보이스 코리아 우승자 김서준씨는 수능 고사장에서 인터뷰까지 했었습니다. 그래서 의문은 더욱 커져가고 있는데요.]기자의 목소리와 함께 화면에는 김건환 회장이 아무 말 없이 삼신 그룹 본사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이 흘러나왔다.
[게다가 김서준씨는 삼신 그룹의 3세라는 제보 또한 있습니다.] [데뷔 전 마케팅이라는 의견과 함께 단순히 동명이인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삼신 그룹의 김건환 회장은 이번 일에···.]뉴스가 흘러나오는 와중에 김건환 회장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마치 송혜령 회장에게 ‘봤냐?’라고 말하는 표정이었다.
“이그. 영감탱이가 어쩐 일로 뉴스를 틀어놨나 했더니 또 서준이 자랑이었네.”
“흠흠. 우연이야. 우연. 근데 서준이가 한국대 수석 합격이라니. 누구 핏줄인지는 몰라도 참 대단해. 흠흠.”
짐짓 모른 척을 했지만 이미 김건환 회장의 얼굴에는 모든 진실이 드러나 있었다.
“흠흠. 송회장의 손주도 잘 해야 할 텐데 말이야.”
오랜만에 전세 역전이었다. 지금까지 김건환 회장은 자식 농사로 송혜령 회장에게 비빌 수가 없었다.
아니, 김서준이 아니었으면 지금도 비비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서준이가 워낙 뛰어나니까. 서준이 만큼 하라고는 못 하지. 그래도 인영이가 서준이를 잘 따르고 배우려고 하니까 그건 다행이네.”
송혜령 회장도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아! 인영이는 요즘 뭐 해? 이제 고등학교에 올라가는데 뭐 준비한 거라도 있어? 요즘 다른 회장놈들 손주들은 유학을 가느라 바쁘다던데.”
요즘 재벌들 사이에서는 조기 유학이 인기였다.
물론 유학을 간다고 해서 싹수가 노란 것들이 파릇파릇해져서 오지는 않지만 적어도 영어는 어느 정도 배워올 수 있었으며 해외 대학이라는 타이틀은 따올 수 있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그 두 개는 아직도 주효하게 먹히는 스펙이었다.
“아니. 인영이는 유학은 안 간데. 서준이처럼 한국대학교에 가겠다고 하네.”
“하하. 그래. 유학이 능사는 아니지. 될성부른 놈들은 다 한국에서 대학교를 나오고 있어.”
김건환 회장이 마음에 드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김건환 회장의 말대로였다. 능력이 따르는 사람들은 어지간해서는 한국에서 학부를 다니고 해외로 석박사 과정을 선택했다.
다국적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그들의 주 무대는 한국이었다.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는 것은 단순히 대학을 나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그래도 방학인데 뭐라도 시켜야 하지 않겠어?”
“그렇지 않아도 미국 보내달라고 졸라대서 미국 보냈어. 오늘.”
“오늘? 미국 어디?”
김건환 회장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어디 부산이라도 보내는 것처럼 말하는 송혜령 회장의 태도에 놀란 것이다.
“LA.”
송혜령 회장이 씩 웃었다.
*
“상무 삼촌. 여긴 거 같은데요?”
“맞게 찾아온 것 같네.”
한국을 떠난 이인영과 상무 이일손이 도착한 곳은 얀센의 스튜디오였다.
“상무 삼촌은 여기 많이 와봤어요?”
“아무래도 그렇지? 한성은 영화 쪽으로도 발을 넓힌 지 꽤 되었으니까.”
“얀센 감독님하고도 잘 알아요?”
“친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비즈니스적으로 서로 배려는 해주는 사이지. 그러니까 이렇게 갑작스러운 방문도 허락해주시는 거다.”
“역시 상무 삼촌이 최고예요.”
이인영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는 스튜디오 안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보고 어깨를 으쓱한 이일손도 뒤를 따랐다.
스튜디오의 내부는 조용했다.
모두 자리를 비웠는지 직원 한 명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잠시 후에 도착하실 겁니다. 급한 일이 생기셔서 잠시 나가셨거든요.”
“네. 알겠습니다.”
어려서부터 해외도 자주 다니고 원어민에게 과외도 꾸준히 받았기에 이인영의 영어 실력은 의사소통에 별 무리가 없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쇼파에 앉은 이인영이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던 이인영의 눈에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종이 뭉치가 보였다.
“시나리오네?”
빠르게 날려쓴 탓에 쉽게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대충 훑어보니 영화 시나리오 같았다.
실례가 될 수도 있었기에 잠깐만 보고 내려놓으려고 했지만, 이인영은 자신도 모르게 시나리오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삼십여 분의 시간이 흘렀을 때.
이인영의 옆에 누군가 앉았다.
“재밌어요?”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괜찮아요. 딱히 비밀도 아닌데요. 그나저나 어땠어요? 이 시나리오?”
금발의 청년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정말 흥미로웠어요. 특히 음반 제작비가 없어서 도시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녹음하는 장면은 너무 재미있던데요?”
“정말요?”
“네. 진심이에요.”
금발 청년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바지춤에 손을 쓱쓱 비비더니 손을 내밀었다.
“인사가 늦었네요. 제 이름은 데미얼입니다.”
“이인영입니다.”
“오! 한국 사람입니까?”
“이름만 듣고도 아시네요?”
데미얼이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럼요. 제가 한국인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이인영과 데미얼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나누어갔다.
“혹시 이 시나리오 찍고 계시나요?”
데미얼이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시나리오도 있고 생각해둔 배우들도 있는데 아쉽게 투자를 못 받았어요. 하지만 분명 어디엔가 이 영화에 투자해 줄 마음씨 착한 사람이 있을 거예요. 사실 친구가 투자해준다고 하는데, 제가 그 친구를 투자자가 아닌 배우로 쓰고 싶어서요. 투자자가 배우까지 하면 별로 보기 좋지 않잖아요.”
데미얼이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진짜요?”
이인영의 눈이 밝게 빛났다.
누가 한성의 핏줄 아니라고 할까 봐 이인영도 어려서부터 음악이나 영화 등 다양한 문화 산업에 관심이 있었다.
그런 이인영이 보기에 이 시나리오는 분명 통할 것으로 보였다.
“데미얼. 그 친구가 누구예요? 저도 너무 궁금하네요.”
“오! 그렇지 않아도 친구가 저기 오네요.”
데미얼이 웃는 얼굴로 입구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이인영의 시선도 따라 움직였다.
“서준이 형!”
“인영아.”
그리고 이인영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두 명을 보며 데미얼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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