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65
음악천재 재벌3세 65화
좋은 말로는 순수했다.
섹시 컨셉의 걸그룹은 이미지 소모가 컸기에 이수철은 걸스제네레이션을 순수하고 청순한 이미지로 만들고자 했다.
컨셉대로였는지 소녀제네레이션 연습생들의 노래는 기교보다는 순수한 음색이 컸다.
눈을 감고 노래를 듣던 김서준의 미간이 작게 흔들렸다.
연습생들의 열창이 끝나고 이수철이 약간은 들뜬 얼굴로 김서준에게 물었다.
“어떠십니까?”
“예상외군요.”
“무슨 뜻입니까?”
고개를 갸웃한 이수철이 김서준을 바라봤다.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걸그룹을 준비하는 연습생들은 가창력보다는 안무나 퍼포먼스에 더 신경을 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김서준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 당시 걸그룹은 노래를 잘할 필요가 없었다.
가창력을 담당하는 멤버 하나만 있으면 되었다.
나머지 멤버들은 외모와 춤으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것이 지금까지 걸그룹의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번 그룹은 조금 달랐다.
노래를 유독 잘하는 멤버가 있긴 했지만 소녀제네레이션 연습생들은 전반적으로 보컬 트레이닝을 열심히 받은 티가 났다.
“요즘은 시대가 바뀌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비주얼만으로 팬들을 끌어모으는 시대는 지났지요. 지금은 우리가 먼저 시도하는 것이지만, 앞으로는 모든 보이그룹이든 걸그룹이든 가창력 없이는 살아남지 못할 겁니다.”
이수철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실제로 이수철의 판단은 정확했다.
미래에는 보이, 걸그룹 멤버들에게 가창력은 기본 소양 중 기본 소양이 되었으니까.
“마치 요리파 요리사를 보는 기분이네요.”
“푸하하. 서준씨 말이 딱 적당합니다. 지금까지 아이돌은 진짜 가수가 아니었습니다. 가수라면 모름지기 노래를 잘 불러야 하지요.”
김서준의 말에 이수철이 한바탕 웃음을 쏟아냈다.
방음 때문에 밖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듣지 못한 소녀제네레이션의 연습생들은 무슨 일인가 궁금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가 좀 도와드려도 될까요?”
“제가 부탁드리고 싶었던 겁니다.”
김서준의 말에 이수철이 반색을 했다.
김서준이 가르쳐준다면 소녀제네레이션 연습생들에게 긍정적일 것이 분명했다.
이수철이 아는 김서준은 단순히 노래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슈퍼보이스 코리아에서 이미 김서준은 그의 능력을 증명했다.
작곡, 작사, 편곡 그리고 다양한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까지.
그것뿐이 아니다.
김서준을 가장 빛나게 했던 팀미션에서 김서준은 다른 사람을 지도하는 능력까지 보여주었다.
‘기회다.’
김서준에게는 돈을 주고 트레이닝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한다.
이런 기회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기회였다.
“모두 나와봐.”
이수철이 통신 버튼을 누르고 말하자 소녀제네레이션의 연습생들이 밖으로 우르르 달려 나왔다.
“서준씨가 특별히 너희를 지도해주신다고 한다. 그러니까 배울 수 있는 것은 다 배우도록 해. 오늘 같은 기회는 다시 오지 않으니까.”
“와아아아! 감사합니다.”
소녀제네레이션의 멤버들이 김서준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때. 김서준에게 문득 좋은 생각이 들었다.
“이수철 대표님. 캠 좀 준비해 주시겠어요?”
“캠 말입니까?”
이수철을 비롯해 소녀제네레이션의 연습생들도 김서준의 요구에 고개를 갸웃했다.
“네. 이번에 다 끝내버리지요.”
이 시대만 하더라도 데뷔 전 그룹의 홍보 방식은 상투적이었다.
N-NET 방송을 통해 걸그룹의 데뷔 전 모습을 다큐 형식으로 찍어 방영하거나 인터넷 기사를 통해서 홍보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너무 진부했다.
‘유튜브.’
아직 한국에서는 유튜브가 정식으로 서비스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구글사가 유튜브를 인수한 이후에 매년 수천억의 적자를 내는 이유.
스마트폰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많은 해외 이용자들이 영상을 업로드하고 또 그것을 보았기 때문에 서버 유지비가 많이 든 것이다.
지금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홍보한다면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홍보가 가능했다.
실제로 강남을 주제로 한 곡이 유튜브에서 30억 뷰를 돌파하며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김서준은 이수철이 자신을 부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앨범을 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슈퍼보이스 코리아가 끝난 지 어느덧 반년이 흘렀다.
사람들이 아직 김서준을 기억해 줄 때 앨범을 내는 것이 옳았다.
‘그리고 빨리 터는 것도 좋지.’
그리고 올해가 지나면 김서준은 말 그대로 눈코 뜰 새가 없을 정도로 바빠진다.
계약은 올해에 털어버리는 것이 유리했다.
그리고 걸스제네레이션과 함께 유튜브 영상을 제작해서 업로드한다면 일석이조였다.
김서준의 부탁에 이수철이 급히 전화로 직원에게 캠을 가져오라고 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매니저 하나가 숨을 헐레벌떡 몰아쉬며 연습실로 캠 여러 대를 들고 왔다.
“영상을 찍으려고 하십니까?”
“네. 유튜브에 올려보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이수철이 매니저에게 급히 소리쳤다.
“야. 코디랑 메이크업 당장 오라고 해. 조명도 몇 개 더 가져오고.”
확실히 이수철은 전문가였다.
영상이라는 말이 나오자 급히 필요한 것들을 파악했다.
“대표님! 갑자기 왜 부르셨어요?”
메이크업과 의상 담당이 헐레벌떡 물건들을 챙겨서 뛰어왔다.
“애들 좀 단장해. 영상 하나 찍자.”
“갑자기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담당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전문가답게 그들은 금세 멤버들을 치장했다.
“서준씨. 영광이에요.”
김서준을 맡은 메이크업 담당이 얼굴을 살짝 붉히며 김서준의 얼굴에 분칠했다.
“옷은? 어떻게 하실거에요?”
메이크업이 끝나자 의상 담당이 김서준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김서준은 고개를 저었다.
조금씩 익숙해지고는 있었지만, 김서준은 아직도 이 시대의 패션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암흑기···.’
이 시대는 대한민국 패션의 암흑기라도 무방할 정도였다.
아무리 복고가 찾아와도 이 시대의 패션은 찾아오지 않는다는 평을 들었을 정도로 끔찍한 패션의 시대였다.
“아. 저는 이대로 하겠습니다.”
“네. 알겠어요.”
의상 담당이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물러섰다.
메이크업과 의상 교체가 끝나자 조명과 카메라 설치도 끝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녹음실은 순식간에 녹화장 같은 모습으로 변모했다.
“모두 들어오세요.”
녹음 부스로 들어간 김서준이 마이크 앞에 준비된 높은 의자에 기타를 들고 반쯤 걸터앉았다.
“녹화 켜.”
그 모습을 긴장된 모습으로 지켜보던 이수철이 카메라의 녹화 버튼을 눌렀다.
-띡
카메라가 돌기 시작했다.
*
“어? 이게 뭐지?”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는 대학의 강의실에서 제리가 노트북을 펴 놓은 채 유튜브에 접속해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낯선 섬네일이 눈에 들어왔다.
“코리안 걸 그룹?”
유튜브와 인터넷은 물론이고 현실에서도 동양 걸그룹의 노래를 들을 기회가 없었기에 제리는 트랙패드로 커서를 움직여 영상을 클릭했다.
살짝 긴 로딩 시간을 거치자 녹음 부스 같은 곳을 배경으로 영상이 시작되었다.
“세연씨는 고음에서 너무 긴장해요. 충분히 가능한 음역대니까 긴장을 풀면 더 좋은 소리가 날 거예요.”
영상에서 나오는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친절하게 영어 자막이 달려 있었기에 제리가 이해하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오. 시작하나 보다.”
짧은 이야기가 끝나고 의자에 걸터앉은 남성이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제리가 침을 꿀꺽 삼켰다.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기타 소리가 예사롭지 않은 탓이다.
제리는 지금까지 동양인이 기타를 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제리가 사는 동네와 다니고 있는 대학은 동양인 유학생이 드물었고, 있다 하더라도 그들이 기타를 연주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동양인이 기타를 잘 칠 수 있을까?
그 편견은 단박에 깨졌다.
“대단해···.”
음악에 대해 그다지 소양이 없는 제리가 듣기에도 동양인의 기타연주는 매우 훌륭했다.
그리고 그 기타 연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동양인 소녀.
노래 가사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 느낌만으로도 제리는 노래를 느낄 수 있었다.
“제리. 뭐 봐?”
제리가 이어폰을 꽂은 채 노래에 심취해 있을 때.
그의 친구 데이빗이 제리에게 다가왔다.
“오우! 이 예쁜 여자는 누구야?”
데이빗은 제리의 노트북 화면에 떠 있는 동양인 소녀를 보며 급히 고개를 가져다 대었다.
“걸스제네레이션? 한국이라는 나라의 걸그룹이라는데?”
“한국? 노스코리아?”
데이빗의 말에 제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노스코리아겠냐? 멍청한 미국놈아. 당연히 사우스 코리아지.”
“와. 그런데 진짜 예쁘다.”
“노래도 잘해. 한번 들어볼래?”
제리가 이어폰 한쪽을 빼서 데이빗에게 넘겼다.
이어폰을 귀에 꽂은 데이빗이 입을 쩍 벌렸다.
“이쁜데 노래도 잘해?”
“한국에서 유명한 가수가 아닐까?”
“데이빗. 너 기타 좀 친다고 했지? 어때? 이 동양인 기타 솜씨가 어때?”
데이빗의 표정은 심각했다. 일단 여자들의 외모를 칭찬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그의 귀는 기타 소리를 따라가고 있었다.
“정말 잘해!”
“진짜?”
“어! 진짜 잘해. 이렇게 잘하는 사람은 드문데···.”
데이빗이 인정하자 제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영상도 있어? 찾아보자.”
“그럴까?”
영상이 끝나자 제리와 데이빗이 유튜브에 연신 검색을 이어갔다.
*
“얀센 감독님.”
“데미얼. 왔나?”
LA 할리우드의 얀센 사무실은 요즘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아직 할리우드에 작업실이 없는 데미얼에게 얀센이 사무실을 쓸 수 있게 내주었기 때문.
데미얼의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으나 얼굴이 어두워 보이지는 않았다.
“마무리는 잘 되어가나?”
“그럼요. 어려웠던 씬을 미리 서준과 은지가 찍고 가서 나머지 씬은 그다지 무리 없이 찍고 있습니다.”
소파에 몸을 푹 묻은 데미얼이 눈을 살짝 감았다.
이렇게 잠시 짬이 날 때 피로를 풀어 두어야 했다.
“돈은 잘 지급되고 있나? 비록 한성이 할리우드에서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더라도 한국에서는 손에 꼽는 대기업일세.”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충분히 자금이 집행되고 있습니다. 저예산 영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주 풍족하게 지급되고 있어요.”
데미얼이 웃음을 지었다.
데뷔도 하지 않은 그가 첫 작품부터 이렇게 투자를 받을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서준을 만난 이후로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어요.”
“이제 자네만 잘하면 되겠군. 영화가 나오고 나서 서준이 그것을 보고 실망하면 안 되니까 말이야.”
“물론입니다. 감독님. 감독님도 보셨지 않습니까? 비록 감독님에 비하면 모자라지만 이번에 저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데미얼은 천재였다.
하지만 이전의 데미얼은 그저 재능만 가지고 있는 천재였다.
하지만 김서준을 만난 이후로 데미얼은 노력하는 천재가 되었다.
좀 쉴 만도 한데, 데미얼은 제대로 잠도 자지 않고 영화에 매진했다.
그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끝내줬다. 솔직히 얀센이 십 년만 젊었어도 데미얼을 질투했을지도 몰랐다.
“감독님.”
얀센과 데미얼의 이야기가 막 끝났을 때.
크리스의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웬만해서는 큰 소리를 내지 않는 크리스였기에 잠시 선잠이 들었던 데미얼도 눈을 뜨고 크리스를 바라봤다.
“이걸 보셔야겠습니다. 아! 데미얼도 있었군요. 데미얼도 같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얀센과 데미얼이 의아한 눈으로 크리스에게 다가갔다.
“하하하! 서준이 대신 홍보를 해주려나 보군.”
그리고.
얀센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