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52
음악천재 재벌3세 52화
“뭐? 얀센이 신작을 찍고 있어?”
“벌써 오디션까지 보고 촬영까지 들어갔다던데?”
얀센은 할리우드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거장이었다.
그랬기에 그가 움직이자 할리우드는 연일 얀센의 이야기로 시끌벅적했다.
“투자는 어디가 붙었어? 워너? 유니버설? 디즈니?”
“아니라던데. 그래도 사비로 하는 건 아닐테고 말이야.”
사람들의 궁금증은 더욱 커져만 갔다.
얀센을 움직이려면 적어도 미국의 메이저 기획사 정도는 움직여야 했다. 할리우드 관계자들 사이에서 불던 궁금증 열풍은 이내 배급사들 사이로도 불었다.
그리고 그 궁금증은 그들이 얀센을 찾게 했다.
“오늘은 사람들이 꽤 많네요.”
“원래 맛있는 음식에는 파리가 꼬이기 마련이지.”
배급사 관계자들은 촬영팀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저 어느 정도 거리만 유지한 채 촬영장의 모습을 살필 뿐이었다.
“겁은 많다니까.”
그 모습에 얀센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이게 다 감독님 성격 때문이지 않습니까? 촬영할 때 방해하면 호통을 치시기로 유명했잖아요.”
얀센의 말에 크리스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흠. 영화의 영자도 모르면서 옆에서 참견하는 꼴을 보고 있으면 화딱지가 나서 그랬지.”
얀센은 부정하지 않았다. 젊은 날 얀센은 자신의 영화에 쓸데없이 개입하는 사람에게 폭언을 퍼붓곤 했다.
“그리고 지금 감독은 데미얼이지 내가 아니야. 내가 저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
“하지만 저들은 모르지 않습니까?”
얀센은 굳이 배급사 직원들을 찾아가서 이번 촬영의 감독은 데미얼이요. 라고 말해줄 마음은 없었다.
데미얼이 싫거나 경쟁자로 느껴져서는 아니었다.
데미얼을 감독으로써 존중하고 그가 더욱 성장하길 바래서였다.
얀센은 대형 배급사들의 횡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의 데미얼은 대형 배급사 관계자들을 만난다면 저들의 꾐에 빠질 확률이 높았다.
‘저들의 혀는 달콤하지만, 그 속에는 독이 숨어있지.’
데미얼이 알아서 하겠지마는, 그래도 선배 된 도리에서 그리고 천재를 사랑하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데미얼의 가능성을 좀 더 지켜주고 싶었다.
*
“규모를 보면 투자자를 문 것 같지도 않은데···.”
워너브라더스의 팀장 해리는 촬영 현장을 보면서 미간을 좁혔다.
촬영 현장에서도 그들을 알아본 것이 틀림없었다.
몇몇 스태프가 연신 고개를 힐끔거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얀센 감독은 그런 그들을 보고도 아무런 액션이 없었다.
“얀센 감독이 사비로 찍나?”
가끔 그런 감독들이 있었다. 자유롭게 영화를 만들기 위해 투자를 받지 않는 것.
지금 촬영 규모를 보니 그래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이름있는 배우도 없어 보였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라고 했지. 우리가 가보지.”
한참을 더 지켜보다가 궁금증을 참지 못한 배급사 직원들이 촬영 현장을 향해 다가갔다.
“촬영 멈출까요?”
“아니. 멈추지 마. 저들이 우리 상관도 아니고 왜 촬영을 멈춰.”
몇몇 스태프들이 얀센에게 물었지만, 얀센은 미간을 좁히며 손을 저었다.
“감독님. 안녕하십니까? 저 해리입니다. 기억하시지요?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해리.”
형식적인 인사와 악수를 한 해리와 얀센.
“촬영하시는 줄 알았다면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었을 텐데요.”
해리가 얼굴에 영업용 미소를 띠며 촬영 현장을 바라봤다.
멀리서 볼 때는 몰랐지만, 가까이서 보니 규모는 작지만 있을 것은 다 있었다.
아니, 오히려 간소한 덕에 현장 분위기가 더 사는 것 같았다.
“소개 좀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무슨 영화인지 궁금하네요.”
그 말에 얀센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미안하지만, 나는 그저 고문 역할의 총괄이지 감독은 아닐세.”
“그렇습니까?”
해리는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할리우드에서도 얀센은 고집이 세기로 명성이 높았다.
그래서 고문이나 총괄은 하지 않고 직접 진두지휘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 그가 총괄이라니.
해리의 시선이 얀센의 얼굴을 훑었다.
“그럼 감독님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요즘 워너에서 신인 감독분들에게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얀센 감독님이 아끼시는 분께도 더 좋지 않겠습니까?”
일반적인 상황이었으면 여기서 게임 끝이었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그것도 아주 많은 돈이.
게다가 그 영화를 전미를 넘어 전 세계에 유통해줄 배급사 또한 필요했다.
그랬기에 이런 제안을 감독들은 거절하지 못했다.
“미안하지만, 그건 곤란할 것 같군. 지금 바쁜 거 안 보이는가? 나중에 다시 찾아오도록 해.”
“으음.”
설마 거절당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해리가 침음성을 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것이었으면 애초에 오지도 않았다.
“그럼 촬영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그건 마음대로 해.”
얀센의 허락이 떨어지자 해리가 턱에 손을 괸 채 촬영 현장을 바라봤다.
‘도대체 누구지? 얀센이 아끼는 젊은 감독이?’
궁금했다.
지금까지 얀센의 제자라고 하면 크리스가 전부였다.
그리고 그 크리스는 뮤지션이지 영화 쪽 사람이 아니었다.
물론 지금 촬영장에서 기타를 들고 있긴 했지만.
‘어? 기타?’
크리스 말고도 기타를 들고 있는 사람이 더 있었다.
크리스만큼이나 키가 크고 꽤 잘생긴 동양인 청년 하나와 그의 가슴까지 올라오는 키를 가진 동양인 여자 하나.
해리의 눈이 빛났다.
‘새로 키우는 뮤지션들인가?’
크리스와 함께 섰다면 적어도 어중이떠중이는 아닐 것이다.
해리의 시선이 닿아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촬영은 시작되었다.
길게 늘어진 석양이 엘시노어 호수를 붉게 물들였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은 머리카락을 자연스럽게 흔들었다.
연주는 크리스의 스트로크로 시작되었다.
출렁이는 요트 위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것은 생소한 경험이었지만, 연주에 지장이 가는 것은 아니었다.
디링-
크리스의 기타 연주는 지는 석양에 너무나 잘 어울렸다.
석양을 오선지로 옮긴 뒤 그것을 다시 현으로 표현하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했다.
핸리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래서 싸고도는 거구나.’
이런 실력의 뮤지션이니 얀센이 크리스를 싸고도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동양인들의 연주. 게다가 그것은 연주에서 그치지 않았다.
동양인 청년과 소녀가 같이 부르는 노래는 단숨에 핸리의 머리를 뒤흔들어 놓았다.
‘잡아야 한다.’
신인이 분명했다.
하지만 저런 실력을 가진 신인이라면 무조건 뜬다.
‘대박이다.’
어떻게든 이걸 물어야 했다.
촬영이 끝나는 삼십 분 정도의 시간이 해리에게는 마치 삼십 시간 정도로 길게 느껴졌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드디어 고대하던 시간이 다가왔다. 해리가 급히 품에서 명함을 꺼내 촬영 현장을 향해 다가갔다.
“저는 워너의 해리라고 합···.”
쌩
데미얼에게 명함을 내밀던 해리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지금 이 상황이 옳은 상황인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헤드셋 주세요.”
해리를 무시한 채 녹음본을 듣기 위해 헤드셋을 끼는 데미얼을 해리가 노려봤다.
‘감독은 나중에 구워삶고···.’
입술을 깨문 해리가 이번에는 동양인 청년과 소녀에게 향했다.
“안녕하십니까. 제 이름은···.”
그런데 해리가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해리의 뒤에서 한 소년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서준이 형! 은지 누나! 고생했어요!”
“인영아! 고마워!”
이인영은 해리와 김서준 사이를 갈라놨다.
미간을 좁힌 해리가 김서준과 이은지에게 말을 걸기 위해 이인영의 앞으로 나가려는 순간.
누군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누구?”
“정식으로 투자받고 촬영 중인 영화에 침을 바르는 것은 어디서 배운 상도덕입니까?”
이일손 상무였다.
“연주가 너무 대단해서 이름이라도 알까 했을 뿐입니다.”
이일손의 덩치와 인상에 압도당한 해리가 말꼬리를 흐렸다.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그의 손에서 펄럭이고 있는 명함은 그의 말을 단숨에 거짓말로 만들었다.
‘지금은 물러간다.’
해리는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일손의 말대로 이 판에도 상도덕이라는 것은 있었으니까.
차로 돌아온 해리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당장 알아내! 저 감독의 이름도 알아내고 특히 저 아시아인 청년과 소녀의 이름도 알아내. 그리고 어떻게든 우리와 계약하게 만들어! 계약금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까 아끼지 말고!”
해리의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었지만, 해리는 개의치 않았다.
당장 김서준과 이은지 그리고 데미얼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모자란 놈. 푸하하. 백날 돈으로 유혹해봐라.”
삼신 그룹의 3세가 푼돈에 넘어갈 일도 없었거니와 이미 이은지는 김서준과 계약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얀센에게는 지금 해리의 모습이 너무 웃기게만 보였다.
그렇게 영화의 연주 장면 촬영이 모두 끝났다.
*
한국의 겨울은 춥기로 유명했다.
철원과 양구 같은 강원도 최전방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나 모스크바보다 더 낮은 수은주를 기록하기도 했으니 한국의 겨울이 얼마나 추운지는 더 말해봐야 입만 아팠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김서준은 오랜만에 다시 깨닫고 있었다.
미국으로 출발할 때는 이렇게까지 춥지 않았는데 어느새 한국은 한겨울이었다.
‘생각해보니···.’
과거로 돌아오고 나서는 처음 겪는 겨울이었다.
그리고 이 추위를 피부로 느끼고 나니 문득 걱정이 하나 들었다.
‘군대···.’
한국의 추위는 김서준이 전생에서 겪었던 군대 기억을 끄집어냈다.
“형! 짐 나왔어요.”
김서준이 생각에 잠겨있을 때 이인영이 김서준의 손을 잡아끌었다.
“어.”
찬 바람에 물들었는지 캐리어의 손잡이 역시 차가웠다.
“으으. 벌써 LA가 그리워지네요.”
이인영이 과장되게 몸을 바르르 떨었다.
짐을 찾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일행들도 짐을 찾아 나왔다.
“가시지요.”
드르르르륵
김서준이 캐리어를 끌고 입국장으로 나섰다. 캐리어 바퀴가 바닥에 끌리며 드르륵거렸다.
지잉
입국장의 문이 열렸을 때. 김서준을 비롯한 일행 모두는 소매를 들어 얼굴을 가려야 했다.
파바밧
파밧
찰칵 찰칵
입국장 문이 열리자 카메라 플래쉬가 터졌다.
“이게 뭐야?”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이인영이 미간을 찌푸렸다.
“김서준씨! 한국대학교에 수석입학한 김서준씨와 동일인이 맞습니까?”
“김서준씨가 삼신그룹 재벌 3세라는 말이 있는데 사실입니까?”
“김서준씨!”
기자들이 입국장에 가득했다. 그들은 김서준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카메라와 마이크를 앞으로 밀어 넣었다.
“그냥 가는 게 좋을 겁니다. 괜히 언론에 오를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야겠네요.”
아무 대답 없이 김서준이 입국장을 빠져나가자 뒤에서 기자들의 고함이 들려왔다.
“김서준씨! 한 마디 해주십시오!”
“김서준씨! 미국에는 왜 가신 겁니까?”
“김서준씨! 한국대학교에는 다니실 생각입니까?”
그중 몇몇은 이미 김서준을 한국대학교 수석 입학자로 단정 짓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날.
인터넷 뉴스는 김서준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가 되었다.
[슈퍼보이스 코리아 우승자 김서준씨 입국.] [한국대학교 수석입학자 김서준과 슈퍼보이스 코리아 우승자 김서준은 동일인인가?] [한국대학교 개인 신상정보는 확인해 줄 수 없다. 밝혀.] [삼신 그룹 역시 침묵으로 일관.] [이 시대가 낳은 천재? 아니면 돈으로 얼룩진 비리?]그렇게 대한민국은 한동안 김서준으로 인해 시끄러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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