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61
음악천재 재벌3세 61화
대학교에서 가장 춥고 음습한 곳을 고르라면 모두가 꼽는 곳이 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그곳에만 가면 한기가 느껴지고 주변에서 담배 냄새가 나며 무채색으로 보인다고 증언하는 그곳.
공대였다.
“상규야. 뭐 보고 있어?”
“아! 선배.”
공대생들에게 요즘 가장 화제인 것은 게시판에 걸린 공모전이었다.
“공모전 보고 있었구나?”
“네. 프로그래밍 공모전이긴 한데 C나 자바, 파이썬도 아닌 거 같은데요? 게다가 공모전 상금이···.”
공대생들이 공모전에 관심이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중 그들의 관심을 가장 끈 것은 바로 상금이었다.
“대상 일억 원. 동종업계 최고 조건으로 입사.”
IT 관련 공대생들이 들으면 침을 줄줄 흘릴 만한 내용이었다.
게다가 고인 물들이 많은 게임이나 일반적인 솔루션 개발도 아니었다.
기존의 실력도 중요했지만, 창의력과 응용력이 더욱 중요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그 말인즉슨 기존의 프로그래밍에 익숙해져 있는 대학원생이나 고학년 말고도 저학년생도 창의력과 실력만 있다면 도전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저 참가하려고요.”
“참가하지 않기에는 너무 큰 돈이지.”
일억이면 대기업 사원의 이년치 연봉 이상의 돈이었다.
그걸 일시금으로 받는 것도 모자라서 채용 특전도 있단다.
“흠. 처음 들어보는 기업이라 좀 불안하지만, 뭐 시원찮으면 상금만 먹고 빠지면 되겠지.”
한국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김상규가 미소를 지었다.
“상규야. 팀으로 나갈 거야?”
공모전에 참여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였다.
팀을 구해서 나가도 되고 개인 자격으로 나가도 된다.
“개인으로 나가야죠. 마음 맞는 상대 구하기도 힘든데요.”
“나랑 하면 어때?”
“선배요?”
김상규가 이희찬의 제안에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그가 아는 이희찬은 유복한 부모님을 만나 취업에 별 뜻이 없는 사람이었다.
뭐 나중에 건물을 하나 물려받아서 임대사업자를 한다고 했던가.
정말 프로그래밍이 재미있어서 취미로 하는 사람이었다.
“왜? 마음에 안 들어?”
“아니요. 아닙니다. 저야 좋지요.”
김상규가 고개를 저었다.
예로부터 게으른 자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고 하였던가?
이희찬은 진심으로 프로그래밍을 즐기는 자였다.
게다가 그 실력 역시 김상규 자신에 못지않게 뛰어났다.
같은 팀으로 나간다면 천군만마와 같을 것이 분명했다.
“좋아요. 그럼 먼저 정보수집부터 시작해볼까요?”
김상규와 이희찬이 서둘러 컴퓨터실로 향했다.
*
“여기가 한국이군요.”
“그렇습니다. 한국은 최근 정보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어 전 세계에서 인터넷 보급률이 손에 꼽힐 정도입니다.”
“들었어요. 이 나라는 큰 전쟁을 치른 지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발전했네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애플사의 CEO 잡과 그의 수행원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입국장을 나섰다.
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은 신기한 나라였다.
인터넷에서 보기로 한반도는 식민지에서 벗어난 지도 아직 백 년이 채 지나지도 않았고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국토가 초토화된 지 이제 겨우 오십 년이 지났을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모습을 보니 서양의 그 어느 나라와 비교하더라도 크게 떨어지지 않을 만큼 번영한 모습을 보였다.
“정말 신기한 나라입니다.”
“한국인들은 빨리 빨리라는 단어를 삶의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간다고 합니다. 뭐든 빨리빨리 처리하는 습관 때문에 이런 번영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고 봅니다.”
잡이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빨리라. 좋은 문화 같군요. 우리 회사에도 적용해볼 만 해요.”
“하지만 일의 효율성만 추구하다 보니 창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수행원의 보고에 잡은 고개를 저었다.
“창의성이 떨어진 다라.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는 겁니까?”
“한국 내부에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창의성이 떨어지는 나라에서 우리가 준비하던 특허를 먼저 출원했다는 겁니까?”
잡의 말에 수행원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한때 대한민국은 일본과 미국의 카피캣으로 불렸다.
창의성 같은 것은 일단 묻어 둔 채 극한의 효율성을 통해 비슷한 물건을 찍어 세계로 유통했다.
그것을 통해 대한민국은 기술을 축적했고 지금의 번영을 이루는 뼈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SJ가 어떤 곳인지 그리고 그들과 접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내세요.”
단지 궁금해서 한국으로 날아온 게 아니었다.
SJ가 출원한 특허.
그것에 대해 협상을 해야 했다.
*
“인근 대학에서 다 왔나 본데?”
인근 대학에서 프로그래밍 좀 한다는 사람들은 다 왔는지 공모전을 치르는 건물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모두 안으로 입장해주시기 바랍니다.”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직원이 김상규와 이희찬을 비롯한 참가자들을 건물 안으로 이끌었다.
“오오. 이게 다 뭐야?”
직원을 따라 건물로 들어선 학생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건물의 내부는 최첨단으로 꾸며져 있었다.
공대생이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시설들이었다.
최신식으로 보이는 컴퓨터와 모니터들이 널찍한 구조로 배치가 되어 있었다.
그 모습은 기존의 대학원 연구실이나 회사들하고는 차원을 달리했다.
작업 공간은 넓으며 창의력을 위한 휴식 공간 역시 충분했다.
게다가 다른 회사에서는 탕비실 정도로 대신하는 공간들도 카페나 공원처럼 아주 멋들어지게 꾸며져 있었다.
“일하는 직원이 없네?”
모두가 감탄하고 있을 때 김상규는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없었다.
이 정도 규모의 사무실에 일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이상한 광경이었다.
직원은 그들을 큰 회의실로 이끌었다.
“모두 앉으세요.”
회의실은 참가자들이 모두 들어가고도 공간이 남을 정도로 컸다.
“대표님 나오십니다.”
대표가 온다는 말에 김상규가 눈을 빛내며 입구를 바라봤다.
“어?”
대표는 상당히 젊어 보였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제대로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김상규 그보다 어려 보였다.
‘이거 제대로 된 공모전 맞나?’
김상규가 너무나 젊은 대표의 모습에 의구심을 가질 때.
대표가 말문을 열었다.
“공모전에 참여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회의실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박수라도 칠만 했지만, 참가자들은 묘한 긴장감에 사로잡혀 그럴 생각도 하지 못했다.
위이이이잉
팟
인사가 끝나자 프로젝터가 켜지며 스크린에 불이 들어왔다.
[안 드 로 이 드]스크린에는 안드로이드사의 마스코트와 함께 안드로이드라는 글자가 나타났다.
아직 그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은 마른 침을 삼키며 계속 스크린을 지켜봤다.
스크린에서는 스마트폰의 개념과 함께 안드로이드에 대한 소개가 흘러나왔다.
김상규와 이희찬은 뭐에라도 홀린듯 그것을 바라만 봤다.
꽤 긴 영상이었지만 김상규와 이희찬에게는 짧게만 느껴졌다.
“여러분들은 조금 전 영상에서 나온 스마트폰 그리고 안드로이드에서 돌아갈 어플리케이션을 만드셔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이 건물의 사무실을 마음대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파일을 밖으로 가지고 나가실 수는 없습니다.”
공모전 지원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적으로 장소가 지정된 공모전은 공정성을 이유로 파일을 외부로 가지고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개발 언어는 어떤 걸 써야 하나요?”
“안드로이드 SDK와 개발에 필요한 도구들은 제공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주로 사용되는 언어는 자바입니다만 C언어도 사용 가능합니다.”
참가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혹시 낯선 언어로 개발을 하라고 했다면 그것 또한 고역이었을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자유롭게 개발에 임해주시면 됩니다. 이 건물에 있는 사무실 어떤 곳을 쓰셔도 상관없습니다. 모든 자리에는 최신사양의 컴퓨터와 기타 장비들 그리고 초고속 인터넷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기간은 얼마나 됩니까?”
“기간 제한은 한 달입니다. 하지만 그 기간에 프로그램을 완성하지 않아도 됩니다. 프로토타입이라도 아이디어가 좋고 가능성이 있으면 입상 가능합니다.”
그 말에 참가자들이 주먹을 꽉 쥐었다.
이번 공모전은 1등 상금 외에도 각종 입상의 상금들도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입상이라도 하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여러분의 상상을 자유롭게 펼쳐보십시오. 그 어떤 것도 상관없습니다. 무엇이든 만들어보세요.”
참가자들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
“대표님. 어떻게 눈여겨보시는 팀이 있으십니까?”
소영신은 사무실에서 밤낮도 없이 프로그래밍에 매달리고 있는 참가자들을 보며 물었다.
“아직은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 나올 겁니다.”
“프로그래밍이라면 차라리 IT 회사에 오퍼를 넣으시는 게 더 낫지 않았겠습니까?”
김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만약 기존의 솔루션을 활용하는 것이라면 기성 업체들에 맡겼을 것이다.
그게 더 효율적이니까.
하지만 아직 이 시대에는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이 확실하지 않은 시대였다.
아쉽게도 김서준은 전생에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업계 쪽으로는 무지했다.
메신저나 몇몇 킬링 어플리케이션들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그리고 그것 외에 창의적인 아이템이 뭐가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랬기에 젊은 피가 필요했다.
아직 머리가 굳지 않은 대학생들은 창의적인 아이템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공모전에 합격한 사람들을 데리고 전생의 기억에 있는 킬링 어플리케이션을 만들면 된다.
인재를 구하는 과정 중 하나였다.
*
“선배. 어떤 걸 하면 좋을까요? 일단 이 개발 도구 자체는 자바로 만들어져 있어서 어느 정도 다룰 수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말이다.”
김상규와 이희찬은 컴퓨터 앞에서 골머리를 싸맸다.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다른 팀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벌써 코딩에 들어간 모양이었지만, 그들은 아직 무엇을 만들지 개념조차 잡지 못한 상태였다.
“동아리 애들한테 한번 물어볼까요? 혹시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럴까?”
외부인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은 없었다.
김상규가 폴더폰을 꺼내 손가락으로 휙 커버를 젖혔다.
그리고 동아리원들과 문자를 주고받던 김상규.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김상규의 입에서 탄식이 터졌다.
“아!”
“왜?”
“선배. 저 알이 다 떨어졌어요.”
김상규가 인상을 찌푸리며 머리를 긁었다.
“너 문자 무제한 아니야?”
“네. 문자 무제한이 얼마나 비싼데요.”
“그럼 내가 해볼게.”
이희찬이 자신의 슬라이드폰을 꺼냈을 때.
김상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선배! 그거에요!”
“어?”
갑작스럽게 벌떡 일어나 소리를 치는 김상규에게 다른 참가자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집중된 시선에 김상규가 그제야 자신의 행동을 깨닫고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자리에 앉았다.
“갑자기 왜?”
“그거에요. 스마트폰이라는 게 손안의 작은 컴퓨터에 전화 기능을 합쳐 놓은 거잖아요. 앞으로 모두 스마트폰을 쓰게 될 거라고 했고요.”
“그렇지.”
디테일함은 다르지만, 어느 정도는 맞는 이야기였기에 이희찬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그럼 거기에도 메신저가 필요할 거 아니에요? 문자나 전화에 연연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통해서 무료로 문자와 전화를 할 수 있다면?”
이희찬이 입을 떡 벌렸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김상규의 생각은 일리가 있었다.
“이겁니다. 이걸로 하시죠.”
이희찬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리고 그날부터.
이희찬과 김상규는 침식을 잊고 프로그래밍에 매진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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