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87
음악천재 재벌3세 87화
소란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상병.”
“예 썰!”
소영신의 전화가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사관학교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해군 사관학교장 대령 매튜는 미간을 좁힌 채 정문의 경비를 서는 병사들 앞에 섰다.
“이게 지금 어떻게 된 일인지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했으면 좋겠다.”
“그···. 그것이.”
상병은 대답하지 못한 채 부동자세를 취할 뿐이었다.
“상병.”
“예. 썰.”
“지금 내 말이 들리지 않아?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묻고 있잖아. 지금 이 상황이 위병근무 수칙에 합당한 상황인가?”
탁
다시 차려자세를 취한 상병이 큰소리로 외쳤다.
“죄송합니다.”
“상병. 지금 당장 완전군장 상태로 일과가 끝날 때까지 연병장을 돈다.”
“예 썰.”
매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상병이 뜀박질을 시작했다.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워낙 몰래 출입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상병이 과민하게 반응했나 봅니다.”
매튜가 김서준에게 손을 내밀었다.
“미 해군사관학교장 매튜입니다.”
“김서준입니다.”
매튜와 김서준이 서로의 손을 맞잡았고 둘의 눈빛이 허공에서 얽혀 들어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눈빛은 서로의 속내를 빠르게 읽어 들어갔다.
‘아직 어려 보이는데 읽을 수가 없군.’
놀라웠다. 겉으로 보이는 김서준은 키는 컸으나 나이는 이제 갓 스무 살이나 되어 보였다..
수많은 군인을 봐오며 사람의 속내를 파악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한 매튜였지만 그는 김서준의 속내를 파악할 수 없었다.
마치 중년의 노련한 사업가 혹은 정치가의 눈과 비슷했다.
“언제까지 잡고 있어야 합니까?”
“아. 미안합니다.”
손을 오래 잡고 있었음을 그제야 깨달은 매튜가 멋쩍게 손을 놓았다.
“내 친구들에게 이렇게 많은 부탁이 오는 것은 또 처음이기에 누군가 하여 실례를 했군요.”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예절 없이 만나 뵙고자 청을 드려 미안합니다.”
‘으음···.’
김서준의 말에 매튜는 놀랐다.
친구들에게 전해 듣기로 김서준은 대한민국에서 말하는 소위 재벌임이 분명했다.
매튜는 돈이 많은 재벌가의 자제들을 많이 보아왔다.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한 자들도 있었고 살다 보니 마주친 재벌가의 자제들도 있었다.
그들의 일반적인 특징은 건방지다는 것과 예의범절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아시아 계열의 재벌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특징이었다.
하지만 김서준은 달라 보였다.
영어도 유창했으며 당당하면서도 모자람 없는 예의를 보여주었다.
그 모습에 매튜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럼 들어갑시다.”
몸을 돌리려는 매튜의 눈에 이애신이 보였다.
“이분은?”
매튜의 질문에 이애신은 몸이 작아지는 것을 느꼈다.
입을 열어서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는데 김서준이 먼저 나섰다.
“일행입니다. 혹시 저 혼자만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요?”
“아. 일행이셨구나. 물론입니다. 같이 들어오셔도 좋습니다.”
매튜가 앞장섰고 김서준과 소영신 그리고 이애신이 뒤를 따랐다.
“왜 저를···.”
이애신이 작은 목소리로 김서준에게 물었다.
“들어가길 원하는 것 아니었습니까?”
“그건 맞지만···.”
“그거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냥 그런가 보다 하시지요.”
김서준의 말에 이애신이 고개를 들었다.
도대체 무슨 연유인지 자신을 왜 일행이라 소개했는지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기회를 잡은 이상 허투루 보낼 생각은 없었다.
기회를 잡아 매튜에게 말을 할 생각이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사관학교 소개를 한번 하고 싶네요. 공식적으로 방문하시는 분들은 꼭 거치는 코스입니다.”
“좋습니다.”
이왕 온 김에 전 세계를 주유하는 미 해군의 산실을 구경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볕과 함께 일행은 사관학교 내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생도들이 교육을 받는 모습이 보였고 완전무장한 상태로 연병장을 뛰고 있는 상병도 눈에 띄었다.
타앙- 타앙-
그렇게 사관학교 깊숙한 곳으로 들어왔을 때.
김서준의 귀에 익숙한 소음이 들려왔다.
기억 저 먼 곳에 파묻혀 있던 소리다.
“사격 훈련을 하는 모양입니다. 비록 이곳이 해군 사관학교이지만 군인이라면 모름지기 총은 기본적으로 다룰 수 있어야 하지요. 한번 보시겠습니까?”
“보여주신다면 영광이지요.”
“가시지요.”
매튜가 일행을 사격장으로 안내했다.
미군의 사격 장면은 한국군의 그것과는 약간 달랐다.
탄피를 회수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으나 한국군처럼 예민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사격하는 자세가 전부 전진 무의탁 자세라는 것이었다.
한국군의 경우 전진 무의탁 훈련을 받긴 하지만 대부분이 입사 호 쏴와 엎드려쏴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훈련을 보고 있자니 미국은 전 세계에서 전쟁을 치르는 국가가 맞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서준은 대한민국의 사람이 맞지요?”
“그렇습니다. 매튜.”
매튜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한국에서는 성인 남성이 모두 입대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서준도 군 경험이 있습니까?”
“대령께서는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그걸 모르는 사람도 꽤 있는 거로 알고 있는데요.”
김서준의 말에 매튜가 웃음을 터뜨렸다.
“제가 한국에 관심이 많아서요. 미군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치른 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 않습니까. 슬픈 역사입니다.”
“그렇지요···.”
타앙- 타앙-
분위기가 살짝 무거워졌을 때. 다시 총성이 들리며 분위기를 깨주었다.
“어떻습니까? 서준. 사격을 한 번 해보시겠습니까?”
매튜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기선을 제압하려 하는구나.’
딱히 말은 하지 않았지만, 김서준은 매튜가 그를 사격장으로 안내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기선을 제압하려 하는 것이다. 높은 라인을 타고 방문한 김서준을 대놓고 압박할 수 없었기에 군부대에서만 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이리라.
김서준이 아직 어리니 화약과 폭발음 그리고 사격이면 김서준의 혼을 쏙 빼놓을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래도 된다면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대표님.”
그 사실을 깨달은 소영신이 김서준에게 한걸음 다가왔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매튜도 그리고 소영신도 모르고 있는 사실이지만, 김서준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군 생활 중 수도 없이 쏴보았던 사격에 대한 것이 들어 있었다.
대한민국의 남자들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재입대하는 꿈을 다시 꾼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것 처음 김서준의 몸에는 아직도 군대에서 배웠던 사격이 배 있었다.
게다가 인생을 다시 살며 무언가 조화가 있었는지 그때 연습했던 것들이 생생한 상태.
자신 있었다.
사격 훈련을 중지시킨 매튜는 총과 탄창 하나를 가져다가 김서준에게 건네주었다.
묵직하고 차가운 총의 촉감이 김서준의 손바닥에 감돌았다.
“일단 총의 사용 방법과 사격 자세에 관해 설명을 들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총이라는 것은 제대로 설명을 듣지 않으면 위험한 물건이니까요.”
“아니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철컥
김서준은 총을 받음과 동시에 탄알집을 결합했다.
“바로 시작하지요.”
매튜가 순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김서준을 바라봤다.
김서준은 아직 젊다. 대한민국의 남성들이 대부분 군입대를 하는 것은 알았으나 아직 김서준은 입대를 할 나이가 아니라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사격을 선택한 것인데 지금 김서준의 자세는 군사훈련을 받은 사람의 자세이지 않은가?
‘한국에서는 군사 훈련도 조기교육 하나?’
그럴 리 없다.
그러지 않는다는 것은 매튜가 잘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총기 소유가 불법인 국가라 미국처럼 어려서부터 총을 접할 기회가 없다.
‘허세인가?’
아니다. 허세라고 보기에는 자세가 좋았다. 미군과는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분명 바른 자세였다.
“표적지 올려.”
일단 봐야 한다. 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저것이 허세라면 본 사격에서 들통 날 것이다.
“영점을 잡아야 하지만 시간이 없으니 그 점 고려해주시면 좋겠군요.”
말을 마친 김서준이 전진 무의탁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표적지가 올라오는 순간 김서준의 손이 빠르게 조정 간을 단발로 바꾸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총소리와 동시에 표적이 뒤로 벌러덩 넘어갔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표적이 올라옴과 동시에 김서준은 서서쏴. 앉아 쏴 등 다양한 자세로 표적을 쓰러뜨렸다.
그렇게 스무 발의 탄약을 모두 소비한 뒤 김서준이 깊은숨을 내쉬었다.
주변에는 적막만이 감돌았다.
만발이었다.
만발이 드문 것은 아니었으나 그 사람이 김서준이라 문제였다.
아직 군사훈련도 받지 않은 사람이 처음 잡아보는 총으로 만발을 기록한 것이다.
짝짝짝
매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계획했던 것이 실패했다. 김서준의 기를 죽이는 것에는 실패했고 오히려 그가 김서준에게 밀린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서준이 우리 사관학교에 입교하라고 하고 싶습니다.”
“과찬이십니다.”
“이제 박물관으로 가봅시다. 본 사관학교의 박물관에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박물들이 많습니다. 서준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박물관이라는 말에 김서준과 이애신의 눈이 동시에 빛났다.
‘저곳에···.’
‘어재연 장군 수자기가 있다.’
사격장을 나선 일행은 미 해군 사관학교의 박물관으로 향했다.
한국의 여느 박물관보다 더욱 커 보이는 미 해군 사관학교의 박물관은 미 해군이 거쳐온 역사를 보여주듯 다양한 박물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천천히 박물관을 한 바퀴 돌던 중.
드디어 김서준과 이애신의 눈에 거대한 깃발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세월을 이기지는 못하였는듯 색 역시 누레지고 전쟁의 흔적을 보여주듯 구멍 또한 뚫린 곳이 있었지만, 수자기가 주는 거대한 존재감은 숨기지 못했다.
“아. 역시 한국인이라 바로 알아보시는군요. 이 깃발이 바로 한국의 장군을 상징하는 깃발입니다.”
김서준과 이애신은 아무런 대답 없이 수자기를 바라보았다.
‘지금이야.’
그러던 중 먼저 정신을 차린 이애신이 매튜에게 반걸음 다가가며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김서준이 이애신의 팔을 잡아 세웠다.
이애신이 고개를 돌려 김서준을 바라봤다.
많은 질문이 담긴 이애신의 눈빛.
김서준은 그저 조용히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입니다.’
말하지 않았지만 알아들었는지 이애신이 다시 뒤로 물러섰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닙니다. 오늘 좋은 구경을 한 것 같아 정말 감사합니다.”
김서준의 말에 매튜가 미소를 지었다.
“아닙니다. 제가 괜히 날도 더운데 이곳저곳 끌고 다닌 것은 아닌지 걱정이군요.”
그리고 매튜가 무엇인가 생각이 났는지 손뼉을 짝하고 쳤다.
“저를 보자고 하신 연유를 지금 들어도 되긴 하는데 내일 밤 파티에서 들으면 어떨까 하는데요. 서준만 원하시면 내일 파티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부디 거절하지 마시지요.”
파티라는 말에 김서준이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는 김서준.
“이렇게 초대를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매튜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이번 파티는 커플 자선 파티입니다. 옆에 숙녀분이 계셔서 요청한 것이니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그럼 저는 공무가 있어서 이만···.”
매튜가 떠나가자 이애신이 미간을 살짝 좁히며 입을 열었다.
“왜 막으신겁니까? 덕분에 여기까지 오긴 했으나 제게는 꼭 필요한 기회였습니다.”
“기회가 아니었습니다.”
“그런···.”
“그리고 지금보다 내일 파티에서 말하는 것이 더욱 성공 확률이 높은 것 같은데요?”
김서준의 말에 이애신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저는 파티에 초대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방금 못 들으셨나요? 이번 파티는 커플 파티라고 하던데요? 제가 여기 있는 소 실장님과 커플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당연히···.”
김서준의 말에 소영신이 눈을 가늘게 좁혔다.
“어? 대표님. 저 두고 가시는 겁니까?”
“징그럽습니다. 소 실장님.”
투닥거리는 김서준과 소영신을 보며 이애신이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