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60
음악천재 재벌3세 60화
“송회장님. 어떻게 검증하실 생각이십니까?”
송혜령 회장이 나서자 다른 사람들 모두 궁금한 눈초리였다.
“아시다시피 제가 그림에 일가견이 좀 있잖아요.”
“그렇지. 이 중에서는 송회장이 제일 낫지.”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문어발식 경영으로 다른 기업들 역시 문화 산업에 투자하고 있었지만, 그들 모두를 합쳐도 한성의 역량에는 부족했다.
그리고 그런 한성을 키워낸 사람이 송혜령 회장이었으니 이의를 제기할 리 만무했다.
그 모습에 STE 강회장은 검미를 좁혔다.
‘불안하다.’
그림을 봤을 때부터 불안한 기운이 엄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곧 현실화되었다.
송혜령은 단상으로 나와 그림을 먼저 살폈다.
“일수군. 이 그림이 누구의 작품이라고 하셨지요?”
강일수가 화통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국의 인상파 화가 드렉 존슨입니다.”
그 말을 들은 송혜령이 다시 웃음을 지었다.
“일수군은 인상파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있나요?”
강일수가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미소를 짓고는 당당하게 말했다.
‘내가 이때를 대비해서 공부했지.’
강일수의 말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기존의 회화 기법을 거부하고 색채와 색조 질감 자체에 관심을 두는 미술 사조입니다. 19세기 파리의 미술가들이 주도하기 시작했고 대표 작가로는 빈센트 반 고흐와 풀 고갱이 있습니다.”
“맞아요. 잘 알고 있네요. 그럼 드렉 존슨이라는 작가는 알고 있나요?”
“저는 작가보다 그림을 보고 판단했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드렉 존슨이라는 작가는 인터넷에 나오지 않았기에 강일수는 살짝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분명 5억의 값어치를 지닌 작품이라고 했으니···.’
애초에 이쪽으로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의 말이었기에 철석처럼 믿었다.
‘내가 이긴다.’
“흐음. 드렉 존슨이라는 화가는 들어보지 못했어요.”
“예?”
강일수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고치고는 되물었다.
“송회장님이 모든 화가를 다 알고 계시진 않을 것 같습니다.”
당돌한 말. 하지만 송혜령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에요. 일수군 말처럼 내가 모든 화가를 다 알고 있지는 못하지요. 그러나 적어도 무엇이 값어치 있는지는 알고 있지요. 일수군은 한 화가의 그림이 값어치 있는게 언제부터라 보세요?”
강일수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모를 수도 있어요. 먼저 화가가 살아있을 때 그의 작품이 인정받을 수 있지요. 그럴 때도 미술품의 가격이 상승합니다.”
송혜령의 말은 당연했기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하지만 제가 들어보지 못한 화가라는 것은 아직 화단에서 그렇게 인정받은 작가는 아니라는 말이겠지요?”
강일수의 안면이 푸르르 떨렸다. 뭐라고 반박하고 싶은데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경우는 작가가 죽었을 경우예요. 작가가 죽은 뒤 시간이 흐르면 그 작가의 그림은 당연히 희소성이 올라가게 되지요. 그러나!”
말을 끊은 송혜령이 그림 앞으로 다가갔다.
“모두 이 그림이 무엇을 그린 것인지 보이시나요?”
경영인들의 시선이 그림으로 향했다.
“커흠.”
웅성웅성
그 그림을 본 눈치 빠른 몇몇 사람들이 헛기침을 하거나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특히 STE의 강회장의 얼굴은 불쾌함으로 가득찼다.
그리고 그 불쾌함을 참다 못해 강회장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 먼저 가보겠소. 크흠.”
“하···. 할아버지!”
강일수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이 그림은 해가 지는 조선소의 모습을 인상파 특유의 시선으로 그려놓았는데요. 조선소를 잘 보면 시대적 배경을 알 수 있지요.”
송혜령의 말에 강일수가 그림을 유심히 살폈다.
“이 그림은 극히 최근에 그려진 그림이에요. 보면 조선소의 모든 장비가 현대적 장비임을 알 수 있지요.”
강일수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제야 나머지 사람들도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림의 가치가 낮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STE는 조선과 해양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그룹이다.
게다가 조선과 해양을 빼면 별다른 먹거리가 없는 기업이기도 했다.
그런데 석양이 지는 조선소의 그림을 가져오다니.
마치 STE가 내리막을 걷고 있으며 곧 문을 닫을 거라 말하는 것 같았다.
‘3세라는 놈이 저 모양이면 결코 밝은 미래는 아니지.’
사람들의 얼굴에 안타까움과 동시에 약간의 미소가 어렸다.
겉으로는 동업자지만 그들은 경쟁자이기도 했다.
STE의 미래가 저렇다면 앞으로 그들의 기업에 더욱 많은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 그래도 제가 알아본 결과 이 그림의 가치는 최소 4억이라고 하였습니다.”
송혜령의 본의를 파악한 강일수가 강력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림이 어떻고 뭘 그렸건 간에 자신이 이기기만 하면 되는 게임이다.
“흐음. 그 감정은 누구한테 받은 거지요? 이 감정서에는 그런 내용이 안 나와 있는데?”
“그···. 그건···.”
강일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돈을 세탁해주는 사람이 최소 4억을 받는다더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감정사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송혜령이 고개를 저었다.
“전문 감정사를 불러야겠지요? 확실히 해야 하니까요.”
송혜령이 손짓하자 송혜령을 수행하던 한성의 직원이 급히 밖으로 나갔다.
한성은 유명한 갤러리도 몇 개 운영하고 있었기에 빠르게 감정사를 섭외할 수 있다.
강일수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내가 이길 거야. 그럼. 내가 이길 거야.’
송혜령은 김서준에게 발걸음을 옮겼다.
김서준과 눈이 마주친 송혜령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먼저 저는 서준군이 어떤 사람이건 간에 공평하게 검증을 하고자 해요. 서준군. 어떤 장사를 하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김서준이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밥버거를 팔았습니다.”
“밥버거?”
송혜령이 약간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네.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는 것이 장사의 기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웅성웅성
재벌 3세가 포장마차에서 직접 장사를 했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 들은 적 있어요. 프랜차이즈 사업부에서 보고서가 올라온 것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서준군이 운영하는 사업이었다니···.”
송혜령은 얼마 전 올라온 보고서를 기억해냈다.
한성은 프렌차이즈 사업에 적극적이었다.
이미 많은 요식업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늘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새롭게 아이템을 만들어 내는 것은 물론이고 새롭게 선풍적 인기를 끄는 아이템을 수집하는 것 역시 활발히 진행했다.
그리고 한성의 프랜차이즈 사업부가 선택했다면 그 성공 가능성은 이미 충분한 것이다.
“장부를 한 번 살펴볼게요.”
확실히 검증하기 위해 송혜령은 장부를 살폈다.
한 그룹을 책임지는 회장 자리에 있지만, 송혜령은 아직도 장부를 쉽고, 날카롭게 살필 능력은 남아 있었다.
“호오.”
그리고 송혜령은 장부를 보고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딱 500만 원으로 시작한 포장마차는 첫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완판을 이어갔다.
그리고 나중에는 아주 쉴 새 없이 팔았다.
이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의 판매량이었다.
“정말 대단하네요. 삼신의 김회장님이 아주 훌륭한 손자를 두셨어요.”
“아직 모자란 아이입니다.”
김건환 회장이 겸양을 보였으나 그의 얼굴에서 웃음을 숨길 수 없었다.
‘요놈이 요즘 뭐 하나 했더니 저걸 하고 있었구나.’
그렇지 않아도 김서준이 조용히 있기에 뭐하나 궁금하던 차였다.
그런데 저런 기특한 짓을 하고 있었다니 김건환 회장은 당장이라도 김서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게다가 패배를 직감한 STE의 강회장이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갔으니 속이 통쾌하기 그지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꽤 놀란 표정으로 김서준을 바라봤다.
‘이거 상대가 안 되네.’
모두의 머릿속에 든 생각.
제가 가진 그림도 제대로 모르는 강일수와 벌써 상당한 성과를 제 손으로 보인 김서준.
너무 비교되었다.
“감정사가 오셨네요.”
얼마간 시간이 흐르자 연회장으로 한성 갤러리의 감정사가 들어왔다.
급하게 왔는지 감정사의 이마에는 땀까지 맺혀 있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회장님이 부르시니 당연히 와야지요.”
“이분은 우리 한성 갤러리의 감정사이십니다. 공정하고 완벽한 감정으로 업계에서 이름이 높으십니다.”
감정사가 회장들을 향해 정중히 허리를 굽혔다.
“감정사님. 이 그림을 감정해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감정사가 안경을 고쳐 쓰고 그림으로 다가갔다.
한참을 유심히 그림을 살핀 감정사가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허리를 폈다.
“잘 봤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그림은 감정대로 미국의 신진 화가인 드렉 존슨의 석양이 지는 조선소가 맞습니다. 위작은 아닙니다.”
위작이 아니라는 말에 강일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럼 이 그림의 가치는 얼마쯤 될까요?”
“신진 화가의 그림에 가치를 정확히 매기기는 어렵습니다. 아직 제대로 평가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미국 경매의 양대산맥인 소더비와 크리스티에서는 신진 작가들의 그림이 어느 정도 가치를 지니는지 판단을 하곤 합니다.”
감정사가 손수건으로 다시 이마를 닦고 말을 이어갔다.
“이 그림은 후하게 잡았을 때 5천 불 정도의 가치를 지닙니다. 물론 후에 작가가 재평가되면 가격이 뛸 수는 있으나 가까운 시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쿵
그 말을 들은 강일수는 가슴에 무거운 납덩이가 떨어지는 충격을 받았다.
‘뭐? 5천 불?’
5천 불이면 한화로 육백만 원 정도 되는 값이다.
이 그림을 일억이라는 거금 아니 돈세탁하는 놈에게 건넨 5억까지 합치면 총 6억이라는 돈에 매입했는데 고작 육백이라니?
강일수의 몸이 휘청였다.
인정할 수도 없었고 인정해서도 안 되었다.
“마···. 말도 되지 않습니다.”
몸을 부르르 떠는 강일수에게 감정사가 되물었다.
“이 그림을 얼마에 사셨습니까? 감정서를 보면 시작가가 300만원···.”
이윽고 감정사도 감정서에 적혀있는 가격을 봤다.
“헉···.”
말문이 막혔다.
300만 원으로 시작한 그림을 일억 원에 구매했다는 것이 명시되어 있는 감정서가 거짓으로 보일 정도였다.
이미 강일수의 얼굴은 시뻘겋게 변한 후였다.
“일수군. 혹시 따로 감정을 받고 싶으면 따로 감정을 의뢰하셔도 돼요. 그리고 한성 갤러리 명의로 지금 감정에 대한 공식 감정서도 발급해 드릴 수 있어요.”
강일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만약 강일수가 성인병이 있거나 나이가 좀 많았으면 벌써 혈압으로 뒤로 쓰러졌을 것이다.
“아···. 아닙니다.”
겨우 대답을 한 강일수가 그림을 든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연회장을 빠져나왔다.
“야! 그 새끼한테 연락해. 아니! 당장 어디 있는지 찾아내.”
강일수는 연회장 밖으로 나오자마자 전화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멍청한 새끼. 이런 걸 그림이라고 가져와?”
빠각
강일수가 그림을 바닥에 던지고는 발로 짓밟았다.
도대체 지금의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으아아아악!”
괴성을 지르는 강일수.
그의 괴성이 연회장까지 들려왔다.
“흠흠. 저도 일어나야겠습니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STE의 2세도 멋쩍은 표정으로 자리를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제 자식이 안 좋은 모습을 보인 것은 되담을 수 없는 일이었고 더한 추태를 보이기 전에 치워야 했다.
그렇게 STE 일가가 모두 사라진 연회장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승패는 이것으로 명확히 갈린 것 같네요.”
짝짝짝짝짝
송혜령의 웃음 섞인 승리 선언에 연회장에 모인 사람들이 김서준에게 박수를 보내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대견함을 넘어 놀라움까지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재벌가의 자식들에게 김서준을 좀 닮으라며 호통이 이어진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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