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79
음악천재 재벌3세 79화
오영환의 PC로 다가간 송양수가 급히 모니터의 화면을 살폈고 이내 그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이거다.’
자금에 관한 파일이 분명해 보였다.
게다가 전략기획실장 오영환이 이렇게 중요하게 관리할 문서라면 공식적인 자금이 아니라 비공식적 자금이 분명해 보였다.
송양수가 고개를 들어 사무실 문을 바라봤다.
반쯤 열려 있는 블라인드 사이로 보니 아직 오영환 실장이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급히 지갑에서 카드형 USB를 꺼낸 송양수가 오영환의 PC에 USB를 꽂았다.
‘이걸 지금 쓰다니.’
송양수의 얼굴에 희열이 감돌았다. 그의 사무실 PC에 있는 자료를 빼기 위해 마련한 보안을 우회하는 USB.
그것을 오영환의 PC에 사용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오영환의 PC에 있는 자료를 USB에 붙여넣기를 한 송양수가 눈을 들어 블라인드 틈으로 밖을 살폈다.
화장실 문이 열리고 오영환이 천천히 사무실로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직 전송이 끝나지 않은 시점.
송양수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송양수의 손이 USB에 닿았다. 오영환이 가까워지면 어쩔 수 없이 자료를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하늘이 도왔음일까? 오영환이 사무실에 가까워졌을 때. 한 직원이 오영환을 붙잡고 무엇인가를 물어보기 시작했다.
송양수의 얼굴에 긴장된 미소가 어렸다.
‘좋아. 좋아.’
[전송이 완료되었습니다.]전송이 완료됨과 동시에 USB를 컴퓨터에서 뺀 송양수가 급히 소파에 앉았다.
덜컥
그리고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타이밍에 사무실의 문이 열렸다.
“더워? 왜 땀을 흘리고 있어?”
“아니. 그냥 몸이 좀 좋지 않네. 병원에 가서 링거나 한 대 맞아야겠다.”
오영환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밥이나 같이 먹으려고 했더니. 몸 관리 잘해라. 우리 나이는 언제 쓰러져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럼 그럼. 오 실장도 몸 좀 생각해 가면서 일해.”
송양수가 급히 일어나 사무실을 나섰다.
누가 보기에도 무언가 서두르는 모양새였지만, 서둘러 자료를 보고 싶었던 송양수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오영환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멀어져가는 송양수를 바라보며 핸드폰을 꺼냈다.
“도련님. 오 실장입니다. 방금 송 팀장이 나갔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지금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오영환이 손뼉을 치면서 소리쳤다..
“자! 자! 다시 방화벽 올리고 오늘 있었던 일은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면 안 됩니다. 오늘 있었던 사실을 발설하게 되면 입사할 때 쓰셨던 비밀누설 금지 조항에 따라 합당한 법적 조치를 받으실 것은 다 알고 있으시지요?”
전략기획실의 다른 직원들이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
“알고는 있었는데, 상당히 잘 꾸며져 있네요”
오영환 실장은 어플리케이션 연구소를 방문하고는 깜짝 놀랐다.
삼신보다 규모는 확실히 작았지만, 내부 구조나 눈에 보이는 복리후생은 삼신 전자의 그것보다 나아 보였다.
“일하기 좋은 회사에서 좋은 성과가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미 실리콘 밸리에서는 이런 방식을 취하는 회사가 많습니다. 앞으로 국내도 비슷한 방식으로 움직일 겁니다.”
오영환은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다.
“너무 쉬기 좋은 환경인데, 이러면 직원들이 일을 제대로 합니까?”
“일하는 것은 자율입니다. 다만 성과를 내야지요. 성과만 낸다면 어떻게 근무를 하든 신경 쓰지 않습니다. 자. 이쪽으로 오시지요.”
“성과라···.”
반쯤은 이해가 되었다.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고 똑같이 성과만 난다면 근무 환경이 좋은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직원들의 애사심도 올라가겠군.’
나중에 한번 김건환 회장에게 건의를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오영환 실장이 김서준의 뒤를 따라갔다.
“인사드리세요. 삼신 전략기획실장이신 오영환 실장님이십니다.”
“마···.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김상규입니다.”
“이···. 이희찬입니다.”
김상규와 이희찬은 오영환 실장을 보고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그들이 비록 지금 삼신 소속은 아니었으나 오영환은 그들이 평소에 늘 우러러봤던 삼신의 전략기획실 실장이었다.
“너무 그렇게 딱딱하게 굴지 말지. 내 부하들도 아니고 도련님 앞에서 부끄럽구먼.”
“아···. 알겠습니다.”
오영환 실장이 웃으며 김상규와 이희찬의 어깨를 두들겨주자 그제야 둘은 표정을 피고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드린 파일에는 백도어가 숨겨져 있습니다. 백도어가 숨겨져 있는 파일이 PC에 연결되면 자동으로 백도어가 사용자 PC의 제어권을 확보합니다. 감염된 사용자는 그 사실을 모르게요.”
김상규가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삼신의 방화벽이면 원래 절대 심을 수 없는 건데, 방화벽을 내려 주셔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오영환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만약 감염된 USB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삼신의 PC에 꽂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악성 코드를 감지한 방화벽이 USB의 접근을 막을 겁니다.”
“그러겠지. 보안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쓰는 돈이 한두 푼이 아니니까. 그렇지 않으면 중국이나 일본에서 끊임없이 해킹 시도가 들어와서 말이야.”
오영환 실장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어렸다.
내부자가 열어주지 않으면 삼신의 보안을 뚫을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었다.
“이어서 말씀을 드리자면 USB가 개인 PC에 연결되면 게임이 끝났다고 보면 됩니다. 그때부터 그 컴퓨터는 제 것입니다.”
“그럼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나?”
오영환 실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상규의 컴퓨터에 알람 메시지가 떠올랐다.
“기다릴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벌써 연결되었습니다. 성질이 급하신 분 같으신데요?”
김상규가 씩 웃었다. 하지만 오영환 실장은 웃지 못했다.
사실 마음속으로 또 바라고 또 바랐다.
알람이 뜨지 않기를. 송양수가 그의 파일을 훔쳐 가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제 그 믿음은 부서졌다.
이제 송양수는 잡아야 할 산업스파이일 뿐이었다.
*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중요한 파일이 뭔지 볼까?”
집에 온 송양수는 개인 노트북에 USB를 연결했다.
드르륵드르륵
마우스 휠 돌리는 소리가 송양수의 집에 조용히 울렸다.
송양수의 안경에 노트북에서 나오는 빛이 반사되었다.
“이게 진짜인가? SJ가 회장님이 비자금 조성을 위해 만든 기업이야?”
송양수의 얼굴에는 불신의 표정과 함께 대박 건수를 잡았다는 표정이 동시에 떠올랐다.
“이거라면 정말 확실히 엮을 수 있는데···. 회장님이라도 이건 빠져나갈 수 없다.”
파일을 모두 확인한 송양수가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오영환 실장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였지만 지금 이 파일은 그가 준비해온 일의 화룡점정이라 해도 무방했다.
“오 실장. 미안해. 그래도 이 은혜는 잊지 않을게. 세상 사는 게 다 그렇지 않은가?”
송양수의 얼굴이 푸들푸들 떨렸다.
*
“PC에 있는 모든 파일을 일단 복사하겠습니다.”
“그러게.”
오영환 실장이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송양수는 그와 입사 동기가 아니었다.
잡아야 할 적이었다. 마음 한구석에는 자비를 베풀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이미 서로 너무 먼 길을 와버렸다.
“파일 복사 완료했습니다. 상당히 많은 양인데요? 2002년 이전 파일도 있습니다.”
오영환 실장의 얼굴이 더욱더 어두워졌다.
2002년이면 송양수가 법무팀 팀장이 되었을 때부터 준비를 한 것이다. 파기해야 할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봐서는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이 분명했다.
“오 실장님. 이걸 어디에 쓰실 거로 생각하십니까?”
김서준의 질문에 오영환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으음···.”
중국이나 다른 국가로 도망간다기엔 빼낸 자료가 핵심 기술에 관한 자료가 아니었다.
비자금.
송양수가 빼돌린 자료는 김건환 회장과 삼신의 비자금 조성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런 자료를 건넬 곳은 단 한 군데였다.
‘정치권.’
송양수가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그제야 알아챈 오영환은 머리가 띵해지는 것을 느꼈다.
송양수가 원하는 것은 정치였다.
김건환 회장과 삼신의 치부를 팔아 정치권에 입성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이 파일들을 모두 삭제하고 컴퓨터를 사용 불능으로 만들 수 있나?”
김상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대놓고 악성코드에 감염된 이상 그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합니까?”
“부탁하네. USB에 들어 있는 내용은 물론이고 저 피시에 들어 있는 자료들도 모두 삭제 부탁하네. PC 주인이 보지 않는 사이에 말이야.”
김상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
한여름의 햇볕이 강렬했지만, 김건환 회장은 성북동 자택의 정원을 가꾸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삼신의 직원 중 머리에는 밀짚모자를 쓰고 한 손에는 전지가위를 든 김건환 회장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회장님. 서준 도련님과 전략기획실 오영환 실장이 방문했습니다. 들라 할까요?”
가지를 자르고 있던 김건환 회장은 부르지 않은 두 사람이 왔다는 소리에 허리를 펴고는 박 비서에게 되물었다.
“서준이하고 오 실장이 왔다고? 왜?”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김건환 회장이 목에 둘려 있던 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훔쳤다.
“할 말이 있으면 회사에서 하든지 미리 연락을 주고 왔어야지. 이렇게 대뜸 찾아오면 어쩌누.”
하지만 김건환 회장의 얼굴에는 웃음이 어려 있었다.
“들어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회장님.”
김건환 회장이 그늘막 아래의 의자에 앉았을 때.
김서준과 오영환 실장이 마당으로 들어왔다.
“허어. 오 실장 표정이 십년지기 친구를 잃은듯한 표정일세.”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김건환 회장이 농을 던졌다.
하지만 그 농에도 오영환 실장의 얼굴이 펴지지 않자 김건환 회장의 얼굴도 굳었다.
“진짜 잃었어?”
*
주말이 끝나고 송양수 팀장은 여느 날과 똑같이 법무팀으로 출근했다.
평소와 다름없어 보이는 풍경.
하지만 송양수의 감각에 뭔가 이상한 게 느껴졌다.
“무슨 일 있어?”
“팀장님···. 저기···.”
법무팀 팀원 중 하나가 눈빛으로 송양수의 사무실을 가리켰다.
송양수가 미간을 좁히며 사무실을 바라봤다.
‘뭐지?’
자신의 사무실에 건장한 몇 남성들이 들어가 있었다.
순간 불안한 감정이 송양수의 가슴을 치고 올라왔다.
송양수는 감을 믿었다. 사무실로 들어가지 않고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어? 팀장님?”
다른 사원들이 깜짝 놀랐고 사무실에 있던 남자들도 소란을 느끼고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미 송양수는 사무실을 뛰쳐나간 후였다.
“제길. 빨리. 빨리.”
탁탁탁
엘리베이터 버튼을 송양수가 빠르게 눌렀다.
하지만 아직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려면 시간이 꽤 남은 상태였다.
식은땀이 이마를 타고 줄줄 흘렀다.
연신 고개를 돌려 사무실을 바라봤다.
‘제발. 제발.’
그의 생각이 틀리기만을 바랐다.
틀릴 수도 있었다. 그저 자신에게 용무가 있는 그룹 직원일 수도 있었다.
머리는 그러기를 바라고 바랐으나 그의 가슴과 평생 것 그를 이 자리까지 올렸던 감은 그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걸렸다.’
걸린 것이 분명했다.
딩동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마자 송양수는 엘리베이터로 몸을 밀어 넣었다.
“앗. 팀장님.”
송양수와 부딪친 직원들이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으나 송양수는 대답도 하지 않고 문 닫힘 버튼만 연속으로 눌렀다.
-문이 닫힙니다.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직원들에게 무언가를 묻고 있는 건장한 직원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사내들이 엘리베이터로 고개를 돌렸을 때. 송양수와 그들의 눈이 마주쳤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