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56
음악천재 재벌3세 56화
“자네 지금 여기 허락 맡고 장사하는 건가?”
상인회장이 짐짓 엄한 목소리로 김서준에게 말했다.
“네. 구청에 신고했습니다. 문제 있습니까?”
당당한 김서준의 태도에 상인회장의 검미가 꿈틀했다.
“구청에 신고만 하면 끝나나? 여기 점포 열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어디 돈이 남아돌아서 월세 내고 공정하게 장사하는 줄 알아?”
상인회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지.’
상인회장은 오랜 경험상 이런 일에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원하는 게 뭡니까?”
법적 하자가 없는 곳에 와서 소란을 떤다면 분명 원하는 것이 있다.
“흠흠. 원하는 것이라니? 다만 여기서 장사하면 다른 상인들에게 방해가 되니 위치를 옮기란 말일세.”
상인회장의 말에서 김서준은 단박에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말로만 들었는데 사실이네.’
전생에서부터 상인회의 횡포는 말로는 많이 들었다.
전생에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김서준의 부모님도 주변 상인회에서 걷어가는 발전기금 등으로 골치를 앓았다는 소리를 들었다.
괜히 여기서 실랑이해봐야 상인회장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알았으니 그만 가시지요. 말씀하시는 바가 뭔지 충분히 알아들었습니다.”
“흠흠. 젊은이답게 머리가 잘 돌아가는구먼. 나는 저기 고깃집 사장이니까 이야기할 것 있으면 그곳으로 오면 되네.”
상인회장은 김서준이 알아들은 것 같자 짐짓 엄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돌렸다.
“세상이 서로 돕고 살기에 세상 아니겠나?”
상인회장이 사라지고 나자 김서준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소실장님. 잠시 와주셔야겠습니다.”
소영신은 김서준이 부르자 급히 포장마차로 왔다.
“대표님. 무슨 일이십니까?”
“소실장님. 해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보통 일이 있으면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했던 터라 갑자기 포장마차 앞에서 업무지시를 하는 것이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이라는 것이 갑자기 생각날 수도 있기에 소영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근방에 상인회가 하나 있을 겁니다.”
“네. 그러겠지요. 상인회가 없는 곳은 없으니까요.”
“그 상인회가 입주해 있는 건물, 특히 상인회장이 입주한 건물을 알아보세요. 그리고 혹시 건물 매매가 가능하다면 바로 확보하도록 하세요.”
“건물을요?”
소영신이 되물었다. 지금까지 김서준이 많은 분야에 투자했지만, 건물과 같은 부동산에는 투자하지 않았다.
“네. 그리고 전략기획실에 연락해서 세무부처에 부탁을 넣을 수 있는지도 알아봐 주세요. 구청 위생과에도 연락을 넣어주시고요.”
세무 이야기까지 나오자 소영신은 김서준이 왜 이런 지시를 내리는지 이해를 했다.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대표님.”
소영신의 눈이 살짝 떨렸다. 과연 누가 겁도 없이 김서준의 포장마차를 건드렸는지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다.
‘신종 자살방법인가?’
속으로 그 말을 되뇐 소영신이 주변의 부동산으로 향했다.
*
“회장님. 어떻게? 잘 되었어요?”
“그럼! 내가 누군가? 잘 알아듣게 타이르고 왔지. 아마 조만간 자리를 뺄 거야.”
상인회 사람들은 상인회장의 말에 연신 손뼉을 치며 화색을 지었다.
“그 자리에서 내가 그거 할까 봐. 그거 한 번 사 먹어봤는데 나도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어허! 지금 대의를 위해서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왔는지 아시는가? 근데 또 거기서 장사를 하겠다고?”
“에이! 말이 그렇다는 거지요. 그리고 거기서 장사하면 나 혼자 좋자고 하는 건가? 다 상인회의 발전을 위해서 응? 다 그러는 거지.”
상인회 사람들의 눈이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이미 잘 팔리는 아이템과 위치를 알았으니 누가 들어가도 돈을 긁어모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상인회장에게 뒷돈을 좀 찔러 주더라도 거기서 밥버거를 팔면 충분히 남는 장사였다.
따르릉-
그때 상인회장의 핸드폰이 요란한 벨 소리와 함께 울렸다.
“네. 여보세요. 상인회장입니다. 아! 네. 네. 아 그렇습니까?”
상인회장이 심각한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
“무슨 일이래요?”
상인회장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하자 다른 상인들이 고개를 들이밀며 물었다.
“우리 상인회가 있는 건물이 팔릴 수도 있다는구먼.”
몇몇 상인들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대부분 상인회장에게 알랑방귀를 뀌며 붙어 다니던 상인들이었다.
“팔리면 보증금이랑 권리금은 챙겨 주겠지요?”
“당연히 그래야지. 다 우리 돈 아닌가?”
상인들의 웅성거림이 커졌다.
그 웅성거림을 들으며 상인회장은 알 수 없는 한기를 느꼈다.
*
“일수야! 일수야!”
“알아봤어?”
“어! 이거면 김서준도 꼼짝도 못할 거다.”
강일수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근데 1억이 아니라 5억인데 괜찮겠어?”
강일수 패거리의 얼굴에 걱정이 엿보였다.
물론 STE 전체로 보면 5억은 돈처럼도 안 보이는 적은 금액이었지만, 그것을 마련해야 하는 사람은 강일수였다.
아직은 미성년자인 강일수가 5억이라는 돈을 마련하기는 쉬울 리가 없었다.
“마련할 수 있어.”
“그래?”
패거리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맨날 강일수에게 얻어먹고 다녔는데 이제 슬슬 눈치가 보이던 참.
만약 이번에 공을 세운다면 강일수에게 더욱 많은 콩고물을 얻어먹을 수 있으리라.
“자세히 설명해봐. 어떻게 하는 거야?”
“연락이 닿은 사람이 그림이나 도자기 같은 예술품으로 돈세탁을 하는 사람이야.”
돈세탁이라는 말에 강일수가 주먹을 살짝 쥐었다.
약간은 어른들의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다.
“먼저 그 사람에게 5억의 가치가 있는 그림을 사는 거야. 그 대신 그림을 바로 넘겨받는 것이 아니라 경매를 통해 넘겨 받는 거지. 대신 경매금은 네가 말한 500으로 설정하는 거야.”
강일수의 눈이 빛났다. 그럼 사실 5억 원어치의 그림이지만 500에 사는 셈이 된다.
그걸 다시 경매로 되팔아서 5억 아니 4억만 얻어도 500으로 4억의 수익을 낸 거다.
투자를 받은 것도 아니었고 주식을 한 것도 아니다. 약간의 편법이 있지만, 승리만 하면 된다.
이 짧은 기간에 4억 이상의 수익?
승리는 당연히 강일수 자신의 차지가 되리라.
“돈은 어떻게든 마련할 거니까. 일을 진행해.”
“알았어.”
패거리들이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아지트를 빠져나갔다.
그들이 모두 빠져나간 아지트에서 담배를 한 대 꼬나문 강일수가 킥킥 웃음을 지었다.
“후. 이번 경영인의 밤의 주인공은 나겠구나.”
생각만 해도 즐거웠다. 다른 재벌가의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에 혀를 내두르는 그런 상상.
“나를 무시했던 년들도 날 다르게 보겠지. 킥킥.”
강일수의 웃음이 담배 연기를 타고 아지트에 울려 퍼졌다.
*
밥버거 포장마차는 그 인기가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단순히 밥버거가 한 끼 식사나 간식으로 훌륭한 음식이기도 했거니와 이은지의 공연을 보기 위해 겸사겸사 찾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늘도 한다! 저 언니 노래 진짜 잘해.”
특히 주변 여고의 학생들은 줄이 길어져 이은지가 기타를 들고나오기만을 목이 빠지라 기다렸다.
줄이 없는 시간이면 노래를 듣기 위해 친구들과 우르르 함께 와 줄을 서는 진풍경도 나왔다.
결국, 이은지의 연주를 듣기 위해 밥버거를 사는 사람과 순수하게 밥버거를 구매하기 위한 손님들이 합쳐져 포망 마차의 앞은 항상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사장님도 노래 잘 할까?”
“그러게. 사장님도 잘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마스크는 언제 벗는 거야?”
이은지가 아니라 김서준에게 눈독을 들이는 여고생들도 있었다.
하지만 김서준은 단 한시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서준아 차라리 네가 마스크를 벗으면 어때?’
이은지가 김서준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이은지가 노래를 하는 것보다 김서준이 마스크를 벗고 노래를 하면 더욱 큰 이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김서준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기자들이 호시탐탐 김서준의 기사를 쓰기 위해 눈과 귀를 기울이고 있는 시점이었다.
괜히 그들의 눈에 보여서 좋을 것은 없었다.
[삼신 드디어 골목 상권까지 나서나?] [대기업이 골목 상권을 죽인다.]라는 기사의 헤드라인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었다.
그리고 김서준이 마스크를 벗지 않아도 그의 예상대로 밥버거 장사는 연일 매진의 연속이었다.
‘미안하네.’
밥버거의 아이디어는 전생에서 가져온 것이다.
실제로 전생에서 고등학교 주변에서 밥버거를 팔기 시작해 짧은 시간에 거대 프렌차이즈를 일궈낸 창업신화가 있었다.
물론 똑같은 아이템이라도 누가 운영하냐에 따라서 결과과 좌우되기는 하지만 적어도 지금 김서준이 운영하는 밥버거는 실패할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
*
“네. 소영신입니다. 오랜만이군요. 한 번 뵙지요.”
사무실에서 서류 더미에 파묻혀 있던 소영신이 고개를 들고 핸드폰을 받았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다른 직원들이 소영신을 매섭게 노려봤다.
“실장님. 어디 가십니까?”
“흠흠. 실장이 어딜 가든 무슨 상관입니까?”
“지금 쌓인 일이 산더미입니다. 이럴 거면 사람을 더 뽑아주세요!”
“제가 놀러 가는 것도 아니고 다 일하러 가는 겁니다. 그리고 인원 충원에 관한 문제는 조만간 해결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정 힘들면 사표 쓰든가요.”
“끄응.”
소영신의 말에 직원들이 고개를 서류로 파묻었다.
소영신을 붙잡아서 일하게 하고 싶었지만, 소영신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지금 그들이 몸담은 SJ인베스트는 다른 어떤 회사들보다 금전적으로 후하게 주는 곳.
불만은 불만이되 여기를 나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사무실을 나온 소영신은 차를 몰고 서울 근교의 카페로 향했다.
분수와 잔디 그리고 꽃으로 예쁘게 꾸며진 카페는 주말에는 사람이 붐볐지만, 평일 낮에는 꽤 한산했다.
“아! 여기입니다.”
카페에 들어서자 한 중년 남성이 손을 들며 소영신을 반갑게 맞았다.
“소대리님. 오랜만입니다. 그간 잘 지내셨지요?”
“아. 이제 대리가 아닙니다. 이제 실장입니다.”
소영신의 말에 중년 남성이 눈을 크게 떴다.
“벌써 실장을 다신 겁니까? 역시 소대리···. 아니 소실장님은 해낼 줄 알았습니다.”
소영신은 굳이 전략기획실 소속이 아니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일전에 부탁하신 건 있지 않습니까? STE 3세 건이요.”
“네. 무슨 정황이 있습니까?”
중년 남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무슨 일 하시는지는 잘 아실 테니까. 자세한 설명은 제외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얼마 전에 아랫놈들을 통해 일거리가 들어왔더라고요. 소액이기도 하고 애들이 하는 일이라 그냥 넘기려고 했는데 딱 보니까 이게 STE의 강일수랑 관련이 있지 않겠습니
까?”
중년 남성이 소영신에게 속삭였다.
“경매를 통해서 일을 진행하더라고요. 근데 수법이 좀 이상합니다. 미술품은 거래될 때 구체적인 매매 기록이 남지 않고 양도세든지 취득세, 등록세를 낼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1억짜리 그림이 있으면 10억을 주고 구매한 뒤 9억을 몰래 돌려주는 방
식으로 돈세탁을 하지요.”
소영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술품은 재벌가에서 돈세탁으로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었다.
“근데 5억짜리 그림을 미리 5억을 뒤로 주고는 500만 원에 경매를 통해 낙찰해달라고 했답니다. 이게 말인지 방귀인지 모르겠습니다.”
김서준과 강일수의 내기를 모르는 중년 사내였기에 의문은 당연했다.
“수수료가 두둑하니까 하는 건데, 혹시 아시는 거 있으십니까?”
그 말을 들은 소영신이 진한 미소를 지었다.
생각이 났다.
강일수에게 엿을 그것도 빅엿을 먹일 좋은 방법이.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