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82
음악천재 재벌3세 82화
“이거 거짓말이야. 이렇게 조작된 증거로 날 잡으려고 해? 흐흐. 이미 장 의원님이 내 노트북을 확보했을 거야. 그렇게 되면 이 자료가 거짓이라는 것은 너무나 쉽게 밝혀지지.”
바닥에서 일어난 송양수가 광기 어린 눈빛을 보이며 말했다.
“하아. 이거 말이 안 통하시는 분이네. USB 비밀번호 몰라서 풀어달라고 한 건데 갑자기 이걸 조작됐다고 하면 어찌합니까?”
김일두의 비아냥거리는 말에 송양수가 발작하듯 외쳤다.
“이 내용물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이게 지금!”
믿을 수 없었다. USB에 들어 있는 정보는 스마트폰의 핵심 공정에 관한 정보가 들어 있었다.
“장 의원님 불러줘! 장 의원님이 해결해 주실 거다.”
“장 의원님도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닐 텐데···.”
김일두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
씩씩거리는 얼굴로 장일제 의원이 서울 중앙지검의 정문에 나타나자 기자들이 연신 플래시를 터뜨리며 다시 모여들었다.
“장 의원님!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장일제 의원은 플래시를 즐기며 목청을 높여 소리쳤다.
“검찰에서 무고한 시민을 구인한 채 증거 역시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공정하지 않고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현장입니다!”
장일제 의원이 주먹을 꾹 쥔 채 큰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중앙지검의 검사장이 곤란한 표정으로 장일제 의원에게 다가왔다.
“장 의원님. 이게 도대체 무슨 행동입니까?”
“서 검사장님. 검사장님이야말로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검찰이 무고한 시민을 구금하고 없는 죄를 만들어내고 있는 이 현장에서 검사장의 역할을 다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서인후는 장일제 의원의 말에 얼굴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그도 이곳에 오기 전에야 겨우 전달받은 사항이었다.
평소에도 그를 곤란하게 만들던 김일두가 다짜고짜 장일제 의원의 직원들과 삼신의 법무팀장을 구인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이제부터 확인해야겠지만, 일단 우선 처리해야 할 일은 기자들과 장일제 의원이었다.
이렇게 시끄러워지면 좋은 것이 없었다.
“일단 들어가시지요. 제가 김일두 검사를 만나보겠습니다. 사전에 협의도 없이 이렇게 기자들을 불러놓으시면 서로 곤란한 것은 아시지 않습니까?”
“검사장님. 지금 제 입도 막으려고 하는 겁니까? 지금 이 자리에 와 있는 기자들이 보이지 않으십니까? 국민이 두렵지 않은 겁니까?”
이때다 싶은 장일제가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니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다시 이야기하자는 겁니다.”
“좋습니다. 국회의원 된 도리로서 내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앞장서시지요!”
장일제가 과장된 동작으로 다시 서울중앙지검 안으로 걸어 들어갔고 미간을 구긴 채로 그 모습을 본 서인후 검사장도 뒤를 따랐다.
“이거 도대체 뭐야? 삼신하고 관련 있는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까 아까 승합차에 내린 사람 삼신의 법무팀장 송양수 아니야?”
웅성웅성
장일제가 간을 보던 터라 아직 시원하게 정보를 입수하지 못한 기자들은 서로에게 질문해가며 더욱 웅성거림을 높여만 갔다.
서울중앙지검 내부로 들어온 장일제 의원의 턱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있었다.
‘내게 복이 굴러 들어왔구나.’
오랜 시간 공을 들인 송양수 팀장이 그가 원하는 자료를 들고 온 것도 온 것이지만, 오늘이 지나고 나면 그는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단숨에 여권의 잠룡이 될 것이 분명했다.
대선이 멀지 않은 이 시점에서 이렇게 큰 사건을 터뜨리며 대한민국 정의의 수호자 역할을 한다면 대권은 아니더라도 당대표 정도는 차지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김일두 들어오라고 해!”
검사장의 사무실에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장일제 의원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에 들어온 김일두 검사를 보고는 미간을 좁혔다.
지금쯤 잔뜩 쫄아 있어야 하는 것이 분명하건만 김일두의 얼굴에서는 그 어떤 공포나 체념 등의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
“야! 김일두. 너 보고도 없이 이게 뭐 하는 거야?”
“검사장님. 그렇지 않아도 정상적인 보고 체계로 보고하려고 했습니다만, 사안이 너무 시급하여 어쩔 수 없이 서둘렀습니다.”
“뭐?”
서인후 검사장의 얼굴이 꿈틀거렸다.
“무슨 사건인지 말해봐.”
“외부인이 있는데 말해도 되겠습니까?”
“말해도 되니까 말해!”
증거 채집용 봉투 하나를 김일두가 서인후 검사장 앞에 내려놓았다.
“장일제 의원의 사무실에서 압수한 USB입니다.”
“여의도 의원실 말하는 거야?”
김일두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강북에 있는 장일제 의원의 다른 사무실입니다.”
서인후 검사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여의도까지 쳐들어가서 잡아 온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빨리 말해봐. 내용이 뭐길래 이리도 모두 난리야?”
“삼신의 법무팀장 송양수는 삼신에서 극비에 개발하고 있는 IT 기술을 장일제 의원 사무실을 통해 외부로 유출하려고 했습니다.”
“뭣이?”
김일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장일제 의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송양수가 가지고 온 정보는 삼신의 비자금에 대한 정보다!”
“오. 역시 미리 서로 교감이 있으셨나 봅니다?”
장일제 의원이 얼굴이 시뻘겋게 변한 채 김일두를 노려보았다.
“김일두. 네 말 책임질 수 있어?”
“물론입니다. 검사장님. 송양수가 USB의 비밀번호를 해제해서 내용물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노트북을 빼돌리던 장 의원님의 직원들도 확보한 상태입니다.”
“흐음.”
서인후 검사장이 소파에 등을 기대며 장일제 의원을 바라봤다.
해명을 바라는 눈빛. 만약 김일두의 주장이 맞고 그 증거가 확실하다면 이번 사건은 장일제 의원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방탄 국회라고 하더라도 삼신 전자의 기밀을 빼돌리려고 한 것을 쉽게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었다.
“내 눈앞에 증거를 가져와! 감히 어디서 거짓말을 해?”
“그렇게 해.”
서인후 검사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일두가 가져온 노트북을 꺼냈다.
“본 USB는 송양수의 USB가 맞으며 비밀번호 역시 송양수가 해제하기 전까지는 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기록도 다 남고 조사하면 다 나오니 조작 의혹은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말을 마친 김일두가 USB를 노트북에 연결한 뒤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그리고 노트북 화면에 뜬 것을 본 장일제 의원은 제 자리에서 팔짝 뛸 수밖에 없었다.
“모함이다! 음모야!”
“후우···.”
서인후 검사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평지풍파가 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방선거가 며칠 남지 않아서 민감한 시즌이다.
만약 지금 이 사건이 터지면 온갖 소리가 흘러나올 것이다.
정치검찰.
검찰이 정치에 개입하기 위해 장일제 의원을 저격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것이다.
그렇다고 이 사건을 지방선거 이후에 알리자니 그것도 문제였다.
이번에는 야권에서 소리가 나올 것이다.
검찰이 여권을 지원하기 위해 일부러 이 사건을 선거 이후로 미루었다.
그야말로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다.
“후우. 이걸 어찌하면 좋을까?”
서인후 검사장이 크게 한숨을 내쉬자 그것을 옆에서 보고 있던 김일두가 툭 말을 내뱉었다
“검사장님. 뭘 어찌합니까? 당연히 바로 조사를 진행해야지요.”
‘며칠만 좀 늦게 물고 오지. 이놈의 자식이···.’
하지만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후배 검사한테 그런 말을 내뱉을 수는 없었다.
“서 검사장. 이건 모략입니다. 나를 죽이기 위해 모략을 꾸민 거에요. 분명히 이 증거도 조작된 증거일 겁니다.”
장일제 의원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정치판에서 꽤 구른 인사답게 지금 이 사태가 몰고 올 파장을 예상한 것이다.
‘그럴 리 없는데.’
장일제 의원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송양수에게 오랜 공을 들인 이유가 무엇이던가?
송양수가 삼신 회장 김건환의 비자금 내역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랜 공을 들인 덕에 드디어 열매를 맺게 생겼는데 그것이 열매가 아니라 폭탄이 된 것이다.
‘미리 확인했어야 했다!’
검찰이 들이닥치지만 않았다면 그 자료를 확인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일두가 바로 들이닥쳐 송양수를 체포하는 바람에 그것을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송양수에게 들인 공이 컸기에 작은 실수를 한 것이다.
근데 그 작은 실수가 스노우볼이 되어 지금 장일제 의원의 목을 조이고 있었다.
“아니. 서 검사장. 조금만 더 조사를 진행하고 발표를 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일단 나도 돌아가서 전후 사정이 어떻게 된 건지 파악을 좀 하고 그 이후에 진행하도록 하지요. 어떻습니까?”
현실을 파악한 장일제 의원의 얼굴이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변했다.
“일단 돌아가시지요.”
“고···. 고맙습니다.”
서인후 검사장의 말을 시간을 끌자고 알아들은 것인지 장일제 의원이 급히 서울중앙지검을 떠났다.
입구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은 부리나케 차를 타고 사라지는 장일제 의원을 보고 의문을 키웠다.
장일제 의원이 돌아간 뒤 서인후 검사장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일단 보고를 해야겠지.”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은 검사 중에서도 최고위에 속하는 자리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런 검사장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서인후는 자신이 이번 일을 판단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어떤 선택을 하든 검찰이 감당해야 하는 정치적인 여파는 상당할 것이었다.
그것뿐 아니었다. 기밀 회수를 위해 삼신에서도 행동을 취할 것이 분명했다.
눈을 돌려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김일두를 본 서인후 검사장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후우.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괜히 민감한 시기에 민감한 일을 들고 왔기에 솔직히 말하면 얄미웠다.
“야. 철저하게 조사 하고 있어. 단 하나도 놓치면 안 돼. 알았어? 총장님께 보고하고 답변 올 때까지 다 끝내둬.”
검찰이 최대한 욕을 먹지 않기 위해서는 단 하나의 방법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검사장님.”
“아이고. 어쩌다가 이런 것이···.”
서인후 검사장이 가슴을 두들기자 김일두 검사가 재빠르게 고개를 숙이고는 검사장실을 나섰다.
괜히 더 있었다가는 조인트를 한대 까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
그 사건이 터진 이후로 정보가 빠른 사람들은 성북동 자택을 주시했다.
이 폭풍의 중심에 삼신이 연루되었으니 무언가 제스쳐가 나와도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성북동 자택에서는 액션이 없었다.
그저 김서준과 오영환 실장만 가끔 들를 뿐이었다.
이날도 성북동 자택에는 김서준과 오영환 실장이 들어 있었다.
“어찌 진행되고 있어?”
김건환 회장의 얼굴은 평온했으나 오영환 실장은 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김건환 회장은 본래 속마음이 얼굴에 잘 나타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김건환 회장의 얼굴만 보고 오판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곤 했다.
“이번 일에서 삼신은 철저하게 피해자의 위치를 고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건환 회장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방선거가 코앞이라 고민이 많았겠지만, 검찰은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오늘 자로 모든 언론사에서 엠바고가 해제되었습니다.”
“시끄럽겠군.”
“그럴 겁니다.”
엠바고가 해제되었으니 언론사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이십사 시간 내내 떠들어댈 것이 분명했다.
21세기 들어 가장 큰 산업 스파이 사건이었고 현직 국회의원이 관여했다고 알려졌으니 말이다.
“오 실장은 이만 가도 좋고 서준이는 남아라.”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오영환 실장이 성북동 자택을 떠나자 김건환 회장이 은근한 목소리로 김서준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조화를 부린 것이냐? 처음에는 오 실장이 기획한 것인 줄 알았건만 오 실장은 네가 했다고 하더구나.”
“오 실장님이 먼저 아셨더라도 똑같이 하셨을 거예요.”
김건환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할수록 묘수였다. 도대체 무슨 방법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비자금 자료를 넘기려는 송양수는 물론이고 평소 삼신의 사업에 태클을 걸며 반도체 공정을 공개하라 한 장일제 의원까지 일타쌍피로 보내버렸다.
그것뿐 아녔다.
이번 사건으로 야권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다.
그러니 야권에서는 삼신에서 총대를 메고 야권을 지원한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당연히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호의가 더해질 것이었다.
김건환 회장으로써는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제 다음 수는 무엇이냐?”
이번 수로 끝날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김건환 회장은 잘 알고 있었다.
배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이 있었다.
어떤 이는 물이 들어오면 노를 젓고 또 어떤 이는 물이 들어올 때까지 노를 젓는다.
둘 중 무엇이 되었든 가장 중요한 것은 노를 젓는 것이었다.
“대민 사업을 확장했으면 좋겠습니다. 할아버지께서 허락해주신다면 제가 진행해 볼까 하는데요.”
“대민사업?”
“예. 대한민국에서 삼신의 이미지를 더욱 호의적으로 돌려놓을 절호의 기회잖아요.”
대민사업이라는 말을 들은 김건환 회장과 김서준의 눈빛이 허공에서 교차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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