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84
음악천재 재벌3세 84화
옛날에 좋은 일을 할 땐 생색을 내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현대에도 얼굴 없는 기부 천사라든지 자신들을 드러내지 않고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기업이라면 달랐다. 기업이 사회 공헌을 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을 하더라도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방법의 하나였다.
물론 기업 대표의 꿈이 사회 공헌이라 몰래 사회 공헌 사업을 하는 예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별종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주 특별한 경우였다.
기업은 이문을 위해 움직인다. 이 사실은 굳이 현대가 아니더라도 예로부터 바뀐 것이 없는 사실이었다.
그랬기에 요즘 기업들이 사회 공헌사업을 하면 처음에는 몰래 하는 척하다가도 마케팅팀을 동원해서 결국에는 알리게 된다.
그런 전략을 많이 쓰는 기업의 경우 ‘마케팅팀이 일을 못 하네!’, ‘이런 것은 진즉에 알렸어야지!’라는 우스갯소리와 같은 칭찬을 듣곤 했다.
그게 일반적인 기업의 홍보 전략이었다.
하지만 김서준은 좀 다르게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는 효과를 볼 때까지 꽤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특정 언론을 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그 사회 공헌이 알려지지 않기도 한다.
흔한 방법이면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끌 수 있는 방법.
그러면서도 사회 공헌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이미지 개선을 이룰 방법.
김서준이 생각한 방법은 연예인을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연예인들을 가장 휘어잡고 있는 기업은 한성이었다. 그랬기에 이인영의 도움을 받아 연예인들을 섭외한 뒤 자선 콘서트를 비롯해 다양한 축제를 개최하는 것이었다.
김서준의 설명을 들은 이인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좋은 생각이네. 보통 자선 콘서트는 규모가 작은데 삼신과 한성이 나서서 자선 콘서트를 하면 모금 금액은 어마어마해질 테니까.”
어차피 그 돈은 상관없었다. 거기에서 모이는 돈도 꽤 크겠지만 어차피 돈은 삼신에서 지출할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대중들에게 뚜렷하게 알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들뜬 분위기에 스마트폰 출시 계획까지 얹는다면?
금상첨화였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스마트폰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럼 가수 말고 배우들도 동원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형 생각은 어때?”
이인영의 두 눈은 밝게 빛나고 있었고 그의 생각 역시 김서준의 제안에서 더욱 발전해 나가고 있었다.
자선 콘서트에는 가수가 필요한 것이 맞았지만 배우들도 충분히 쓰임새가 있었다.
만약 지금이 스마트폰이 있는 시대였다면 소위 챌린지라는 것을 유행 시켜 이번 사업을 더욱 홍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없더라도 배우들이 방송에서 한마디씩 해주고 축전 영상을 만들어 준다면 사업의 규모는 더욱 커지고 내용은 풍부해질 것이다.
“좋아. 그러면 그렇게 하자.”
김서준의 컨펌이 떨어지자 이인영이 신나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당장이라도 이일손 상무의 사무실로 돌아가 일을 추진할 기세였다.
그 모습을 본 김서준이 작게 웃었다.
*
일은 빠르게 진행되어갔다.
김서준은 이번 일을 삼신의 전략기획실과 같이 진행하기로 했다.
SJ의 규모가 상당히 커졌다고는 해도 아직 삼신의 전략기획실에 비하면 정보력과 인맥은 물론이고 해외에 대한 네트워크가 많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SJ의 네트워크는 미국의 실리콘 밸리에 한정되어있는 반면 삼신의 전략기획실은 전 세계에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이게 전략기획실에서 선정한 회수 가능한 문화재 목록입니다.”
“박 차장님. 오랜만입니다.”
SJ로 찾아온 삼신의 직원은 박근수 차장이었다.
일전에 소영신 실장과 이소연 실장을 영입할 때 한번 보고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박근수 차장의 얼굴에도 대견함과 동시에 기쁘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그때도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이렇게까지 크실 줄 몰랐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건대 앞으로 더욱 크실 것 같네요.”
“과찬이십니다.”
박근수 차장의 말에 김서준이 손을 저으며 박근수 차장이 내민 목록을 받아들었다.
“대부분이 경매에 나와 있거나 나올 예정인 문화재입니다.”
“흐음···.”
목록에 있는 문화재는 대부분 생각보다 중요도가 떨어진 문화재였다.
물론 문화재를 중요도나 가치로 환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김서준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업적인 가치를 보았을 때 문화재에도 중요도가 있었다.
예를 들어 목록에 있는 조선 후기의 장군도 같은 경우에는 이미 국내에도 몇 점 있을 뿐 아니라 연구적인 가치도 부족한 문화재였다.
하지만 미국 아나폴리스에 있는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어재연 장군기 같은 경우는 좀 달랐다.
신미양요라는 역사적 배경과 함께 여러 요소가 국민들의 가슴을 자극하는 문화재였다.
그런 중요한 문화재를 환수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이었다.
“경매에 나오는 문화재는 일단 모두 사야 합니다.”
박근수 차장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가격이 상당하긴 하지만 앞으로 지출해야 할 마케팅비를 생각하면 그렇게 큰돈도 아닙니다. 회장님께서도 돈을 아끼지 말고 지원하라 하셨으니 아마 이 목록에 있는 문화재를 대부분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건환 회장 역시 때를 볼 줄 알았다. 어차피 스마트폰의 출시가 임박하면 수많은 마케팅을 진행해야 한다.
그때 사용하는 마케팅비는 가히 천문학적인 비용.
하지만 이번에 김서준이 추진하는 일에 돈을 쓴다면 그때 소모될 마케팅비를 유의미하게 줄일 수 있었다.
물론 가장 이득은 김서준이었다. 삼신에서 스마트폰을 많이 팔면 팔수록 김서준과 SJ의 통장은 두둑해진다.
그러한 마케팅을 SJ의 돈이 아니라 삼신의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남의 돈으로 생색내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었다.
물론 노동력은 제공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많은 수의 문화재가 일본에 있네요. 경매도 일본 경매가 많고.”
박근수 차장이 쓴웃음을 지었다. 아니 한국인이라면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습니다. 구한말에 가장 많은 문화재를 수탈해간 쪽이 일본이니까요.”
“일단 돈 되는 것은 모두 사는 거로 하시죠.”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박근수 차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서준이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인터넷을 비롯한 매체에 해외 문화재 환수에 대한 여론을 조성하지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 뻥 터뜨려야 더 임팩트가 있으니까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보고를 끝으로 박근수 차장은 다시 삼신으로 돌아갔다.
혼자 대표실에 남아 생각을 정리하던 김서준은 고민에 빠졌다.
‘일본에 가봐야 하나.’
일본에 가장 많은 문화재가 있었으니 일본에 가서 그것들을 직접 환수하는 것도 꽤 좋아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을 먹은 김서준의 계획은 틀어질 수밖에 없었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일제 패전 50주년을 맞아 야스쿠니 심사 참배를 강행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는 이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하였습니다.]뉴스는 연일 일본 총리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메인으로 내보냈다.
“가봐야 얻을 것도 없겠군.”
돌발 이벤트였다.
생각하고 있어야 했는데 이런 것까지 기억하기에는 김서준의 전생이 너무 다사다난했다.
일본에서는 가끔 내부 결속을 위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곤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한일 양국의 외교 관계는 파행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흔들려야 했다.
만약 지금 김서준이 일본에 넘어가서 문화재 환수를 위해 노력한다 한들 일본 측에서 그것을 쉽게 승낙할 리 없었다.
가봐야 고생만 하고 시간만 날리는 꼴이 된다.
차라리 삼신에게 일본 내부의 문화재는 경매를 통해 구매하도록 하고 김서준은 다른 쪽에 시선을 돌리는 것이 유리했다.
“어디가 좋을까?”
대한민국의 문화재가 있는 곳은 다양했다.
특히 구한말에 제국주의를 주창하던 열강들이 대한민국의 문화재를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영국이 그러했고 프랑스가 그러했다.
“대표님. 안드로이드 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얼라이언스의 각 제조사가 레퍼런스 폰을 보내왔다는 연락입니다.”
“아!”
고민에 빠져있을 때.
소영신의 보고를 들은 김서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미국이다!”
“네?”
소영신은 갑작스러운 김서준의 행동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껌뻑였다.
“실리콘 밸리가 미국이긴 하지요. 근데 새삼스럽게 그건 왜 그러십니까?”
생각이 난 것이다.
미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문화재 중 반환이 가장 쉬운 것.
어재연 장군기.
딱히 김서준이 나서지 않더라도 2007년 하반기에 어재연 장군기는 임대 형식으로 국내로 들어오게 된다.
그것을 조금 더 앞당겨 김서준이 들고 온다면 이번 문화재 환수에 화룡점정을 찍을 수 있었다.
“소 실장님.”
“예. 미국 일정 잡아주세요. 그리고 이번에 가면서 시미트와 대면할 수 있게 일정을 잡아주세요.”
“시미트라면 구글사의 시미트 말씀입니까?”
“네. 긴히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소영신이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
시미트는 얼마 전 받은 연락 때문에 고민이 많아졌다.
그렇지 않아도 조만간 김서준을 만나러 한국에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시미트였다.
구글 또한 안드로이드 얼라이언스에 참여하고 있었고 레퍼런스 후보들이 나왔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기고 있던 차였다.
아쉽게도 구글은 제조사가 아니었다. 대신 안드로이드에 탑재되는 각종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것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날 보자고 하는 거지?”
솔직히 말하자면 안드로이드 얼라이언스에서 구글의 위치는 그렇게 중요한 위치가 아니었다.
그랬기에 한창 바쁠 김서준이 그를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온다는 것은 쉽사리 이해되지 않았다.
“유튜브 때문도 아닐 테고···.”
물론 저번에 김서준이 유튜브를 통해 광고를 진행한 덕분에 유튜브가 사람들 사이에서 확 알려지는 계기가 되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유튜브는 순익이 나지 않는 적자 사업이었기에 그것을 보고자 자신을 찾아오는 것은 아닐 것이었다.
‘새로운 사업? 아니면?’
도대체 답이 나오질 않았다. 김서준을 만나기 전에 대충 예상되는 답변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그냥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만날 수밖에 없었다.
“시미트. 김서준이 미국에 도착해서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공항에 마중 나갔던 직원들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올 것이 왔군. 도대체 이번에는 무슨 소리를 하려고 오는 것일까?”
처음 김서준을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설마 안드로이드를 먼저 구매해갈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상태.
그래서 천천히 안드로이드를 염가로 먹으려던 구글사의 계획은 완전히 틀어졌다.
그것만이면 그래도 쓰린 속을 달래야 했을지언정 김서준을 이토록 경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 경계가 맞았다.
지금 시미트는 김서준이라는 사람 자체를 경계하는 것이다.
그가 안드로이드를 넘어서 시미트가 본 유튜브의 가능성 역시 봐버린 김서준이 무서운 것이었다.
그랬기에 이번에는 도대체 무슨 일로 오는 것인지 경계되면서도 너무나 궁금했다.
“이번에는 또 어떤 것으로 나를 놀라게 해줄 것인지 궁금하군.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시미트가 쓴웃음을 지었다.
어쩌면 마음속으로는 이미 김서준을 인정하다 못해 시간만 주어진다면 구글사를 넘어설 것이라고 인정한 것이리라.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