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74
음악천재 재벌3세 74화
서초구는 남으로는 성남과 과천 서로는 관악과 동작을 접하고 있고 북쪽으로는 한강을 끼고 용산과 마주하고 있다.
강남에서 서울 외곽으로 나갈 때 꼭 거쳐야 하는 관문 중 하나이기도 함과 동시에 대중적인 의미의 강남 중 하나이기도 한 곳이었다.
우면산에는 예술의 전당과 기타 시설들이 있어서 문화 예술의 중심지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인들에게는 예술과 문화보다 서초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서초에는 대검과 법원이 있기 때문이다.
돈 말고는 무서워하는 것이 없는 기업인들이었지만, 그들도 두려워하는 것이 몇 가지 있었다.
그중 하나가 검찰이었다. 검찰의 수사망에 오르면 기업의 수장이 구속되는 것은 심심찮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게다가 기업을 운영하면서 위법하나 없는 사람이 없었기에 기업의 총수들은 검찰의 칼을 피하고자 권력층에 끊임없이 줄을 대곤 했다.
“흐음. 뭐 하는 놈이지?”
밤이 깊었음에도 서초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검사 김일두는 책상 옆에 수북이 쌓인 서류에 발을 올린 채 종이 하나를 읽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테마주를 거래했는데 손해는커녕 수익률이 이렇단 말이지···.”
주식시장에 관련된 보고서였다.
금융 범죄 중 많은 건수가 주식시장과 관련이 있었다.
내부정보로 거래를 하는 자. 특정 방법을 통해 주가를 조작해서 이득을 남기는 자 등 수많은 사기꾼이 주식시장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김일두는 그런 놈들을 잡는 것이 즐거웠기에 업무가 끝났음에도 주식시장의 이상 동향을 살피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냄새가 나. 냄새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거야?”
믿지 않았다.
실력으로 주식을 한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개미 중에서도 정말 상황을 보는 눈이 좋고 실력이 좋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은 외인과 기관이 가지고 있는 정보에서 밀렸다.
정보에서 밀린다는 것은 주식시장에서 실패할 확률이 그만큼 올라간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아무리 정보가 남들보다 빠르다고 하더라도, 이건 말이 안 되는 수치잖아.”
주식의 신이라 불리는 워랜 버핏도 지금 이 그래프를 보면 무릎을 ‘탁’ 치고 제발 한번 밥이라도 먹자고 사정할 그래프였다.
손해는 본 적 없으면 손대는 테마주마다 뻥뻥 터져줘서 아주 돈을 쓸어갔다.
테마주라는 것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 이 정도 돈을 버는 일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근 이 년간 적중률이 백 퍼센트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래를 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성적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이런 성적은 없었다.
물론 잠시간 따라 한 사람들은 있긴 했지만, 그들은 여지없이 주가조작 혹은 내부거래로 깜빵에 들어갔다.
김일두가 서류를 책상에 휙 던졌다.
“하. 새끼. 지금 HD 그룹이 검찰한테 두들겨 맞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나? 왜 이런 시기에 나대고 있어.”
지금은 검찰의 시기였다.
대한민국 재계에서 손에 꼽히는 HD차 그룹이 검찰에게 탈탈 털리고 있었고 다른 재벌들은 혹시 자신들도 털릴까 염려되어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랬기에 HD차는 물론이고 각 대기업에서도 종부세 도입에 적극 찬성을 하고 나섰다.
그런 시점에서 이렇게 대놓고 주식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모습이 검사 김일두의 눈에는 만용으로만 보였다.
“누구는 장난칠 줄 몰라서 정직하게 투자하고 일해서 돈 버는 줄 아나. 대한민국 일천만 개미들을 대표해서 내가 널 탈탈 털어주지.”
그렇지 않아도 바쁜 일상에 바쁨을 하나 더 얹는 행위였지만 김일두는 망설이지 않았다.
“수사관님. 저 김 검사입니다. 내일 제가 책상에 올려놓은 자료 보시고 수사 진행해주세요.”
수사관에게 내용을 전한 김일두가 진한 미소를 지었다.
“회사의 뒤로 숨어봤자 소용없지. 얼마나 대단한 낯짝인지 내가 만천하에 드러내 주마.”
*
“또 미국을 다녀왔다고?”
“네. 할아버지.”
성북동 자택에는 오랜만에 식기가 딸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서준이나 송혜령이 혹은 다른 가족이 방문할 때가 아니라면 집에서 식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에 김건환 회장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나이가 들면서 느껴지는 외로움이 있었다.
“미국에서의 사업은 어떠하냐? 삼신 전자에서 보고가 올라오기는 하지만 네 입으로 듣는 것은 또 다를 것 같구나.”
김건환 회장은 스마트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김서준이 처음 스마트폰에 대해 역설할 때도 관심을 가졌지만, 삼신 전자에서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시제품 출시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그 관심은 더욱 커져만 갔다.
‘모든 것을 바꿔라.’
김건환 회장은 1993년 LA를 방문했을 때 미국의 가전제품 매장 베스트 바이에서 삼신 제품이 싸구려 취급을 받으며 구석에 처박혀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이후 해외주재원들은 물론이고 삼신의 임직원들을 모아놓고 일갈했다.
그리고 글로벌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양보다 질로 승부해야 한다고 외치고 또 외쳤다.
그랬기에 삼신은 그때보다 양적으로도 수십 배 아니 수백 배 성장을 했고 질적으로도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벌써 십수 년이 흘렀다. 삼신에게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했다.
그때 김건환 회장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과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김건환 회장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좋게 말해서는 패스트 팔로워 나쁘게 말해서는 시장의 선구자가 되지 못하는 카피 기업을 넘어서 세상을 선도하는 기업이 될 기회라 여긴 것이다.
그리고 그때처럼 도박도 아니었다. 삼신은 이제 사업하나 실패한다고 휘청거릴 만큼 작은 기업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켜봤다.
지켜본 결과 김건환 회장은 이번 사업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모든 사업이 그렇다.
안타깝게도 기업의 모든 사업이 대중들의 입맛을 맞출 수는 없었다.
기업이 역량을 쏟아서 진행한 사업이 대중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그건 기업 하나가 나섰을 때 이야기다.
지금처럼 미국에서 최고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애플사는 물론이고 안드로이드 얼라이언스에 참여한 기업들이 참여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업들의 광고 열풍과 기업들이 만들어낸 광고는 대중들로 하여금 그 제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
모든 생태계가 스마트폰 위주로 돌아갈 것이고 그럼 결국 이 사업은 성공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그 수혜는 이 사업을 선도적으로 이끌어간 기업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게 삼신이 되어야지.’
상장이 되어있지 않은 SJ이기에 기업 정보도 공시되어 있지 않았기에 다른 기업들은 아직 삼신과 SJ의 관계에 대해 몰랐다.
삼신이 세계 제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아! 참. 요즘 땅을 보고 다닌다는 소문이 있더구나.”
“네. 그렇습니다.”
김건환의 말에 김서준이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김건환은 늘 김서준의 행동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땅은 왜? 부동산도 할 생각이더냐?”
“그건 아닙니다. 다만 이제 SJ도 사옥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서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사옥이라···. 벌써 규모가 그 정도가 되었어?”
“그렇게 되었습니다.”
김건환은 솔직히 놀랐다. 소영신과 이소연이 삼신에 보고하고 있지 않았기에 김건환은 사람을 시켜 따로 SJ의 정보를 수집하곤 했다.
스마트폰 사업 외에 여러 분야에 투자하는 것은 알고 있었고 서울에도 건물을 몇 개 산 것 역시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 사옥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는 말은 김건환이 생각하는 것보다 SJ의 사업이 더욱 크고 인력도 많다는 말과 같았다.
‘사옥을 살 돈도 있다는 말일테고.’
어쩌면 김서준의 능력이 김건환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출중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할애비가 좀 알아봐 주랴?”
“할아버지가요?”
“삼신에도 놀고 있는 부동산이 좀 많아서 말이야.”
김건환의 눈이 빛났다.
그렇지 않아도 삼신에 놀고 있는 부동산이 많았다.
가격이 내려가 처분하기에도 곤란한 부지들도 있던 차.
그 부지를 김서준에게 판다면 매부 좋고 누이 좋은 상황이었다.
“좀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땍! 이놈. 할아버지가 판다는데 그냥 사면 어디 덧나느냐!”
김서준이 씩 웃었다.
“할아버지도 조심하셔야지요. 요즘 검찰에서 기업들을 바라보는 눈이 심상치가 않은데요. 괜히 친족간 부동산 거래를 하다가 꼬투리라도 잡히면 큰일 납니다.”
“허허. 네가 아직 삼신에 대해 잘 모르는구나.”
김건환 회장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이미 검경은 물론이고 사법, 행정에 삼신의 사람이 없는 곳이 없었다.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게 이치니까요.”
“온갖 하이리스크 투자를 하는 놈 입에서 나오는 소리라 믿기가 힘들구나.”
김건환 회장의 얼굴에서 미소는 지워지지 않았다.
에둘러 거절하는 표현이기는 했으나 그 안에 자신을 생각해주는 김서준의 마음이 느껴진 탓이었다.
*
성북동 자택을 나온 김서준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이걸 이제 기억하다니.’
전생에서 그때는 김서준이 아직 삼신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던 시절이라 기억이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삼신 비자금 사건.’
김건환 회장의 말대로 삼신은 각계각층에 삼신의 사람들을 심어놓았다.
심지어 여당과 야당의 고위층도 삼신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으니 삼신의 손길이 어디까지 뻗치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
하지만 일이 언론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일이 달라졌다.
아군이 많은 만큼 적도 많았던 삼신이기에 언론에 흘러간 삼신의 비자금을 캐는 세력들 역시 존재했다.
그 사건 때문에 김건환 회장은 삼신의 경영에서 물러나야 했다.
물론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 경영에 복귀 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늦는다.
‘스마트폰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지금 삼신의 족벌 중 스마트폰 사업에 가장 열정적인 사람은 김건환이다.
김태주 역시 스마트폰 사업에 매진하고 있었지만 그건 김건환 회장의 지시 때문이었다.
삼신의 서열 2위 김태주는 유능했지만, 공성보다는 수성에 특화된 인재다.
만약 김건환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김태주가 그 역할을 대행한다면 스마트폰 사업은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네.”
이대로 손을 놓고 김건환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 사실을 김건환 회장에게 말해본들 소용이 없었다. 삼신의 비자금을 폭로하는 사람은 김건환 회장의 측근 중 측근이라 여겨지는 삼신 법무팀의 팀장이었고 김건환 회장은 확실한 증거 없이 측근인 그를 내칠 리 없기 때문이다.
김서준이 핸드폰을 꺼냈다.
“이 실장님. 저 김서준입니다.”
*
“대표님.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퇴근도 안 하셨어요?”
SJ의 본사의 불은 오늘도 꺼지지 않았다.
김서준이 칼퇴근을 해도 좋다는 말은 했지만, 인센티브에 목이 마른 직원들은 스스로 저녁을 반납하고 야근을 선택했다.
SJ의 야근 수당이 타 대기업보다 두 배가 넘었고 야근한 다음날에는 탄력적으로 출근을 해도 되었기에 가능한 현상이었다.
“이 실장님 아직도 삼성 전략기획실에 인맥이 있습니까?”
갑작스레 전략기획실에 관해 묻는 김서준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은 이소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요. 이 업계에 일하면서 전 직장과 연을 끊는 사람은 없어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요.”
“그러면 내일 삼신 전략기획실 실장님과 자리를 주선해 주시지요.”
“오실장님과요?”
“네. 급한 일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소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오실장님에게는 제가 나간다고 말하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보고가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전략기획실 실장 오영환은 김서준과 만난다는 것을 알면 분명 그렇게 할 사람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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