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6
음악천재 재벌3세 6화
음악천재 재벌3세 6화
“아. 늦었다. 큰일 났네.”
재수 없게도 아침부터 배탈이 난 이석찬은 기타를 둘러매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음대생인 이석찬은 서울에 사는 대학생들이 으레 그렇듯 사정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평일에는 카페에서 알바를 하고 주말에는 웨딩 축가에서 기타 세션 알바를 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었다.
그래도 나름 한국에서 알아주는 음대에 다니고 있었고 실력도 좋았던 터라 고급 예식장에서도 종종 일하곤 했었다.
물론 고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지켜야 할 것도 많았다.
특히 지각한다면 다시는 일을 받을 수 없었기에 평소라면 타지 않을 택시까지 탄 이석찬이었다.
“여기서 내려주세요.”
급히 택시에서 내리며 시계를 본 이석찬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슬아슬하지만 아직 식까지는 시간이 남은 상황.
“우와. 오늘은 대단한 사람이 결혼하나 보네.”
예식장으로 들어온 이석찬이 입을 떡하니 벌렸다. 평소 고급 예식장에서 결혼하는 사람들은 돈이 많거나 사회에서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그랬기에 하객이 늘 많았다.
하지만 오늘은 그 수가 좀 남달랐다. 겉보기에도 주차장은 완전 포화상태였으며 입구부터 식장까지 사람들이 가득해 기타를 들고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서두르자.’
어차피 이들이 사는 세상은 이석찬의 세상과는 달랐기에 놀라울지언정 부럽지는 않았다.
그때.
다시 한번 극심한 복통과 함께 이석찬의 전신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건 보지 않아도 뻔했다.
설사다.
‘하필 이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격통이 느껴지고 이석찬은 서둘러 화장실을 찾았다.
마음 같아서는 참고 연주를 하고 싶었으나 만약 연주 중에 복통으로 실수라도 한다면 큰일이었다.
게다가 마이크로 다른 소리라도 들어가는 날에는···.
‘끔찍하군.’
조금 지각하더라도 연주만 할 수 있으면 되니 화장실은 갈 시간이 있을 거로 생각한 이석찬이 화장실을 향해 움직였다.
‘거치적거리네.’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았다.
등에 멘 기타가 계속 사람들에게 걸렸고 인파에 치여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큰일이다.’
설상가상으로 뱃속의 신호는 점점 강렬해져 갔다.
“저기요.”
“예?”
이석찬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기타를 맡기고 빠르게 볼일을 보고 오는 수밖에 없었다.
“미안한데, 화장실이 너무 급해서 그러는데요. 잠시 이것 좀 맡아주세요.”
*
삼신그룹과 연이 닿아있는 결혼식답게 식장은 하객들로 붐볐다.
김서준의 부모님은 이른 아침부터 메이크업과 의복을 준비해야 한다며 삼신 그룹의 사람들이 모셔갔다.
김서준 역시 김영우, 김영호와 함께 메이크업을 받았으나 아직 학생이었기에 일찍 끝나 미리 식장에 올 수 있었다.
김서준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는 사람이 많네.’
결혼식 하객으로 온 사람들은 대부분 어떻게든 삼신 그룹에 연이 닿아있는 사람들.
물론 지금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
전생에 삼신 그룹의 투견으로 살 때 어떻게든 한 번씩 마주치거나 같이 일을 했던 사람들이었다.
김서준이 그들을 둘러보며 잠시 회상에 잠겨 있을 때. 그의 귀로 낯선 음성이 들렸다.
“저기요.”
“예?”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등에 기타를 메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식장에서 축가 연주를 하는 사람이 분명해 보였다.
“미안한데, 화장실이 너무 급해서 그러는데요. 잠시 이것 좀 맡아주세요.”
대답을 듣기도 전에 기타를 품에 안기고 화장실로 사라지는 청년.
딱히 할 일도 없었기에 김서준은 기타 케이스를 손에 든 채 서 있었다.
“왔으면 들어와야지 여기서 뭐 하세요? 시간 없어요.”
한 십 분 정도 서 있었을까? 누가 김서준의 팔을 잡았다.
“빨리요. 지금 가수분이 기다리고 있어요.”
사정을 설명하기도 전에 웨딩홀 직원이 김서준의 팔을 잡고 대기실로 이끌었다.
“세션이 이렇게 늦으면 어떻게 해? 리허설은 해봐야 할 거 아냐?”
‘이성환이네.’
이성환은 가요계에서도 알아주는 가수였다. 얼마 전 까지 마약 관련 스캔들에 연루되어 자숙하고 있었는데 신곡을 발표하며 다시 활동을 재개했다.
이제 막 활동을 재개한 중견 가수를 축가로 쓰다 과연 재벌가의 결혼식이라 그런지 축가의 클래스도 남달랐다.
“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저는 기타 세션이 아닙니다.”
“뭐?”
김서준의 말에 이성환과 웨딩 홀 담당자 모두 벙찐 표정을 지었다.
“저기요. 그럼 왜 기타를 들고 왔어요?”
“뭔가 급한 일이 있으신 것 같았습니다. 잠시 기타를 맡아달라고 했습니다.”
김서준의 말을 들은 웨딩 홀 직원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엠알 있어요?”
이성환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었다.
소속사 사장이 절대 실수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기에 이승환도 오늘의 결혼식이 보통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기타가 제때 도착하지 않는다면 엠알이라도 틀고 해야 했다.
“아···. 설마 이런 일이 있을 줄은 몰라서 엠알은 준비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성환의 바람과는 다르게 예식장에는 엠알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애초에 MR의 사용을 전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스마트폰이 있으면 간단한데.’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김서준이 내심 미소를 지었다.
스마트폰이 상용화된 이후에는 이럴 때에도 쉽게 엠알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껏해야 노트북이나 사용하던 때였다.
그리고 노트북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와이파이 역시 구축되어 있지 않았으며 엠알을 구할 사이트도 마땅하지 않은 실정이었다.
‘선점하는 것이 좋겠네.’
앞으로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 관련 사업이 호황을 누릴 것이었다.
미리 관련 산업들을 선점한다면 큰 이문이 남을 것은 불 보듯 뻔하였다.
“식이···. 시작되었어요.”
김서준이 잠시 상념에 잠겨 있을 때 절망에 빠진 웨딩 홀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조금 있으면 축가에 올라가야 했다. 근데 아직도 기타 담당은 오지 않았다.
명백한 사고였다.
물론 웨딩 홀 직원은 이석찬이 화장실에서 멈추지 않는 설사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축가 준비해주세요.”
십 분 정도 더 시간이 흐르자 진행요원이 축가 순서를 알려 주었다.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이성환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 그러니까 이런 건 하지 말자니까. 내 짬에 무슨 축가야.”
짜증 섞인 목소리.
스캔들만 없었다면 이성환 정도 되는 가수가 축가 무대를 뛸 일은 없었다.
“어떻게 하지요?”
이미 웨딩홀 직원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새하얗게 변한 뒤였다.
“무반주라도 해야지.”
어쩔 수 없었다.
펑크를 내는 것보다는 무반주라도 해야 했다.
“제가 해도 될까요?”
“예?”
순간 이성환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
“햐. 밖은 어렵다 어렵다하는데 여긴 완전 그들이 사는 세계네.”
SC엔터의 사장 이수철이 주변을 둘러보며 혀를 내둘렀다.
화려했다.
하객들의 옷이니 가방이니 시계는 모두 명품이 아닌 것이 없었다.
밖의 사람이 보기에는 이수철 사장도 부러움의 대상이었지만, 지금 그는 이곳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누구였지?”
“SC 엔터의 이수철입니다.”
“아! 이사장. 오랜만일세.”
이곳에서 그가 앉을 곳은 없었다. 그저 선 채로 혹 주변에 잘 보여야 할 사람이 있으면 다가가 연신 허리를 굽히며 인사하기에 바빴다.
“후. 대한민국 최대 기획사의 사장도 이곳에서는 피라미구나.”
이수철이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을 때. 식이 시작되었다.
별 관심도, 별 볼 것도 없는 식순이 끝났다.
“그럼 지금부터 두 분의 결혼식을 위한 축가 순서가 있겠습니다. 감사하게도 축가는 인기가수 이성환 씨입니다.”
이성환이라는 이름이 들리자 사람들의 눈빛이 밝게 빛났다.
클래식 같은 고상한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이 많은 상류층이었지만, 그들 중에서도 젊은이들은 가요를 더 즐겨듣는 경향이 있었다.
그랬기에 이성환의 이름은 그들 사이에서도 꽤 유명했다.
짝짝짝짝
“성환아 잘해라. 잘해야 투자도 더 받지.”
긴장된 눈빛으로 무대로 걸어 나오는 이성환을 바라보았다.
이성환이 마이크 앞에 섰고 그의 측면에 기타리스트가 기타를 들고 자리에 앉았다.
긴장된 순간.
모두의 시선이 이성환과 기타리스트를 향해 고정되었다.
탁탁탁탁
손가락으로 바디를 치며 박자를 잡은 뒤 연주가 시작되었다.
“어?”
스트로크로 시작된 첫 소절을 듣자마자 이수철은 깜짝 놀랐다.
흔히 기타 실력이 어느 수준에 오르면 다 비슷한 거 아니야? 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극한의 속주가 요구되는 곡이나 다양한 주법이 필요한 곡이 아니라면 실력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헛소리.’
첫 소절만 들어도 보컬의 실력을 알 수 있는 것처럼 기타 역시 듣는 순간 기타리스트의 실력을 알 수 있다.
“완벽해.”
대한민국 탑 급에 속하는 이성환의 보컬에 절대 밀리지 않았다.
보컬과 기타가 한 몸처럼 움직이며 시너지를 내고 있었다.
마치 번개라도 맞은 듯 전율이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내달렸다.
‘누구지?’
설마 웨딩 홀에 이런 연주자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웨딩 홀에서 연주하는 사람은 음대를 다니는 학생이 대다수일 터.
“어려?”
이수철이 급히 기타리스트의 얼굴을 봤다.
어렸다.
이 정도 실력이라면 아무리 천재라도 이십 대 후반 아니 삼십 대는 됐을 것이라 여겼는데 기타리스트의 얼굴은 매우 어렸다.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
아니 고등학생이 분명해 보였다.
게다가 의자에 앉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 다리와 훤칠한 얼굴.
‘스타다.’
이수철의 머리가 핑핑 돌아가기 시작했다.
천재 기타리스트의 등장.
가요계의 차기 트렌드가 보이밴드와 걸그룹이라는 소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상황.
만약 저 기타리스트를 영입할 수만 있다면 SC엔터 비장의 무기로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룹이 아니더라도 싱어송라이터로 내보내도 돼.’
보컬이야 트레이닝 시키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타는 달랐다.
재능이 없다면 일정 수준에서 더는 올라갈 수 없다.
‘오길 잘했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이수철이었다.
*
“아. 망했다. 망했어.”
멈추지 않는 복통을 겨우 진정시키고 이석찬이 화장실에서 비척비척 걸어 나왔다.
탁
슬라이드 폰을 위로 젖혀 시간을 확인한 이석찬의 얼굴은 다시 한번 새하얗게 변했다.
완전히 늦었다.
“이만한 알바가 없는데···.”
펑크를 낸 연주자를 써줄 웨딩홀은 없다.
게다가 그것이 일반 결혼식도 아니고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의 결혼식이라면 더욱더.
사과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식장으로 다가간 이석찬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열린 문틈으로 열창을 하는 이성환의 모습이 보였다.
“MR을 틀었나?”
안도의 기분이 듬과 동시에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 역시 들었다.
좀 더 다가가 열려 진 틈 사이로 식장 내부를 봤을 때.
더욱 큰 충격이 찾아왔다.
“어?”
자신이 기타를 맡겼던 학생이 이성환의 옆에서 연주하는 것이었다.
핸드싱크도 아니었다.
이석찬 역시 기타를 다루는 사람이었기에 알 수 있었다.
압도적인 실력.
엄청난 기교가 필요한 곡은 아니었지만, 전공자답게 연주를 듣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알 수 없는 기분이 전신을 적셔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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