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89
음악천재 재벌3세 89화
“서준? 그게 누구지?”
“아는 사람?”
“처음 듣는 것 같은데?”
주변에서 웅성거림이 조금씩 늘어갔다. 매튜 역시 의아한 눈으로 김서준을 바라봤다.
“서준. 스완슨이 어떻게 서준을 알고 있나요?”
이번 파티는 전적으로 그의 권한으로 김서준을 초대한 것이다.
스완슨이 김서준의 존재를 알기에는 그 시간이 너무 짧았다.
친구에게 연락이 닿았다기에는 마찬가지로 시간이 부족했다.
“서준. 서준 계신다면 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가시지요.”
“네?”
중년 남성 아니 스완슨은 이내 앞으로 나오는 김서준과 이애신을 발견하고는 환하게 웃었다.
“여러분. 저는 오늘 믿기 힘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머나먼 지구 반대편에서 온 김서준 씨가 우리 재단에 거액의 후원금을 아낌없이 기부했다는 소식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김서준 씨와 김서준 씨에게 이 자리를 함께 빛내달라 해주신 제 오랜 친우 미 해군 사
관학교장 매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짝짝짝짝짝
스완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파티 참석자들이 환한 웃음과 함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서준. 한 마디 해주시겠습니까?”
스완슨이 김서준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먼저 이렇게 좋은 일을 할 기회를 주신 스완슨과 매튜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매튜가 파티 소식을 알렸을 때. 김서준은 소영신에게 무슨 목적의 파티인지를 알아내게 했다.
이제 미국에 꽤 많은 인맥이 있었기에 이번 파티가 자선활동 모금 목적의 파티라는 것을 알아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백만 불.’
근 십이억에 달하는 돈이었으나 어재연 장군 수자기를 회수하는 돈이라고 생각하면 그다지 큰돈도 아니었다.
세상은 돈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무리 좋은 목적이 있다고 한들 투자를 하지 않으면 목적을 이룰 수 없다는 것쯤은 김서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첫 단추는 잘 끼웠다.
첫날 김서준을 압박하던 매튜는 그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매튜 외에도 이 자리에 참석한 스완슨과 다른 참석자들도 김서준에게 호감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백만 달러를 기부해?’
자리로 돌아온 이애신은 깜짝 놀란 속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백만 달러.
적다고 하면 적은 돈이지만 크다고 하면 정말 큰 돈이었다.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평생을 살아도 통장에 모으지 못하는 돈일 수도 있는 금액이었다.
‘가수 아니었어?’
이애신은 연예계에 관심이 아예 없어서 몰랐지만, 같이 온 단원들이 말하기를 김서준은 국내에서 꽤 인기 있는 가수라고 했다.
그렇다면 돈은 꽤 벌었을 것이 분명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한들 갑자기 온 파티 자리에서 백만 달러를 쉽게 기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쯤 되니 이애신은 김서준이 무엇을 원하는지 더욱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왜 그가 사관학교에 왔는지.
그리고 왜 파티에 그녀와 함께 참석했는지도.
모든 것이 궁금해졌다.
“모두 파티를 즐겨 주시기 바랍니다.”
김서준이 웃으면서 좌중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김서준의 인사와 함께 본격적으로 파티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웃으며 술을 기울이거나 대화를 나누었다.
저택의 중앙에서는 초대받은 아티스트들이 잔잔한 곡을 연주하며 흥을 돋웠다.
“다른 세상 같지 않아요?’
“네?”
샴페인 한잔을 이애신에게 건낸 김서준이 그녀에게 물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어려운 아이들을 돕기 위해 이렇게 모였어요. 그런데 돕는 방식이 참 다르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직접 시설에 가서 아이들을 돕거나 연탄을 나르는데 여기에서는 고상하게 샴페인을 마시며 서로 담소를 나누면서 누군가를 돕는다고 말하
잖아요.”
김서준의 말에 이애신이 입을 열었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돕는 방법이 아닐까요? 굳이 모든 사람이 연탄을 나르고 시설에서 봉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이런 모금도 있어야 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런 파티가 연탄을 나르는 것보다 모자란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김서준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질문했다.
“그렇지요. 누군가를 돕는 것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지요.”
“그런데 그것을 왜 물어보세요? 이런 경험 많으실 것 같은데.”
“아니요. 처음이에요. 기부해보는 거.”
김서준의 말에 이애신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백만 불을 단박에 기부하는 것을 보고 평소에도 기부를 많이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진짜요? 그런데 백만 불이라는 돈을 그렇게 쉽게 기부한 거에요?”
김서준의 말은 진심이었다.
물론 전생에는 삼신의 이름으로 장학재단을 운영하거나 기부를 하는 일은 있었지만, 이렇게 개인의 이름으로 기부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제가 기부한 돈이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겠지만, 사실 저는 다른 목적이 있어서 돈을 기부했습니다..”
다른 목적이라는 말에 이애신이 미간을 살짝 좁혔다.
‘다른 목적?’
사실 그녀도 이 파티에 참석한 이유가 다른 목적이 있어서였다.
그랬기에 김서준의 다른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 목적이 무엇인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질문에 김서준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아마 제 생각에는 애신 씨의 목적하고 제 목적이 같은 것 같은데요.”
“제 목적이 무엇인지 아세요?”
김서준의 말에 이애신이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딱히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휘휘 저었다. 일면식도 없는 김서준이 그녀의 목적을 알 리 만무하다고 생각했다.
“모르실 거예요.”
“표정은 이미 들켰다는 표정인데.”
“제가 들켰으면 서준 씨도 들킨 거 아닌가요? 사람들은 신인 가수가 이런 돈이 어디서 나서 기부를 하나 생각할 거에요.”
이애신의 말에 김서준이 다시 한 번 웃었다.
“서로 하나씩 들켰네요. 부디 한국으로 돌아가면 비밀로 해주세요.”
말은 들켰다고 하면서도 김서준의 얼굴에는 웃음만이 가득했다.
‘정말 알고 하는 소리인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한 이애신이다. 만약 김서준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녀를 이 파티에 데리고 오지 않았을 것이다.
괜히 그가 하는 일에 방해가 될 것이 분명했다.
이제 그녀는 매튜에게 어재연 장군기 환수에 대해 말을 꺼낼 것이기 때문이다.
“서준 씨. 미안해요. 각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듯 저도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파티가 무르익어갈 때쯤. 이애신이 김서준에게 말했다.
처음에는 김서준에게 아무 말 없이 매튜에게 말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이곳까지 데려와 준 김서준의 호의를 봐서라도 김서준에게는 미리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않으실 건가요?”
“죄송해요. 제가 해야 할 일이라.”
“저도 해야 할 일이 있는데.”
허공에서 김서준과 이애신의 눈이 엇갈렸다.
눈빛에 형태라도 있으면 둘의 눈빛은 허공에서 서로 얽혀서 흘러내렸을 것이다.
“제가 먼저 하게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애신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무슨 자격이 있어서 김서준에게 순서도 양보하라 말을 하겠는가.
“그럼 가실까요?”
“네.”
김서준과 이애신이 매튜에게로 다가갔다.
곁으로 다가온 김서준과 이애신을 발견한 매튜가 만면에 웃음을 띠며 둘을 맞이했다.
“서준. 설마 그대가 재단에 그렇게 큰 금액을 후원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좋은 일이라는 것을 알았는데 어찌 보고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하. 그것참 고마운 말입니다. 서준의 행동이 절 감동시켰습니다.”
“감동이라고까지 말해주니 오히려 제가 감사하군요.”
겸손한 김서준의 모습에 매튜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제가 늘 봐오던 동양인들과는 많이 다르군요. 사과 드리겠습니다. 처음에 저는 서준을 동양의 졸부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제도 마찬가지지만 오늘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서준은 다르다는 것을요.”
매튜의 말은 진심이었다.
매튜가 지금까지 봐왔던 동양인은 중국에서 건너온 졸부들이 대다수였다.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모든 것을 받고 자란 그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것이 없었다.
처음에는 김서준도 그런 사람인 줄 알았던 매튜는 이제 마음을 완전히 바꾸었다.
“그럼 서준 이제 이야기를 나누어봅시다. 저를 왜 보자고 한 겁니까? 그것도 워싱턴과 뉴욕의 제 친구들에게 부탁까지 해서 말입니다.”
호감이 있는 것은 호감이 있는 것이고 일은 일이라는 것일까.
공과 사를 확실하게 구분하는지 매튜의 눈빛이 완전히 바뀌었다.
“사실 제가 온 이유는 매튜가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을 감동시켜달라고 말하기 위함입니다.”
“제가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 이 말씀입니까?”
매튜의 눈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의아함은 이애신 또한 마찬가지였다.
“네. 귀교의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제네럴 어재연의 깃발을 환수하게 도와달라 부탁하러 왔습니다.”
“장군의 깃발이라···.”
상당히 놀란 매튜가 말꼬리를 흐렸고 그 놀람은 이애신도 마찬가지였다.
이애신은 불신의 표정으로 김서준의 얼굴을 바라만 보았다.
‘이 자가 왜 어재연 장군 수자기를···.’
어재연 장군기 환수단 단장도 모르는 이야기가 분명했다.
만약 알았다면 그들이 아나폴리스에서 그렇게 빈궁하게 머물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서준. 이건 그대가 재단에 기부한 것과 별개의 일인 것은 알고 있습니까? 물론 그대가 기부를 통해 나를 감동시켰다고는 하지만 이것은 별개의 일입니다.”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어차피 기부는 매튜의 호감을 사기 위해 한 것에 불과했다.
“제네럴 어재연의 깃발은 미 해군 사관생도는 물론이고 방문하는 방문객들에게도 수많은 영감과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 깃발을 다시 달라고 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부탁이 아닐까 합니다만.”
매튜의 말에 이애신이 발끈하며 앞으로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김서준이 이애신의 팔을 잡으며 말렸다.
할 말은 많을 것이다.
애초에 신미년에 무단으로 가져간 문화재가 아닌가.
하지만 이번 일은 감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무슨 말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니, 본사에서는 귀교의 학생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교류를 나눌 수 있게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장학금 명목의 지원금도 지원할 용의도 있습니다.”
순방과 장학금이라는 말에 매튜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미 해군사관학교는 수업료는 물론이고 기숙사비까지 모두 장학금으로 지급되고 있었다.
그랬기에 예산은 늘 빠듯했고 그 빠듯한 예산을 쪼개서 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힘에 겨웠다.
특히 해외를 순방하며 교류하는 것은 금액적인 문제로 쉽지 않았다.
김서준의 제안은 꽤 매력적이었다.
“조금 전 말했다시피 어재연 장군의 깃발은 사관생도는 물론이고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감동을 줍니다.”
매튜의 말에 이애신의 표정이 어두워져 갔다.
매튜가 당장이라도 김서준의 제안을 거부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의 부탁도 있고 서준의 노력도 가상하니 저와 내기 하나 하시겠습니까? 이 내기를 서준이 이긴다면 서준이 제안한 것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무엇입니까?”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일단 서준이 돈은 많은 것 같으니 돈이 필요한 내기는 안 되겠지요. 형평성에 맞지 않으니까요. 좋습니다. 이건 어떻습니까? 돈을 쓰지 않고 여기 있는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겁니다. 저를 감동시켰듯 말입니다.”
추상적이고 뜬금없는 내기였다. 이애신이 떨리는 눈으로 김서준을 바라봤다.
그런 불안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서준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 내기 받아들이겠습니다.”
말을 마친 김서준이 이애신에게 고개를 돌렸다.
“여기 잠시 있어 주세요. 다녀올게요.”
김서준이 천천히 정원의 중앙에 있는 뮤지션들에게 발걸음을 옮겼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