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90
음악천재 재벌3세 90화
매튜는 흥미로운 눈으로 이애신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김서준의 행동을 지켜봤다.
“잠시 기타를 빌릴 수 있을까요?”
“아···. 네.”
기타를 들고 있던 연주자는 김서준의 요청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기타를 어깨에서 벗었다.
“오. 기타를 연주하려나 본데요?”
“그러게요.”
“신기하네요.”
일반적인 일은 아니었다. 이런 파티는 대부분 참여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태반이었고 김서준처럼 앞으로 나서는 사람은 드물었다.
디링 디링-
기타를 받아든 김서준이 천천히 조율을 시작하였다.
튜너도 없이 줄감개를 돌려 천천히 음을 맞추어가는 김서준의 모습은 언뜻 보기에는 경건해 보이기까지 했다.
‘튜너도 없이 대단하네. 이렇게 시끄러운데.’
꿀꺽
김서준에게 기타를 넘겨줬던 기타리스트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튜너 없이 음을 조율하는 사람은 꽤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시끄러운 파티장에서 그것을 해내는 것은 약간 다른 이야기였다.
악기라는 것이 그랬다.
조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똑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불협화음이 발생하기 마련이었다.
그랬기에 이런 상황에서 연주자들은 조율기를 꼭 지참한 상태에서 조율했다.
파티 분위기로 웅성거리던 저택은 점차 조용해져 갔다.
음악이 그친 탓도 있었지만, 하나둘 김서준이 연주를 준비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손에는 샴페인이나 위스키를 든 채 흥미로운 눈으로 김서준을 바라보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모든 시선이 김서준에게 닿아 머물렀을 때.
김서준이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 이렇게 뜻깊은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에 대한 답례로 여러분께 이 음악을 선물하고자 합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모쪼록 너그러운 마음으로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짝짝짝짝
기대에 찬 눈빛으로 참석자들이 박수를 쳤다.
그리고 그 기대가 정점에 올랐을 때.
김서준의 오른손이 기타의 바디를 천천히 두들기기 시작했다.
바디 힛으로 리듬을 맞춘 김서준의 연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템포가 빠른 곡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템포가 느리고 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손가락이 천천히 기타의 현을 뜯으며 연주가 진행되었다.
순식간에 좌중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몇몇 사람들은 눈을 감고 기타의 선율에 집중하였고 또 몇몇은 눈을 빛내며 김서준의 연주를 살폈다.
Alas, my love you do me wrong
To cats me off discourteously.
And I have loved you oh so long
Delighting in your company
“그린 슬리브즈.”
김서준의 연주를 듣던 매튜는 곡의 정체를 알아챌 수 있었다.
설마 지구 반대편의 동양인이 영국의 전통 민요를 연주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대단하군.”
그런 것과 별개로 김서준의 연주는 대단했다.
음악을 잘 모르는 매튜가 듣기에도 김서준의 연주는 가슴을 절절하게 울리고 있었다.
I bought thee peticotes of the best
the cloth so fine as might be
I gaue thee iewels for thy chest,
and all this cost I spent on thee.
후렴구가 지나가고 노래가 종장에 이르자 몇몇 사람들의 눈에는 눈물이 비쳤다.
감수성이 예민한 여성들 같은 경우에는 이미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내기도 했다.
서정적인 멜로디를 완벽하게 연주해내는 김서준의 연주와 슬픈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감미롭게 들리는 김서준의 목소리.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멜로디를 사방으로 흩뿌렸다.
디링-
마지막 아르페지오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좌중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김서준의 연주가 실망스러워서가 아니었다.
기존의 연주자들도 넋을 놓고 김서준의 연주를 바라봤을 정도.
좌중이 침묵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아직 연주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탓이다.
김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좌중을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마주친 시선.
김서준과 이애신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닿았다.
그리고 그 시선이 떨어질 때쯤. 김서준의 손가락이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경쾌했다.
김서준의 손바닥이 기타의 바디를 두들기자 그린 슬리브즈의 여운에 빠져 있던 좌중은 빠르게 현실로 돌아왔다.
김서준이 이번에 선택한 곡은 경쾌한 리듬의 노래였다.
2005년에 발매된 국내 인기 가수의 노래를 즉흥적으로 영어로 개사했다.
Follow away
Your my sunshine
We are together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개사와 편곡이었지만, 원곡을 모르는 사람들이 들었을 때는 지금 김서준이 부르는 노래가 원곡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비록 국내 음악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고는 하지만 이애신의 귀에도 지금 김서준이 부르는 노래가 그저 팝송으로 들릴 정도였다.
연주는 길지 않았다.
애초에 짧은 곡이기도 했거니와 이미 김서준의 곡에 매료된 좌중들의 귀에는 상대적으로 더욱 짧게만 느껴졌다.
휘이이익
짝짝짝짝
연주가 끝나고 김서준이 기타를 왼손에 든 채 의자에서 일어났을 때.
우레와도 같은 박수갈채와 함께 휘파람 소리가 저택에 울려 퍼졌다.
“대단합니다.”
“가수라고 해도 믿겠어요. 아니, 가수보다 훨씬 나아요.”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첫 곡으로 사람들의 가슴을 울려놓은 뒤 빠른 템포의 신나는 노래로 그들의 가슴을 다시 뛰게 만든 연주.
사람의 감정을 롤러코스터 탄 것과 같이 만든 김서준의 연주는 사람들을 깊게 감명시켰다.
“감사합니다.”
쏟아지는 박수와 인사에 김서준이 웃음을 지으며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잘 썼습니다. 좋은 기타네요.”
“아···. 아. 네. 감사합니다.”
“감사는 제가 감사하지요.”
기타를 돌려받은 연주자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파티 참가자가 메인 연주자인 그보다 기타를 잘 치는 것이 분하거나 자존심이 상하지도 않았다.
명백하게 그보다 뛰어난 연주를 보여준 김서준이었기에 그런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뭐 하는 사람이지? 가수인가? 아닌데 여기에 올 정도로 유명한 가수라면 내가 모를 리 없는데···. 그렇다고 무명의 가수라기에는 실력이 너무 좋고.’
피나는 연습을 다짐한 연주자가 주먹을 꽉 쥐었다.
“매튜. 이 정도면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내기에서 이길 수 있겠습니까?”
매튜에게 돌아온 김서준이 매튜에게 물었다.
순간 뭐라고 말해야 할지 잊은 매튜의 말문이 막혔다.
설마 이런 방식으로 내기에 임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기기 위해 제시한 내기였다.
이곳에서 누가 있어 모든 사람을 감동에 빠지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좋습니다. 이번 내기는 서준이 이겼습니다. 서준의 제안받겠습니다.”
매튜는 깔끔하게 김서준의 승리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문화재 환수 염원 콘서트가 오픈 오분만에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번 문화재 환수는 삼신 그룹에서 본격적으로 나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한말 해외로 유출되었던 많은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속보입니다. 신미양요 당시 미국이 반출했던 어재연 장군 수자기가 국내로 반환이 된다는 소식입니다.] [어재연 장군 수자기는 문화재 환수 콘서트 당일 국내로 들어올 예정이며···.]국내 뉴스는 문화재 환수와 문화재 환수 기원 콘서트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각종 포탈에서는 웃돈을 주고서라도 콘서트 티켓을 구하려는 움직임이 보였고 콘서트에 초대받지 못한 셀럽 같은 경우에는 삼신과 한성에 줄을 대며 어떻게든 참여하고자 노력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예능이나 가요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교양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출연자들이 문화재 환수에 대한 염원을 담은 영상 편지를 보내는 것이 일종의 문화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가 사회에서 확산되자 정부와 정치권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국민적 축제 분위기로 가고 있지만, 이번 일에 삼신과 한성 그룹이 선두에 서고 있습니다.”
“대기업은 좋은 일을 하면 안 된다는 겁니까?”
“그래도 기업에게 무언가 포상을 하기에는 모양새가 좋지 않습니다.”
청와대에서는 문화재 환수에 노력하고 있는 삼신과 한성의 포상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었다.
야당에서는 삼신과 한성의 대표를 불러 포상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여당에서는 그럴 수 없다고 주장했다.
둘 다 일리는 있었기에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그런데 어재연 장군 수자기는 어떻게 회수한 겁니까? 지금까지 많은 시민 단체에서 그렇게 문의를 했어도 아예 답변도 하지 않던 곳 아닙니까?”
정부 관료들과 국회의원들의 의문은 당연했다.
학술적, 역사적으로 큰 가치가 있는 어재연 장군 수자기는 지금까지 많은 시민단체에서 환수를 위해 노력했지만 모두 거절당하거나 아예 수자기에 접근도 하지 못했었다.
한데 이번에는 성공했단다. 당연히 그들도 무슨 연유인지 궁금했다.
“듣기로는 국내의 한 인사가 미 사관학교장을 직접 만나 담판을 지었다고 합니다.”
“오. 그래요? 혹시 그자가 시민단체 사람입니까?”
여당의 인사들은 그 사람이 시민단체의 사람이길 바랐다.
아무래도 시민단체의 공이라면 지금 민간에 돌고 있는 인기를 여당이 어느 정도 흡수할 수도 있음이었다.
“그건 아니고 김서준랍디다. 모두 기억하시지요?”
“허어···.”
“김서준이면 그 저번에 무슨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가수 아닙니까?”
“삼신과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야당 의원들의 표정은 상대적으로 밝아졌고 여당 의원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삼신과 한성의 대표에게 직접 포상하기에 그렇다면 김서준이에게 포상하는 거로 합시다. 그럼 서로 문제 없는 것 아닙니까?”
절충안이었다.
삼신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지만 지금 달아오른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다.
정치인들은 인기가 있고 사람이 많은 곳이라면 어디라도 고개를 내미는 종족.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그럼 그렇게 추진하도록 합시다. 그 콘서트에 맞추어 포상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오랜만에 여야가 일치단결해서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태클을 걸기에는 지금 달아오른 분위기가 너무 무서웠기에.
*
미국 일정을 마친 김서준은 미국 동부에서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마음 같아서는 다시 서부로 이동해서 미뤄두었던 업무를 처리하고 싶었으나, 환수 콘서트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에 더는 머무를 수 없었다.
게다가 다행히도 파티가 끝난 다음 날 매튜의 전폭적인 도움으로 인해 빠르게 어재연 장군 수자기를 인도받을 수 있었다.
“다행입니다. 수자기도 같은 날 항공편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소영신의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다.
동부에 도착하고 나서는 김서준이 지시한 기부관련 업무를 마무리 지어야 했고 그 이후에는 곧바로 수자기 운반 업체를 섭외하고 빠르게 한국으로 운송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대표님. 다음에는 제발 다른 직원들도 동행하게 해주십시오. 이러다가 정말 미국에서 과로사라도 할 것 같습니다.”
소영신의 앓는 소리에 김서준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일이 이렇게 급작스렇게 진행될 줄 몰라서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 덕에 소 실장님 영어가 몰라보게 느신 것 같은데요? 나중에 미국을 총괄하셔도 될 실력 같아 보이는데···. 뭐 정 원하시면 다음부터는 미국 방문을 로테이션으로 돌리겠습니다.”
미국 총괄이라는 말에 소영신의 만면에 웃음이 가득해졌다.
“에이. 무슨 말씀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십니까? 그냥 한번 해본 말이었습니다. 하하. 근데 그것참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말이네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비행기는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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