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57
음악천재 재벌3세 57화
웅성웅성웅성
“제기랄. 어디로 가야 하는 거야?”
마스크를 눌러 쓰고 경매장에 도착한 강일수는 욕설을 내뱉었다.
혹시 주변에 알려질까 싶어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쓴 마당에 다른 패거리를 잔뜩 이끌고 왔을 리 만무했다.
“일수야. 저기다.”
오직 강일수에게 지금 이 방법을 알려준 패거리 하나만 강일수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가자.”
강일수가 얼굴을 구기며 경매실로 들어갔다.
이미 경매실에는 많은 사람이 오늘은 어떤 물건이 나오는지, 얼마까지 생각하고 있는지 기대감 어린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강일수와 패거리가 구석에 앉았을 때. 몇 분 지나지 않아 포마드 스타일의 중년 사내가 강일수 옆에 앉았다.
“돈은 준비되셨습니까?”
강일수는 흠칫 놀랐다. 하지만 이내 모자와 마스크가 제 표정을 가려주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는 짐짓 목소리를 깔며 대답했다.
“트렁크에.”
자동차 키를 중년 사내에게 건네자 중년 사내가 작은 종이를 강일수에게 주었다.
“이거 입찰하세요. 300부터 시작하는데 500에. 아무도 입찰하지 않을 겁니다.”
종이에는 멋들어진 영어로 작품 제목이 쓰여 있었다.
“이거 확실한 겁니까?”
“아직 감정을 받지 않은 유명 인상파 화가의 작품입니다. 감정을 받게 되면 4억 이상 아니 5억 정도의 가치가 발생합니다.”
확신에 찬 중년 사내의 말에 강일수가 눈을 번뜩였다.
“알았습니다.”
중년 사내가 자리를 비우고 얼마 있지 않아 경매가 시작되었다.
경매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온갖 물품들이 나오는 경매가 눈을 어지럽혔지만, 강일수의 눈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다음 물건은 미국의 인상파 화가 드렉존슨의 석양이 지는 조선소입니다.”
강일수가 굽혔던 허리를 폈다. 드디어 그 물건이 나온 것이다.
“시작가는 300입니다. 드렉 존슨은 미국의 그레이트 소사이어티 시기를 대표하는 인상파 화가로 그의 작품들은 최근 재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잠시 그림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으나 경매에 참여한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경매 시작하겠습니다.”
“500.”
강일수는 시작부터 500을 불렀다. 어차피 그가 아니면 경매에 참여할 사람도 없을 것이라 여긴 것이다.
“더 없으십니까? 더 없으면 500에 낙찰됩니다. 더 없으면 마무리하겠습니다. 하나, 둘···.”
낙찰이 되려고 할 때.
“백 삼십사 번 천만 원. 천만 원 나왔습니다.”
“뭣?”
강일수는 순간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분명 아무도 입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누가 천만 원을 부른 것이다.
“처···. 천오백!”
강일수는 멈출 수 없었다. 이미 오억 원은 넘긴 상태.
저 그림을 어떻게든 잡아야 했다.
“이천.”
“이천 나왔습니다. 더 없습니까?”
강일수는 손바닥에 땀이 고였다.
‘잡아야 한다. 어떻게든 잡아야 한다.’
오억은 날렸지만, 저 그림은 사억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손해를 최소화 아니 본전을 찾으려면 저 그림을 잡아야 한다.
“이천 오백!”
“삼천.”
그렇게 강일수와 의문의 남성은 릴레이를 이어갔다.
“이···. 일억.”
그리고 마침내 그 금액은 일억까지 커졌다.
강일수는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이미 오억을 마련하느라 여러 군데서 손을 빌렸다.
만약 이 그림을 놓치게 되면 큰일이다.
물론 그의 가족이 알게 되면 5억쯤이야 쉽게 메꿔줄 수 있었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그 이후 그에게 돌아올 비난의 화살과 조롱은 모두 그가 견뎌야 할 것이다.
그러기 싫었다.
그렇지 않아도 김서준과 비교당하는 와중이다.
우드득
강일수가 이를 깨물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차지한다.’
일단 저 그림을 차지한 이후에 생각해야 한다.
“일억. 더 없으십니까? 그럼 낙찰 진행하겠습니다. 삼. 이. 일.”
땅땅
“그렇지!”
강일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일억이라는 거금을 쓰기는 했으나, 드디어 그림을 차지한 것이다.
강일수가 주먹을 꽉 쥔 채 환희의 미소를 지었다.
*
“푸하하하.”
경매장 화장실에서 소영신은 폭소를 쏟아냈다.
재미있었다.
자신이 얼마를 부르든 뒤를 따라오는 강일수가 웃겼다.
“아. 한 이억 부를 걸 그랬나.”
하지만 더 부르면 혹시 강일수가 포기할 수도 있었다.
손을 씻고 밖으로 나온 소영신의 옆으로 포마드 중년 사내가 붙었다.
“저는 시키는 대로만 한 겁니다. 소실장님이 알아서 다 커버쳐주시는 거에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STE에서도 나서지 못할 거고.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삼신에서 지켜드릴 겁니다.”
그제야 포마드 중년 사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STE도 대기업이긴 하지만 삼신에게 비교하면 손색이 있었다.
앞으로 세탁 사업을 생각했을 때 당연히 STE보다는 삼신을 택하는 게 여러모로 유리했다.
게다가 STE의 3세는 자신이 누군지 정확히 파악도 못 한 것 같았다.
위험부담도 적고 돈은 돈대로 벌었다.
“수수료를 제한 판매금입니다.”
중년 사내가 가방 하나를 소영신에게 넘겼다.
“다음에도 이런 일거리 있으면 또 불러주십시오.”
포마드 중년 사내가 소영신에게 인사를 한 뒤 사라졌다.
“나도 이런 일이 더 있었으면 좋겠군.”
소영신도 씩 웃으며 차에 돈 가방을 집어넣었다.
오랜만에 겪는 재미있는 일이었다. 지루하고 머리 아픈 책상 앞보다는 이렇게 현장에서 머리를 쓰는 게 더 체질에 맞았다.
턱
소영신이 차에 탔을 때.
그의 백미러 뒤로 얼굴이 시뻘게진 채 경매장에서 나오는 강일수가 보였다.
*
옷을 여미게 했던 추위는 어디 갔는지 이제 슬슬 햇볕도 따스해지고 어느덧 겨울도 끝을 보였다.
대학생과는 다르게 중고등학생의 개학은 더욱 빨랐다.
그리고 방학에도 자율학습을 하는 고등학생 외에도 중학생들도 등교하기 시작함에 따라 밥버거 포장마차는 더욱 장사가 잘 되기 시작했다.
“사장님! 여기가 제일 맛 있어요!”
“누나! 오늘도 노래 해주시나요?”
“언니!”
북적이다 못해 벌써 단골까지 여럿 생겼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단골이라기보다는 마치 팬 미팅에 온 팬 같은 분위기였다.
노래를 듣는 요금 대신 밥버거를 구매하는 듯한 느낌.
처음에는 밥버거만 사 가던 사람들도 이제는 꼭 노래 한 곡을 듣고 가는 것이 루틴처럼 변했다.
“물론입니다. 여러분.”
이은지도 그것이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그녀는 노래가 좋아서, 남에게 그녀의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좋아서 가수의 길을 택했다.
그랬기에 포장마차에 불과했지만, 매일 대중들에게 그녀의 음악을 들려줄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었다.
“JP 엔터입니다. 혹시 생각 있으시면 연락을···.”
“무지개엔 터입니다. 혹시 가수를 하고 싶으면 연락해주세요.”
웃기게도 예전에는 그렇게 받고 싶었던 길거리 캐스팅도 자주 들어왔다.
물론 이미 김서준과 계약이 되어 있었기에 모두 거절했지만 말이다.
찾아오는 사람은 손님과 기획사 관계자들뿐만이 아니었다.
“이 사업을 같이 해보고 싶은데 생각 있습니까?”
돈 냄새를 맡은 사람들도 여럿 포장마차를 찾아왔다.
“밥버거 이름하고 레시피만 주시면 프렌차이즈로 키워보지요.”
하지만 그들 대부분이 날로 먹으려는 사기꾼들이었다. 가게를 차리는 비용까지 김서준에게 전도하고자 하는 사기꾼들이었다.
이미 수많은 사업가를 상대해온 김서준에게 그들의 의도는 뻔히 보였다.
“이거 후회하실 텐데요. 도의상 프렌차이즈를 제의한 거지 이거 밥버거는 특허도 아니라서 그냥 누가 해도 상관없어요. 알고 있어요?”
그 말을 들은 김서준은 피식 웃었다.
“마음대로 하세요.”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네 실력으로 성공한 것 같아? 다 운이야 운!”
그들은 하나같이 고약한 성질을 드러내며 자리를 떴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직은 덜 유명하기에 밥버거를 따라 하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지만 시간문제였다.
얼마 있지 않아서 비슷한 메뉴를 파는 식당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길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기는 게 목표니까.’
만약 김서준이 요식업에 뜻이 있었으면 벌써 프렌차이즈를 진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서준은 강일수를 이기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리고 당장 메뉴를 베낀다고 해도 김서준의 포장마차만큼 인지도와 파급력을 쌓는 것은 불가능했다.
“서준아! 오늘도 벌써 재료가 다 떨어졌어.”
그리고 승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저녁까지 팔아도 재료가 남았다면 지금은 점심이 지나면 준비한 재료가 모두 소진됐다.
남는 이득은 상당했다.
투자금 500은 진즉에 회수했고 벌써 이문이 열 배 가깝게 남았다.
다른 상인들이 보면 혀를 내두를 성과였다.
-띠리리리링
마무리 정리를 하고 있을 때.
김서준의 핸드폰이 진동과 함께 울렸다.
“네. 알겠습니다.”
“급한 일이야?”
“오늘은 정리 좀 부탁해.”
“어. 알았어.”
이은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남은 정리라고 해봐야 별거 없었기에 혼자 할 수 있었다.
*
“상인회장님. 혹시 새로운 건물주가 누군지 아세요?”
“잘 모르겠네. 그래도 이렇게 상인들을 모으는 것으로 봐 아주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은 아닌가 봐.”
상인들의 얼굴에는 불안감 그리고 기대감이 공존했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에는 옅은 각오도 서려 있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게. 우리가 누구인가? 지난 건물주도 결국 우리에게 밀려 월세를 조금밖에 못 올리지 않았는가?”
전 건물주를 언급하면서도 상인회장은 입맛이 썼다.
‘나한테 말도 하지 않고 건물을 팔아? 내가 지금까지 상인들 불만 막아준 게 얼마인데···.’
으레(?) 다른 상인회장이 그렇듯 상인회장과 건물주는 공생 관계였다.
월세가 오르면 상인들에게 ‘내가 건물주와 담판을 지어서 이것으로 그쳤다.’라며 발전기금을 슬쩍했고 건물주한테는 ‘내가 불만을 잠재웠소’ 하며 이득을 나누었다.
그랬기에 상인회장은 이전 건물주와 더욱 오래오래 깊은 관계를 맺길 바랐었다.
“크음. 모두 조용히들 하시게. 곧 건물주가 올 것이야. 그리고 내가 무슨 의견을 내면 모두 동조해주시면 되네.”
“알겠어요. 하. 안 그래도 바쁜데 왜 부르고 난리람. 빨리 가서 밥버거 팔아야 하는데.”
“크흠.”
“이크!”
몇몇 상인들은 상인회장의 헛기침이 화들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그렇지 않아도 상인회장이 밥버거 장사는 하지 말랬는데, 성질 급한 몇몇 상인들이 자신의 가게에서 밥버거를 팔기 시작했다.
그랬기에 그들은 상인회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뒷돈이라도 찔러줘야겠어.’
그들의 머릿속에 든 생각이었다. 이 상권에서 상인회장의 눈밖에 나면 제대로 장사를 할 수 없음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긴장된 분위기가 고조되었을 때.
문이 열리며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저 사람이 건물주야? 젊네?”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이것을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아니. 왔으면 자기소개부터 해야지 이게 뭐하자는 겁니까?”
기 싸움이다.
상인회장은 기 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 대뜸 목소리를 높였다.
“아. 깜빡했네요. 제 이름은 소영신입니다. 편하게 소실장이라고 불러주십시오.”
“크흠. 진즉에 그래야지요. 그래야 서로 이야기가 쉽게···. 근데 실장? 새로 오신 건물주가 아닙니까?”
소영신이 씩 웃었다.
“제 건물이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요.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는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뭐 제가 누군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으니 나눠드린 거나 좀 읽어주시죠.”
상인회장의 검미가 좁아졌으나 그 역시 소영신이 나누어준 종이에 눈을 돌렸다.
끼익
상인회장과 상인들이 소영신이 나누어준 종이에 집중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다른 한 사람이 들어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소영신의 옆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김서준이었다.
“응? 이게 뭐야?”
“이게 도대체 뭐야?”
그리고 서류에 쓰인 내용을 파악한 상인회장과 상인들이 역정을 시퍼렇게 얼굴이 질려 고개를 들었을 때.
상인회장은 소영신의 옆에 앉아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상인회장은 그 김서준을 알아 볼 수 있었다.
“너···. 너는!”
상인회장의 얼굴이 의문으로 가득 찼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