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55
음악천재 재벌3세 55화
철근도 씹어 먹을 나이.
한창 성장기에 있는 중고등학생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급식을 먹어도 돌아서면 배고픈 학생들은 포만감을 찾아 쉬는 시간이면 담을 넘는 것이 일상이었다.
이는 매점이 있는 학교의 학생들이라고 다를 것은 없었다.
어른들의 사정을 보여주려는 듯 매점에는 그다지 학생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 식품들이 대다수였기에 학생들은 매점 외에도 밖으로 자주 나왔다.
“애들아! 편의점 가자. 오늘 급식 완전 맛없었잖아.”
여고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학교를 빠져나왔다.
오늘은 여고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메뉴 TOP3에 꼽히는 조기구이가 나오는 날이었다.
먹잘 것 없는 조기구이에 여고생들이 만족할 리 없었다.
“어? 저거 뭐야?”
편의점으로 향하던 여고생들의 눈에 오전까지 없었던 것이 보였다.
“포장마차?”
작은 포장마차와 테이블과 의자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오. 대박. 애들아. 애들아!”
먼저 그것을 발견한 여고생 하나가 친구들의 팔을 때리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아! 왜! 아파!”
“저기 봐. 저기. 개 잘생겼어.”
잘생겼다는 말에 여고생들의 눈이 포장마차를 향했다.
“마스크 좀 벗었으면 좋겠다.”
“가볼까? 음식 파는 거 같은데?”
“그래그래!”
여고생들은 겸사겸사해서 포장마차로 다가가 앞에 서 있는 배너에 써진 메뉴를 읽었다.
“밥버거?”
“햄버거 같은 건가?”
여고생들은 잠시 망설였으나 실패해도 좋을 정도로 저렴한 금액이었기 때문에 이내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게다가 그녀들은 사장의 얼굴이 더욱 궁금했다.
“어서 오세요!”
“아···. 안녕하세요. 여기 뭐가 제일 맛있어요?”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여고생들의 눈빛이 사장을 향했다.
“밥버거 먹어봤어요?”
“아니요! 처음이에요.”
“처음이면 참치김치 어때요? 가장 무난한 조합인데.”
“좋아요!”
여고생들의 눈은 사장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먹고 갈 거예요? 아니면 테이크 아웃?”
“테···. 테이크 아웃이요.”
사장의 질문에 여고생들의 얼굴이 붉어졌다.
“목소리도 개 좋아. 아. 마스크 벗었으면 좋겠다.”
여고생들이 얼굴을 붉히고 있을 때 밥버거가 다 만들어졌다.
“여기 밥버거 3개 나왔습니다.”
“네!”
여고생들이 후다닥 달려가서 플라스틱 접시와 함께 밥버거를 받았다.
은박지에 쌓여있는 밥버거에서는 허기를 자극하는 냄새가 흘러나왔다.
“이거 어떻게 먹는 거지? 햄버거처럼 먹어도 되나?”
여고생들은 처음 보는 음식을 어떻게 먹는지 몰라 멀뚱멀뚱 바라만 봤다.
그 모습을 본 사장이 여고생들에게 다가왔다.
“먼저 두 손으로 밥버거를 이렇게 꾹 눌러주세요.”
초롱초롱 눈을 빛내는 여고생들은 사장이 시범을 보이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그리고 포장지를 벗긴 다음에 숟가락으로 먹으면 됩니다.”
“와! 감사합니다.”
밥버거는 새로운 아이템은 아니었다. 이미 노량진과 같은 수험생들이 모이는 곳에는 ‘컵밥’이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아이템이 팔리고 있었다.
하지만 컵에 담기지 않고 은박지에 담겨 나오는 밥버거는 유사하면서도 다른 경험을 주었다.
“우와. 잘 먹겠습니다!”
여고생들이 숟가락으로 밥버거를 한입 떠서 입에 넣었다.
“앗?”
익숙한 조합. 참치김치는 웬만해서는 실패하지 않는 조합이었다.
게다가 참기름과 김 가루가 더해진 밥버거의 맛은 여고생들의 혓바닥을 단숨에 매료시켰다.
서로 말을 나눌 틈도 없이 여고생들은 밥버거를 단숨에 비워냈다.
*
얼마 후부터 급양 사들이 사용하는 인트라넷 게시판에 이상한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요즘 학생들의 잔반 배출이 늘었네요.] [우리 학교도 잔반 배출이 많이 늘었습니다. 이유를 모르겠네요. 급식이 달라진 것은 없는데···.] [우리 학교도 그래요.] [어? 그러고 보니 다 근방의 학교들인데···.]급양사들은 잔반 배출이 늘어난 이유를 알지 못했기에 연신 인트라넷에 한숨 섞인 푸념만을 늘어놨다.
*
“사장님! 저희 또 왔어요!”
밥버거 포장마차에는 날이 갈수록 학생들이 몰렸다.
“왔어? 오늘은 뭐 줄까?”
“사장님!”
“누나! 안녕하세요!”
여고생들은 사장과 좀 더 긴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몰려드는 손님 때문에 대화를 이어나갈 수 없었다.
결국, 옆으로 밀려난 여고생들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서준아. 사람들이 너무 많이 기다리는데?”
“당장 회전 속도를 빠르게 할 수는 없는데···.”
이마에 맺힌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낸 김서준이 허리를 폈다.
포장마차에서 밥버거를 팔기 시작한 지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하나둘 오던 사람들이 어느새 길게 줄을 설 정도로 늘어났다.
밥버거를 만드는 일이 손이 많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으나,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릴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온 손님들을 돌려보낼 수도 없었다.
“은지야. 노래 좀 해야겠다.”
“노래?”
“어. 손님들이 떠나지 않게 하려면 뭔가 유인책이 있어야지.”
이은지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치마를 벗었다.
김서준이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이유는 알고 있었다.
다른 재벌 3세와의 내기.
투자를 받는 것이 금지되며 자본금 500으로 최대한 많은 수익을 내는 쪽이 이기는 내기.
기타를 들고나온 이은지가 살짝 미간을 좁혔다.
처음에는 김서준이 장사를 하자고 했을 때 얼마 안 가 망할 것으로 생각했다.
김서준이 재벌 3세고 투자의 귀재라는 것과 여러 사업을 섭렵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 이렇게 작은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그녀의 어머니가 어렸을 적 포장마차를 운영했기에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예상은 단 이틀 차에 산산이 부서졌다.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 김서준이 운영하는 밥버거 포장마차에는 학생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왜지?’
이은지는 모르고 있었지만 김서준이 포장마차를 차린 곳은 대학교와 고등학교 그리고 중학교는 물론이고 학원가까지 인접해 있는 장소였다.
게다가 가게가 들어설 수 없는 공간에 차려졌기 때문에 다른 가게와도 경쟁하지 않는 그야말로 밥버거를 위한 장소였다.
게다가 오늘부터는 사람들이 너무 몰려 줄까지 서기 시작했다.
“기다리기 지루하실 테니 노래 한 곡 뽑겠습니다.”
“오오!”
손님들은 이은지가 기타를 들고나오자 기대에 찬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시작된 연주.
부드러운 기타 연주가 시작됨과 동시에 이은지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울렸다.
“우와.”
밥버거를 기다리던 손님들은 자신이 무얼 기다리고 있는지도 잊은 채 이은지의 노래에 집중했다.
그렇게 밥버거 포장마차는 계속해서 손님들을 끌어들였다.
*
“500만 원이라···. 500만 원으로 뭘 하면 좋지?”
강일수는 머리를 굴려봐도 도저히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투자를 받아서 시작하는 건 안 된다고 했고. 500으로 주식을 해봐야 수익률이 얼마 나지도 않을 것이고···.”
고민이었다.
자신있게 말하긴 했으나, 도대체 500이라는 푼돈으로 뭘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왕 할거 일억으로 하자고 할 걸 그랬나?”
일억이면 그래도 뭔가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500으로 약속을 하였기에 지금와서 돈을 올리자고 할 수 도 없는 노릇이었다.
강일수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그의 패거리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김서준만 500만원이라고 생각하면 되는거 아니야?”
“뭐?”
미간을 좁히면서도 강일수는 말을 한 패거리를 바라봤다.
“일수 네가 쓴 돈을 500만 원이라고 알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그건 그렇지.”
강일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수준을 이기는 것이 중요했지 과정은 강일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내게 좋은 방법이 있는데···.”
“뭔데?”
강일수의 눈이 빛났다.
이번에 경영인의 밤에서 김서준에게 모욕을 줄 수만 있다면 그의 가치가 더 올라갈 것이라 믿었다.
매일같이 자신을 김서준과 비교하며 구박을 일삼는 아버지에게 뭔가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
*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세금 문제는 잘 해결해 주세요. 절대 절세나 탈세는 안 됩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 역시 중요합니다.”
“물론입니다. 대표님.”
김서준과 이은지는 장사를 마무리 짓고 소영신의 차로 퇴근했다.
“강일수에 대한 정보는 좀 있습니까? 강일수 성격에 절대 공정한 싸움을 하지 않으려고 할 겁니다.”
김서준의 말에 소영신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알고 계셨군요. 그렇지 않아도 정보가 있긴 합니다.”
소영신의 표정을 본 김서준은 대충 짐작은 갔다.
비열한 놈들은 절대 정상적으로 승부를 보지 않는다.
분명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뭡니까? 강일수가 준비하는 게?”
“아직 일이 진행되지는 않아 정확한 파악은 힘들지만, 돈을 세탁하는 자들과 접촉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돈세탁이라···.”
돈세탁이라는 말에 김서준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전생에서 김서준은 돈세탁을 하는 자들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
원래 더러운 일을 하려면 더러운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을 쓰려면 세탁을 거쳐야 했다.
그랬기에 그들이 쓰는 방법은 김서준의 머리에 빠삭하게 들어 있었다.
“일단 정보를 계속 수집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
“이게 도대체 뭐야? 요즘 매출이 왜 이렇게 줄었어?”
“요즘 학생들이 통 오질 않아요.”
“학생들이? 학생들이 왜? 학교 문 닫았어?”
상인회에 모인 상인들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니! 학생들이 요즘 그 이상한 포장마차로 몰려간다니까요? 대학생들은 물론이고 중고등학생들도 간식 대신 그 밥버거인지 밥 샌드위치인지 그걸 사 먹는데요.”
“뭐? 포장마차?”
상인회장이 미간을 좁혔다.
‘냄새가 난다.’
상인회장은 돈 냄새를 맡았다. 지금까지 이런 일이 가끔 있었다.
좋은 아이템을 들고 골목 상권에 뛰어들어 꽤 좋은 성과를 내는 사람들.
다른 상인들은 그들이 나타날 때마다 한숨을 쉬었지만, 상인회장은 아니었다.
상인회장의 눈에 그들이 돈줄로 보였다.
내심 웃음을 지은 상인회장이 얼굴에는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해결하겠습니다.”
“아이고! 회장님. 당연히 회장님이 해결해 주시면 좋지요.”
상인들이 상인회장의 팔을 붙잡으며 연신 떠들어댔다.
“흠흠. 그럼 제가 업무 착수비로 상인회비 좀 쓰겠습니다. 이게 요즘 돈 없이는 공무원들을 움직일 수 없어서요.”
“아이고. 당연하지요. 이럴 때 쓰라고 걷은 상인회비 아닙니까?”
상인회비를 쓴다는 말에 몇몇 상인들이 앞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이미 상인회장에게 콩고물을 받아먹었던 바람잡이들이 선수를 쳤다.
결국,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던 상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이 밝기가 무섭게 상인회장은 논란이 된 포장마차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공무원은 무슨. 요즘 공무원들 움직이려면 한 두 푼으로 되는 줄 알아?’
물론 이미 유착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구청 공무원들을 움직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들을 움직이려면 돈이 들었다.
상인회장은 자신의 손으로 해결하고 그 돈을 착복하기로 마음먹었다.
“뭐 저렇게 사람이 많아? 아침인데?”
포장마차에 도착한 상인회장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출근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포장마차에는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밥버거를 사 가고 있었다.
“꽤 좋은데?”
문득 상인회장은 저 사업을 자신이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드는 상인회장.
당장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상인회장은 먼발치에서 포장마차를 계속 바라봤다.
그리고 이내 사람들의 줄이 사라졌을 때.
상인회장은 보무도 당당하게 포장마차를 향해 걸어갔다.
“어서 오세요.”
“크흠. 나는 이 일대 상인회의 상인회장일세. 자네가 사장인가?”
약간은 불편한 얼굴로.
상인회장이 말을 꺼냈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