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77
음악천재 재벌3세 77화
“흠. 저도 한국 대학교 출신인데, 이렇게 젊은 후배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네요.”
충격에서 벗어나 머리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시작하자 김일두 검사는 다시 소파에 편안하게 앉았다.
아직도 어리둥절한 수사관만 눈알을 대룩대룩 굴리며 김서준과 김일두의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다.
“무슨 첩보가 있으시길래 이렇게 영장도 없이 찾아오셨습니까?”
영장이라는 말에 김일두가 손을 휘휘 저었다.
“아! 영장이라는 말을 내가 제일 싫어해서요. 뭐 나쁜 놈들 잡는 데 영장이 왜 필요하겠습니까? 그냥 때려잡으면 되는거지? 안 그렇습니까?”
날카롭게 변한 김일두의 시선이 김서준의 전신을 훑었다.
하지만 그 시선을 받으면서도 김서준의 얼굴에는 변화가 없었다.
‘담이 큰 건가?’
어지간한 범죄자들은 아무리 담이 크더라도 김일두의 시선을 이렇게 받아넘기지는 못한다.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위법, 불법 행위가 있으면 처벌을 받아야겠지요.”
“역시 한국 대학교 후배라 그런지 말이 잘 통하네. 그래서 말인데요. 여기서 무슨 일을 하는지 좀 볼 수 있을까요?”
말을 꺼내면서도 김일두는 사실 기대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사기꾼들은 자신의 밑천을 보이는 것을 두려워했다.
일반인에게 보이는 것도 두려워했는데, 검사에게 무슨 일을 하는지 보여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첫 견학이라 직원들이 어색해할 수도 있는데. 뭐 그거야 대수겠습니까? 같이 보러 가시지요. 서울중앙지검 김일두 검사님.”
김서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서준의 거침없는 행동에 김일두의 미간이 좁아졌다.
‘허세인가?’
이미 마음속으로는 김서준을 사기꾼으로 점찍은 김일두였기에 지금 김서준의 모습이 허장성세로 보였다.
“그럼 감사히 보겠습니다. 수사관님 가시죠.”
사무실을 나온 김서준이 김일두와 수사관을 안내했다.
“투자 1팀은 중국 내 주식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상해와 홍콩 주식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직원들은 김서준이 다가오든 말든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컴퓨터에서는 트레이딩 프로그램이 작동 중이었고 그들의 전화는 연신 벨이 울렸다.
“중국 주식을 내국인들에게 소개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입니까?”
김일두의 말에 김서준이 고개를 흔들었다.
“개인의 투자는 일절 받지 않습니다. 뭐 그 정도야 검사님이 조사해보시면 쉽게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자본금은 어디서 조달했습니까?”
개인의 투자를 받지 않는다면 어디 회사에서 투자를 받았다는 말이다.
예리하게 빛나는 김일두의 시선이 주변을 쓸었다.
“그건 기업 비밀입니다.”
굳이 삼신과 한성에게서 투자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었다.
“흐음. 그럼 다른 곳도 좀 보지요.”
김서준과 김일두는 계속해서 회사를 둘러보았다.
국내 투자팀을 소개할 때 김일두의 눈이 시퍼렇게 빛나긴 했으나 여기에서도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기에 김일두의 입은 다물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게 말이 되나?’
처음 서류를 보았을 때 들었던 감정은 온간데 없이 사라졌다.
무조건적으로 사기라고 생각했던. SJ 인베스트.
하지만 직접 둘러본 결과 수상한 점이 없었다.
오히려 건실한 투자 회사의 모습이었다.
직원들의 얼굴에서는 생기가 넘쳤고 직원들 복지 또한 여느 기업보다 훨씬 나아 보였다.
‘나에게 보여주기 위한 모습은 아닐 텐데···.’
김일두가 여길 방문한 것은 거의 변덕에 가까울 정도로 갑작스레 시간을 낸 것이었다.
김일두가 방문할 것을 생각해서 회사의 모습을 이렇게 꾸몄을 리는 없다.
‘물론 회계 장부를 까봐야 알겠지만···.’
“충분히 둘러보신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뭐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찝찝한 표정으로 김일두가 어깨를 으쓱했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아직 식전이라면 같이 하시지요.”
김서준이 씩 웃었다.
*
김일두는 자기도 모르게 김서준을 따라나섰다.
“이 근방에 좋은 식당이 있습니다.”
김서준의 차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수사관의 얼굴에는 웃음이 피어 있었다.
“김 검사님. 왜 웃어요?”
“시원해서 웃습니다. 또 땀 질질 흘리면서 가서 구내식당 밥 먹을 생각에 아찔했는데 말입니다.”
“크흠. 자중하십시오. 지금은 업무 중입니다.”
수사관을 나무라고 있을 때. 차가 멈추었다.
“여기 골목 식당들이 꽤 맛이 좋습니다.”
김일두와 수사관은 김서준의 뒤를 따랐다.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니 주변에 좋은 레스토랑이나 파인 다이닝 등 비싼 식당은 보이지 않았다.
뭐 특별한 대접을 바란 것은 아니었으나 왠지 입맛이 다셔지는 김일두였다.
그래도 김서준이 안내한 곳은 꽤 깔끔하고 규모가 있는 식당이었다.
일행이 자리에 앉고 메뉴를 받았을 때. 꽤 많은 회사원이 식당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근처에 뭐 회사라도 있나?”
그 모습을 본 수사관이 고개를 갸웃했다. 강남에서 회사들이 밀집해 있는 곳은 IT 회사들이 밀집해 있는 테헤란로와 강남역 사거리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그곳과는 거리가 좀 있는 식당.
이렇게 회사원들이 밀려 들어올 곳이 아니었다.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어? 대표님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이후였다. 김서준을 발견한 회사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것이다.
김일두 검사의 두 눈이 파르르 떨렸다.
*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김일두가 의자에 털썩 몸을 맡기며 넥타이를 풀어 해쳤다.
“후. 도대체 뭐 하는 새끼야?”
오늘 김서준을 만나고 김일두는 김서준을 바라보는 시선을 완전히 바꾸었다.
전형적인 사기꾼인 줄 알았건만 실상은 아니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김일두가 바라본 김서준은 ‘난 놈.’이었다.
투자 회사를 차려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도 모자라서 개발사도 차렸다.
정확히 무슨 개발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사원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들어보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들 외에도 이미 김서준은 연예계에서 꽤 핫한 스타였다.
‘내가 착각했나?’
착각이 아니면 설명할 도리가 없었다. 금융 범죄를 저지를 놈이 굳이 개발회사까지 차려가며 회사원들을 고용하고 구내식당도 건물을 하나로 통째로 사서 운영할 리 없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분명 뭐가 더 있는 것 같은데 쉽게 그것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평소였으면 범죄 혐의가 보이지 않은 지금 관심을 끊었겠지만, 김일두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김서준의 뒤에 뭐가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수사관님.”
“네. 검사님.”
김일두가 수사관을 부르자 문이 열리며 수사관이 빼꼼 머리를 내밀었다.
“김서준에 대해 모든 정보를 모아주세요. 금융이고 뭐고 상관없습니다. 다 모아주세요. 미확인 정보라도 상관없습니다.”
김일두의 말에 수사관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 포기 안 하셨어요?”
“제가 포기하는 거 봤어요? 딴소리 하지 마시고 최대한 빨리 부탁드려요.”
“알겠습니다.”
수사관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을 닫았다.
“후. 넌 누구냐 도대체?”
김일두의 한숨 섞인 혼잣말이 사무실을 떠돌았다.
*
“어. 송 팀장. 왔어?”
“이야. 어쩐 일이야 오 실장이 이렇게 밥을 먹자고 하고?”
“뭐 우리가 밥 먹는데 무슨 일이 있어야 했나?”
오영환 실장이 웃으면서 송양수 팀장을 맞았다.
“요즘 일은 좀 어때? 그 스마트폰 때문에 바쁘지?”
“그럼. 회장님이 특별히 신경 쓰고 있는 일이다 보니까. 안 바쁠 수 있나?”
스마트폰 하면 사람들은 삼신 전자에서만 관여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삼신의 전략기획실에서도 아주 깊은 부분까지 관여하고 있었다.
그래서 삼신 전자만큼이나 스마트폰으로 바쁜 곳이 삼신의 전략기획실이었다.
“요즘 법무팀은 어때? 별일 없어?”
“법무팀이야 늘 바쁘지.”
송양수 팀장이 미소를 지었다.
김건환 회장의 왼팔에 해당하는 법무팀이었고 전략기획실과 함께 삼신의 밝은 면부터 어두운 면까지 모두 관여하였기에 바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오영환 실장은 대화를 나누면서도 송양수 팀장을 주의 깊게 살폈다.
평소와 다른 모습이 보이지는 않은지 살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평소와 다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뭔가 일을 꾸미면 티가 나게 되어있다.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방어기제가 발동한다거나 아니면 그것을 숨기기 위해 어색한 언행이 나타난다.
‘도련님이 오해한 건가?’
그럴 수도 있다. 법무팀이 하는 일은 워낙 비밀스러운 일들이 많았다.
그것을 밖에서 보면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오영환 실장은 섣부르게 판단을 내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아는 김서준은 오해 정도로 그에게 이런 말을 털어놓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영환 실장은 송양수 팀장이 눈치채지는 않을까 평소와 다름없이 그를 대했다.
식사 자리가 끝나고 포차에서 술자리를 이어가며 술이 얼큰하게 취했을 때.
취기가 오른 탓인지 송양수가 발음이 새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 실장. 오 실장은 퇴직 이후에 뭐 할 거야?”
“나? 나야 뭐 그때 되면 손자들 재롱이나 보면서 소일거리 하겠지.”
오영환 실장의 대답에 송양수 팀장이 피식 웃으며 잔을 들었다.
“남들은 부러워 마다하지 않는 고시 출신이잖아. 만약 지금 정부에 있었다면 어디 부장검사라도 하고 있었을 텐데 말이야···.”
“후회해? 공적인 자리를 잃은 대신에 더 많은 것을 얻었잖나.”
송양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더 많은 걸 얻었지. 대한민국에 박혀서 범죄자들과 지내야 할 인생이었는데 회장님 곁에 가서 세계적으로 놀았지. 돈도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벌었고.”
송양수가 얼굴이 붉어진 채 말을 이어갔다.
“영환아. 넌 어떠냐? 넌 그래서 지금 만족하냐?”
“만족이라···. 사람이 만족을 아는 동물이던가? 그냥 만족했다고 자위하며 사는 거지.”
오영환 실장도 잔을 들어 소주를 목구멍에 털었다.
알코올 향이 확 하고 다시 풍겨왔다.
“그래. 만족을 알고 살아야지. 만족을 몰라도 만족을 아는 듯 살아야지.”
혼잣말을 한 송양수 팀장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술이 잔뜩 오른 듯 몸이 휘청이자 오영환 실장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이기지도 못하는 술을 이렇게 마시면 어쩌나? 내일 출근 안 할 거야?”
“법무팀 좌우명이 뭔지 알아? 두주불사다 이놈아. 으하하.”
자세를 바로잡은 송양수가 손을 들어 올리고는 포장마차 밖으로 나갔다.
“나간다. 알아서 잘 갈 거니까. 걱정 말고.”
택시를 잡아탄 송양수가 떠나는 모습을 본 오영환 실장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뭔가 있다.’
마지막.
송양수 팀장이 마지막으로 남긴 그 말이 계속 오영환 실장의 가슴을 무겁게 만들었다.
입사 동기이자 오랜 친우인 송양수가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
다음날 오영환 실장은 김서준을 찾았다.
“실장님. 오셨습니까?”
“네. 도련님.”
오영환 실장이 무거운 얼굴로 들어오자 김서준은 그가 송양수 팀장을 만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제 송 팀장을 만났습니다.”
“표정을 보고 그러리라 생각했습니다. 실장님이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오영환 실장이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자세한 것은 파악할 수 없었지만 송 팀장이 뭔가 일을 꾸미고 있는 것 같기는 했습니다.”
역시였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송 팀장이 일을 벌이기 전에 날리기에는 명분이 부족합니다. 게다가 법무팀은 송 팀장이 꽉 잡고 있는 실정이라 팀원을 회유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 정도로 허술한 사람이 아닙니다.”
김서준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물고기를 낚으려면···. 미끼를 던져야겠지···.’
송양수가 원하는 것을 던져주면 물것이다.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미끼를.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