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9
음악천재 재벌3세 9화
음악천재 재벌3세 9화
누군가에게 삼신 그룹의 심장이 어디냐고 물어본다면 사람들은 삼신 전자라고 말할 것이다.
2005년 현재 대한민국의 증시는 삼신 전자와 NHC가 떠받치고 있었으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삼신 그룹의 구조를 잘 아는 사람은 삼신 그룹의 전략기획실이 삼신 최고의 중추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삼신 그룹 내부에서도 가장 보안이 철저한 곳에 있는 전략기획실은 늘 분주했다.
“소대리님 뭐하고 계세요?”
“이대리.”
“아. 보고서 좀 보고 있었어.”
이소연 대리는 소영신 대리의 책상에 놓여 있는 보고서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웬 보고서에요?”
처음 보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였기에 이소연 대리가 물었다.
원래 소영신 대리는 이소연 대리 그녀와 함께 해외 주식 관련 사업 현황에 관한 보고서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소영신 대리가 보고 있는 내용은 해당 내용과는 관련이 없는 내용으로 보였다.
“박차장님이 검토해보라고 하셔서 검토하고 있었어.”
“박차장님이 만든 보고서에요? 와. 진짜 잘 만들었다. 역시 박차장님이시네요. 깔끔해요.”
이소연 대리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깔끔하게 그래프와 표로 정리된 보고서는 언뜻 보기에도 완벽해 보였다.
“그렇지? 그런데 내용은 더 대단해.”
“제가 한 번 봐도 돼요?”
“이대리도 한 번 봐. 어차피 우리 팀에 일이 내려올 것 같으니까.”
보고서를 받아 든 이소연 대리가 진중한 눈길로 보고서를 살피기 시작했다.
“디스플레이와 베터리 그리고 반도체에 관한 내용이네요?”
삼신에서도 브레인들만 모인다는 전략기획실의 직원답게 이소연 대리는 보고서의 핵심을 단박에 캐치해냈다.
“이대리. 소대리. 회의실로 와.”
이소연 대리가 보고서를 좀 더 살펴보고 있을 때 박근수 차장이 둘을 불렀다.
“소대리. 보고서 봤어?”
“예. 차장님.”
“어때?”
“솔직히 말하자면 좀 믿음이 안 가긴 합니다.”
소영신 대리가 보고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믿음이 안 간다라. 왜 그렇지?”
“먼저 작년에 우리 삼신 전자는 일본의 소니와 합작 회사를 차렸습니다.”
“그런데?”
“소니와 S-LCD를 차린 이유는 간단합니다. TV용 LCD 생산과 기술 협력을 위해 차린 것이지요. 근데 이 보고서가 말하는 것은 조금 핀트가 다릅니다.”
“핀트가 다르다라.”
박차장이 손가락으로 안경의 콧대 부분을 들며 소영신 대리를 바라봤다.
“예. 먼저 우리 삼신은 작년까지 세계 TV 시장 분야에서 일등을 차지하기는 했으나 아직까지는 경쟁자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TV시장은 갈수록 대형 LCD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렇지. 그게 작년 우리가 회장님께 올린 내용이지.”
“그런데 이 보고서를 보면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을 유지하면서도 소형 디스플레이의 개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막대한 R&D 비용이 소모되겠군.”
소영신 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뿐 아닙니다. 배터리, 플래시 메모리 등 반도체에 관한 항목 역시 현 방향과는 약간씩 차이점을 보입니다. 차장님께서 무슨 생각으로 이 보고서를 작성하신지 모르겠습니다.”
박근수 차장이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던 소영신과 이소연 대리가 물었다.
“자네들 생각은 이 보고서가 뭔가 이상하다 이거지?”
소영신 대리와 이소연 대리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
뭔가 머릿속에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것이 있었다.
이소연 대리가 그렇다고 대답하려는 순간 소명신 대리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 보고서 이거 말고 다른 부분이 더 있지 않습니까?”
“어째서지?”
“무언가 큰 그림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만으로는 보고서가 설명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궁금한가?”
“예. 궁금합니다.”
그제야 박근수 차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이번 주말 자네들 뭐하나?”
“예?”
“이번 주 토요일 놀토지? 자네들 나와 함께 갈 곳이 있어.”
“어딜 간다는 말씀이신지?”
“궁금하다며. 그럼 해답을 들으러 가야지.”
박근수 차장이 웃었고 소영신과 이소연 대리는 박근수 차장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
“서준아. 연습실 가자.”
지난번 밴드부 테스트가 끝난 이후 유익태는 시간만 나면 김서준에게 밴드부실에 가자고 졸랐다.
“그럴까?”
귀찮을 만도 했지만, 김서준은 유익태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
사실 유익태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혼자서 연습실을 가곤 하는 김서준이었다.
“왔어?”
연습실에는 늘 송유연과 이혜림이 있었다.
“선배들은 고삼인데 공부 안해요?”
그녀들을 본 유익태가 반갑게 인사를 하며 물었다.
“뭐래? 너보다 공부 잘하거든? 유연이도 마찬가지고.”
유익태의 말에 이혜림이 혀를 내밀며 대답했다.
“그나저나 서준아. 내 드럼 좀 봐줘.”
지난 연주 이후 김서준이 기타뿐 아니라 다양한 악기를 모두 다룰 수 있다는 것을 안 이혜림은 시간만 나면 자신의 연주를 봐달라고 했다.
“들어볼까요?”
“고마워!”
이혜림이 환하게 웃으며 스틱을 잡았다.
탁 탁 탁 탁
가볍게 시작되는 연주.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꽤 인기를 끌고 있는 뮤즈의 Time is running out이었다.
4마디의 반복적인 리프로 꽤 중독성이 있었기에 요즘 드럼 친다는 사람들이 연습하는 곡이기도 했다.
열정적인 연주가 끝나고 이혜림이 어떻냐는 눈으로 김서준을 바라 보았다.
“선배. 잠시만요.”
드럼에 다가간 김서준이 이혜림의 손목을 잡았다. 순간 깜짝 놀란 이혜림이 팔을 빼려 했지만 이내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었다.
“아야!”
“아파요?”
“어.”
이혜림이 손목을 잡은 채 왜 그러냐는 눈빛으로 김서준을 바라봤다.
“선배는 드럼을 치는 기본이 잘못되었어요.”
“기본이?”
기본이 잘못되었다는 말에 이혜림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 기본기 훈련을 수없이 해왔던 그녀였다.
기본이 부족하다는 말이 고깝게 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선배 기교가 아니라 마음가짐이에요.”
“마음가짐?”
테크닉 문제가 아니라는 말에 이혜림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을 빛냈다.
“예. 선배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잖아요. 당연히 인대나 근육이 남자보다 약한 것은 당연해요. 그런데 남자처럼 파워 풀하게 연주를 하려고 하니까 손목과 근육에 무리가 가지요.”
“느껴졌어?”
이혜림은 순간 속으로 뜨끔했다.
김서준의 말처럼 이혜림은 파워 풀한 연주를 선호했다. 그랬기에 으레 남자들이 하는 것처럼 있는 힘껏 연주를 해왔다.
“무조건 힘을 준다고 파워 풀한 것은 아니에요. 힘이 필요할 때 힘을 줘야 해요. 지금 선배는 처음부터 끝까지 힘이 잔뜩 들어가 있어요.”
“잘 모르겠네.”
이혜림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필요한 곳에만 임팩트를 주라는 말이 머리로는 이해되었으나 어떻게 해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다시 해보세요. 그리고 제가 신호주는 곳에 임팩트를 주는 거예요.”
“알았어.”
탁 탁 탁 탁
박자를 맞춘 뒤 다시 연주를 시작했을 때 이혜림의 온 신경은 김서준에게 향해 있었다.
그리고 김서준이 고개를 끄덕여 신호를 주자 힘있게 하이햇을 내려쳤다.
‘안 아파.’
손목이 아프지 않았다.
원래 이 정도 강도로 내려치면 아파야 정상이었는데, 힘을 빼고 연주를 하니 손목에 임팩트를 줘도 아프지 않았다.
그렇게 연주가 끝나고 이혜림이 기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말 안 아프네? 그리고 연주도 더 자연스러운 거 같아.”
“아직 부족해요. 앞으로 힘을 빼고 치는 버릇을 들이셔야 해요.”
“고마워!”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유익태가 손을 번쩍 들었다.
“서준아. 나도 봐줘!”
짧은 티칭에도 이혜림의 연주가 달라지는 것을 보자 유익태가 눈을 빛내며 김서준을 바라보았다.
“너는 기본기부터 해야지.”
“아! 그러지 말고!”
투정을 부리는 유익태의 모습에 밴드부원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연습 삼매경에 빠진 밴드부실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환하게 밝던 창밖에는 어느덧 땅거미가 내려앉았고 몇몇 부원들은 학원에 가야 한다며 하나둘 밴드부실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일곱 시가 넘었을 때는 밴드부실에 송유연과 이혜림 그리고 김서준만 남게 되었다.
“또 우리 셋이네?”
“그러네요.”
“우리도 슬슬 정리할까?”
시간이 늦었다.
주말도 아닌 평일에는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으면 안 되었기에 그들은 슬슬 밴드부실을 정리했다.
“아! 여기 정리하고 밥 먹으러 갈래?”
“그럴까?”
정리가 끝날 때쯤 이혜림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서준아 너도 밥먹고 가! 누나가 사준다!”
“그럴까요?”
딱히 거절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게다가 오늘은 슈퍼마켓에 물건이 들어오는 날도 아니었기에 빨리 갈 필요도 없었다.
“가자!”
고등학교 근처에 대학가가 있었기에 그들은 대학로로 향했다.
늘어선 카페와 술집들의 네온사인들이 지나가던 차의에 반사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내년이면 나도 술 먹을 수 있다!”
내년이면 성인이 된다는 것에 흥분했는지 이혜림이 몸을 빙글빙글 돌리며 신이 났다.
그 모습을 본 김서준이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전생에서는 스무 살이든 서른 살이든 별 차이가 없었다.
미칠듯한 공부량이 미칠듯한 업무량으로 옮겨갔을 뿐이었다.
디링 – 디링 – 디링 –
그때 그들의 눈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사람들 틈사이로 들려오는 기타와 노랫소리.
“버스킹?”
“어? 버스킹이 뭐야?”
그 모습을 본 김서준이 자신도 모르게 버스킹이라는 단어를 꺼냈고 송유연과 이혜림은 버스킹이 뭔지 몰랐기에 김서준을 바라보았다.
‘아. 이 당시는 버스킹이라는 단어가 아직은 낯설지.’
아직 이 시대에는 버스킹보다는 길거리 공연이라는 이름으로 더 불렸을 것이다.
그리고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흔치 않은 일일테고 말이다.
“아! 길거리 공연을 서양에서는 버스킹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와아. 우리 서준이는 아는 것도 많아.”
버스킹을 뒤로 한 채 분식집에서 간단히 식사한 그들은 배를 두들기며 밖으로 나왔다.
“아직도 하네?”
밥을 먹고 나왔음에도 아직도 버스킹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혜림이 송유연의 등에 매져 있는 기타를 툭 건드렸다.
“우리도 하자!”
“어?”
“우리도 하자고!”
이혜림의 말에 송유연이 무슨 말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도 하자! 유연아 하자!”
“싫어! 부끄러워!”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부끄러웠던 송유연이 얼굴을 붉히며 손을 저었다.
“아! 제발 하자! 하자! 네가 기타치고 서준이가 노래 부르는 거야! 나는 이걸로 동영상을 찍을게!”
이혜림이 주머니에서 슬라이드폰을 꺼내 위로 탁 밀어 올렸다.
“모···. 못 해!”
“그럼 서준이가 기타치고 유연이 네가 노래 부르는 거야! 서준아 넌 어때?”
이혜림이 간절한 눈빛으로 김서준을 바라보았다.
전생이었으면 당연히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즐기며 살기로 마음먹은 현생에서 굳이 이걸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좋아요. 해요.”
“서준아!”
하자는 말에 송유연이 화들짝 놀랐지만 이미 이혜림은 그녀의 등에 매져 있는 기타를 빼앗은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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