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93
음악천재 재벌3세 93화
무대 아래 백스테이지로 내려왔을 때. 김서준과 이은지의 옆으로 수많은 가수와 기자들이 다가왔다.
“서준씨. 축하드려요. 이번에 좋은 소식 있었다고 들었어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김서준의 곁으로 다가온 박지연이 이은지를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이번에 데뷔할 제 소속사의 가수입니다.”
김서준의 소속사라는 말에 박지연은 물론이고 다른 가수들도 눈을 빛냈다.
‘도대체 김서준을 잡은 소속사가 어디지?’
‘옮기고 싶다.’
소속사에게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아이돌의 경우에는 김서준의 소속사를 생각하며 군침을 흘렸다.
‘쌩 무명 신인을 김서준 옆에서 듀오로 서게 해준 걸 보면 밀어줄 수 있을 거야.’
지금 당장은 가요계 선배인 박지연이 김서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기에 다른 가수들이 김서준의 옆으로 가지 못했지만, 박지연이 가고 나면 단숨에 몰려들 것은 말해 입만 아팠다.
“이것도 기념인데 사진 한번 찍을까요? 오랜만에 보긴 했어도 우리 슈퍼보이스 코리아에서 인연이 꽤 깊었잖아요.”
박지연은 은근히 사진 찍기를 종용했다.
김서준은 가요계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에서 떠오르는 신성.
박지연은 대한민국 OST 분야에서 탑을 달리고 있다지만 이제 성장의 여지는 없는 가수였다.
김서준과 친분을 만들어 놓아 손해 볼 것이 없는 입장이다.
“그럴까요? 그렇지 않아도 선배분들이 계신데 인사도 드리지 못해 마음이 불편하던 차였습니다. 이렇게 사진으로라도 남길 수 있다면 제 마음이 조금은 편할 것 같네요.”
김서준의 말에 박지연이 왼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서준 씨는 말도 잘한다니까. 호호호.”
입을 가리고 웃던 박지연이 매니저를 향해 급히 손짓했다.
가지고 있는 디카가 있으면 서둘러 가지고 오라는 표정.
그 손짓에 매니저가 급히 자신의 가방을 뒤졌다.
“아. 이걸로 찍으시지요.”
“어? 그게 뭐예요.”
김서준이 바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아직 스마트폰이 뭔지 모르는 박지연이었기에 눈을 빛내며 김서준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을 살필 뿐이었다.
“이번에 새로 나올 물건인데요. 기회가 닿아서 제가 먼저 사용해보고 있습니다.”
“오. 그래요?”
김서준이 스마트폰을 얼굴보다 높은 위치로 들어 올린 뒤 카메라 어플을 실행했다.
어두운 하늘이 비춘 모습에 박지연이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을 때.
김서준의 손가락이 전면 카메라 버튼을 눌렸다.
“어머.”
갑작스럽게 액정에 나타난 김서준과 그녀의 얼굴에 박지연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게 그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얼짱 각도라고 합니다.”
“풉. 서준 씨도 젊은이면서 무슨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에요.”
그제야 말실수를 깨달은 김서준이 살짝 얼굴을 붉혔다.
“그럼 찍겠습니다. 하나. 둘. 셋.”
찰칵
스피커에서 들리는 찰칵 소리와 함께 사진이 찍혔다.
“어머. 잘 나오네요? 이런 물건이 있었네. 이게 뭐예요? 그냥 사진기인가?”
솔직히 궁금했다.
사진을 이렇게 간편히 찍고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한 물건.
“카메라는 아니고 카메라의 역할도 할 수 있는 기기입니다. 전화도 되고 인터넷도 되고 쓸모가 무궁무진할 것 같네요.”
“인터넷도 돼요? 그러면 여기서 바로 제 메일로 보낼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메일로도 보낼 수 있고 도토리 세상에도 바로 업로드도 할 수 있습니다.”
아직 3G 통신망이 연결되어 있지 않았기에 여기서 바로 보여줄 수는 없었지만, 박지연은 그 말만 듣고도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신기하네요. 정말 신기해요.”
박지연이 놀라고 있을 때. 이성환이 다가와 헛기침을 하며 끼어들었다.
“사진 찍었으면 나도 좀 찍고 싶은데.”
“선배님도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이성환이 나타나자 김서준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예의 바른 김서준의 모습에 내심 이성환은 당황했지만 많은 후배들이 보고 있어 일단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그래. 재벌 3세가 뭐 대수냐. 여기는 가요 판이고 가요 판에서는 내가 선배인데.’
마음을 굳게 먹은 이성환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서준아. 오랜만이야. 흠흠. 사람들이 용무가 많은 것 같으니까 나도 얼른 사진만 찍고 빠져줘야겠군.”
김서준과 사진을 남기는 것이 훗날 큰 도움이 될 것을 이성환 역시 잘 알았다.
“은지 씨라고 했던가? 은지 씨도 같이 찍지요.”
이성환이 부르자 이은지가 깜짝 놀라며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선배님. 저 말씀이세요?”
“그러면 여기에 은지 씨가 또 있나? 어서 와요.”
이성환의 말에 이은지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김서준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이은지는 박지연과 이성환을 보며 내심 긴장을 하고 있었다.
가요계의 대선배.
이성환은 그녀가 갓난아이였을 때부터 가요계에 이름을 날리던 가수였고 박지연 역시 그녀가 아장아장 기어 다닐 때 명성을 날린 선배였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말씀 편하게 놓아주세요.”
이성환이 가운데에 서고 김서준과 이은지가 양옆에 섰다.
이번에도 얼짱 각도로 카메라를 올린 김서준이 환하게 웃었다.
“찍습니다. 하나. 둘. 셋.”
찰칵
사진이 만족스럽게 나왔는지 이성환이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그것으로 시작이었다.
김서준과 이은지가 지나는 곳마다 아이돌 가수는 물론이고 신인, 중견 가수 할 것 없이 아는 척과 같이 사진을 찍자는 요청이 쇄도했다.
김서준과 이은지는 안면근육이 아파올 정도로 웃으며 사진을 찍어야 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특히 이은지의 가슴은 당장이라도 부풀어서 뻥 소리와 함께 터질 것만 같았다.
그랬기에 수많은 악수와 사진 요청에도 이은지는 피곤한 줄도 몰랐다.
*
“대성공입니다.”
다음 날. SJ로 출근한 김서준을 보고 소영신이 콧김을 뿜으며 소리쳤다.
“뭐가요?”
“대표님의 전략 말입니다. 대 성공이다 못해 아주 완벽히 터져버렸습니다.”
소영신의 콧김이 당장이라도 책상에 쌓여있는 서류들을 날려버릴 것처럼 불어왔다.
“자세히 좀 말해보세요. 어제 너무 피곤해서 바로 잔 탓에 잘 못 알아듣겠네요.”
김서준의 말에 소영신이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어제 대표님이 사진을 모두 스마트폰으로 찍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요.”
김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이라는 소리에 문득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전생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아직 이 시대에는 자연스럽지 않은 일이었다.
“지금 아주 인터넷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포털 검색어에 김서준 핸드폰, 김서준 카메라 등등 아주 모두 스마트폰이 다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스마트폰을 부스에서 본 사람들이 삼신 전자에 쉴 새 없이 문의하고 있답니다.”
소영신의 말대로 마케팅은 대성공이었다.
아직 정식 출시도 하지 않았고 제품 출시 계획도 나오지 않았건만, 벌써부터 스마트폰 열풍이 불고 있었다.
“삼신에 연락해서 시제품 출시 계획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세요.”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궁금해할 때 곧바로 후속타를 때릴 필요성이 있었다.
“알겠습니다.”
소영신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
성북동 김건환 회장의 저택에 검은 양복을 입은 중년인들이 몇 찾아왔다.
“회장님. 그간 무탈하셨습니까?”
“어서 오시게들. 공무가 다망하신 여러분께서 어찌 늙은이를 찾아주셨는가?”
약간은 퉁명스러운 김건환 회장의 말에 중년인들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공무가 다망하긴요. 보는 눈이 많아 회장님을 많이 찾아뵙지 못하는 것을 늘 아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년인들의 태도에 마음이 조금 풀어졌는지 김건환 회장이 그들에게 의자를 내어 주었다.
“어찌 오셨는지 한번 들어나 보지.”
의자에 앉은 중년인들이 손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듣기 거북하신 일이거나 나쁜 일은 아닙니다. 다만 이번 일에 회장님의 의견을 여쭙고자 찾아온 것입니다.”
“말이나 해 보시게들.”
중년인들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김서준군에게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여하는 것으로 정부와 의회에서 뜻을 모았습니다.”
국민훈장이라는 말에 김건환 회장의 미간이 좁혀졌다.
김건환 회장의 심기가 좋지 않아 보이자 중년인들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물론 회장님이 싫어하신다면 철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여론을 생각해 보았을 때 누군가는 포상을 받아야 합니다. 정부도 하지 못 하는 일을 민간에서 해낸 것이니까요. 만약 이대로 넘어간다면 정부나 의회가 져야할 부담이 상당합니다.”
김건환 회장이 생각에 빠졌다.
‘국민 훈장 목련장이라···.’
그 역시 이미 옛날에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달랐다.
그때는 국가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미덕인 시대이기도 했고 국가에게 잘 보여야 장사를 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했기 때문에 훈장을 거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이야기가 달랐다.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은 독이 되는 법.’
김서준이 걱정된 것이다. 김서준이 과한 관심을 받는다면 엇나가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
관심은 사람을 미치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관심을 추구하게 되면 관심을 받을 행동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분명 실수를 하게 된다.
그것이 김건환 회장의 지론이었다.
“흐음.”
고민이 길어지자 중년인들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맺혀갔다.
“이번 어재연 장군 수자기 환수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만약 삼신의 수장인 김건환 회장이 거부한다면 정부는 물론이고 의회에서도 마음을 바꿔먹어야 한다.
대한민국 재계에서 단연 1위인 김건환 회장의 비위를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정부와 국회에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제발···.’
중년인들의 땀이 볼을 타고 턱에 맺힌 뒤 땅에 떨어질 때.
김건환 회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좋네. 내가 서준이에게 그렇게 말해놓음세. 다만.”
꿀꺽
다만이라는 말에 중년인들이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그것 이상으로 서준이를 이용하려 들지 말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정말 재미가 없어질 거야.”
뭐가 재미가 없어지냐고 되물을 필요는 없었다.
그들의 삶이 재미가 없어지리라는 것은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회장님.”
중년인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꾸벅 숙였다.
*
삼신 전자의 직원들은 퇴근을 잊었다.
갑작스레 진행된 스마트폰 프로젝트는 그들의 모든 일상을 점령해버렸다.
“제품 출시계획 나왔어?”
“네. 거의 나왔습니다.”
“거의 나온 거면 안 나온 거잖아!”
삼신의 무선사업부에서는 온종일 고성이 오갔다.
특명이 내려진 상태였다.
애플사는 물론이고 다른 안드로이드 얼라이언스보다 가장 먼저 제품을 출시하라.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임무다.
지금까지 삼신 전자는 늘 패스트 팔로워로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그럴 마음이 없었다.
패스트 팔로워 전략도 나쁘지는 않지만, 시장의 개척자가 더욱 매력 있었다.
“나왔습니다! 출시 계획 컨펌했습니다.”
“가져와!”
드디어 삼신 전자의 스마트폰출시 로드맵이 나왔다.
로드맵을 제출한 삼신 전자 직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차올랐다.
“이거 SJ에 보내. 거기서 컨펌 내면 이대로 진행한다.”
“알겠습니다.”
무선사업부 사장 박학규의 말에 직원들이 서둘러 SJ에 연락을 넣었다.
“잘하셔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박학규가 이를 꽉 깨물었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