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51
음악천재 재벌3세 51화
“인영아. 여긴 어떻게 왔어?”
“겸사겸사 왔지.”
이인영이 씩 웃었다.
김서준은 그 웃음에서 이인영이 자신을 보러 할리우드에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바쁘실 텐데 괜히 인영이 때문에 여기까지 오시게 했네요.”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도 사업차 방문할 예정이었습니다.”
김서준을 본 이일손 상무는 속으로 꽤 놀랐다.
김서준은 삼신 그룹 김건환 회장의 손자이고 김건환 회장이 김서준을 아끼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재벌가에 파다하게 퍼졌다.
게다가 그의 능력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뛰어나서 슈퍼 보이스 코리아를 우승하기도 했고 수능 만점과 같은 학업은 물론이고 사업에도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게다가 아직 어렸다.
겸손과 겸양 그리고 예의라는 것은 나이를 먹어도 쉽지 않은 것이었지만,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덕목 중 하나다.
그런데 지금 김서준의 모습에서 겸손과 예의가 보였다.
게다가 억지로 꾸며낸 것이 아닌 몸에 밴 자연스러운 것이 분명했다.
‘이게 삼신의 저력인가?’
이일손은 고개를 저었다. 송혜령 회장의 측근인 그는 예전부터 삼신 일가를 볼 기회가 많았다.
삼신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는 인재도 있었지만, 자식 교육은 마음처럼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엇나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흐음. 신기해.’
‘이 사람은 변한 것이 없구나.’
김서준과 이일손의 눈이 허공에서 교차했다.
눈빛에 색이라도 있으면 서로 얽히고설켜 들어가 다른 색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김서준이 기억하는 이일손은 한성의 거목과도 같은 사람이었다.
한성의 영화산업의 컨트롤 타워를 맡았고 그 능력으로 대한민국을 넘어 아카데미까지 진출시킨 사람이었다.
전생에서도 몇 번 마주친 적 있었다. 그리고 그때 모습과 지금 이일손의 모습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형. 이거 봤어?”
김서준과 이일손이 서로의 얼굴을 보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이인영이 손을 들어 김서준에게 시나리오를 가리켰다.
“데미얼. 형이 봐도 돼요?”
“아! 네···.”
데미얼은 아직 어리둥절했다.
도대체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시나리오를 칭찬해주고 관심을 보이자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김서준과 친해 보였다.
‘뭐지?’
데미얼의 표정을 본 김서준이 웃으면서 말했다.
“데미얼. 인영은 내 친한 동생이에요. 절 보겠다고 여기까지 왔네요.”
“아! 어쩐지! 한국인들은 위아더월드인줄 알았잖아요.”
그제야 상황이 이해된 데미얼이 머쓱한지 뒷머리를 긁었다.
“데미얼. 이거 데미얼이 쓴 거예요?”
“네. 서준. 서준이 EOG에서 일을 할 때 저는 할게.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남는 시간에 시나리오를 좀 써봤어요.”
데미얼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인정받으려는 모습과 비슷했다.
지금까지 김서준을 따라다니면서 데미얼은 약간 위축된 상태였다.
자신보다 어린 나이의 김서준은 그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EOG의 사장을 상대로도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김서준을 단순히 음악천재로 알고 있던 데미얼에게 그 모습은 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쓰기 시작한 것이 이 시나리오였다.
시나리오라도 쓰지 않으면 자신에게 실망할 것 같았다.
“읽어봐 주실래요? 서준에게 영감을 받아 쓴 시나리오에요.”
시나리오를 받아든 김서준이 천천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시나리오는 재미있었다. 곳곳에서 데미얼의 센스가 엿보였고 저예산을 염두에 둔 듯 줄거리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김서준이 시나리오를 읽고 있을 때. 이인영이 김서준의 옆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형. 혹시 형이 데미얼한테 투자하기로 했어?”
김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아쉽게도 김서준은 영화에 대한 안목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기도 하거니와 데미얼이 김서준에게 투자를 해달라고 조르지도 않았다.
아마 데미얼의 성격상 스스로 만족할만한 시나리오가 나오기 전까지는 김서준에게 투자라는 말을 꺼내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데미얼에게는 좋은 방향으로 작용했다.
“그래? 그럼 문제없겠네. 상무 삼촌!”
환하게 웃은 이인영이 이일손을 바라봤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이일손이 대답했다.
“왜?”
“이거 투자에서 배급까지 한성에서 맡으면 어때요?”
“한두 푼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일을 바로 여기서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야.”
“당연히 그 정도는 알아요. 할머니에게 허락은 제가 맡을게요.”
“나는 모르겠다.”
이일손은 이인영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로밍폰을 꺼낸 이인영은 곧바로 한국으로 전화를 했다.
“네! 할머니. 상무 삼촌 바꿀게요.”
한참을 전화로 무어라 말하던 이인영이 웃는 얼굴로 핸드폰을 이일손에게 건넸다.
한숨을 쉬며 송혜령과 통화를 마친 이일손이 전화를 끊었다.
“마음대로 해라. 다만 책임은 인영이 네가 져야 할 거야.”
“물론이지요”
어린아이처럼 웃는 이인영을 보며 이일손은 내심 생각했다.
‘정말 타고나는 게 있는 건가?’
지금 이인영은 모습은 마치 젊었을 적 송혜령의 그것과도 닮아 있었다.
*
다음 날부터 이인영과 데미얼은 마치 단짝처럼 붙어 지냈다.
데미얼은 오랜만에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났기 때문인지 입이 쉬질 않았고 이인영 역시 영화에 대해 궁금한 점을 쉴 새 없이 물어봤다.
“죽이 잘 맞네요.”
“맞습니다. 인영이가 저렇게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은 몇 없는데 말입니다.”
LA에 온 뒤로 이일손은 하루하루가 놀람의 연속이었다.
그가 이인영과 동행한 이유는 각종 문제를 처리해주기 위해서였다. 그랬기에 지금도 법률적인 문제나 행정적인 문제는 그가 도와주고 있었으나 나머지 부분에서 이인영은 능숙하게 일을 처리해가고 있었다.
특히 사람을 설득하는 데 있어서 이인영은 특출난 능력을 보여줬다.
“얀센 감독님께서 고문을 맡아주시기로 했어.”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이인영은 얀센과 크리스도 설득했다.
“나도 궁금하군. 이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질지 말이야.”
처음에는 총괄직을 고사하던 얀센도 이인영의 설득에 넘어가고 말았다.
얀센이 합류한 이후 촬영팀은 빠르게 만들어졌다.
얀센의 스튜디오에는 오디션 공고를 보고 찾아온 할리우드 배우들로 북적여갔다.
강행군에 가까운 오디션을 통해 몇몇 배역을 제외하고는 출연진 또한 구성이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주연과 주연급 조연 몇.
얀센과 데미얼은 김서준에게 오디션을 권했다.
애초에 김서준에게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배역이었다.
“연기를 해본 적 없는 제가 괜히 주역을 맡았다가 영화를 말아먹을 수도 있습니다.”
이 말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음악과 연기는 또 다른 영역의 일이었다.
“그럼 한번 테스트라도 받아보게.”
얀센의 권유에 김서준이 오디션 시나리오를 받아 들었다.
‘과로에 치이는 삼십 대 회사원. 병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디에다 하소연할 곳도 없으며 죽을 때가 다가오자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을 후회한 다라···.’
대본을 받아본 김서준이 속으로 내심 쓴웃음을 지었다.
과거의 자신과 비슷했다.
“자. 시작해보지.”
그렇게 오디션이 시작되었다.
*
“서준. 정말 십 대 맞는가?”
오디션을 보았을 때. 얀센은 김서준의 연기에 혀를 내둘렀다.
다른 연기는 정말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웠지만, 주인공 역할인 병든 삼십 대 회사원 역할은 남달랐다.
마치 김서준이 정말 병든 회사원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도 서준의 비주얼이 삼십 대는 안 돼서···.”
얀센과 데미얼은 고민했다. 김서준을 모티브로 만들긴 했으나 김서준이 연기하기에는 김서준의 비주얼이 너무 젊었다.
삼십 대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럼 이렇게 하지. 어차피 음악을 잘 하는 배우를 찾기도 힘들지 않은가? 연주 장면과 음원은 모두 서준이 대역하는 것으로 하지. 어차피 서준도 할 일이 많아 오랫동안 미국에 머물지는 못할 거니 말일세.”
“그렇겠지요.”
데미얼도 얀센의 말에 동의했다. 욕심 같아서는 김서준을 오래 미국에 잡아두고 싶었지만, 세상일은 마음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일단 연주 장면부터 모두 촬영해야겠습니다. 다른 부분이야 차차 촬영하면 되는 거니까요.”
“그렇게 하지.”
데미얼은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이번 영화를 저예산으로 기획했다.
그랬기에 음악 녹음을 위해 빌딩이나 장소를 대여하는 것은 예산상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말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데미얼이 쓴 시나리오에서 주인공은 사람들이 없는 빌딩, 어린아이들이 뛰노는 골목길, 보트, 지하철 역사 등에서 노래를 부르고 녹음을 했다.
김서준은 실제 시나리오의 주인공처럼 녹음하자는 의견을 냈다.
“좋은데요?”
당연히 데미얼은 찬성이었고 얀센 또한 어깨를 으쓱할 뿐 반대 의견을 내지는 않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얀센의 눈 역시 기대로 가득했다.
*
“스미스. 요즘 그 이야기 알아?”
“뭐? 무슨 일 있어?”
“아직도 못 들었어? 요즘 시내 빌딩에서 아무도 없는데 노랫소리가 들리는 일이 잦다고 하더라고.”
동료의 말에 콧방귀를 뀌며 스미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근무라서 먼저 가본다. 그런 헛소리 할 시간 있으면 잠이라도 자둬. 또 야간 근무시간에 졸지 말고.”
동료를 타박한 스미스가 건물 순찰을 하기 시작했다.
주일이었기에 건물에 출근한 사람은 없었고 적막함만이 감돌았다.
“노래는 무슨. 조용하기만 하고만.”
괜한 소문이라는 생각과 함께 스미스가 일 층을 지나 이 층 그리고 삼 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이잉-
“어?”
옥상에 가까워졌을 때.
스미스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 스미스가 자세를 낮춘 뒤 천천히 옥상으로 향했다.
“다시 한번 갑니다. 빌딩 옥상에서 연주. 슬레이트 4-3!”
착
열린 옥상의 틈으로 상상하지도 못한 모습이 보였다.
옥상의 구석에는 두 개의 작은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고 네 명이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순간 스미스는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내 저것들이 허락받지 않는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덜컥
그제야 옥상의 문을 열어 재낀 스미스가 호루라기를 불며 소리쳤다.
“당신들 뭐야!”
“튀어!”
스미스가 등장하자마자 옥상에 있던 사람들은 각자 장비를 들쳐메고 옥상 옆의 비상계단을 향해 도망쳤다.
스미스가 급히 그들을 잡으려고 했지만 한 손으로 여러 사람을 막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헉. 헉. 저놈들 뭐야.”
결국, 한 명도 잡지 못한 스미스는 비상계단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
“녹음은? 녹음은 됐나요?”
“예. 다행히 잘 된 거 같아요.”
더는 쫓아오는 사람이 없자 옥상에서 도망친 일행은 그제야 뜀박질을 멈췄다.
그들이 멈추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을 때.
그들의 옆에 밴이 멈추었다.
드륵
벤의 문이 열렸고 그 안에서 이인영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손짓했다.
“타세요!”
“다음 장소는?”
“얀센 감독님 친구분이 요트를 빌려주신다고 하네요. 거기로 가시죠.”
스미스를 피해 옥상에서 도망친 일행이 밴에 올라탔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차에 올라탄 김서준이 소매로 땀을 닦으며 말했다.
촬영은 순조로웠다.
물론 빌딩에서는 경비에게 쫓기고 지하철 역사에서는 경찰에게 쫓겼지만 그랬기에 녹음본은 더욱 현장감 있었다.
아직 결과물을 보지는 않았으나 느낌이 좋았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