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59
음악천재 재벌3세 59화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이대로 넘어갈 거 같아?”
“뉴스에 제보할 겁니다!”
상인들이 하나 같이 얼굴이 붉어진 채로 건물 밖으로 나섰다.
[계약 연장은 없을 겁니다.]김서준의 선언에 상인들은 패닉에 빠졌다.
“계약을 그렇게 쉽게 해지할 수 있을 것 같아?”
“권리금이랑 다 보장안해주면 못 나가!”
건물 밖으로 나온 상인들은 김서준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권리금은 드리겠습니다.”
“이익!”
권리금을 준다고하자 상인들은 더욱 분노했다.
사실 그들 가게에 있는 권리금은 그다지 고액이 아니었다. 권리금을 인질 삼아 계약을 연장하고자 한 것인데 김서준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건물주들은 입주자들의 보증금과 권리금을 일시에 상환하기 힘들어했기에 이런 협박은 잘 먹혀왔었다.
그 외침 속에서 상인회장은 안색이 시커메진 채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건물 밖에서 소란을 피울 때.
소영신이 김서준에게 물었다.
“이 건물은 다시 내놓을까요?”
“아닙니다. 이 건물은 리모델링 이후 따로 쓸 곳이 있습니다. 상인들은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
소영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영신은 김서준이 움직이는데 모두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이제는 이해하고 있었다.
이 건물을 매입하는 것도 단순한 이유가 아니라 더욱 복잡한 이유가 있으리라는 것 역시 어렴풋이 짐작은 했다.
“소실장님.”
“네. 대표님.”
“이 근방에 대학교가 많이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김서준이 포장마차를 연 지역은 인근에 대학교를 여러 개 끼고 있었다.
“그곳의 IT 계열 학과에 공모전을 한다는 포스터를 붙이세요.”
“공모전 말씀입니까?”
“네. 프로그램 개발 공모전입니다.”
“알겠습니다.”
갑자기 프로그래머를 찾는 김서준의 행동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소영신은 되묻지 않았다.
김서준이 하는 행동에 이유가 없는 것은 없었다.
*
달그락 달그락
성북동 자택은 오랜만에 사람들로 붐볐다.
김태주와 그의 아내 조미란과 아들 김영호는 물론이고 김건환의 둘째 아들 김강수 내외와 아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태군이도 왔으면 좋았을 텐데요.”
김강수가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태군이는 전주에 잠시 다녀올 일이 있다고 하구나.”
김건환의 얼굴에도 아쉬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김건환은 가끔 김태군 내외를 만나곤 했다.
김태군이 집을 나간 이후 없는 자식인 것처럼 굴긴 했으나 다시 돌아온 이후 김건환은 김태군에게 정을 붙이고 있었다.
게다가 사업과 관련이 없는 김태군이었기에 더욱 편안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아버지. 이번 경영인의 밤은···.”
김태주가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의 아들 김영호나 김영우가 가기에는 김서준이 너무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평소 김서준을 흉보기 좋아하는 조미란도 더는 김서준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확실한 것이었다.
“서준아. 혹시 어떻게 공부했는지 알 수 있을까? 우리 영호도 이제 내년이면 고3이잖니.”
조미란이 장조림을 김서준의 앞으로 살짝 밀면서 물었다.
이제 질투를 하기에는 김서준이 너무 높은 곳으로 향해있었다.
“엄마. 내가 알아서 할 게.”가족들이 모인 곳에서 조미란이 김서준에게 묻자 김영호가 조미란을 말렸다.
“가만히 있어 봐! 서준이는 벌써 한국대학교에 합격했는데 너는 진짜···.”
조미란의 시선을 받은 김영호가 고개를 푹 숙였다.
“어멈은 그만하거라. 모두 때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 같자 김건환이 조미란을 말렸다.
“네. 아버님.”
최근 부쩍 김건환의 눈치를 살피는 조미란이었다.
김서준이 당장은 김태주에게 위협이 되지는 않았으나 더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의 아들이 나중에 콩고물이라도 받아먹으려면 김건환에게 더 잘 보여 놓을 필요가 있었다.
“이번 경영인의 밤은 나와 태주 그리고 서준이가 간다.”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아무도 김건환의 결정에 토를 달지 않았다.
조미란이나 김영호는 모르고 있었지만 김태주와 김강수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김서준이 김건환과 꽤 큰일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랬기에 굳이 반대하지 않았다.
아직 그의 아들은 김서준과 비교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항의하기에는 끗발이 많이 부족했다.
식사가 끝나고 이 층으로 잠시 올라온 김서준의 뒤로 김영호와 김영우가 따랐다.
“서준아.”
김영호가 긴장된 표정으로 김서준을 불렀다.
아직도 김서준에 대한 공포가 남아있는 김영호였다.
“왜? 무슨 일 있어?”
김서준의 말이 부드럽자 김영호의 얼굴이 조금은 펴졌다.
“강일수와 내기를 했다는 말은 들었어.”
“그랬지.”
김영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강일수 그놈은 이기기 위해서는 별짓을 다 하는 놈이야. 알고 있어?”
김영호는 진심으로 걱정되었다.
그가 아는 강일수는 이기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하는 놈이었다.
성질은 포악했고 위법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김서준이 정직한 방법으로 이기려고 했다가는 반드시 질 것이 분명할 것으로 생각했다.
“왜? 걱정돼?”
김서준의 물음에 김영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김서준은 알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김영호는 강일수에게 복수하고 싶은 것이다.
그간 김영호는 강일수에게 놀림거리 비슷했다.
경영인의 밤에 참여하는 재벌 3세들은 대부분 패거리를 이루고 있었고 김서준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강일수 패거리가 가장 세력이 강했다.
김서준이 등장한 이후 꽤 변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강일수 패거리는 상당한 세력이 있었다.
그리고 김영호는 그들에게 지금까지 놀림과 괴롭힘의 대상이었다.
“좋은 소식이 있을 거야.”
굳이 김영호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김서준은 강일수를 그냥 둘 생각이 없었다.
*
작년보다 경영인의 밤은 좀 일찍 개최되었다.
2006년은 대선이 한 해 앞으로 다가온 해이기도 했고 지방선거는 당장 몇 달 앞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많은 일이 예고된 해였기에 경영인들끼리 논의할 일이 많았던 탓이다.
아직 행동으로 나서지는 않았으나 북한이 6자회담을 탈퇴할 것이라는 소식과 함께 핵실험을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와 국내 경제에 찬바람이 불고 있었다.
게다가 검찰에서 HD차 그룹의 비리를 수사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솔솔 돌았다.
또 정부에서 종합부동산세를 예고하고 있었기에 부동산을 많이 소유한 재벌들은 당장 대책 마련에 나서야 했다.
“흐음. 종합부동산세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정권에서 애초에 이를 갈고 나섰으니 막기는 힘들 겁니다.”
총수들의 반응은 대동소이했다.
당장 이것을 어쩔 수는없다.
“우리가 나서서 정부를 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종부세가 도입된다고 한들 여러분 주머니가 비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특히 HD그룹의 경우에는 어떻게든 재벌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앞장섰다.
‘검찰에서 노리고 있다더니 쯧쯧.’
HD 그룹 총수의 행동을 보며 다른 기업의 총수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권과 검찰이 마음먹고 칼을 내민 이상 어느 정도 피해는 볼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배를 바닥에 깔고 납작 엎드려야 했다.
정부가 원하는 것은 최대한 들어주면서 말이다.
그래야 검찰이 휘두르는 칼을 최대한 살살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이번 경영인의 밤은 작년보다는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이 되었다.
실무에 있는 경영인들이 무거운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연회장의 한쪽에는 재벌 3세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준이 형. 강일수가 죽일 듯이 노려보는데?”
이인영은 김서준을 노려보는 강일수가 신경이 쓰였다.
특히 보물이라도 되는지 옆에 꽁꽁 싸맨 무언가를 둔 채 노려보는 시선은 노골적인 적의까지 보였다.
“내버려 둬라.”
“그런데 서준이 형. 내기는 어떻게 된 거야? 서준이 형도 뭐 준비했어?”
이인영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사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자유 시간이 없어 김서준을 만나지 못했던 탓에 이인영은 김서준이 무엇을 준비했는지 알지 못했다.
“강일수는 뭔가 준비한 거 같던데···.”
김서준이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무엇을 한지 몰랐기에 이인영은 걱정을 키워만 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경영인의 밤이 무르익었을 때.
회장 중 누군가 입을 열었다.
“그럼 이야기는 대충 마무리 된 것 같으니 칙칙한 이야기 말고 밝은 이야기를 좀 해봅시다. 작년 경영인의 밤에 삼신 김회장님의 손자분과 STE 강회장님의 손자분이 내기했다는 것은 모두가 아시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궁금하네요.”
그렇지 않아도 모두 궁금해하던 차였다.
가볍게 보면 아직은 어린 재벌 3세들의 가벼운 내기였지만 지는 쪽은 분명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는 내기였다.
특히 STE의 강회장은 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이미 재계 1위에 있는 김건환 회장은 말해봐야 입만 아팠다.
사람들의 시선이 김서준과 강일수에게 쏠렸다.
그 시선을 받은 강일수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천천히 단상 앞으로 걸어나가는 강일수.
그의 손에는 커다란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탁
“안녕하십니까. STE의 강일수입니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들고 온 물건을 탁자에 올려놓은 강일수.
경영인의 밤에 참가한 모두의 시선이 강일수에게 닿았다.
그 시선을 즐기며 강일수가 천천히 그 물건을 감싸고 있는 천을 풀었다.
“그림?”
강일수가 들고나온 것이 그림임을 깨달은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 웅성거림을 즐기며 강일수가 말을 이어갔다.
“이 그림은 미국의 인상파 화가 드렉 존슨의 석양이 지는 조선소라는 그림입니다.”
잠시 좌중을 둘러본 강일수가 김서준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승리를 자신하는 웃음이었다.
“모름지기 장사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건을 팔아 돈을 벌 수도 있으며 사람, 서비스를 팔아 돈을 벌 수도 있겠지요. 저는 그림 역시 한가지 도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림은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에게 가치가 있는 법이지요.”
잠시 숨을 고른 강일수가 힘차게 소리쳤다.
“그림을 보는 안목. 예술품을 알아보는 안목! 그 안목 역시 장사꾼이라면 가져야 할 안목입니다. 저는 이 그림을 저렴하게 사들였고 이 그림은 경매에 되팔면 5억 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 감정서입니다!”
탁
강일수가 감정서를 힘차게 탁자에 올려 두었다.
웅성웅성
그 모습을 본 기업인들의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몇몇 사람들의 표정은 꽤 놀랐고 또 몇몇은 긴가민가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다르게 송혜령 회장의 얼굴에는 난감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사람들이 반응이 어떻건 강일수의 시선은 김서준에게 향했다.
당장 앞으로 나오라는 시선이었다.
그 시선을 받은 김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뭐지? 뭘 들고 있는 거지?”
김서준의 손에는 두꺼운 장부가 들려 있었다.
강일수의 옆으로 간 김서준이 탁자에 장부를 내려놓았다.
“먼저 기대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철없는 어린아이들의 내기에 이렇게 관심을 주시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김서준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예의 바른 모습에 김건환 회장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장사꾼의 기본은 장사입니다. 제 조부님이신 삼신 김건환 회장님도 쌀가게부터 장사를 시작하셨지요. 그랬기에 저도 작은 장사로 시작을 했습니다. 그리고 조부님이 일구신 것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그래도 꽤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김서준의 말에는 멈춤도 망설임도 없었다.
“먼저 저는 자본금 500으로 요식업을 시작해서 한 달간 총 6천만 원이 넘는 순익을 남겼습니다. 부끄러운 성적이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김서준의 말이 끝나자 기업인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강일수가 이긴 거야? 5억은 하는 그림이랬잖아.”
웅성거림이 이어질 때.
송혜령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검증을 한 번 해봐야겠지요? 주장만 들어서는 누가 이겼는지 모르니까요.”
송혜령 회장의 얼굴에는 짙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