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67
음악천재 재벌3세 67화
“음악의 중심이 미국 그리고 빌보드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왜 그런 생각을 하셨습니까?”
생수병을 든 얀센이 목이 타는지 벌컥벌컥 물을 마셨다.
“천재를 봤습니다. 음악 감독을 하며 그리고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후학 양성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보고야 말았습니다.”
인터뷰를 하던 기자는 얀센의 말에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직설적으로 그게 누구냐고 묻고 싶었지만, 상대는 할리우드를 넘어서 미국 전역에 이름을 날리는 명감독이었다.
“그게 누구입니까?”
“아! 갑자기 전화가 와서···. 크리스 인터뷰 좀 마무리해 줘.”
얀센이 전화를 들고 어디론가 향했다.
그런 얀센을 당황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기자였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크리스가 얀센 대신 의자에 앉았다.
“감독님이 하시던 말마저 하겠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감독님이 제게 영상 하나를 보여주시더라고요. 동양인 소년 한 명이 축제에서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었습니다.”
“동양인 소년이요?”
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평소에는 노래 좀 한다 하는 사람이 찾아와도 무덤덤하시던 분이 그때만큼은 젊은 날의 혈기왕성하던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지요. 그리고 제게 물으시더군요.”
“뭘 물으셨습니까?”
크리스가 빙긋 웃었다.
“그 질문을 제가 기자님께 드리겠습니다. 기자님. 천재가 있다고 믿으십니까?”
기자의 말문이 막혔다. 크리스가 하는 질문의 의도를 모른 탓이다.
“글쎄요···.”
기자가 말꼬리를 흐렸다.
“천재는 있습니다. 제 눈으로 봤거든요.”
말을 마친 크리스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기자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영화에 대한 질문은 아직 하지도 않았는데 왜 다 가버리는 거야?’
어리둥절했다. 영화가 개봉한다고 해서 취재차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얀센이나 크리스나 모두 알 수 없는 소리만 늘어놓고 있었다.
그런 기자의 마음을 잃었음일까?
스튜디오 밖으로 나서던 크리스가 뒤를 돌아보며 기자에게 말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두 명의 천재가 만들었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 네···.”
기자는 크리스의 당당한 모습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
이수철은 연습실에 앉아서 멍하니 김서준을 바라봤다.
김서준의 옆에는 이은지가 앉아 있었는데 김서준이 작곡을 하면 이은지가 즉석에서 연주와 노래를 하며 김서준을 돕고 있었다.
‘컴퓨터로 안 찍고?’
이수철은 의아했다.
요즘 트렌드가 그랬다. 옛날이야 세션을 섭외해서 악기를 하나하나 연주했다고 하지만 요즘 누가 그렇게 하는가?
컴퓨터로 코드와 음표만 입력하면 컴퓨터가 알아서 음을 찍어준다.
악기를 익힐 필요도 없었다. 평생 다뤄보지도 않은 악기도 컴퓨터로 쉽게 찍을 수 있는 세상.
그게 요즘 트렌드였고 그렇게 하지 않는 가수는 거의 없었다.
해외고 국내고 가리지 않았다.
‘으음···. 그리고 저 사람은···.’
이수철의 눈이 이번에는 이은지에게 향했다.
김서준과 음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기타를 연주하는 이은지.
‘왜 오디션에서 떨어뜨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저런 인재를 왜 도대체 오디션에서 떨구었단 말인가?
청아하지만 따뜻한 음색. 그리고 아직은 앳된 느낌이 나지만 청순한 외모.
기타실력은 또 어떠한가? 김서준에 비하면 손색이 있다고 할지라도 저 정도만 되어도 훌륭하다.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한다면 꽤 훌륭할 것 같았다. 아니 같은 게 아니라 확실했다.
잠시 쉬는 시간이 되었을 때.
이수철이 이은지에게 물었다.
“혹시 계약된 곳 있으십니까? 괜찮으시면 SC로 모시고 싶은데요.”
격세지감이다.
이수철의 말에 이은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은지가 쉽게 대답하지 못하자 이수철이 명함을 내밀었다.
“꼭 연락하십시오. 모시고 싶습니다.”
음성은 정중했다. 하지만 이은지는 명함을 받지 않았다.
“죄송하지만, 이미 저는 계약을 해서요.”
“아···. 그렇습니까?”
그러면 그렇지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뛰어난 사람을 다른 기획사들이 놓아줄 리 없었다.
“혹시 어디입니까? 아! 절대 다른 생각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렇게 좋은 원석을 누가 발견했는지 궁금해서입니다.”
진심이었다.
이은지와 같은 원석을 발견한 프로듀서가 누군지 궁금했다.
이수철은 지금까지 대한민국 가요, 연예판에서 안목 하나만큼은 제일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눈에 이은지가 보이지 않았다.
그럼 누가 있어 이은지의 가능성을 보고 계약한 것인가?
지금까지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던 이수철의 자존심이 상처를 입은 것이다.
“저랑 계약했습니다.”
이은지와 이수철의 대화를 듣던 김서준이 이수철에게 커피를 건네며 입을 열었다.
순간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지 못한 이수철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서준씨와 은지양이 계약관계로 묶여있단 말입니까?”
김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 회사와 이은지양은 매니지먼트 계약으로 묶여 있습니다.”
이수철이 속으로 탄성을 터뜨렸다.
‘음악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눈도 있구나.’
놀랐다.
설마 김서준이 가수를 보는 눈까지 가지고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노래를 잘하는 것과 노래를 잘 가르치는 것.
그리고 노래를 잘 할 것 같은 사람을 발굴하는 능력은 별개였다.
현역 시절별 성적이 좋지 않던 운동선수도 지도자로 전향하여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하기도 하고 무명 배우 출신의 감독이 세계적인 거장으로 거듭나기도 했다.
하지만 김서준은 달랐다.
그 스스로도 훌륭한 뮤지션임과 동시에 다른 뮤지션을 보는 눈도 있었다.
‘끝장나는 가수가 하나 더 나오겠군.’
그런 김서준이 가르치고 프로듀싱한다면 이은지는 보통 가수로 성장하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다.
입맛이 썼다.
김서준보다 먼저 이은지를 가질 기회였는데 그것을 놓친 것이 아쉬웠다.
괜히 김서준의 연습실에 와서 폐를 끼친것 같아 이수철이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알아보지 못하고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마저 이야기를 나누지요.”
김서준이 아직도 무안해하는 이수철과 소파에 앉았다.
“앨범 제작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이수철이 방문한 이유는 간단했다.
앨범.
지난번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김서준이 SC를 찾았다.
하지만 뜬금없이 소녀제네레이션 멤버들과 영상을 찍느라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분위기가 달아올랐을 때 내는게 좋겠지요.”
지금 인터넷에서는 소녀제네레이션의 정체를 캐기 위해 네티즌 수사대가 나선 상황이었다.
게다가 김서준까지 얽혀 있자 사람들의 관심은 끝없이 타올랐다.
“서준씨의 말씀대로 열풍이 식지 않게 동영상을 하나씩 푸는 중입니다.”
이수철이 김서준을 바라봤다.
언제쯤 앨범이 준비되겠냐는 눈빛이다.
김서준과는 단순히 계약관계가 아니었지만, 이수철은 기본적으로 SC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대표였다.
빠른 시일 내에 김서준의 앨범이 나와야 최대한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김서준도 마찬가지였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앨범의 모든 구성과 곡에 대해서는 제가 권한을 가지겠습니다.”
이수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SC에서 김서준의 음악에 대해 태클을 걸만한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그 말이 사실입니까?”
이야기가 슬슬 마무리되어갈 때.
이수철은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이긴 한데, 서준씨가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찍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수철이 설마 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김서준이 얼마나 바쁜지 알고 있었기에 김서준이 굳이 할리우드까지 날아가서 영화를 찍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수철 역시 긴가민가한 상태로 바뀌었다.
김서준과 걸스제네레이션 동영상의 광고에 영화 광고가 붙은 것이다.
거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 영상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대역이 김서준 아니냐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뭔 개소리야.’라는 마음으로 영상을 본 이수철은 이내 꼭 물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수철이 보기에도 그 영화의 주인공 대역이 김서준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맞습니까?”
김서준이 씩 웃었다.
단지 미소일 뿐이었지만, 이수철은 그 미소에서 김서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었다.
*
뉴스에서는 올여름이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울 것이라는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그 뉴스 때문에 더 덥게 느껴진 탓인지 아니면 정말 지구온난화 때문에 날이 더워진 것인지 아직 여름이 제대로 찾아오지 않은 유월이었지만 사람들은 더위를 피하고자 노력해야 했다.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인 7월도 되지 않았던 터라 피서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고 기관이나 회사에서는 6월이라는 이유로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선택한 곳은 극장이었다.
극장은 시원하기도 했지만,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 혹은 가족들의 나들이 코스로 자리 잡았기에 연일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뭐 볼까?”
“새롭게 개봉한 거 없나?”
영화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영화관에 오는 것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무엇을 볼지 정하지 않고 영화관에 온 사람들이 많았다.
한 커플이 영화 상영표 앞에 서서 무엇을 볼지 연신 행복한 고민을 했다.
“다시 한번?”
그때 그들의 이목을 끄는 영화 제목이 있었다.
“재밌으려나?”
“재미있겠지? 미국 영화잖아.”
사람들은 한국 영화보다는 미국 영화를 더욱더 높게 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경향에 발맞추어 한국에서는 스크린 쿼터제가 시행되어 연간에 국산 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제도가 있어도 외산 영화가 인기를 끄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재미있네.”
“진짜 김서준 맞지? 김서준 맞는 거 같은데?”
커플이 영화 다시 한번을 볼까 고민하던 차에 그들의 귀에 이미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이거 보자.”
“아! 기억났어. 이거 김서준이 찍은 영화 아니냐고 난리 난 그 광고잖아.”
그렇게 표를 구매한 커플은 비단 이 커플뿐만이 아니었다.
*
“대 성공입니다.”
한성의 이일손 상무는 부하 직원들의 보고를 받으며 미소를 지었다.
한성은 그간 영화 산업에 투자를 많이 했다.
하지만 이천년대 초반 충무로의 3대 재앙이라 불리는 영화 몇 개가 연달아 망하면서 한성은 체면을 구겨야 했다.
특히 그중 원탑으로 불리는 영화가 개봉한 이후로는 충무로 전체가 침체되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한국 영화계도 회복하여 2006년 초반에는 경쟁사에서 천만 영화를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한성은 아직이었다.
그리고 비록 국산 영화는 아니었지만, 한성에서도 한 방 크게 터질 것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잘 되고 있습니까?”
“잘 되다 뿐입니까. 지금 전 상영관에서 연일 매진 행렬입니다. 이대로 가면 천만도 꿈은 아닐 것 같습니다.”
“스크린 최대한 더 확보하고 광고도 더 넣으세요.”
직원의 희망찬 보고에 이일손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천만.
‘쉽지 않겠지.’
천만.
결코 쉬운 숫자는 아니었다. 아니 쉽고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지금까지 외산 영화가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기록한 역사가 없었다.
덜컥
“삼촌! 저 왔어요.”
이일손 상무의 생각은 이인영에 의해 끊어졌다.
오자마자 에어컨의 온도를 낮춘 이인영이 소파에 털썩 몸을 기대고 앉았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것으로 보아 영화 성적을 알기 위해 급히 달려온 것이 분명했다.
“대박이 날 것 같다.”
“천만은 넘을 것 같아요?”
“그건 힘들 것 같다. 아직 외산 영화가 천만을 기록한 사례는 없었으니까.”
이인영이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녀석. 이 정도 시작에는 만족하지 못한다 이거냐? 김서준이랑 같이 다니더니 그릇은 커졌군.’
그 모습에 이일손이 내심 미소를 지었다.
지이이이잉
그때 이인영의 핸드폰이 울렸다.
“어! 서준이 형! 아 진짜? 축하해! 나도 꼭 살게!”
전화로 한참 떠든 이인영이 웃는 얼굴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잘하면 천만 되겠는데요?”
“어? 왜?”
갑자기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는 이인영을 보며 이일손이 되물었다.
“서준이 형 앨범이 나왔어요.”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