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92
음악천재 재벌3세 92화
처음에는 클래식처럼 잔잔했다. 아르페지오로 연주되는 기타는 김서준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어울려 단숨에 좌중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김서준은 끝까지 감미롭게 갈 생각이 없었다.
영화 ‘다시 한번.’에서 이 노래는 어두운 밤 도시의 지하철에서 주인공이 상대역과 함께 음악을 들을 때 흘러나온 노래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순간 김서준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며 음악에 변화가 생겼다.
훅(Hook) 부분에서 갑자기 템포가 빨라지며 기타는 순식간에 심장을 울리는 리듬을 토해냈다.
“와아아아아!”
갑작스럽게 노래의 분위기가 바뀌자 관객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김서준의 이름을 연호했다.
사람들의 환호가 시작되자 핀포인트로 떨어지던 조명이 꺼지고 순식간에 모든 조명이 화려한 모습을 드러냈다.
앉은 자리에서 일어서지는 않았다. 그저 몸을 반쯤 의자에 걸친 채 강렬하게 기타의 현을 스트로크할 뿐이었다.
김서준의 이마에서 떨어진 땀이 현에 튕겨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허공에 뜬 땀은 관객들의 환호성에 몸을 바르르 떨며 땅에 떨어져 내렸다.
*
“어때? 어떻게 생각해?”
“뭘요?”
무대의 뒤편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가수는 물론이고 이미 무대를 마치고 쉬고 있는 가수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신인 가수나 인지도가 없는 가수들은 그냥 널찍한 공간에 있는 의자에 대충 앉아 있었지만, 꽤 인지도가 있는 가수들은 1인실 또는 2인실처럼 꾸며진 천막 안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뭐긴 뭐야. 김서준이지.”
“노래 잘하는 후배라고 생각하는데요.”
OST 하나로 대한민국을 평정한 가수 박지연이 묘한 표정으로 무대 위를 바라보았다.
“슈퍼보이스 코리아에서 우리가 김서준을 심사한지 이제 일 년 좀 더 지났을 뿐인데 그때보다 더더욱 위로 날아가는 것 같지 않아?”
이성환의 말에 박지연이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때부터 김서준은 이미 우리 손에는 닿지 않을 새처럼 보였어요. 뭐 특별할 건 없잖아요?”
“그건 그렇지.”
무얼 알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성환은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가수 중에서는 이성환 그가 유일하게 김서준의 정체를 알고 있었기에 김서준이 가요계에 그다지 뜻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서준이하고 곡 하나 해보고 싶긴 하네요.”
박지연의 연신 눈을 빛냈고 그 생각은 박지연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대기실에 있는 모든 가수가 김서준의 노래를 들으면서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관록이 있는 중견 가수들도 그러했지만, 아이돌의 경우에는 그것이 더 심했다.
이미 예전에 김서준과 소녀제네레이션이 콜라보를 진행했던 것을 기억해낸 것이다.
이제 데뷔가 임박한 소녀 제네레이션은 데뷔 전부터 수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실력 좋던데?] [기대된다.] [김서준하고 케미가 잘 맞네?]소녀제네레이션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그들의 소속사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SC라는 것도 있었으나 가장 큰 이유는 김서준과 콜라보 한 영상이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한 이후였다.
소녀제네레이션 맴버들의 실력도 부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김서준이 그들을 몇 배는 더욱 뛰어나 보이게 맞추어 주었고 이미 데뷔한 걸그룹을 제치고 올해에 가장 기대되는 걸그룹으로 뽑히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랬기에 아이돌들이 김서준을 탐내지 않을 리가 없었다.
“우리까지 차례가 오지 않을 것 같은데? 저 아이들 봐.”
박지연의 말에 이성환이 고개로 아이돌을 가리켰다.
그 모습에 박지연도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실력만으로 뜨기에는 너무 힘든 세상이긴 하네요.”
요즘 가요 판이 그랬다. 단순히 실력만 있다고 사람들의 눈에 들거나 뜰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었다.
실력은 물론이고 운도 좋아야 했으며 소속사에서 전폭적으로 밀어줘야 했다.
그랬기에 아이돌이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심지어 여기에 있는 아이돌 중에는 오늘 공연이 없는데도 나와 있기도 했다.
지금 대중의 관심들이 모두 이 콘서트로 향해 있었고 다양한 방송사에서 취재를 나왔기 때문.
카메라에 한 번이라도 더 잡히려는 그들의 노력은 가상하기까지도 했다.
“끄···. 끝났나?’
김서준이 세 곡을 열창하고 사위가 조용해지자 백스테이지의 가수들은 모두 긴장된 눈으로 김서준을 바라보았다.
김서준이 무대에서 내려오면 가장 먼저 다가가서 인사를 할 요량이었다.
“준비해. 분명 카메라도 많이 따라붙을테니까. 관심받을 기회야.”
매니저들도 서로 눈치를 보며 김서준이 내려오기만을 기다렸다.
일반적으로 인지도 있는 가수가 무대에서 3곡 정도를 불렀으니 김서준도 끝났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김서준은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오히려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의자와 마이크를 하나씩 더 설치하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에 아이돌은 물론이고 기성 가수들도 미간을 좁혔다.
“듀엣 할 건가 본데요?”
“도대체 누가?”
가수들과 관계자들은 주변을 서둘러 살폈다.
과연 누가 김서준과 듀엣을 하는 것일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다.
지금까지 슈퍼보이스 코리아의 팀 미션을 제외하고는 누군가와 같이 무대에 서 본 적 없는 김서준이다.
“혹시 걸스제네레이션 아니야? 김서준에 걔네 밀어줬잖아.”
몇몇 아이돌은 긴장된 표정으로 표정을 구겼다.
새로운 걸그룹이 나온다는 것은 그들의 입지와 파이를 빼앗긴다는 것과 일맥상통했다.
그랬기에 지금 누구보다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이 자리에 그녀들이 아니라 걸스제네레이션이 올라가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곳에 걸스제네레이션의 멤버들은 하나도 없었으며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는 사람 또한 없었다.
“누구야? 도대체?”
모두가 궁금해하던 차에.
“잠시만요. 좀 지나갈게요.”
사람들을 해치며 누군가 무대로 향했다.
등 뒤에 기타를 메고 있는 여자를 사람들이 의아한 눈으로 바라봤다.
‘누구지?’
아무도 몰랐다.
그럴 만도 했다. 아직 이은지는 앨범은커녕 데뷔도 하지 않았으니까.
“여기 올라가시면 안 됩니다.”
심지어 무대를 지키던 안전요원들도 이은지의 정체를 몰랐기 때문에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저 올라가야 하는데···.”
“네?”
이은지의 말에 안전요원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입을 열지는 않았지만 ‘누군데?’라는 것쯤은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맞습니다. 올려보내세요.”
아래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김서준이 직접 계단으로 내려왔다.
“아. 죄송합니다. 확실히 해야 하다 보니까···.”
“괜찮아요.”
이은지가 싱긋 웃으며 김서준을 따라 계단을 올랐다.
“누구야?”
“누구지? 처음 보는데···.”
그 모습을 보며 다른 가수들은 미간을 좁힐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오르고 싶어 하는 장소에 처음 보는 그것도 아직 학생으로 보이는 여자가 올라간 것이다.
걸그룹의 눈에는 질투가 어렸고 매니저들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해졌다.
‘김서준의 소속사가 어디지?’
SC는 아니다. SC와는 앨범 하나를 내고 끝내기로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관계자들은 이은지의 정체를 두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바빴다.
“왔어?”
“좀 밀렸네.”
긴장된 표정으로 기타를 푼 이은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겠어?”
“해야지. 누가 만들어준 자리인데.”
이은지가 미소를 지었다. 지금 이 무대는 들어오고 싶어도 들어 올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성에서 나선 까닭에 대한민국의 유명 가수들로 모든 시간이 가득 차 있는 상태였다.
소속사에서 힘을 쓰지 않는 이상 신인들은 아예 발도 디딜 수 없는 자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잘해볼게.”
“하던 대로만 하면 돼.”
김서준이 이은지를 무대로 부른 이유는 간단했다.
이제 이은지도 무대에 나설 때가 되었다.
전생에서도 이맘때쯤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이은지다.
지금은 그때보다 사정이 더 좋았다.
괜히 하고 싶지 않은 이상한 음악을 하지 않아도 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김서준의 아래에서 오랜 시간 연습해왔다.
게다가 김서준이 앨범을 준비할 때.
이은지 역시 같이 도우며 김서준과 수도 없이 많이 합을 맞추어왔다.
지금 이 자리에서 듀엣을 하는 것이 힘들지도 어색하지도 않았다.
이 모든 것을 제외하고도 김서준이 이은지를 이곳에 세운 이유는 간단했다.
첫째로 이은지를 데뷔 시켜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둘째. 지금 대한민국에서 김서준 그와 듀엣을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이은지였기 때문이다.
“첫 곡은 그것으로 하자.”
“좋아.”
긴장된 얼굴로 의자에 걸터앉은 이은지가 기타의 현을 다잡았다.
시작은 이은지였다.
이은지의 가녀린 손가락이 현을 누르고 뜯자 맑은 선율이 마이크를 타고 경기장으로 흘러나갔다.
이은지가 누구인지 몰라 웅성이던 관객들도 연주가 시작되자 일제히 입을 다문 채 앞을 바라보았다.
“그대. 그날에···.”
청아한 음성.
하지만 날카롭지 않았고 오히려 따뜻하다고 느끼게 하는 이은지의 목소리.
관객들이 이은지의 목소리에 취해 있을 때.
김서준의 연주와 목소리가 자연스레 이은지의 그것에 화음을 맞추기 시작했다.
켜켜히 쌓여가는 화음 속에서 이은지와 김서준의 시선이 교차했다.
이미 해가 서산 너머로 떨어져 어두워진 상태.
핀포인트로 떨어지는 조명은 김서준과 이은지 단둘이만 오롯하게 세상에 존재하는 듯한 착각을 주었다.
“대단해···.”
백스테이지에서 그 무대를 보고 있던 이성환과 박지연은 입을 떡 벌려야만 했다.
무대에 오른 이은지의 실력이 이 정도 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수철이 형이 배 좀 아프겠는데.”
요즘 드래곤 볼을 수집하듯 실력 있는 유망주들을 모으는데 재미 붙인 이수철이다.
지금 이은지의 연주를 보면 그가 잡지 못한 인재를 보며 배 아파 할 것이 분명했다.
“우리 둘이 해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요?”
박지연의 질문에 이성환이 쓴웃음을 지었다.
단순히 가창력만 따지면 김서준이나 이은지보다 둘이 나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저렇게 완벽한 호흡을 보여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오랜 기간 같이 연습한 것 같지 않은가?
“누구지? 도대체 누굴까?”
그들의 궁금증은 김서준과 이은지의 무대가 끝나고 나서야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은지입니다.”
노래를 마친 이은지가 기타를 들고 일어나 좌중을 향해 깊게 고개를 숙였다.
‘노래가 별로였나?’
인사를 했음에도 관객들은 조용했다. 무대의 밝은 빛 때문에 관객석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은지는 순간 노래가 별로였나라는 생각을 했다.
막연한 두려움이 가슴을 찔러왔다. 그리고 살짝은 울먹이는 듯한 표정으로 김서준을 바라본 이은지.
하지만 김서준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다시 앞을 봐.”
김서준의 말따라 이은지가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우와아아아아아!
우레와 같은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이은지의 눈에서 맑은 눈물이 흘러나왔다.
첫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끝낸 것이다.
꿈에서만 생각했던, 아니 지금 현실이 꿈보다 더욱더 화려했다.
꿈에서는 고작 수십 명의 관객을 놓고 데뷔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천 수만 명이 그녀를 연호하고 있었고 그녀의 음악을 듣고 눈물을 흘린 사람들도 있었다.
가수로써 어찌 지금보다 더욱더 벅찰 순간이 있을까.
김서준이 이은지의 옆으로 다가와 관객들에게 인사를 했다.
환호성은 그들이 무대를 내려갈 때까지 그치지 않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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