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7
음악천재 재벌3세 7화
음악천재 재벌3세 7화
송혜령 회장
한성그룹을 일으켜 세운 송병희의 장녀이자 송병희 사후 한성그룹의 총수가 되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지금 재계에서 손에 꼽히는 그룹의 총수 중 유일한 여성이라는 점이었다.
대한민국의 문화는 한성에서 책임진다.
김서준이 기억하는 송혜령의 사업 신조였다. 김서준의 전생에서 삼신 그룹이 반도체와 같은 첨단 산업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한성그룹은 삼신과 다른 길을 걸었다.
음식, 음악, 영화, 드라마와 같은 문화산업에 그룹의 역량을 모두 쏟아부었다.
그 결과 한성그룹은 대한민국에서 손꼽는 문화그룹이 되었다.
문화의 대모.
감회가 남달랐다.
문화의 대모라 불린 송혜령 회장을 눈앞에서 보니 말이다.
“이 아이가 내가 말한 서준이야.”
설마 이 자리에서 송혜령 회장을 만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김서준은 절로 긴장이 되는 것을 느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김서준입니다.”
“네가 서준이구나. 반가워.”
송혜령의 인사에 김서준은 절로 자세히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서울에서도 가장 고급스러운 예식장 답게 피로연장에도 독실이 준비되어 있었다.
결혼식이 끝난 뒤 피로연 자리에서 김건환은 김서준을 따로 마련된 독실로 데려왔다.
과연 한성그룹이라는 초거대 그룹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답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송혜령의 전신에서는 감히 범접하기 힘든 아우라가 느껴졌다.
“김회장이 서준이 네 칭찬을 하길래 내가 한번 보자고 했어. 불편한 것은 아니지?”
“괜찮습니다. 오히려 제가 영광입니다.”
사실이었다. 삼신의 투견으로 살 때도 만나지 못했던 송혜령이었다.
김서준의 대답에 송혜령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소를 지었다.
아직은 어린 고등학생의 대답이라고 보기에는 꽤 훌륭했다.
게다가 어려서부터 재벌가의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라고 하니 말이다.
“일단 들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대화도 먹으면서 해야 좋지 않겠어?”
송혜령이 김서준을 은근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자 김건환이 미소를 지으며 숟가락을 들었다.
음식은 맛있었다.
결혼식장 음식이 이렇게 맛있는 것은 또 처음이었다.
‘비싸니까.’
이 당시 웨딩 홀 식대가 일 인당 이만 원에서 삼만 원이었다면 이곳의 식대는 일 인당 이십만 원은 족히 넘길 것이다.
더 많은 돈을 갈아 넣는다면 더 나은 대접이 돌아오는 것.
그것이 순리였다.
“근데 서준아. 아까 보니까 기타를 참 잘 치더라? 웬만한 가수들보다 훨씬 나아 보였어. 한서그룹 박가놈도 아주 흡족해 하는 것 같더라고.”
송혜령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문화산업을 이끄는 한성그룹의 총수답게 김서준의 기타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서준이가 그렇게 잘 했어?”
“이 늙은이가 손자가 뭘 잘하는지도 모르네.”
송혜령이 핀잔을 주자 김건환이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취미로 조금 배웠습니다.”
“취미 수준이 아니던데?’
그 수준이 취미라면 프로 뮤지션들은 모두 다른 직업을 구해야 한다는 것을 송혜령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송혜령은 더 묻지 않았다.
“기타 말고도 서준이 네 식견이 보통이 아니라고 하는데 내가 질문 좀 해도 될까?”
“허어. 이 송회장. 서준이 체하겠어.”
김건환이 짐짓 엄한 목소리로 송혜령에게 말했다. 하지만 표정을 보니 어서 질문하기를 바라는 표정이었다.
‘역시 괜한 짓이었구나.’
일전에 김건환을 처음 보았을 때 김건환의 질문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한 것이 문제였다.
그 정도 했으면 김건환의 관심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오히려 김건환의 관심을 끈 상태.
“제가 답변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너무 부담가지지는 말고.”
송혜령이 인자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입에 어린 미소와 달리 그녀의 눈에는 한성그룹의 총수라는 자리가 어울리는 날카로움이 서려 있었다.
“한성이 뭐 하는 곳인지는 알고 있어?”
“예. 대부분의 계열사가 식품과 문화산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평범하다.
고등학생이 한성의 사업 분야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는 않았으나 이 정도는 조금만 공부하면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럼 한성그룹의 문화산업이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고등학생에게 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질문이었다.
질문을 던진 송혜령이 김서준을 유심히 살폈다.
‘당황하지 않아?’
보통 그룹 내의 엘리트 사원들도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당황하거나 긴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녀의 눈앞에 있는 김서준에게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담이 큰 건가? 아니면···.’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담이 크든지 아니면 명확한 답이 있던지. 그것도 아니라면 자만심에 찬 애송이일지.
그녀가 보기에 김서준은 후자는 아닐 것 같았다.
“문화는 생각보다 더 큰 잠재력이 있습니다.”
김서준이 말을 시작하자 송혜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먼저 이미 한성그룹에서는 몇 년 전부터 멀티플렉스를 운영하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멀티플렉스를 기획하시면서 해외의 사례를 많이 참고하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송혜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에도 영화관이 있긴 했으나 북미나 다른 곳의 멀티플렉스는 한국의 영화관과는 결을 달리하는 면이 있었기에 해외 사례를 중점으로 분석했다.
“해외와 한국은 영화관의 소비 방식이 차이가 납니다. 해외의 경우에는 영화관을 ‘영화’를 보기 위한 장소로 생각한다면 한국의 경우에는 좀 특수하게 바뀔 겁니다.”
송혜령이 눈을 빛냈다.
“특수하다면?”
“우리나라에서 영화관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 장소가 아닌 데이트 코스를 위한 장소로 변화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연인이 만나면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영화관에 가는 것이지요.”
송혜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것을 넘어서 커플들이나 가족들이 즐길 거리를 만들면 좋겠네.”
“예. 맞습니다. 그리고 시설은 더욱 깔끔하고 세련되며 편안하게 만들어야 하겠지요. 그래야 영화를 소모하는 것이 아닌 극장을 소모하는 것에 더욱 부합할 것입니다.”
“극장을 소모한 다라···.”
꽤 날카로운 예측이었다.
이미 한성그룹 내에서도 관련 사항들이 보고서로 올라온다는 것을 알고 있던 송혜령이었다.
하지만 김건환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면이 있어 보였다.
“그다음은?”
“아까 말한 것처럼 영화 보기 전에 사람들이 어디를 가겠습니까? 주로 카페를 많이 가게 될 것입니다.”
“카페를 많이 간다라···.”
“재작년에 카페 프렌차이즈를 하나 차리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랬다.
아직 크게 확장은 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내부에서도 커피 수요가 늘어나자 한성에서도 커피 프렌차이즈를 만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직 매출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에 아직 분점을 많이 내지는 않았다.
“한 가족 혹은 연인의 하루를 한성에서 책임지는 겁니다. 그러면 그들이 소비하는 모든 돈이 한성의 주머니로 들어오겠지요.”
쉼 없이 말했기에 목이 탄 김서준이 물을 한 잔 마시고 말을 이었다.
“영화, 음악, 방송, 식품까지 한성이 나아갈 길은 아직 많다고 생각합니다.”
김서준의 말이 끝나자 김건환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고 송혜령 역시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소 때문에 디테일하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송혜령은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 김서준이 말한 것들이 한성그룹 본사의 난다긴다하는 연구원들 이상으로 날카롭고 설득력 있다는 것을.
“건환아.”
“왜?”
송혜령이 김건환 회장을 이름으로 불렀다.
예전부터 원하는 것이 있으면 버릇처럼 나오는 송혜령의 버릇이었다.
“서준이 나 줘라. 내가 잘 키워볼게.”
“허어. 못하는 소리가 없구만. 이럴 거면 서준이를 안 보여줬지. 왜 약속을 어기는 건가?”
송혜령의 말에 김건환이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팔짝 뛰었다.
*
식이 끝난 뒤에도 이수철은 웨딩 홀을 떠나지 못했다.
“도대체 어디 간 거야?”
이성환과 함께 축가 무대에 올랐던 기타리스트를 찾기 위해 밥도 먹지 않고 돌아다녔건만 어디로 갔는지 그 기타리스트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꼭 잡아야 하는데···.”
낭중지추라고 했다.
아직 학생이기에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날카로운 송곳이 주머니를 빠져나오듯 언젠가는 분명 세상에 그 모습이 드러날 것이 분명했다.
그때가 되면 늦는다.
온갖 매니지먼트가 사방에서 달려들 것이 분명했다.
‘내 눈은 정확하다.’
이미 그의 눈으로 많은 스타를 발굴해냈다.
한참을 돌아다니던 이수철의 눈에 드디어 기타리스트가 보였다.
“어?”
근데.
왜 그 기타리스트가 삼신 그룹의 회장과 한성그룹의 회장 사이에 있는 거지?
도대체 무슨 사이길래.
이수철은 고민에 빠졌다.
지금 기타리스트에게 다가가 명함이라도 건네야 할지 아니면 한 번 접고 다음을 기약해야 할지.
무턱대고 다가가기에는 기타리스트의 양옆에 있는 사람들의 네임벨류가 너무 컸다.
‘무슨 일이야 있겠어.’
마음을 굳게 먹은 이수철이 뚜벅뚜벅 걸음을 옮겼다.
“안녕하십니까. SC엔터테이먼트 사장 이수철이라고 합니다.”
*
여러모로 바쁜 주말이었다.
하룻밤 더 자고 가라는 김건환의 요청을 간신히 거절한 뒤 김서준의 가족은 가까스로 전주로 내려올 수 있었다.
“너무 피곤해요.”
강길옥은 서울에서의 일정이 너무 피곤했던지 집에 오자마자 곯아떨어졌다.
“서준아. 아빠랑 이야기 좀 할까?”
김태군의 얼굴에도 피로함이 가득했으나 더 중요한 일이 있었기에 그는 김서준을 불렀다.
좁아터진 집에서는 따로 조용히 이야기할 공간이 없었기에 김태군과 김서준 부자는 동네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네가 기타를 쳤을 때 상당히 놀랐다. 언제 기타를 배운 거냐?”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아들에게 기타를 사준 적 없었다.
“학교에서 취미로 배웠어요.”
“취미치고는 실력이 좋더구나.”
취미 수준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주변 사람들의 반응으로 알고 있었지만, 김태군은 아들에게 더 묻지는 않았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주어가 없었지만 김서준은 김태군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었다.
“아비는 네 의견을 존중하겠다.”
그럴 것이다.
김태군은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아들을 이용할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그랬기에 풍족한 삶이 보장된 삼신 그룹에서 나와 강길옥과 도피를 한 것이다.
고민이었다.
과거로 돌아온 뒤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저 평범하게.
그저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전부였다.
‘네 아비와 어미는 그대로 놔둘 셈이냐? 그게 네가 하는 효도더냐?’
전주로 돌아오기 전. 김건환이 했던 말이 귀에서 맴돌았다.
전생에서는 물론이고 현생에서도 평생을 고생하신 부모님.
부모님을 생각하면 김건환의 말을 따르는 것이 맞았다.
평범한 삶을 살면서 부모님을 편하게 해드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으니까.
그리고 결혼식장에서 김건환, 송혜령 회장과 대화를 나누면서 김서준의 가슴에서도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이 있었다.
전생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번에는 김서준 그의 손으로 모든 것을 이루어 낼 수 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제가 할아버지를 다시 만나볼게요. 괜히 신경 쓰이게 해서 죄송해요.”
“아니다. 이 아비가 부족해서 괜히 네게 짐을 지우는구나.”
마음속에서 결정을 내린 김서준이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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