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70
음악천재 재벌3세 70화
애플 캠퍼스를 둘러본 이후 김서준과 소영신은 일전에 묵었던 실리콘 밸리의 호텔로 돌아왔다.
잡은 당장이라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으나 잡의 장단에 맞춰줄 필요는 없었다.
“소실장님.”
“네. 대표님.”
김서준의 말투가 평소와 달라졌음을 깨달은 소영신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소실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무엇을 말씀입니까?”
소영신이 짐짓 모르는 척 다시 김서준에게 되물었다.
소영신이라고 어찌 김서준이 무엇을 질문하는지 모를까?
“SJ와 애플사가 어떤 거래를 해야 이득일지 묻는 겁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소영신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김서준은 궁금해서 소영신 자신에게 묻고 있다는 게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짐작대로 김서준은 소영신을 더 키울 생각이었다.
김서준이 보기에 소영신은 거시적 사업을 이끄는데 소질이 보였고 이소연은 조직 내부를 다스리는데 소질이 있었다.
이소연은 지금 SJ에서 알아서 경험치를 먹고 있었으니 소영신 역시 그것에 맞게 키워줘야 했다.
기업이 거대해지면 김서준 혼자서 SJ를 이끄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이다.
더 바빠지고 거대해지기 전에 소영신을 더 키워놔야 했다.
‘전생의 내 수준까지는 키워야지.’
그럼 김서준이 운신하기 한결 편할 것이었다.
김서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고 있는 소영신은 제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애플사에서 대표님을 만나고자 한 이유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득을 낼 수 있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하지 않습니까?”
“예상되는 바는 없습니까?”
소영신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이 준비하라고 시키신 서류에서 단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대표님은 애플사와 크로스 라이선스를 생각하고 계신 것 아닙니까? 애플사에서도 스마트폰 출시를 위해 많은 특허를 준비하고 있을 테니 개발 비용을 아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만약 일반적인 경우였다면, 소영신의 예상이 맞았을 것이다.
동종 업계에서 크로스 라이선스는 흔한 일이었고 개발비용을 상당수 절약할 수 있었다.
김서준은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 SJ에서 보유하고 있는 특허 목록을 준비시켰다.
그것을 보고 소영신은 크로스 라이선스를 떠올린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제가 원하는 대답은 아니네요.”
애플은 무기가 없고 김서준은 무기가 있다.
“일전에 소실장님이 물어보셨지요? 자금 조달을 어떻게 하실 생각이시냐고요.”
“그렇습니다.”
그런 질문을 한 것이 기억난 소영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SJ의 자금 흐름은 아직까지는 괜찮았으나 지금과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 분명 문제가 생길 여지가 충분한데 자금 조달 계획이 있냐는 질문이었다.
“내일부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 대답은 이번 한 번만으로 끝날 것 같진 않군요.”
겉으로 보기에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보였으나 소영신의 눈에는 탄탄한 근거를 가진 자신감과 확신으로 가득 찬 자신감으로 보였다.
*
“잡. 도대체 왜 SJ에 집착하는지 나는 알 수가 없군.”
“스콧.”
SJ의 대표가 잡과 만났다는 소식을 들은 스콧 잡을 찾아왔다. 스콧은 잡이 젊었을 때부터 그와 함께 한 친구 혹은 가족과도 같은 직원이었다.
그리고 스콧의 얼굴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의문이 가득했다.
“특허는 우회해도 되고 다른 방식을 마련해도 되는 거 아닌가?”
스콧은 잡이 기존의 특허에 연연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한숨을 푹 내쉰 잡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머지는 혁신이 아니야. 자네도 알잖아. 혁신이 없으면 미래는 없어.”
“혁신은 그런 디자인이나 구동 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잖아? 그리고 예전에 특허 가지고 MS와 어떤 싸움을 했는지도 잘 알 거 아닌가? 비록 관계는 좀 다르더라도 훗날 골치가 될 수 있어.”
과거 애플사는 MS사와 Os의 디자인을 대여해주는 라이센스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계약서의 내용이 모호했던 탓에 윈도우가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것을 막지 못했다.
후에 윈도우1.0에만 라이선스 계약이 적용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에서 이 주장은 무참히 기각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애플사는 MS사에 밀려 PC 부문의 이인자에 머물게 되었고 이 일과 몇 가지 사건이 겹쳐서 애플사의 이사회가 젊은 날의 잡을 해고하기에 이르렀었다.
스콧은 그것이 걱정되었다.
만약 이번에도 잡이 특허에 발목을 잡힌다면 이사회는 다시 한번 잡을 날릴 생각을 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사회에서 이번 신제품 개발에 애플사의 명운을 건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
“스콧. 이번에는 날 믿어줘. 이게 없으면 안 돼.”
“잡···.”
스콧은 잡의 고집을 꺾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
잡의 고집은 이미 스콧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한번 마음을 먹으면 어지간해서는 바꾸지 않았다.
“SJ의 대표가 캠퍼스 입구에 도착하였습니다.”
“내 집무실로 모시세요.”
스콧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잡의 앞에 서 있을 때.
김서준이 애플 캠퍼스에 도착했다.
*
넓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김서준과 잡이 마주 앉았다.
김서준의 옆에는 소영신이 앉았고 잡의 옆에는 스콧이 자리했다.
그 외의 다른 인원은 없었다. 고도의 사업적 계산이 들어가는 자리였기에 잡은 물론이고 김서준도 다른 배석자가 있는 것은 원치 않았다.
“먼저 서준 그대의 창의력에 경의를 보냅니다. 설마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지구의 반대편에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이전의 눈빛과는 달랐다. 김서준을 칭찬하면서도 잡의 눈은 사업가 그리고 혁명가의 그것으로 바뀌었다.
상대가 이렇게 나오니 김서준도 같은 자세를 취하는 게 예의였다.
“별말씀을요.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운은···. 나는 운이라는 것을 믿지 않아요. 실력이지요.”
“과찬이시네요.”
잠시 짧은 탐색전이 끝나고 잡이 본격적인 포문을 열었다.
“우리가 SJ의 지분을 사고 싶은데 어떻습니까?”
준비 자세도 없이 훅 들어왔다.
소영신은 잡의 제안에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특허가 아니라 기업을 살 생각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한 모양새였다.
“애플사에 팔 지분은 없는 것 같군요.”
당황한 소영신과는 다르게 김서준의 얼굴에는 오히려 미소가 생겨났다.
‘예상했던 시나리오야.’
과거에도 그랬지만, 미래는 인수합병이 더욱 심해졌다.
가지고 싶은 새로운 기술이나 특허가 있다면 연구 개발 대신 기업 자체를 사버리는 경우는 흔했다.
“잘 생각해봐요. 평생 살면서 손에 만질 수 없는 돈이 될 수도 있어요.”
이런 감언이설로 스타트업 기업들이 팔려나갔다.
어차피 버티고 버틴다고 해도 대기업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건 거절하지요.”
“흐음. 후회할 텐데···.”
잡스가 김서준의 눈을 노려보았고 김서준도 그의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만약 이 사무실에 가스가 차 있었다면 두 사람의 눈빛에서 튀는 스파크 때문에 폭발이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 이제 서로의 패를 깔 시간이군.”
잡이 씩 웃었다. 어차피 그도 혹시 하고 제안했을 뿐이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보내온 정보도 마찬가지였다.
SJ의 지분을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다는 말.
상장된 회사가 아니었기에 장에 나온 주식도 없는 상태에서 적대적으로 인수합병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요. 여기 리스트에 있는 특허. 이 특허들을 구매하고 싶습니다.”
잡이 김서준의 앞으로 리스트를 쭉 밀었다.
“소실장님 한 번 대조해보세요.”
“네. 대표님.”
리스트를 받아든 소영신이 준비한 특허 목록과 비교하기 시작했다.
‘정전식 멀티터치 인터페이스, 스마트폰 환경에서의 잠금 해제에 관한 특허, 둥근 모서리···.’
리스트를 읽어가던 소영신의 등에서 소름이 쫙하고 일어났다.
애플사에서 내민 리스트와 SJ에서 보유하고 있는 특허 리스트가 상당 부분 겹치고 있었다.
‘이걸 다 필요로 한다고?’
이해되지 않았다.
애플사에서는 안드로이드 얼라이언스는 물론이고 SJ보다 먼저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치 이 요구한 특허 목록을 보면 기술 개발을 하지 않고 있다가 SJ가 특허 개발을 시작하자 그 기술을 낼름 돈으로 사려는 모양새로 보였다.
‘뭐지? 내가 아는 애플사가 아닌가?’
“대표님. 확인했습니다. 여기 요구된 특허 중 대다수를 자사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네요. 그런데 저는 이 특허를 팔 생각이 없네요.”
말을 마친 김서준이 잡을 바라보았다. 김서준이 강하게 나가자 잡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김서준으로써는 손해 볼 장사가 아니었다.
무슨 선택을 하든 김서준은 이득을 본다.
만약 애플사가 특허 사용료를 내지 않기로 하고 기술을 우회 개발해도 상관없었다.
그렇게 되면 애플의 개발 기간은 더욱 늘어날 것이고 그 사이에 안드로이드 얼라이언스의 판매량은 늘 것이다.
게다가 애플의 상징과도 같은 둥근 모서리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들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도 수정해야 할 것이다.
‘소송으로 가도 소용없다.’
전생에서 삼신과 애플사는 둥근 모서리의 특허를 가지고 꽤 오랜 기간 법정 다툼을 이어갔다.
법적으로는 둥근 모서리의 특허는 사라지지만, 그 엄청난 시간을 애플사는 소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둥근 모서리는 보편적이라고 인정은 받았지만 다른 특허들은 다르다.
소송은 소송대로 하고 특허 사용료는 사용료대로 내야할 것이었다.
그리고 만약 특허 사용을 계약한다면 김서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안드로이드 얼라이언스와 애플이 모두 SJ의 특허를 사용해서 스마트폰을 만들고 그들이 판매한 스마트폰의 로열티가 SJ로 흘러들어온다면 SJ는 앉아서 돈을 쓸어 담을 수 있었다.
“흐음. 다시 생각해봐요. 회사를 파는 것은 무리라고 하더라도 특허를 파는 것은 그다지 무리가 아닐 것 같은데요? 지금 팔지 않으면 우리는 다른 방법을 찾을 거예요. 그렇게 되면 피차 좋은 것은 없지요.”
잡의 말에 김서준은 다시 한번 미소를 지었다.
지금 잡의 말이 마음에도 없는 소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잡의 성격이 그랬다.
한번 꽂힌 거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다.
스스로 혁신이라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얼마를 주더라도 사는 것이 잡의 성격이었다.
잠시 기 싸움이 이어졌지만, 이 기 싸움에서 김서준이 질 확률은 없었다.
지지부진한 대화가 더 오가자 김서준이 서류를 소영신에게 넘겼다.
“애플사와는 좋은 거래가 이루어지기 힘들 것 같네요.”
김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당황한 것은 소영신과 스콧이었다.
“대표님.”
“가지요. 더 대화를 나누기는 무리인 것 같습니다.”
김서준이 사무실을 빠져나갈 때까지 잡은 아무 말이 없었다.
“잡. 안 잡을 거야?”
당황한 스콧이 잡을 채근 했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는 잡이다.
아무런 반응이 없는 잡을 뒤로 한 채 스콧이 사무실 밖으로 뛰어 나갔다.
스콧도 이 협상이 별로 탐탁지 않았지만, 그래도 애플사를 위해서는 저 특허가 꼭 필요한 것은 알고 있었다.
상대가 가지고 있는 특허가 너무 많았다.
저 특허를 다시 다 우회하고 개발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더 필요할지 몰랐다.
게다가 잡과 오랜 시간을 함께한 스콧은 지금 잡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고집이었다.
만약 지금 틀어진다면 나중에는 더 비싼 값에 특허를 사용해야 할지 몰랐다.
잡이 고집을 부린다면 스콧 자신이 나서야 했다.
“잠시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스콧이 복도를 걷고 있는 김서준을 붙잡았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