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58
음악천재 재벌3세 58화
“어? 이게 뭐야?”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인피니트 루프에 위치한 애플사.
애플사의 직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있다고?”
특허등록시스템을 살펴보던 애플사 직원은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정전식 멀티터치 인터페이스에 관한 특허?”
등골이 짜르르 울렸다. 큰 일이 벌어진 것이 분명했다.
‘누구지? 누가 유출한 건가? 그게 아니면?’
컴퓨터 앞에서 일어난 직원이 급히 자신의 상관을 찾아갔다.
“데이빗. 데이빗. 저 케빈입니다.”
“들어와요.”
데이빗의 목소리는 약간 신경질적이었다.
신제품 개발 때문에 애플사는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지금처럼 팀원이 급하게 찾을 때는 대부분 케빈을 바쁘게 만드는 일이었기에 데이빗의 목소리는 고울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지요? 제발 좋은 일이라고 해주세요.”
데이빗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두려움이 느껴졌다.
데이빗이 직접 보고를 하는 상대는 애플사의 CEO.
그리고 애플사의 CEO는 깐깐하고 변덕스럽기로 유명했으며 직원들을 해고하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었다.
데이빗은 그와 마주치는 게 무서웠다.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이상한 일이요?”
“네. 지금 특허등록시스템에 접속해보시지요.”
데이빗이 미간을 좁히며 특허등록시스템에 접속했다.
“접속했습니다.”
“정전식 멀티터치 인터페이스에 관한 특허를 검색해 보십시오.”
데이빗이 고개를 들어 케빈을 바라봤다.
“케빈. 그 특허는 아직 등록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대표님의 지시가 있어야 등록하는 거 알지 않습니까?”
“한 번 검색해 보십시오.”
데이빗은 케빈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면서도 일단 케빈이 말한 정전식 멀티터치 인터페이스를 검색했다.
[검색 결과 : 1건]“어?”
케빈과 마찬가지로 데이빗 역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건 말도 안 됩니다. 특허 출원은 우리 부서의 일이고 우리가 등록하지 않았다면 그 누구도 등록할 수 없습니다.”
“그럼 이건···. 혹시 다른 부서의 실수는 아닐까요?”
데이빗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다른 부서에서 미쳤다고 이것을 등록했을 리 없지. 특허 등록은 전적으로 우리 부서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니까. 한 번 확인해봐야겠어.”
긴장된 손길로 데이빗이 마우스 커서를 잡았다.
딸칵
웹사이트에 접속 중이라는 모래시계 아이콘이 돌아가는 그 순간.
데이빗과 케빈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만약 이게 정말이라면···.’
끔찍했다.
그의 CEO가 어떤 불호령을 내릴지 가늠도 아니 상상도 되지 않았다.
페이지가 뜨는 그 찰나의 순간이 영겁처럼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침내 특허 관련 정보들이 모니터에 출력되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아무 상관 없어라. 이름만 유사한 특허여라.’
특허라는 것은 이름과 결과가 똑같더라도 그것을 구동하는 기술이 다르다면 다른 특허로 인식된다.
예를 들어 사과를 자르는 특허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칼로 자르는 방법이 있고 손으로 쪼개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
결과는 모두 사과가 잘린다는 결과지만 그 과정이 다르기에 이 둘은 다른 특허로 등록될 수 있었다.
데이빗은 그것을 바라고 또 바랐다.
“아!”
하지만 데이빗의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데이빗이 정전식 멀티터치 인터페이스에 관해서는 그렇게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략적인 작동 방식은 인지하고 있었다.
“케빈.”
“예. 팀장님.”
“당장 이 특허 출력해주시고 특허 출원한 놈들이 누구인지 확인해주세요. 제가 대표님께 보고합니다.”
“아···. 알겠습니다.”
케비닝 빠르게 움직였다. 데이빗의 반응을 보건데 그가 생각한 ‘그것’이 맞는 모양이다.
‘평지풍파가 일겠군.’
그리고 케빈의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
쾅!
애플사 CEO의 사무실에서 고함과 함께 물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관리를 어떻게 한 거야?”
“죄송합니다.”
애플사의 간부들은 CEO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퇴사자가 유출한 겁니까? 아니면 해킹?”
“정전식 멀티터치를 개발하는 팀에서 아직 퇴사자는 없습니다.”
CEO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그럼 정말 해킹이라는 겁니까? 세계 최고의 IT 회사를 표방하면서 해킹을 당했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CEO의 불호령에 보안팀장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습니다. 모든 기술은 분리망에 보관되고 있으며 해킹 관련 시도는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CEO의 미간이 더욱 좁아졌고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
간부들은 그 모습을 보고 더욱 표정을 굳혀야 했다.
CEO가 극대노를 하기 전이라는 것을 그간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럼 도대체 SJ라는 곳에서 어떻게 이 기술을 출원했다는 겁니까? 이 기술이 그렇게 흔해 빠진 기술입니까?”
“아닙니다.”
정전식 터치라는 기술은 이미 논문으로 공개되었기에 기밀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정전식 터치를 스마트 폰 플랫폼에서 구현하는 방법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후우···.”
CEO는 깊은숨을 몰아쉬며 겨우 화를 가라앉혔다.
“일단 좋습니다. 그리고 모든 인력을 동원해서 특허를 모두 조사하세요. 모든 특허를 조사합니다. 혹시 이와 같은 상황이 더 있는지 말입니다.”
피해를 조사해야 했다.
이것 하나라면 그냥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다.
기술을 우회하려면 얼마든지 우회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만약 다른 특허들도 놓쳤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금 개발하고 있는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지도 몰랐다.
“빨리 움직입니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많은 연봉을 줘야 하는 이유를 증명하세요.”
“알겠습니다.”
간부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하나둘 자리를 떴다.
“아! 그리고 위니는 잠시 남아.”
“네.”
다른 간부들이 모두 나간 사무실에 애플사의 CEO와 비서실장 위니만 남았다.
“SJ라는 곳이 뭐 하는 곳인 줄 아는 거 있어?”
위니가 고개를 저었다.
“처음 들어보는 회사입니다.”
“한번 찾아봐. 도대체 뭐 하는 회사인지 말이야.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회사를 인수하는 방향으로 해보고.”
“알겠습니다.”
기술을 우회하려면 또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그들의 워크플로우는 2007년 말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준비된 상태다.
만약 차질이 생긴다면 워크플로우도 다시 짜야 할 판이었다.
돈이 들더라도 차라리 특허를 출원한 회사를 인수해버리는 것이 나은 일이다.
지금까지 애플사는 원하는 특허를 가진 회사를 모두 인수했던 전력이 있었기에 그다지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
“아! 정말 큰 일이구나.”
특허시스템을 뒤지는 애플사 직원들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갔다.
큰일도 보통 큰일이 아니었다. 그들이 기밀 유지를 위해 특허 등록을 미루어 두었던 기술 상당수가 이미 특허등록시스템에 출원이 된 상태였다.
“밀어서 잠금 해제도 특허 등록이 끝나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새끼가 밀어서 잠금해제를 미리 특허 등록을 해? 아직 스마트폰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직원들은 경악했다. 귀신 같았다.
마치 누가 애플사의 내부 시스템에 접속해 특허 목록을 쏙 빼간 것만 같았다.
“이건 정말 귀신이야. 귀신이 아니라면 이럴 수 없어.”
만약 기술 한두 개만 겹쳤다면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사람의 생각은 비슷할 수 있으니까.
실제로 서로 교감이 없더라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발명을 한 뒤 특허를 등록하는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둥근 모서리에 대한 특허, 밀어서 잠금 해제, 핀치 투 줌 그리고 이게 다 뭐야···.”
간단히는 디자인부터 깊숙이는 스마트폰을 구동하는 중요요소까지.
상당히 많은 수의 특허가 이미 미국 특허청에 출원된 상태였다.
게다가 억지로 출원한 것도 아니었다.
그 아이디어는 물론이고 구동 방식 역시 애플사가 준비한 것이랑 극히 유사했다.
연구를 거치지 않았다면 출원할 수 없는 것.
‘이게 도대체 뭐지? 같은 연구를 진행하는 곳이 있었다고? 그것도 삼신이나 소니, 구글이나 안드로이드사 같은 안드로이드 얼라이언스가 아닌 SJ? 도대체 거기가 어디야?’
모두의 머릿속에 든 의문이었다.
모든 특허는 SJ라는 회사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당장 협력사는 물론 일본과 중국의 친구들에게도 모두 연락 돌려. SJ가 어딘지 당장 알아내야 해.”
애플사의 CEO는 노발대발하며 SJ의 정체를 캐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리고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SJ가 한국의 SJ인베스트 일 것 같다는 보고를 받았다.
“일본 친구들의 정보기에 신뢰가 있어 보입니다.”
“한국? 한국에는 삼신을 제외하면 별것 없는 나라가 아니야?”
“그렇습니다.”
애플사의 CEO가 이를 꽉 깨물었다.
“이제 하나 더 늘었군.”
그날로 애플사의 CEO는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자네. 거기가 어딘 줄 알고 앉아 있는 건가? 그리고 자네는 상인회 소속이 아닌데 여긴 왜 온 거야?”
상인회장이 김서준을 보고 물었다.
그게 상식적인 반응이었다.
김서준은 그런 상인회장을 보고도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다.
“어머. 저 청년이 그 밥버거 파는 그 청년이야.”
“잘생기긴 했네. 근데 왜 저기 앉았데?”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가 봐.”
상인들도 한 마디씩 거들었다.
“어허! 뭐해? 당장 나가든지 아니면 이리 오게.”
상인회장이 다급하게 김서준을 불렀다.
건물주에게 처음부터 이런 오합지졸 같은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다 모이셨습니까?”
소영신의 말에 상인회장이 고개를 저었다.
“모이긴 모였는데 저 청년은 우리 상인회 사람이 아닙니다.”
“아!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어요?”
상인회장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지금 이 상황이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머리는 이해하지 못해도 가슴은 어느 정도 이 상황을 눈치챘는지 똥꼬가 찌릿하며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치고 올라왔다.
“네. 당연히 알고 있지요. 이 분이 이 건물의 주인이신데요.”
쿵
상인회장의 얼굴이 시커멓게 변했다.
이상한 기분이 들 때 알아봤어야 한다.
머리는 이해했지만, 아직 가슴으로는 납득을 못한 상인회장이 다시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이 청년···. 아니 이 분이 이 건물주라니?”
호칭도 바뀌었다.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분이 이번에 이 건물은 물론이고 이 근방에 매물로 나온 건물들을 모두 매입하신 건물주이십니다.”
“어머 이게 무슨 일이야?”
“상인회장님. 이게 무슨 일인지 설명 좀 해줘요. 저 청년이 건물주라니?”
상인회장은 상인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오랜 시간을 구르면서 꽤 처신에 능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지금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아···. 아···. 저···. 일전에 그 일은 정말···.”
상인회장이 억지로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있었다.
일단 사죄해야 한다.
사죄해야 산다.
하지만 쉽게 입이 열리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손바닥이라도 싹싹 비비고 싶었지만, 상인회장은 뒤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상인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어떻게 쌓아온 건데···.’
자존심이 발목을 잡았다.
만약 지금 고개를 숙인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상인들의 지지를 잃을것만 같았다.
김서준과 상인회장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혀 들어갔다.
그리고 그 시선에 상인회장은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저···. 저번에는 죄송했습니다. 제가 사람을 알아뵙지 못하고···.”
상인회장이 김서준에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김서준의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약한 자에게는 강하고 강한 자에게는 약한 사람.’
타협할 생각이나, 용서해 줄 생각은 없었다.
지금은 고개를 숙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명 다시 추악한 누런 이를 보일 것이다.
참초부제근맹아의구발이라는 말이 있다.
풀을 베고도 뿌리를 제거하지 않으면 다시 풀이 자라난다는 말과 그 뜻을 김서준은 잘 알고 있었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