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91
음악천재 재벌3세 91화
고단한 비행이었다. 미국 동부에서 대한민국까지 비행기 그것도 이코노미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고역에 가까웠다.
좁은 좌석은 다리를 펴기도 힘들었고 창가에 앉은 터라 화장실을 가려고 하면 두 명의 사람들에게 비켜달라 말을 해야 했다.
같이 미국에 있던 환수단이 같이 왔으면 이야기라도 하면서 지루함을 달랬을 수도 있었을 것 같지만 환수단의 재정 상태 때문에 비행기 스케줄이 모두 달랐고 이애신은 혼자 비행기를 탔다.
오랜 비행이 끝나고 드디어 땅에 발을 디디자 이애신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았던 탓에 허벅지가 저릿저릿했지만, 땅에 발을 디디자 그 모든 것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간단한 입국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는 곳으로 간 이애신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김서준.’
낯익은 모습이었고 그를 보자 미국에서의 일이 주마등처럼 그녀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
“오늘 파티 즐거웠습니다. 같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이애신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지금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고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파티에 참여한 것도.
그곳에서 김서준의 환상적인 노래까지.
어느 하나 꿈같지 않은 것이 없었다.
게다가 그녀가 원하고 원했던 그러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어재연 장군 수자기 환수까지 성공했다.
파티가 끝나고 저택 밖으로 나온 김서준의 얼굴을 바라봤다.
웃고 있는 얼굴.
그 얼굴에서는 아무것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냥 기뻐 보이기만 했다. 그랬기에 그런 얼굴에다 대고 ‘왜 어재연 장군기 환수를 도왔느냐?’라고 물을 수 없었다.
묻고 싶지 않았다.
묻게 된다면 지금, 이 순간이 깨질 것만 같았다.
그렇게 둘은 헤어졌다.
*
이애신이 캐리어를 들고 조용히 김서준의 뒤를 따랐다.
그녀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이제 미국에서의 일이 끝났기 때문에 더는 아는 척을 하지 않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여긴 대한민국이지.’
이애신은 생각을 접었다. 듣기로 한국에서 김서준은 꽤 유명한 가수라고 했다.
‘나중에 노래 들어봐야지.’
파티 때 들었던 그 연주와 노래가 잊히지 않았다.
조용히 김서준의 뒤를 따라 입국장으로 나선 이애신은 손을 들어 눈을 가려야 했다.
번쩍- 번쩍-
입국장 밖에서 플래쉬가 수없이 터져 나왔다.
‘이게 뭐지?’
터져 나오는 플래쉬 속으로 수많은 기자가 보였다.
“김서준 씨. 이번 방미 목적이 어재연 장군 수자기 환수가 목적이었다는데 그것이 사실입니까?”
“김서준 씨! 문화재 환수 콘서트가 성황리에 개최 중인데 혹시 참석하실 예정이십니까?”
기자들의 질문 세례가 이애신의 귀에 들려왔다.
‘아. 역시 유명인이라 다르구나.’
기자들의 플래쉬 세례가 부담스러웠던 탓이 이애신은 출입구로 다가가려던 발을 멈추었다.
김서준이 지나간 이후에 지나갈 생각이었다.
“먼저 이렇게 국민들께서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김서준이 기자들이 있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
파파바바밧-
연신 터지는 플래쉬. 기자들의 마음은 모두 똑같았다.
‘성공했구나.’
누가 퍼뜨렸는지 기자들 사이에 루머는 돌고 있었으나 사실 확인은 되지 않던 참이었다.
“그럼 김서준 씨 이번에 장군기 회수에 성공한 겁니까?”
“네. 성공했습니다.”
웅성웅성
‘특종이다.’
기자들의 얼굴에 동시에 놀람이 떠올랐다.
그간 어재연 장군 수자기 환수에 대해서는 학계는 물론이고 정부에서도 수많은 이야기가 나오던 상태였다.
하지만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도 있었고 국내에 산재한 문제 때문에 이에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자세하게 설명해 주십시오. 어떻게 환수하게 된 겁니까? 그리고 완전 환수입니까? 아니면 임대 방식입니까?”
문화재 환수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나뉘었다.
경매나 혹은 해당 기관, 국가에서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찾아오는 것.
이런 경우는 아무런 탈이 없다. 소유권이 완전히 이전되기 때문에 후에 관리만 잘하면 된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방식은 임대 방식이다.
기한 임대인 경우도 있고 영구임대의 방식을 취하는 것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처음에는 좋을지 몰라도 훗날 다시 되돌려 줘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때가 되면 왜 국내 문화재를 다시 돌려주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고 국가나 기관에서 그 부담을 모두 져야 했다.
그리고 이런 방식의 경우 단기간의 인기를 위해 보여주기식으로 이루어지는 쇼일 가능성이 있었다.
“다행히도 완전 환수 쪽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신 것인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국민이 궁금해하고 계십니다.”
그 기자의 질문에 김서준이 뒤를 바라봤다.
“이 대답은 제가 아니라 그간 어재연 장군 수자기 환수를 위해 노력해주신 시민단체의 관계자께서 대답해주시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어?”
이애신은 순간 입국장의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기자들의 시선이 이애신에게 와닿았다.
“앞으로 오세요.”
뒤로 물러섰던 이애신은 김서준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향했다.
파바바밧-
다시 터지는 플래쉬 세례. 눈이 부셨지만 이애신은 기자들을 똑바로 바라봤다.
*
오랜만에 송혜령 회장은 성북동 김건환 회장의 자택을 방문했다.
여름이 다 지나가고 이제 슬슬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시기였던지라 자택의 정원 역시 앉아 차를 마시기 딱 좋았다.
“김 회장 뉴스 봤어? 서준이 대단하더라.”
“그럼. 누구 손자인데 당연히 대단하지.”
김건환 회장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문화재 환수는 누가 생각한 거야? 그것 때문에 순식간에 삼신은 물론이고 우리 한성도 낙수효과를 보고 있네.”
송혜령 회장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세계 각지에서 구한말에 유출된 문화재가 국내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꽤 많은 돈이 쓰였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그 돈을 쓴 만큼 삼신의 이미지는 날이 다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심지어 향간에는 삼신을 애국 기업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었다.
“돈을 많이 쓰긴 했지만, 이 정도 이미지 메이킹이라면 그 돈이 아깝지는 않겠어.”
“그렇지. 광고료가 보통 비싸야 말이지.”
물론 해외 광고료도 포함이긴 했지만, 삼신에서는 광고를 위해 한 해 10조 원에 육박한 예산을 집행했다.
그러고도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사업은 대성공. 그간의 어떤 마케팅보다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니까. 김 회장. 이게 도대체 누구 생각이라니까?”
“왜? 그게 누구 생각인 줄 알면 스카우트라도 해가게?”
송혜령 회장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그런 사람이 좀 필요해서.”
“예끼. 이 사람아 꿈 깨시게. 한성 계열사를 통째로 준다고 해도 안 넘기네.”
그 말에 송헤령 회장은 이번 일을 계획한 사람이 김서준임을 알 수 있었다.
“어쩐지 인영이가 적극적으로 삼신을 도와야 한다고 하더라니. 역시 서준이 생각이었어.”
“껄껄. 그럼 서준이가 아니고서야 누가 이렇게 대범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겠나?”
다른 사람이라면 팔불출이라고 했겠지만, 송혜령 회장은 김건환 회장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봐온 김서준은 마치 미래를 살다 온 사람과 같았다.
무언가 움직이는데 거침이 없었다.
그리고 거침없는 행동은 늘 실패와는 거리가 멀었다.
“입국장에서도 아주 똑똑하던데? 만약 거기에서 서준이가 계속 나섰다면 언론이 서준이에 대해 더 파고들었겠지. 영리하게 시민단체 사람에게 그 역할을 넘겼잖아. 근데 그 여자애는 누구야? 정말 시민단체 사람 맞아? 설마···.”
김건환 회장이 미간을 좁혔다.
“서준이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제 일을 알아서 하겠지. 나는 그런 것 까지 신경 쓸 생각은 없네.”
김건환 회장이 몸을 살짝 돌렸다.
그렇지 않아도 주변에서 김서준에 대해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었다.
김서준의 행실이 아니라 딸을 가진 집안에서 김서준과 미리 약혼을 잡아놓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
과거였으면 김건환 회장은 그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기업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김 회장. 우리 민영이 볼 때까지는 아무 결정도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땍. 송 회장이 계속 그러면 아예 민영이는 보게 하지도 않을 거야.”
생각보다 완강한 김건환 회장의 태도에 송혜령 회장이 눈을 흘겼다.
“친구 좋은 게 뭐야? 응?”
“예끼 그만하고 차나 마시게.”
다시 한번 눈을 흘기는 김건환 회장을 보며 송혜령 회장이 차를 들었다.
*
며칠에 걸쳐서 진행되고 있는 환수 콘서트는 매일 매일이 말 그대로 축제였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 마련된 무대에는 매일 같이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올라서 분위기를 띄웠고 경기장 곳곳에는 이번에 환수에 성공한 문화재에 대한 부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와. 이거 뭐야?”
“그러게. 이거 되게 신기하네.”
그중에서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부스가 있었다.
별다른 설명이 없는 부스였지만 사람들은 그 부스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새로 나온 PDA인가?”
“PDA보다 작은데? 근데 액정도 크고 되게 선명하다. 게다가 터치도 부드러워.”
그 작은 기기에는 다양한 문화재에 대한 정보들이 디스플레이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가지고 이리저리 터치도 해보면서 놀라고 있었다.
“인터넷도 되는데?”
“오···.”
사람들이 부스에서 놀라고 있을 때.
콘서트장 사회자의 목소리가 경기장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이번 무대는 특별한 무대입니다. 모두 뉴스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 미국에서 어재연 장군 수자기를 성공적으로 환수한 분이시지요. 슈퍼보이스 코리아 시즌 1의 우승자 김서준씨입니다.”
와아아아아아!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쏟아져 내렸다.
부스에서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라고 있던 관객들도 김서준이라는 말에 후다닥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 움직였다.
황금빛으로 불든 여명이 지나고 슬슬 어두워지고 있는 무대에 불이 꺼졌다.
팟-
그리고 켜지는 하나의 스포트라이트.
무대의 뒤편에서 김서준이 천천히 걸어 나왔고 스포트라이트는 그의 발걸음에 맞추어 따라왔다.
시끄럽던 관중석이 순식간에 적막에 빠졌다.
모두의 시선이 김서준에게 닿았고 김서준은 그 시선을 느끼며 무대의 중앙에 도착했다.
그리고 작게 고개를 숙이는 김서준.
그제야 우레와 같은 함성과 함께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짝짝짝짝짝짝
무대의 중앙에는 스탠드 마이크 하나와 걸터앉을 수 있는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터엉.
그 순간 김서준을 비추고 있던 스포트라이트는 물론이고 경기장의 모든 불이 꺼졌다.
경기장에는 관중들이 작게 웅성거리는 소리 외에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시커멓지는 않지만, 이제 땅거미가 져서 꽤 어두운 경기장에 선선한 바람이 스윽 스치고 지나갔을 때.
터엉.
다시 불이 켜지고 의자에 앉은 김서준이 매고 온 기타를 풀러 오른 무릎 위에 올린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순간. 김서준의 손가락이 현란하게 기타의 현을 누비며 전주의 시작을 알렸다.
“어? 이 노래는?”
“영화 다시 한번 OST잖아?”
따로 곡명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은 김서준의 노래를 단숨에 알아차렸다.
“역시 김서준이었어.”
“김서준일줄 알았다니까. 내 말이 맞지?”
한때 대한민국 상점가를 휩쓸었던 그 노래.
다시 한 번의 OST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