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81
음악천재 재벌3세 81화
“당신 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장일제 의원이 얼굴을 구긴 채 김일두 검사를 바라봤고 장 의원실의 직원들이 일제히 김일두 검사 앞을 막아섰다.
“서울중앙지검 김일두 검사입니다.”
김일두 검사가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 앞으로 내밀었다.
검사 신분증을 본 직원들이 얼굴을 굳히며 천천히 길을 열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 나리가 여기는 어쩐 일이신지?”
장일제 의원의 시선은 날카로웠다. 입으로는 존대하고 있었지만, 누가 봐도 비꼬는 투가 역력했다.
‘김건환 회장이 보낸 것이야.’
송양수는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흘렀으나,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검사가 그를 잡아갈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지금 당장 영장이 나왔을 리도 없고 설혹 영장이 나와 잡아간다고 하여도 그가 저지른 불법은 없었다.
‘장일제 의원이 날 빼줄 거야. 이 정보를 터뜨리려면 나의 존재가 필수적으로 필요할 거니까.’
혹여 구금된다고 하더라도 장일제 의원이 빼줄 것이라는 생각에 송양수는 안도의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여기에서 범죄 행위가 벌어진다는 첩보가 있어서 검사 나리께서 이렇게 출두하셨습니다. 장 의원 나리.”
“범죄행위라···. 거참. 내가 누군지 알면서도 범죄행위라는 소리가 입에서 나오는가?”
“뭐 범죄가 사람 가려가면서 왔다 가나?”
“뭣이?”
김일두 검사의 말에 장일제 의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손을 들어 김일두 검사의 뺨을 후려치고 싶었으나 보는 눈이 많았다.
현직 의원이 현직 검사 폭행해.
이런 뉴스 타이틀을 보고 싶지는 않았기에 장일제 의원은 참고 또 참았다.
“자네 지검장이 이 사실을 알고 있나? 어?”
“뭐 지금은 몰라도 좀 있으면 아시겠지요. 근데 뭐 이리 혓바닥이 기십니까? 아! 알겠다. 불체포 특권?”
“뭐? 뭣이? 내가 오늘 이 행동은 단단히 책임을 물을 것이다. 그리고 도대체 무슨 죄목으로 이 난장을 치고 있는 거야?”
장일제 의원의 호통에 김일두 검사가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삼신 그룹의 법무팀장 송양수씨는 물론이고 여기 비서관님들과 직원분들을 모두 긴급체포하겠습니다. 뭐해? 다 잡아들여. 범죄자 새끼들이다.”
“뭣이?”
장일제 의원의 얼굴이 허옇게 변했다.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산업 스파이?’
분명 이 USB에 들은 내용은 삼신의 비자금에 관련된 내용이라 들었건만 무슨 산업 스파이 타령이란 말인가?
장일제 의원이 하얗게 변한 얼굴로 송양수를 바라봤다.
하지만 송양수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혹시 일단 잡아두고 자료를 회수하려는 속셈인가?’
가능성이 있었다. 물론 그런 것 치고는 일을 너무 크게 벌이는 모양새이기도 했다.
‘거래할 속셈이군.’
장일제 의원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삼신이 이렇게 나오는 이유가 자신과 거래를 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비자금 내역을 숨겨주는 대신 무언가 큰 걸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물론 그것을 받고 그냥 넘어갈 생각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크흠. 이거 자네가 책임질 수 있는 일인가 모르겠구먼.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으로서 무고한 시민이 검찰에게 겁박당하는 모습을 볼 수 없지. 나도 동행하겠네.”
장일제 의원은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그가 강하게 나갈수록 삼신은 그에게 큰 것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시든지요. 방탄 국회가 내주지 않을 것이 분명한데 이렇게 제 발로 와주시겠다니 저야 반갑네요.”
장일제 의원이 미간을 좁혔다.
이 검사 놈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아니면 모르고 그냥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송양수 저놈이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송양수의 표정과 그간의 행보를 보건대 삼신의 비자금 파일을 들고 왔다는 것이 결코 거짓은 아닐 것이다.
‘흐흐흐. 삼신이 자충수를 두는군.’
마음을 정한 장일제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좋지. 같이 가세. 내가 가서 검찰의 만행을 다 떠벌릴 것이야! 김 비서관. 기자들도 불러! 아예 오늘 작두 한번 타지!”
장일제가 강하게 나가자 김일두가 씩 미소를 지었다.
*
성북동 자택의 김건환 회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평검사를 보낸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겠느냐? 삼신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은 사법부에도 많다.”
송양수가 가지고 있는 자료는 삼신의 비자금 자료였다.
그 내용이 폭로된다면 삼신이 입을 타격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이었다.
그랬기에 김건환 회장은 김서준의 말을 따르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차라리 검사장이나 다른 고위직에 있는 검사들을 보내는 것이 협상이나 은폐에 더 좋을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송양수 팀장이 향한 곳은 장일제 의원입니다. 어떤 검사가 가더라도 장 의원에게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럼 그 평검사는 다르더냐?”
김서준이 씩 웃었다. 그가 아는 김일두 검사는 상대가 누구든 이빨을 들이미는 사내였다.
게다가 협상이라는 것이 통하지 않는 검사다. 이번 일에 누구보다 적합했다.
“네. 그 검사는 눈에 뵈는 게 없는 검사입니다.”
“그래? 그나저나 서준이 너는 송 팀장의 비위를 어떻게 파악한 것이야? 오 실장 말로는 서준이 네가 송 팀장 아니 송양수의 비위를 가장 먼저 눈치챘다는데?”
궁금했다. 삼신 전체를 관장하는 전략기획실에서도 파악하지 못했던 송양수의 속내였다.
비록 삼신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긴 하지만 삼신의 내부 정보를 들여다볼 수 없는 김서준이 오영환 실장보다 그 내용을 먼저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운이 좋았습니다.”
운이 좋았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레 전생에 있었던 일이 생각나서 처리했다고 하면 김건환은 진지하게 김서준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운이 좋다는 말에 김건환 회장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김서준이 밑천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할아버지와 손자의 관계지만 둘 다 사업가인 입장에서 서로에게 밑천을 드러내라, 말 할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이번 일은 잘 해결될 겁니다. 아무 문제 없이요. 송 팀장은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것이고 장 의원은 다시는 삼신을 건들지 못할 겁니다.”
“두고 보겠다. 하지만 네 말처럼 상황이 풀리지 않으면 할애비가 나설 것이다. 알겠느냐?”
“네. 할아버지. 그럼 저는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먼저 일어나보겠습니다.”
“그리하거라.”
김건환 회장이 믿음직스러운 눈빛으로 김서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
서울중앙지검의 앞은 기자들로 북적였다.
“뭐야? 장일제 의원이 검찰 앞에서 중대발표를 한다는데?”
“중대발표?”
자세한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기 때문에 기자들은 무슨 일이 있을지 서로의 얼굴만 바라볼 뿐이었다.
“온다!”
기자들이 혼란에 빠져있을 때. 서울중앙지검 앞으로 차량 몇 대가 빠르게 들어왔다.
기자들은 본능적으로 그 차량이 이번 사건의 차량임을 깨달았다.
“카메라! 카메라!”
재빨리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차량 앞으로 몰려갔다.
드르륵
승합차의 문이 열리고 김일두 검사와 수사관들이 차에서 내렸다.
“햐! 뭔데 이렇게 기자들이 많아? 벌써 인기스타 됐네.”
“아마 장 의원이 부르지 않았을까요? 자신 있어 하던데···.”
수사관들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만약 김일두 검사가 틀렸다면 김일두는 물론이고 그들까지 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나만 믿고 뚫고 갑시다. 자! 모두 비켜요! 비켜!”
김일두 검사가 기자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기자들은 연신 셔터를 눌러댔지만 지금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김일두 검사를 막고 질문을 던지지는 못했다.
김일두 검사와 수사관들이 사무실에서 압수한 자료들과 송양수를 끌고 수사실로 들어갔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장일제 의원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장 의원님!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방금 검찰이 압송한 사람이 누구입니까?”
성미 급한 기자들이 장일제 의원에게 마이크를 들이밀며 질문을 쏟아냈다.
“아아! 모두 조용히 하세요.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여러분을 모신 것은 중대 발표를 하기 위함입니다.”
장일제 의원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목청을 높이자 기자들이 눈을 빛내며 장일제 의원의 입을 바라봤다.
“오늘 나는 삼신의 비자금 조성과 그를 숨기고자 하는 삼신의 추악한 음모를 세상에 알리고자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찰칵찰칵
삼신의 비자금 조성이라는 말이 나오자 기자들의 웅성임과 함께 카메라의 플래시가 장일제 의원에게 쏟아져 내렸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검찰이 무슨 조작을 하려고 하든 저! 장일제가 지금 검찰로 들어가서 그들이 증거를 빼돌리지 못하도록 막고 삼신의 비자금 조성 증거를 만천하에 공개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들이 지금 압수한 자료를 폐기해도 상관없습니다.
이미 제보자의 노트북을 저 장의제 의원실에서 확보한 상태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말을 마친 장일제 의원이 보좌관과 함께 서울중앙지검 정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조사실에 앉아 있는 송양수의 머리가 빠르게 돌았다.
‘산업 스파이라···.’
분명 김일두 검사가 내뱉은 법 조항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었다.
이런 일에 저 법을 꺼내왔다는 것은 송양수 그를 산업 스파이로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회장님도 마음이 급했나 보군. 겨우 꺼낸 카드가 산업 스파이라니···. 오히려 자충수가 되셨어. 장일제 의원이 이 좋은 먹잇감을 가만둘 리 없지.’
덜컥
얼마 지나지 않아 조사실에 김일두 검사가 서류 봉투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송양수 팀장님. 처음 뵙는데 이렇게 봬서 서로 좀 그렇네요. 김일두 검사입니다.”
김일두 검사의 웃는 얼굴에 송양수가 표정을 굳혔다.
웃는 얼굴이 무언가 믿는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간도 크게 삼신의 정보를 유출하려고 하셨어요? 법무팀장이셨으니 잘 아시겠네.”
“산업 스파이라. 김 검사가 압수한 USB를 보면 바로 답이 나올 텐데···. 그 정보를 누구에게 들은 거지? 헛다리를 짚어도 제대로 짚었군.”
“헛다리라. 이거 팀장님 USB 맞습니까?”
김일두 검사가 서류 봉투에서 USB를 꺼내 책상에 올렸다.
USB를 힐끗 바라본 송양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비밀번호가 걸려 있던데. 한번 내용물 좀 봅시다.”
“죄 없는 사람을 이렇게 강제로 연행한 것도 모자라서 남의 물건을 손대려면 당연히 영장이 있어야겠지? 김 검사님?”
“역시 법무팀장님이시라 영장부터 찾으시네.”
김일두 검사가 빙그레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영장이 없다면 당장 날 풀어주는 게 좋을 거야. 험한 꼴 당하기 싫으면 말이야.”
송양수의 겁박에 김일두 검사가 피식피식 웃었다.
“아. 정말 돈이 좋긴 좋아. 평소 같았으면 구속 영장 나오는데 세월아 내월아 했을 텐데 삼신에서 요청하니 바로 딱하고 나오는 거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영장은 걱정하지 마시고 이 USB 비밀번호나 좀 풀어보시죠.”
노트북과 함께 USB를 송양수 앞으로 내민 뒤 김일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송양수의 손에 채워진 수갑을 풀었다.
“이걸 보면 크게 후회할 거야. 지금 밖에 장일제 의원님이 계신 것 같은데 이 자료를 장 의원님이 본다면 자네 모가지는 그대로 날아갈 것 같군.”
송양수의 말 대로 조사실 밖에서 장일제 의원이 항의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탁탁탁
USB를 노트북에 꽂자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창이 떴다.
송양수가 김일두 검사를 바라보고 씩 웃고는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헉!”
콰당
그리고 그와 동시에 송양수가 앉은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왜 놀라실까? 너무 좋아서 몸이 주체가 안 되시나 보네.”
그 모습을 본 김일두가 송양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