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88
음악천재 재벌3세 88화
“그래. 어떻게 되었느냐?”
김서준과 연락처를 교환한 이애신이 숙소로 돌아왔다.
그녀가 숙소로 돌아오자 열 쌍의 눈이 그녀에게 향했다.
그녀가 일찍 돌아왔다면 기대를 하지 않았겠지만, 꽤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그들의 눈에는 일말의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아쉽게도 매튜 교장과는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아···.”
터져 나오는 탄식.
마지막 기회라고 여긴 이애신도 실패한 것이다.
“알았다. 그만 올라가서 쉬어라. 그리고 조만간 국내로 복귀할 것이니 그리 알고 있고.”
“오늘은 이야기하지 못했지만, 내일은 다를 것 같습니다.”
실망스러운 와중에 이애신의 말을 덧붙이자 단장을 비롯한 모든 사람의 눈이 다시금 이애신에게 닿았다.
“그게 무슨 말이냐? 오늘은 안 됐는데 내일은 될 것 같다니?”
“매튜 교장이 파티에 초대했습니다.”
단장이 놀라며 되물었다.
“너를 왜? 너를 왜 파티에 초대했단 말이냐?”
당연한 의문이었다. 해군사관학교장 매튜에게 그들은 귀찮은 혹에 불과했다.
귀찮은 혹을 굳이 파티에 초대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매튜가 성자가 아닌 이상 그럴 리 없지.’
“자세히 설명해보게.”
“어제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오늘 사관학교 앞에서도 또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가 저를 사관학교 안으로 이끌었습니다. 파티 초대도 사실은 그가 받은 것입니다. 그리고 운이 좋게 저도 그 파티에 초대받을 수 있었습니다.”
단장이 미간을 좁히며 다시 물었다.
“그자가 도대체 누구더냐? 도대체 누구기에 우리를 아니, 너를 그렇게 도와주는 것이야?”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명함은 받았습니다.”
이애신이 품에서 명함을 꺼내 단장에게 건넸다.
“김서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자네들은 알고 있으신가?”
단장의 질문에 사람들의 얼굴이 묘하게 바뀌었다.
“김서준이라면 일전에 슈퍼보이스 코리아에 우승했던 그 가수 아닙니까?”
“저도 그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수가 도대체 해군 사관학교에 무슨 일로 온 것인지.”
웅성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애신은 이상함을 느꼈다.
그녀는 김서준이 가수인지는 몰랐다. 애초에 티비나 대중 매체와는 담을 쌓고 살았기에 요즘 어떤 가수가 유명한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이상한 것은 그녀의 눈에는 김서준이 가수가 아닌 사업가로 보였다는 것이다.
능숙한 영어에서는 예의와 기품이 있었고 매튜의 말을 짐작해보더라도 김서준은 가수가 아니라 사업가였다.
“그자의 키가 180을 넘고 아직 어려 보일 정도로 젊었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러면 맞는 것 같습니다. 가수 김서준입니다.”
더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가수가 도대체 미 해군 사관학교에는 어인 일로 방문한 것이며 왜 자신과 파티에 가지고 한 것인지 더더욱 이해되지 않았다.
“연유는 모르겠으나 이것도 기회라면 기회일 것이다. 애신이 너는 김서준 그와 함께 파티에 참여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숙소로 올라온 이애신이 침대에 기대앉았다.
‘파티…’
단 한 번도 파티에 참여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말하는 파티가 어떤 것임을 공부해서 알고는 있었다.
십 대들의 홈파티도 아니고 해군 사관학교장 매튜 정도가 초대하는 파티라면 드레스 코드도 존재하는 그런 파티일 것이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이애신이 그녀의 여행용 가방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
“대표님.”
“네. 소 실장님.”
숙소로 돌아온 소영신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김서준에게 물었다.
“그 여성분은 왜···. 누군 줄 알고 파티에 동행한다고 하신 겁니까?”
“어차피 그 자리에서 환수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습니다. 매튜 교장이 그렇게 만만한 사람도 아니거니와 그 자리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에는 별로 좋지 않았으니까요. 저는 그저 가능성을 올리려는 것입니다.”
“그럼 파티는요?”
김서준이 어깨를 으쓱였다.
“커플 파티라는데 진짜 소 실장님하고 갈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때마침 옆에 그분이 있었으니 다행입니다.”
그것을 물은 것이 아니잖느냐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분명 의도가 있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사관학교 앞에서 그러고 있을 리 만무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는 알 것 같아요.”
“대표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까 저는 걱정을 놓고 있겠습니다.”
소영신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제대로 파악도 되지 않는 것이 한숨만 절로 나올 뿐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무언가 생각이 난 소영신이 고개를 벌떡 들었다.
“근데 파티에 나가실 복장은 있으신가요?”
“아! 복장···.”
급히 오면서도 여행용 가방에 옷을 꽤 챙겨 오기는 했지만 파티에 참석할 수 있을 정도의 의상을 가져오지는 않았다.
드레스 코드가 캐쥬얼일수도 있었지만 아마 그럴 확률은 낮을 것이다.
보통 매튜와 같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파티의 드레스코드는 깔끔한 정장일 것이다.
그런데 김서준에게는 그런 옷이 없었다.
“사야겠네요.”
“오! 드디어 대표님이 쇼핑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겠네요. 지금까지 제대로 쇼핑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제가 제대로 골라 드리겠습니다.”
소영신이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김서준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의 기대를 저버렸다.
“소 실장님은 해 주실 것이 있습니다.”
“네?”
소영신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
이애신이 상점가를 터벅터벅 걸었다. 그녀의 시선은 윈도우 안에 위치한 옷들에 고정이 되었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내려 자신의 옷을 살펴보는 이애신.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일단 파티에 가겠다고 말은 했는데 드레스 코드도 맞추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비웃음을 당하는 것은 상관없었다. 미국에 오면서 그 정도 수모는 아무렇지 않다고 각오했다.
“여기서 또 보네요.”
이애신은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안녕하세요. 어제는 정말 고마웠어요.”
“별말씀을요. 한국인끼리 돕고 살아야지요.”
김서준 역시 시선은 윈도우 너머로 고정한 채 말을 이었다.
“저기···.”
이애신이 말꼬리를 끌었다.
“네? 왜 그러세요?”
“오늘 파티 저랑 가시기로 한 거 진심이세요?”
김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요. 가지도 않을 거 왜 가겠다고 하겠습니까?”
“그런데 왜 하필 저입니까? 그냥 옆에 있어서라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김서준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진짜 그냥 옆에 있어서였는데. 뭐 다른 거라도 기대하신 겁니까?”
“아니 그런···.”
이애신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설마 진짜 옆에 있어서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제가 알기로 귀하는 국내에서 유명한 가수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괜히 저 때문에 피해를 보실 수도 있습니다.”
이건 사실이었다.
이애신은 이번 파티에서 매튜에게 수자기 반환을 요구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김서준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었다.
김서준이 무슨 이유로 매튜를 만나는지는 모르겠으나 느낌으로 보아 사업이 분명해 보였다.
그녀로 인해 김서준이 곤란에 빠질 것이 분명해 보였기에 이애신은 입을 꾹 다물수밖에 없었다.
“괜찮습니다. 그냥 재미있는 경험일 것이라고 여겨주세요.”
굳게 입을 다문 이애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사죄하겠습니다.’
이애신이 속으로 곱씹고 곱씹었다.
“저기로 가볼까요?”
“네?”
생각에 빠져있던 이애신은 김서준이 잡아 이끄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이건 어때요?”
“잘 어울려요.”
“이건요?”
“그것도 잘 어울리네요.”
이애신은 자신도 모르게 김서준의 옷을 골라주고 있었다.
“와. 이 옷 예쁘네요.”
그러다가 도착한 여성복 섹터.
“그거 여성복이에요.”
“알아요. 이거 입어 보세요. 이걸로 준비해 주세요.”
이애신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직원들이 이애신을 피팅 룸으로 안내했다.
얼떨결에 끌려간 이애신은 여러 옷을 입어봐야 했다.
그러다가 가장 무난한 옷이 나왔을 때. 이애신은 거울 속에 비친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걸로 하지요.”
“네. 손님.”
문득 이애신은 옷에 부착되어 있는 택을 바라봤다.
‘헉.’
헉소리가 나올 정도의 가격. 단순히 비싼 수준을 넘어선 가격이었다. 어쩐지 수수하면서도 예쁘다 했다.
“잠깐만요. 저는 돈이…”
이애신의 말을 들었는지 듣지 못하였는지 김서준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가 걱정하는 사이 어느새 직원들은 그 옷을 포장하여 가지고 나왔다.
한숨을 작게 쉰 이애신이 자신은 돈이 없다고 말하려는 순간.
김서준이 카드를 꺼내 계산을 끝냈다.
“왜 이러시는 겁니까?”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김서준과 그녀는 이제 만난 지 이틀 된 사이다.
그랬기에 이렇게 비싼 옷을 받을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제가 청한 것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일반적으로 파티에 입고갈 만한 옷을 싸서 다니는 사람은 없지요. 제 작은 성의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이건 너무 비싸서.”
이애신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쇼핑백을 손에 든 채 김서준을 바라봤다.
“잘 입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 옷을 입으시는 것이 절 돕는 길이기도 합니다.”
“이 옷을 입는 게 귀하에게 도움이 된다고요?”
“그럼요. 제가 파티에서 무언갈 할 생각인데 제 파트너가 돋보이면 좋지 않겠습니까?”
“그럼 그렇게 알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도록 하겠습니다.”
김서준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이애신은 더 거부할 수 없었다.
*
하루는 빠르게 흘러갔다.
숙소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파티에 갈 준비를 하자 금세 날이 어두워지며 갈 시간이 되었다.
“여기입니다.”
파티 장소에 도착하자 김서준이 미리 와 기다리고 있었다.
파티는 사관학교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부촌의 저택에서 벌어졌다.
이 근방은 물론이고 꽤 멀리의 유력인사도 오는 모양인지 파티장 근처에는 경호 인력이 꽤 많이 보였다.
저택 주변에서는 음악이 잔잔하게 들려왔다.
들려오는 음악만으로 이번 파티가 십 대나 젊은이들의 시끄럽고 떠드는 축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들어가실까요?”
“네. 좋아요.”
김서준은 웃고 있었고 이애신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녀가 살면서 이런 파티에 와볼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환영합니다. 들어가시지요.”
저택으로 들어오자 이애신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예뻐도 너무 예뻤다.
풀장은 맑은 물이 넘실거리고 있었고 화려한 조명은 저택 구석구석을 비추며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저기로 가실까요?”
구석은 아니지만 그래도 중심은 아닌 테이블.
그 앞으로 김서준과 이애신이 걸어갔다.
지나는 사람마다 김서준과 이애신에게 작게 고개를 숙이며 미소를 지어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택 앞마당은 사람이 북적일 정도로 찼다.
“서준. 와주었군요.”
“초대해주셨는데 당연히 와야지요.”
김서준의 옆에 나타난 매튜가 손을 내밀었다.
부인과 같이 왔는지 매튜의 옆에는 중년의 백인 여인이 웃으며 서 있었다.
둘이 인사를 나누었을 때.
파티의 시작을 알리는 음악과 함께 중년의 남성이 마이크를 들고 앞으로 걸어 나왔다.
모두의 시선이 중년 남성에게 향했다.
“저분이 아나폴리스와 근교의 결식아동 및 불우한 어린이를 돕는 재단의 대표님이세요.”
“아. 그렇군요.”
이번 파티는 자선 파티였다. 파티에 참석한 참석자들은 각자 일정 금액을 재단에 기부해야 했다.
미리 기부를 한 사람도 있었고 여기 와서 기부하는 사람도 있었다.
마이크를 잡은 중년 남성이 좌중을 향해 인사를 했다.
“이렇게 자선 파티에 와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뻔한 이야기.
그 이야기가 끝났을 때.
중년 남성의 입에서 익숙한 이름이 들려왔다.
“혹시 서준 어디에 계십니까?”
갑자기 김서준의 이름이 나오자 매튜와 이애신의 시선이 김서준의 얼굴로 향했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