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62
음악천재 재벌3세 62화
상인들을 내보낸 이후 김서준은 건물을 실리콘 밸리에서 보았던 IT 회사들의 그것처럼 환경을 리모델링했다.
주변의 건물 몇 개를 더 산 터라 흡사 애플사의 애플캠퍼스 비슷한 느낌까지 들었다.
지금 이 시대의 한국 프로그래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게임 산업이 발달하면서 몇몇 게임회사들이 사원 복지에 신경을 쓰고 창의적 기업문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그들 역시 이 모습을 따라오려면 부족했다.
공모전이 시작된 이후 김서준은 건물에서 상주하다시피 했다.
계속 돌아다니면서 지원자들이 어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나 모니터링 했다.
“대표님. 마음에 드시는 팀이 있으신지요?”
“네. 있네요.”
솔직히 놀랐다.
창의성이 넘치는 대학생들이라 그런지 그들은 벌써 꽤 괜찮은 앱들을 설계하고 있었다.
물론 한 달이라는 시간 내에 상용화 가능한 수준으로 개발하는 것은 무리였지만 아직 스마트폰이 출시할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라고 말했다.
지식과 기술이야 스마트폰이 출시될 때까지만 맞추면 된다.
전생에 반추했을 때. 스마트폰이 출시할 때가 되면 관련 기술도 모두 갖춰졌다.
그래서 참가자들은 모르겠지만, 이 공모전은 당장 지식보다는 상상력에 주안점을 둔 공모전이었다.
“저쪽 창가에 앉은 팀 보이세요?”
“네. 보입니다. 어제 갑자기 벌떡 일어나 소리를 치더군요. 독특한 친구들입니다.”
“제 생각에는 저 팀이 일등을 할 것 같네요.”
제법 괜찮은 아이디어들이 많았지만, 김상규와 이희찬의 아이디어가 압도적이었다.
물론 김서준이 보기에는 당연한 아이디어였지만 아직 스마트폰이 현실화되지 않은 이 시점에는 저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인재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전생에서도 저 메신저를 가장 먼저 개발한 회사가 시가총액 기준 두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성장했다.
‘놓칠 수 없지.’
스마트폰 시대에도 당연히 하드웨어는 중요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CPU부터 GPU는 물론이고 카메라 센서, 램등 하드웨어 스펙 하나로 평이 갈리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등 여전히 하드웨어는 중요했다.
하지만 하드웨어만큼 중요한 것이 소프트웨어다.
애플사가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가장 큰 경쟁력은 바로 소프트웨어였다.
운영체제의 감성과 안정성 역시 좋았지만, 안드로이드보다 우선하여 구축된 어플리케이션 생태계는 소비자에게 애플사의 제품을 선택하게 했다.
그것뿐 아니다.
어플리케이션 하나 잘 만들어서 기업을 세우고 인생을 편 사례들 역시 많았다.
‘선점해야 한다.’
해결해야 할 일이 많았지만, 일단 그것들을 선점하고 스마트폰 출시와 함께 배포하는 것.
그것이 우선 해야 할 일이었다.
*
밥은 남산 아래에 있는 5성급 호텔에 묵고 있었다.
동양에 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한국의 음식은 생각보다 밥의 입맛에 맞았다.
“친구들에게 연락하고 있는데 SJ를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SJ는 분명 한국 회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정도 자금력과 실력을 갖춘 회사를 아무도 모른다? 이게 말이 됩니까?”
수행원들의 보고에 밥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정도 자금을 움직이는 회사라면 한국 쪽에 정보가 있어야 했다.
“삼신에는 연락이 닿습니까? 아마 삼신이라면 알지 않겠습니까?”
삼신은 한국 재계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제일의 기업이었다.
애플사는 위탁생산 중 많은 수량을 삼신에게 맡겨왔던 터라 삼신에도 인맥이 꽤 있었다.
“연락은 넣어놨는데 아직 답변이 오지 않았습니다.”
“SJ라···. 만약 삼신이었으면 이런 장난질은 하지 않았을 테고···.”
잡스가 생각에 잠겼다.
만약 삼신이 범인이었다면 이런 장난질은 치지 않았을 것이다.
특허를 출원할 때 대놓고 삼신이라고 이름을 박아 넣었을 것이다.
“SJ라···.”
도대체 어떤 기업인지 파악조차 쉽지 않았다.
“좀 더 알아보세요. 시간이 많지 않으니 돌아가기 전까지 SJ의 오너와 만나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수행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신제품 개발 막바지에 있는 애플사였기에 잡이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지금 그가 아시아의 변방 한국으로 날아온 것도 무리하게 시간을 낸 것.
서둘러 SJ의 수장을 만나고 미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호텔을 나선 밥은 서울의 시가지로 향했다.
“도대체 한국에 뭐가 있어서 이렇게까지···.”
한국에 온 김에 한국을 둘러볼 작정이었다.
어차피 SJ를 찾는 것이야 그의 수행원들이 해줄 것이었으니 그는 편하게 서울을 둘러볼 참이었다.
“정말 믿기지 않아.”
택시를 타고 시가지에 도착한 밥의 입이 벌어졌다.
전쟁으로 전 국토가 초토화된 지 이제 겨우 50년이 지난 모습이라고 보기에는 믿을 수가 없었다.
마천루는 솟아 있었고 도로에는 차가 가득했다.
“내가 한국을 너무 얕보고 있었군.”
한국이라는 나라가 있는 것은 알고 있었고 인터넷을 통해 어느정도 정보 역시 공부하고 왔지만 실제로 보는 서울의 모습은 밥의 상상 이상이었다.
밥은 굳은 얼굴로 서울의 거리를 걸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핸드폰을 손에 들고 다녔다.
‘미국보다 더 보급이 잘 된 것 같아.’
미국에는 아직도 핸드폰이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에 비해 한국은 핸드폰이 모두 보급된 것 같지 않은가?
“PC?”
그때 밥의 눈에 익숙한 단어가 보였다.
PC방.
물론 PC 다음에 쓰여 있는 한글은 읽을 수 없었지만, 컴퓨터에 관련된 무엇임이 틀림없다고 생각되었다.
“IT 강국답게 PC와 관련된 무엇이 있는 건가?”
밥은 천천히 PC라는 간판이 걸린 건물로 향했다.
“어? 외국인이다!”
건물에서 아직은 어린 학생들이 뛰어나오며 밥을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하지만 한국어를 알아들을 수 없었기에 밥은 작게 웃어준 뒤 계단을 올랐다.
“외국인도 피시방 가네?”
학생들은 계단을 올라가는 밥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계단의 끝까지 올라온 밥의 코에 통유리로 된 문이 나타났다.
“게임 포스터?”
유리문에는 온갖 게임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개발사인가?”
개발사가 아니라면 이렇게 많은 게임 포스터가 붙어 있을 리 만무하다고 생각한 밥.
한국의 개발 환경이 어떤지 궁금해졌기에 밥이 유리문을 열었다.
훅
문을 열자마자 어두운 조명과 함께 담배 연기가 밥의 코를 찔렀다.
“크읍.”
담배 연기와 땀내가 뒤섞인 냄새.
밥이 손을 들어 코를 막은 채 주변을 둘러봤다.
“어서오···.”
알바생이 밥에게 다가오다가 걸음을 멈추었다.
“아씨. 외국인이네.”
알바생이 짜증 섞인 말을 내뱉었다.
알바생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 것과는 상관없이 밥은 상당히 놀란 상태였다.
‘개발사가 아니잖아?’
분명 개발사는 아니었다. 넓은 공간에 수많은 컴퓨터가 있었으며 그 앞에는 학생과 성인 가릴 것 없이 앉아서 컴퓨터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이게 한국 IT 발전의 원동력인가?’
무엇에라도 홀린듯 밥이 PC방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에이! 뭐야! 죽었잖아.”“비롱! 비롱!”
사람들은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은 채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게임을 하는 사람들 외에도 인터넷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컴퓨터를 즐기고 있었다.
‘이···. 이게 뭐야?’
밥은 진심으로 놀랐다.
이러니 IT가 발전한 것이다. 모두가 컴퓨터를 쓰고 모두가 인터넷을 사용한다.
‘이런 나라가 있다니.’
“유···. 유즈 컴퓨터?”
밥이 충격에 빠져 있을 때. 알바생이 밥에게 다가와 짧은 영어로 물었다.
짧은 영어였지만, 알아듣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예스.”
다행히 한화는 들고 있었기에 밥은 주머니에서 돈을 꺼냈다.
“원 아워.”“오케이.”
밥이 내민 돈을 알바생이 쓱 빼갔다.
그 모습을 본 밥이 깜짝 놀랐다.
‘이렇게 저렴하다고?’
분명 한 시간이라고 했는데 알바생이 빼간 돈은 1달러가 채 되지 않았다.
환전하기 전에 환율을 알아두었으므로 확실했다.
밥의 놀람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좋은데?’
저렴한 요금이었기에 컴퓨터 사용이 좋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밥이 쓰고 있는 PC는 애플사의 사원들이 쓰는 컴퓨터와 비교하더라도 결코 떨어지는 것 같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좋아 보이기까지 했다.
게다가 인터넷 속도는 어떠한가? 애플사에는 광섬유 케이블이 직접 들어오기 때문에 인터넷이 꽤 빠른 편에 속했다.
하지만 북미 대부분은 인터넷이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 연결되지 않은 곳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 이곳의 인터넷 속도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누르는 순간 반응하는 속도였다.
‘이러니까 IT 강국이다. 앞으로 돌아가면 한국을 더욱 경계해야겠어.’
밥은 그날.
신세계를 경험했다.
*
“오늘이 마지막이네.”
이은지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밥버거 장사는 이은지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줄을 선 손님들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것도.
학생들과 웃고 떠들며 밥버거를 파는 것도.
이은지가 평소 살면서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은지야. 이거 받아.”
이은지가 아쉬워하고 있을 때. 김서준이 이은지에게 봉투를 하나 건넸다.
“이게 뭐야?”
이은지가 고개를 갸웃하며 봉투를 받았다.
“돈.”
“돈은 왜?”
이은지의 기본급이야 이미 통장으로 꼬박꼬박 받고 있었다.
굳이 이렇게 봉투를 건네받을 이유도 없었고 지금까지 그런 적도 없었다.
“그간 고생했잖아.”
“돈 받으려고 한 거 아닌데···.”
이은지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김서준이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준 것이지 돈을 받으려고 한 행동이 아니었다.
“부담 없이 받아도 돼. 밥버거가 프랜차이즈로 팔렸거든.”
“진짜?”
이은지는 진심으로 놀랐다. 그렇지 않아도 수많은 사람이 밥버거 비법을 전수해달라고 찾아오거나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보자고 찾아오곤 했다.
김서준은 그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대부분이 사기꾼이기도 했지만, 경영인의 밤 내기 때문에 했던 장사였으니 굳이 프랜차이즈 사업까지 키워서 일을 늘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분을 아예 다 넘기고 나온 수익 중 네 몫이야. 받아도 돼.”
이은지가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었다.
“헉.”
봉투에는 꽤 많은 아니 아주 많은 돈이 들어 있었다.
“네 기여분만큼 넣은 거니까 부담가지지 마. 그리고 부모님 다시 모시고 와야지.”
“서준아···.”
이은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김서준의 말처럼 이은지가 꽤 수입이 생기긴 했으나 그녀의 가족은 아직 모이지 못했다.
서울 집값이 비싸기도 했거니와 아직 그녀의 부모님은 꽤 많은 빚을 지고 있었기에 그것을 갚기 전까지는 상경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김서준이 준 이 돈이면 부모님의 빚은 물론이고 가족들도 서울로 모두 데려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은지가 감동에 몸을 부르르 떨고 있을 때.
포장마차 앞에 한 외국인이 나타났다.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포장마차의 메뉴를 살피는 외국인.
그 외국인을 본 김서준이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스티븐 잡?’
전생의 기억보다는 훨씬 젊은 모습이었지만, 확실했다.
지금 포장마차 앞에서 무슨 밥버거를 먹을까 고민하는 외국인은 애플사의 CEO 스티븐 잡이 확실했다.
“OHH.. Can You Speak English?”
간절한 표정으로 김서준에게 말을 건네는 잡.
김서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Sure.”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