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69
음악천재 재벌3세 69화
“잡. 드디어 한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어디에서?”
집무실에서 서류에 빠져있던 잡이 안경을 고쳐 쓰고는 고개를 들었다.
“삼신에서 준 정보입니다.”
“삼신이라···. 역시 한국에서는 삼신이 가장 정보력이 좋군요. 그리고 당장은 가장 좋은 친구이기도 하고.”
잡이 미소를 지었다. 삼신이 안드로이드 얼라이언스에 참여한 이상 미래에는 삼신과 경쟁 관계가 될 수 있었다.
‘물론 우리를 넘을 수는 없다.’
하지만 삼신은 적이면서도 동지가 될 운명이다.
중국과 대만에서 애플사의 제품을 조립 생산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안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삼신의 제품들이 많았다.
공급선을 다변화할까 생각도 했지만, 아직은 삼신처럼 높은 수율과 성능을 낼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삼신에서 옳은 판단을 해서 다행입니다. 그래서 SJ의 정체가 뭡니까?”
잡의 눈이 뜨겁게 타올랐다. 과연 그들이 내고자 한 특허를 먼저 낸 SJ가 궁금해서 견딜 수 없는 표정이었다.
“정체까지는 삼신도 모른다고 하고 다만 한국에서 최근에 생긴 투자 기업이라고 합니다.”
잡이 서류를 받아들고는 빠르게 읽어 나갔다.
“중국과 한국 테마주를 주로 수집하는 기업이라···. 운이 좋군. 아니 실력이 좋군.”
처음에는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이건 운이 아니라 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두 번은 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세 번이 넘어가고 오랜 시간 계속된다면 운이 아니라 실력이다.
“SJ는 소유주의 이름에서 따온 기업이다라···.”
기업 정보를 쭉 읽어가던 잡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투자회사 같은데 그들이 어떻게 특허를 먼저 출원한 거지?”
잡의 눈이 불신으로 타올랐다. 설마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하지만 확인해야 한다.
“지금부터 전 사원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합니다. 감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급여 외에 추가 수익이 있는 직원을 찾아내고 그들의 계좌에 돈이 어떻게 들어왔는지 알아냅니다.”
“알겠습니다.”
이렇게 대대적인 감사는 여태껏 없었다.
평지풍파를 예감한 직원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잡의 지시로 애플사의 전 직원들을 상대로 감사가 벌어졌다.
“잡아낼 수 있겠지. 개발사도 아닌 투자사가 우리랑 같은 특허를 개발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어.”
감사가 진행되면서 잡은 SJ에게 매수된 직원을 색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감사가 끝나갈 때까지 수상한 돈을 받은 직원은 색출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보고를 받은 잡은 미간을 찌푸렸다.
“정말 없습니까? 돈을 받은 사람이 없어요?”
“네. 없습니다. 수상한 돈을 받은 직원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혹시 가족의 계좌에 돈을 받았을 수도 있었기에 직원들의 동의를 받아 가족들의 계좌까지 모두 열람해 보았으나 수상한 점은 없었습니다.”
잡이 서류를 책상에 쾅 내려놓고는 말했다.
“현금은? 현금으로 받을 수 있잖아? 그게 아니라면 무기명 주식이라든지!”
“사실상 그것까지 알아내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사내 CCTV와 내부망 접속 로그를 보더라도 수상한 점은 없었습니다. 감사 결과를 종합하자면 내부 유출이 아닙니다.”
잡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진짜···. 진짜란 말인가?’
잡은 우연과 운명을 믿지 않았다.
우연과 운명처럼 보이는 것은 노력과 실력이 쌓여 드러나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보고는 잡의 그런 생각을 뒤흔들었다.
잡이 고뇌에 잠겨 있을 때. 잡의 핸드폰이 우렁찬 진동과 함께 울렸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은 잡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그게 정말입니까? 알겠습니다. 당장 비행스케쥴 알아보고 몇 시에 LA에 떨어지는지 보고하세요.”
탁
“무···. 슨 일입니까?”
“한번 보자는 군요. SJ가 보자고 합니다. 나를.”
잡이 씩 웃었다. 얼굴은 웃고 있었으나 그의 눈빛에는 강렬한 투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
근 반년 만에 LA 공항에 왔지만 마치 엊그제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풍경이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특유의 냄새와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김서준과 소영신은 캐리어를 찾은 뒤 입국장을 나섰다.
“이렇게 미국에 금방 올 줄은 몰랐습니다.”
소영신이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었다.
이번에도 김서준과 함께 일등석을 타고 온 터라 비행의 피곤함은 없었다.
‘다른 놈들은 잘해야 비즈니스라는데···.’
삼신의 전략기획실 직원들도 일등석을 타고 미국에 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절로 어깨가 으쓱해졌다. 그때 SJ로 이직하라는 권유를 수락한 것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처럼 느껴졌다.
‘내가 언제 이런 일을 다 해보겠어.’
삼신에 남아 있었다면 매일 문서 작업, 문서 작업, 문서 작업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새롭게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직원들에게 자리를 뺏기고 나중에는 치킨을 튀길 운명.
하지만 SJ는 달랐다. 당장 일은 삼신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았지만 적어도 그는 발전하고 있었다.
“소실장님. 빨리 가죠.”
소영신이 생각에 잠겼을 때. 김서준이 먼저 입국장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입국장의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누가 오나? 아니 왔나?”
사람들의 시선은 입국장으로 향해 있지 않았다.
그들의 시선은 입국장 라인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에게 향해있었다.
‘잡.’
김서준은 곧 사람들이 누굴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스티븐 잡이 눈을 빛내며 입국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잡 아닙니까?”
소영신 역시 잡을 발견 했는지 김서준의 귓가에 속삭였다.
“우릴 맞으러 온 모양입니다.”
비행스케쥴을 어떻게 알고 나왔냐고 말을 하려 했지만 소영신은 이내 그 말을 다시 삼켰다.
‘삼신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지.’
삼신 정도 아니 재계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대기업이라면 비행 스케쥴을 알아보는 것은 문제도 되지 않는다.
미국에서 손에 꼽히는 애플사라면 당연히 비행스케쥴은 샅샅이 뒤졌을 것이다.
‘삼신에서 SJ 대표의 이름도 알려줬을 테니···.’
드르륵
캐리어를 끌며 김서준이 천천히 잡에게 다가갔다.
잡도 김서준을 발견했는지 눈에서 이채를 발했다.
하지만 아직 잡은 김서준의 얼굴을 모른다.
이전 한국에 방문했을 때. 밥버거 포장마차에서 보았던 얼굴이 기억났을 뿐이다.
“오랜만이네요.”
“그러게요. 여기서 만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네요.”
잡의 얼굴에 약간의 미소가 어렸다.
한국에서의 작은 인연을 여기서 만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그때 먹은 밥버거와 컬쳐쇼크였던 PC방 문화를 잊지 못한 밥은 애플사의 사옥에 밥버거 코너와 직원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PC방을 만들기까지 했다.
그랬기에 김서준을 잊었을 리 만무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싶지만, 지금은 일이 바빠 그럴 수 없군요.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요. 나중에 연락해주면 좋겠군요.”
잡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잡의 옆에 서 있던 애플사의 직원이 김서준에게 명함을 하나 건넸다.
“명함 고마워요.”
김서준이 받은 명함을 지갑에 넣었다.
그리고 지갑에서 다른 명함을 꺼내 잡에게 건넸다.
김서준이 건네는 명함은 잡이 아닌 옆에 서 있는 직원이 받았다.
“헉.”
그와 동시에 터져 나오는 놀람.
수행 직원이 놀라자 잡이 미간을 좁히며 그 직원을 바라봤다.
“왜 그러시지요?”
“대표님.”
수행 직원이 급히 잡에게 명함을 건넸다.
명함을 건네받은 잡이 왜 그러냐는 눈빛으로 명함을 바라봤다.
“아!”
짧은 탄성.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잡이 김서준을 바라봤다.
김서준과 잡의 시선이 허공에서 교차하며 천천히 얽혀들어 갔다.
“그대가 SJ의 김서준이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SJ인베스트의 대표 김서준입니다.”
김서준이 잡에게 손을 내밀었다.
잠시 당황하여 김서준이 내민 손을 보고만 있던 잡이 이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맞잡았다.
*
준비된 차를 타고 김서준과 소영신은 애플사로 향했다.
김서준과 잡은 뒷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직원들은 놀란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잡이 다른 사람과 함께 차를 타다니···.’
평소 뒷자리에 혼자 타는 것으로 유명한 잡이었다.
그런 그가 다른 사람을 자신의 옆에 앉힌 것이다.
“솔직히 많은 사람과 함께 올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어린···. 아니 젊은 사람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고요.”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이해합니다.”
잡이 빙긋 웃었다. 한국에서도 그랬지만, 김서준은 그의 나이를 무색하게 느껴지게 했다.
“할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 그리고 보여줄 것도 있고요.”
“기대되는군요.”
거짓이 아니었다.
김서준은 현생에서도 그리고 생에서도 단 한 번도 애플캠퍼스를 가본 적이 없었다.
전생에 젊었을 땐 공부와 삼신 사내의 일 때문에 가지 못했고 삼신에서 자리를 잡은 이후에는 애플사의 최대 경쟁사가 삼신이었기에 방문할 수 없었다.
‘과연 어떤 모습일까?’
동영상이나 이미지를 통해서는 애플의 신사옥이나 구사옥의 모습을 보긴 했으나 실제로 보는 것과 인터넷을 통해 본 것은 차이가 큰 법이다.
애플사에 도착한 뒤 잡은 김서준에게 애플캠퍼스를 직접 소개해주었다.
건물 하나하나 돌아다니면서 소개하는 그의 모습은 직원들에게는 놀람의 연속이었다.
까칠하고 까다로우며 남을 업신여긴다는 평까지 있는 잡이 다른 사람을 아니 아직 어린 동양인에게 직접 애플캠퍼스를 소개하는 것이다.
그들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중앙정부의 유력 관료나 상원, 하원 의원들이 방문했을 때도 시큰둥하게 반응했던 잡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편법이 아니다.’
잡은 김서준을 보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해킹이나 편법으로 애플사의 기술을 유출한 것이 아니다.
그가 보는 김서준은 그랬다.
눈에서는 총기가 흘렀고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잡도 놀랄 정도의 깊이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차에서 나눈 대화는 잡의 심장을 떨리게 하기 충분했다.
‘서준은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잡도 잘 알고 있잖아요. 지금 개발하고 있는 스마트폰. 그게 당분간 인류의 미래를 이끌어갈 거라고 생각해요. 스마트폰은 인류의 생활부터 산업구조까지 바꿔놓을 거예요.”
그 말을 들은 잡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생각과 같았다. 다른 사람들이 긴가민가하며 자신의 생각에 동조하지 않을 때.
신제품의 개발이 막바지를 향해 다가가고 있는 지금도.
투자자는 물론이고 직원 중에서도 스마트폰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미 컴퓨터도 있고 노트북도 있는데 스마트폰을 굳이 누가 쓰겠냐는 생각.
하지만 김서준은 달랐다. 애플사의 대표를 맡은 잡 그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우연을 믿지 않았지만.
이제는 믿어야 할 판이다.
그 증거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
‘아쉽다. 아쉬워.’
잡은 아쉬움에 몸을 바르르 떨었다.
만약 김서준을 미리 발견할 수 있었으면 같이 애플사에서 꿈을 키워나가고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동료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김서준은 그와 대척점에 설 것이 분명해 보였다.
‘안드로이드 얼라이언스.’
그리고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안드로이드 얼라이언스의 배후는 김서준일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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