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53
음악천재 재벌3세 53화
귀국한 이후로 김서준은 SJ 인베스트 사무실에서 머물렀다.
부모님이 있는 이태원으로 가고 싶었지만, 김서준을 졸졸 따라다니는 기자들 때문에 아직은 그럴 수 없었다.
당장 김서준이 언론의 앞으로 나서는 것 역시 그다지 현명한 행동이 아니었기도 하거니와, 그의 부모님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 역시 그다지 바람직하지는 않았다.
김건환 회장이 뒤에서 언론사들에게 압박을 넣었으니 조만간 기자들은 조용해질 것이었다.
덕분에 괜히 죽어 나가는 것은 사무실 직원들이었다.
“그동안 우리 없어서 행복했지?”
“실장님. 그럴 리가요. 저희도 여기에서 실장님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고 또 바랐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다.”
소영신이 직원들을 바라보며 씩 웃자 직원들은 알 수 없는 한기를 느껴야겠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소영신과 이소연의 얼굴은 과연 미국으로 떠나기 전과 같은 사람인지 의심될 정도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직원들의 얼굴이 소영신과 이소연의 그것을 닮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삼신 그룹의 법무팀이 일 처리를 꽤 도와줬음에도 불구하고 SJ 인베스트 자체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거리도 산더미였다.
소영신과 이소연이 사무실에 있는 모든 복합기를 돌려 자료를 뽑아내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직원들은 진지하게 사직을 고민했을 정도였다.
특히 안드로이드 얼라이언스 관련해서 처리해야 할 일거리가 많았기에 직원들은 퇴근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되었다.
*
“이놈아. 한국에 돌아왔으면 부모를 찾아뵌 다음에 할아버지에게 왔어야지.”
“죄송합니다. 기자들 때문에 운신이 쉽지 않네요.”
김서준은 귀국한지 일주일이 넘어서야 성북동의 김건환 회장을 찾았다.
“보고가 올라오더구나. 삼신을 중심으로 안드로이드 얼라이언스를 출범하게 되었다고 말이야.”
김건환 회장이 김서준을 지그시 바라봤다.
“네. 이번 일로 삼신은 세계 최고 중 하나로 우뚝 설 수 있을 겁니다.”
삼신 전자는 스마트폰 이전에도 매출 6조 원을 돌파하기는 했으나 이는 세계적인 그룹에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부족한 숫자였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기업의 전력을 투사한 뒤 안드로이드 진영의 선봉장이 된 이후로는 삼신 전자는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이 된다.
스마트폰 시장에 늦게 뛰어들었음에도 세계적인 초일류가 되었다.
만약 애플사가 그랬던 것처럼 세계적인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면?
삼신 전자가 전생의 애플처럼 되는 것도 꿈은 아니었다.
물론 애플사에는 잡스라는 걸출한 리더와 혁신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김서준이 있었다.
김서준은 잡스 사후 스마트폰 시장을 경험한 상태다.
결코, 꿈만은 아니었다.
“그거 듣기 좋은 소리구나. 그런데 듣기 좋은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소리다. 이번 일이 엎어져도 삼신은 큰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서준이 너는 다를 것이야. 빠르게 달리는 만큼 넘어졌을 때 상처도 큰 법이다.”
냉정하게도 들릴 수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김서준의 귀에는 그 말이 김서준 자신을 위해주는 말로 들렸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선물은 미리 줬지만 그래도 궁금한 것은 어쩔 수 없구나. 연구팀은 어디에 쓸 생각이냐?”
김건환 회장의 눈이 밝게 빛났다. 그렇지 않아도 김서준에게 묻고 싶어서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특허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출원할 수 있지만, 그것들이 모두 가치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정말 쓸만한 특허는 꽤 오랜 시간 비용과 인력을 들여 연구를 진행해야한다.
그랬기에 지금 김서준이 삼신 전자의 특허팀 중 하나를 데리고 간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건 결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확신에 찬 김서준의 말에 김건환 회장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김건환 회장이 보는 김서준은 참 이상했다.
평소 김건환 회장은 그의 앞에서 확신을 보이는 사람에게 믿음을 주지 않았다.
현대사회는 다변화 되었고 변수 또한 많은 곳이다.
이런 곳에서 확신을 가지는 사람은 두 가지 경우였다.
사기꾼이거나 아니면 세상을 바꿀 사람이거나.
‘사기꾼인 것인가 아니면 풍운아인가.’
지금까지는 풍운아의 모습을 보였다.
김건환 회장은 김서준이 계속 그 모습을 보이길 바랐다.
“아. 그나저나 이상한 이야기가 돌더구나.”
“이상한 이야기요?”
“지난 경영인의 밤에서 서준이 너와 STE 그룹 강가의 손주하고 내기했다면서?”
김건환 회장의 말을 듣고 나서야 기억났다.
그간 워낙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쯔쯔. 네가 질것 같지는 않다만 그렇다고 상대를 너무 무시하지는 말아라. 강가놈은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도 강가놈은 비지니스맨의 신화라 불리니까.”
“네. 알겠습니다.”
경영인의 밤 까지는 시간이 그렇게 오래 남지는 않았다.
김서준이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없었다.
강일수에게 질 자신이.
*
성북동 자택을 나선 김서준은 수원으로 향했다.
수원에는 삼신 전자의 R&D 센터를 비롯해 꽤 많은 사업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번에 김건환 회장이 김서준 밑으로 소속을 바꿔준 특허개발팀 역시 수원사업장에 있었다.
“소실장님.”
“예.”
“무슨 일 있으세요? 표정이 안 좋으시네요.”
김서준의 말에 소영신은 속에서 무언가 울컥하는 기분을 느꼈다.
“아···. 아닙니다. 그런데 대표님.”
“예?”
“이 연구원들 역시 SJ 소속으로 오는 겁니까? 그렇다면 사무실이 너무 작은데···.”
사실 사무실이 작다기보다는 소영신이 관리할 수 있는 인원의 한계를 넘어섰다.
지금 하는 일만 하더라도 소영신은 벅찼다.
퇴근은 언제 했는지, 혼자 사는 집 밥통에 곰팡이가 피었는지 아니면 막걸리가 생겼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건 아닙니다. 제 소속으로 돼 있는 것은 맞지만 당분간 삼신에서 그들의 고용을 유지할 겁니다.”
“그렇군요.”
소영신이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삼신 전자의 R&D 개발 3팀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이거 우리 정리해고 대상으로 결정된 거 아닙니까?”
“그랬으면 벌써 연락이 왔겠지.”
어느 날 갑자기 3팀에 공문이 내려왔다.
개발 3팀은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업무 대기할 것.
그 공문을 본 연구원들은 표정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연구개발팀에게 모든 업무를 중단하라는 경우는 딱 두 가지였다.
하나는 다른 거대 프로젝트에 팀을 투입하기 위해서.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정리해고 대상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모두 기대를 했다. 삼신 전자가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한다는 정보는 이미 연구원들 사이에서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감은 커졌다.
프로젝트에 참여할 연구팀들은 이미 선정이 완료되었고 그사이에 개발 3팀은 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아. 이 나이에 나가서 뭐하지?”
“요즘 중국이 뜨겁다는데 중국으로 가야 할 까봐요.”
“아서라. 중국에서 기술만 뽑아 먹히고 팽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하아.”
당장은 인사 관련 공문이 따로 내려오지는 않았기에 출근은 하고 있었으나 불안한 마음은 가시질 않았다.
그러던 그들에게 드디어 연락이 왔다.
[공고 – 개발 3팀은 별도 공고가 있을 때까지 SJ 인베스트로 파견. 단 근무지, 봉급 등은 삼신의 내규를 따름.]공문이 도착함과 동시에 개발 3팀의 전화도 울려대기 시작했다.
“회장님의 손자가 방문한다는데?”
“손자 누가요? 여기에 무슨 볼일이 있다고. 방학 숙제라도 하나?”
연구원들이 의문을 제기할 때 개발 3팀 팀장 고요한이 앞으로 나섰다.
“너희도 들어본 적 있을걸? 이번에 수능 만점 맞고 한국대학교 수석으로 입학한 사람. 그 사람이 회장님 손자야.”
고요한의 말에 팀원들이 깜짝 놀랐다.
“진짜 그 사람 아니 그 김서준이 회장님 손자가 맞아요? 소문이 아니라?”
삼신 그룹에는 김서준에 대한 소문이 꽤 퍼져 있었다.
김건환 회장에게 숨겨둔 손자가 있다더라.
그리고 그 손자가 수능에서 만점을 맞고 한국대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한다더라.
하지만 아무도 소문을 확인해주지 않았기에 그냥 그런 이야기가 있는가 보다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면 그 손자가 여긴 왜 온대요? 그리고 SJ 인베스트는 뭐고?”
“그건 와서 설명해주겠지.”
고요한의 말이 끝났을 때.
개발 3팀의 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SJ 인베스트의 대표 김서준입니다.”
“헉! 김서준.”
김서준의 얼굴을 본 몇 연구원이 큰 숨을 들이쉬었다.
TV에서나 보던 얼굴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
잠깐의 소란이 지나간 이후 연구원들은 속으로 연신 대박이라는 소리만 내뱉으며 김서준의 얼굴만 바라봤다.
‘슈퍼보이스 코리아 우승자가 회장님 손자였다니···.’
‘이게 바로 문무겸전인가?’
“당분간 여러분은 제 밑에서 일을 하게 될 겁니다. 연봉은 삼신의 내규대로 받되 인센티브는 SJ 인베스트의 규정으로 드릴 겁니다.”
“SJ 인베스트는 뭐 하는 회사입니까? 그리고 우리가 그곳에서 할 일은 무엇입니까? 전달받은 사항이 없으니 팀원들의 불안감이 큽니다.”
고요한이 앞으로 나섰다.
복지부동을 좋아하는 연구원들의 특성상 자신이 아니면 이런 질문을 던질 사람이 없었다.
“지금부터 개발 3팀은 스마트폰의 핵심 특허를 개발할 겁니다.”
웅성웅성
연구원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핵심 특허라는 것은 그렇게 쉽게 개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관련 기술이 쌓여야 하고 여러 분야에서 협력이 이루어져야만 개발할 수 있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정말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여러분은 제가 주는 과제들만 수행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결과물이 마땅치 않더라도 인사고과에 불이익은 없을겁니다.”
물이 흐르는 것처럼, 미리 준비라도 한 것 같은 김서준의 대답에 고요한은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대답만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수많은 연구원의 앞에 서 있는 자세 역시 당당하고 자연스러웠다.
‘아직 미성년이라고 들었는데···.’
이건 누가 시킨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타고 나는 것이다.
지금 김서준의 모습에서 그 누구도 그의 나이를 머릿속에 떠올리지 못했다.
“여러분들이 첫 번째로 개발해야 할 기술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연구원들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김서준이 소영신을 향해 손짓했다.
“컨셉입니다.”
연구원들은 소영신이 나누어준 서류를 받았다.
그리고 그것을 보며 연구원들은 미간을 좁혔다.
“다기능 휴대용 단말기 정전식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에 관한 특허.”
스마트폰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특허 중 하나였다.
지금은 감압식 터치가 대세였지만, 미래에는 특수목적을 위한 기기가 아닌 대부분의 스마트 기기가 정전식 터치로 바뀌게 된다.
전생에서도 2007년 상반기에 애플이 특허를 등록했고 이는 후에 삼신과 다른 안드로이드 진영의 발목을 잡게 되었다.
“저···.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하시지요.”
“정전식 터치패널에 관한 논문은 2005년에 나온 최신 연구입니다. 제 연구 분야와 겹치는 곳이 있어 분석해본 결과 정전식 터치는 아직 감압식보다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굳이 감압식을 두고 정전식을 만드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질문은 합당했다.
실제로 저런 이유로 꽤 오랫동안 정전식보다 감압식을 선택하는 회사가 많았다.
하지만 스마트폰에는 꼭 들어가야 할 요소가 있다.
바로 멀티터치.
감압식 터치로는 멀티터치를 구현하기가 힘들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백번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만들어보는 것이 좋겠지요. 돈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개발 3팀의 연구개발비에 제한은 없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정전식 터치 스크린의 시제품을 만들어주세요. 그 뒤에 감압식 스크
린과 비교를 하겠습니다.”
김서준의 말에 연구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만들고 나면 김서준이 옳은지 아니면 연구원의 반대의견이 옳은지 판단이 설 것이었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