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54
음악천재 재벌3세 54화
“일수야. 김서준 한국에 들어왔다더라.”
“퉤. 그 새끼가 한국에 들어오든지 말든지 나하고 뭔 상관이야?”
서울 외곽에 있는 그들의 아지트에서는 아직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술과 담배가 테이블에 널려 있었다.
강일수는 김서준이 국내로 들어왔다는 말에 맥주를 그대로 끝까지 들이켰다.
꿀꺽꿀꺽
“캬. 내가 이래서 맥주를 마신다니까? 꺼억.”
시원하게 트름까지 하고난 강일수가 쇼파에 몸을 턱하고 기대었다.
“일수야. 지난번 경영인의 밤에서 김서준하고 내기했잖아.”
그 말을 들은 강일수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500만원으로 누가 더 많은 돈을 버나?”
“어. 그거 안 할 거야? 거기서 지는 사람이 다음 경영인의 밤에서 정중하게 패배를 인정하기로 했잖아.”
콰득
강일수가 손에 들려 있던 맥주캔을 움켜쥐었다.
“내가 질 것 같아? 김서준 그놈은 할아버지를 잘 만나서 운이 좋아 뜬 케이스야. 나도 운이 좀만 좋았다면 지금 STE 계열사 중 반절은 내 손에 들어와 있을걸.”
강일수가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취기가 오른 탓일까?
강일수는 김서준에게 더욱 적의가 타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재벌가에서는 김서준을 좀 보고 배우라며 제 아들이나 손주들을 혼내는 풍경이 이제 어색하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제기랄.”
강일수는 욕을 뱉을 수밖에 없었다. 김서준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미국 사립 고등학교로 유학을 가서 신나게 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서준 교육 열풍이 재벌가 사이에서 부는 탓에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도 그를 한국대에 보내겠다고 했다.
‘그놈의 한국대 별것도 아닌데 왜 난리야.’
한국대가 한국에서는 최고로 꼽히지만 세계 유명대학에 비교하면 끗발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해외 유명 대학에 갈 수 있다면 가는 게 나은데 왜 굳이 한국대에 목을 매는 것인지 강일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모두 모여봐.”
결국 강일수는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번 내기에서 김서준을 꺾은 다음 당당하게 해외로 나가기로 한 것이다.
‘500만 원으로 누가 더 많은 돈을 버냐고? 날 무시한 내기겠다.’
강일수는 돈을 쉽게 벌 수 있다고 여겼다.
게다가 김서준은 꼴에 여러 활동을 한다고 바쁘게 움직이는 상황이다.
자신이 이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강일수의 마음을 가득 채웠다.
*
개발 3팀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처음에는 이게 무언가 싶어서 서로 눈치만 보던 연구원들이었지만, 고용 보장과 함께 막대한 인센티브가 약속되고 또 실제로 지급되자 서로 연구를 더 하기 위해 안달이었다.
“평소에는 야근이라면 학을 떼던 사람들이 어쩐 일이야?”
“그건 시켜서 하는 거고 이건 자발적으로 하는 거니까요.”
김서준은 개발 3팀에 인센티브를 아끼지 않았다.
게다가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하는 연구도 아니었다. 확실하고 간단한 연구과제였던 터라 연구하기도 편했다.
“자! 모여 오늘 드디어 정전식 터치패널 검증이다.”
개발 3팀장 고요한이 연구원들을 불러 모았다.
그동안 논문에 불과했던 정전식 터치패널을 구현하고자 연구원들이 밤을 지새웠다.
단순히 터치패널만 개발한 것이 아니라 터치패널을 사용할 수 있게 기존의 PDA를 개조한 상태였다.
“오셨습니까?”
시제품들이 준비되었을 때 김서준도 개발 3팀에 도착했다.
“짧은 시간에 벌써 마치시다니 역시 개발 3팀입니다.”
“과찬이십니다. 모두 동기부여가 확실하니 더욱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김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몇몇 기업주들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내 기업인 것처럼 열심히 일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디 그것이 어불성설이었다.
내 것이 아닌데 어떻게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김서준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직원들을 움직이는 것은 주인의식이 아니라 ‘돈’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들이 평소 받던 인센티브의 수 배에 달하는 돈은 자율적인 야근을 만들어 냈고 빠른 성과는 덤이었다.
“그럼 한번 시험에 봅시다. 정전식이 유리한지 감압식이 유리한지 말입니다.”
개발 3팀장 고요한이 PDA의 전원을 켰다.
긴 로딩 시간이 끝나고 PDA의 시작화면이 나타났다.
김서준은 먼저 정전식 터치패널이 탑재된 PDA를 이리저리 작동시켜봤다.
전생에서 느꼈던 스마트폰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터치감이었지만, 그래도 감압식에 비하면 훨씬 나았다.
“여러분도 만져 보시지요.”
연구원들이 감압식과 정전식을 비교해가며 PDA를 작동시켰다.
“음. 훨씬 손이 덜 피로하네요.”
“터치 오류가 많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적네요? 게다가 미래기술 같아 보여요.”
연구원들의 평은 만장일치였다. 감압식보다는 정전식 터치 스크린이 편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구현되었습니까?”
“멀티터치 말씀이시라면 구현이 되었습니다.”
고요한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신 거지?’
처음 멀티 터치에 관한 컨셉을 받았을 때 고요한은 깜짝 놀랐다.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였지만, 터치스크린이라면 아주 유용할 아이디어였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는 감압식 터치에서는 힘들고 오직 정전식에서만 가능했다.
“집중해주시기 바랍니다.”
PDA 화면에는 작은 사진이 하나 디스플레이 되고 있었다.
“이 사진이 뭔지 아시는 분?”
사진이 너무 작았기에 손을 드는 연구원은 없었다.
“이 작은 사진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진을 확대해야 합니다.”
너무 당연한 질문이었기에 대답을 망설인 연구원은 없었다.
“맞습니다. 그럼 확대를 하기 위해서는요?”
“옆에 돋보기 모양의 아이콘을 누르시면 됩니다.”
당연한 것을 왜 묻냐는 표정이었다.
김서준이 돋보기 모양의 확대 버튼을 누르자 사진은 사진 중앙부가 확대되었다.
“저는 이 사람이 손에 든 것이 뭔지 보고 싶습니다.’
“그러면 스크롤을 통해 확대 위치를 옮기면 됩니다.”
“불편하군요.”
김서준이 감압식 PDA를 내려놓고 정전식 PDA를 들었다.
“그럼 이건 어떻게 할까요?”
“그야 똑같이···.”
연구원 하나가 대답할 때. 김서준이 손가락으로 사진 속 사람의 손을 손가락으로 폈다.
“오오.”
그 모습에 연구원들이 탄성을 내뱉었다. 언뜻 보면 이게 왜? 라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지금 사진을 확대하는 행위가 돋보기를 누르고 스크롤을 움직이는 복잡한 행위에서 단순히 손가락으로 사진을 핀치 투 줌 하는 간단한 행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역시 연구원들이라 이해가 빠르네.’
어떤 결과를 도출하는 데 있어서 몇 단계를 줄이는 것은 힘들다는 것을 연구원들은 잘 이해하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직접 써 보신 결과 정전식이 멀티터치 인터페이스가 편한지 아니면 감압식이 편하신지요?”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감압식도 분명 장점은 있었으나 상용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정전식 멀티 터치가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팀장님.”
“정전식 멀티터치와 핀치 투 줌을 비롯한 지난번에 드렸던 컨셉에 있는 모든 아이디어를 특허 등록해주세요. 국내뿐 아니라 미국은 물론 유럽에도 동시에 진행해야 합니다.”
“아···. 알겠습니다.”
고요한이 고개를 끄덕였을 때. 소영신이 다시 두둑한 서류를 연구원들 앞에 내려놓았다.
“다음 연구과제는 이것입니다. 이 컨셉들을 특허등록할 수 있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김서준이 개발 3팀에서 나가자 연구원들은 그제야 자세를 풀며 긴 숨을 내뱉었다.
“와. 이거 진짜 신기하네. 팀장님은 알고 계셨어요?”
“코딩은 내가 했는데, 컨셉은 저분이 주셨지.”
연구원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데? 이거 감압식에서는 작동할 수 없는 방식이잖아요.”
“그러니까. 이쪽 분야의 연구원도 아닌 사람이 아니 연구원이 뭐야 이쪽 분야의 학부 과정도 안 거친 사람이 정전식 터치패널에 관한 연구를 알고 있는 것도 놀라운데 그 터치패널을 활용할 방법까지 제시하다니 말이야.”
고요한도 혀를 내두르며 김서준이 놓고 간 서류를 집어 들었다.
“과연 이번에는 뭘까?”
궁금했다.
“둥근 모서리의 디자인과 밀어서 잠금 해제?”
처음 듣는 단어에 고요한이 고개를 갸웃했다.
*
수원을 떠나 서울로 올라오는 고속도로에서.
김서준은 생각에 잠겼다.
‘몇 달 안 남았네.’
김건환 회장과 소영신이 아니었다면, 잊고 있었을 것이다.
STE 그룹의 3세 강일수의 내기.
사실 별거 아니었다. 강일수의 기를 죽여놓기 위해 한 내기였다.
김건환 회장이 김서준에게 내기를 상기 시켜준 것 외에도 소영신도 김서준에게 정보를 줬다.
‘요즘 STE의 강일수가 김서준을 이기겠다며 무언갈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입니다.’
그 정보를 들은 김서준은 고민에 잠겼다.
‘과연 강일수가 500만 원으로 무엇을 할까?’
STE의 회장은 비즈니스 맨의 신화라 불리는 사람이었다.
비즈니스 맨으로 시작해서 결국 대기업인 STE를 일궈냈으니 그 수완은 말하지 않더라도 대단했다.
그 수완을 강일수가 물려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곧 찾아올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STE가 파산할 때도 강일수는 보이지 않았고 그 이후에도 강일수는 재계에 등장하지 못했다.
강일수가 사업적 수완이 있었으면 어떻게든 다시 기어 올라왔을 것이다.
‘그래도 할아버지 자존심을 한 번 더 세워드리는 게 좋겠어.’
요즘 재벌가들 사이에서 자식, 손주 자랑이 인기라고 했다.
이미 김건환 회장이 가장 자랑거리가 많긴 했지만, 그래도 경영인의 밤에서 새롭게 기를 세워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소실장님.”
“네.”
“연습실로 가주세요.”
좋은 생각이 들었다.
자본금 500으로 시작할 수 있는 사업.
김서준의 머릿속에 아주 적절한 사업이 떠올랐다.
*
“은지야.”
“어! 서준아.”
한결같이 연습실에서 연습하던 이은지는 김서준을 반갑게 맞았다.
“왜 이렇게 보기가 힘들어?”
“좀 바빴네.”
연습실에는 종이가 뭉텅이로 쌓여 있었다.
종이 뭉텅이로 다가간 김서준이 종이를 들고 살펴봤다.
“자작곡이네?”
제목도 가사도 적혀 있지 않은 노래들. 언뜻 보기에도 이은지가 직접 작곡한 곡임이 분명했다.
얼굴을 살짝 붉힌 이은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에서 느낀 것이 있어서.”
‘역시···.’
이은지 역시 천재는 천재였다. 짧다면 짧은 몇 달의 미국행이었지만, 이미 그녀의 음악 수준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이 속도라면 아마 전생에서 얻었던 인기보다 더욱 큰 인기를 더 이른 시간에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은지야 나 좀 도와줘.”
“어?”
갑작스러운 도움 요청에 이은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까지 김서준이 그녀에게 도움을 청한 적은 없었다.
“뭐든 맡겨줘!”
가슴을 탕탕 친 이은지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뭔가 갚아줄 수 있다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이은지였다.
이은지가 가슴을 탕탕 두드리고 있을 때. 김서준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소영신입니다. 말씀하신 부분은 구매 완료했습니다.]“알겠습니다. 그럼 그곳으로 옮겨주세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전화가 마무리되자 이은지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뭐야? 무슨 일 하는 거야?”
“은지야. 기타 챙겨. 가자.”
기타를 챙기라는 말에 이은지가 서둘러 기타를 둘러맸다.
“돈 벌러 가자.”
그렇게 김서준과 이은지가 연습실을 나섰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