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94
음악천재 재벌3세 94화
“오래 살고 볼 일이네요.”
운전대를 잡고 있는 소영신이 들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요. 저도 오래 살고 볼 일이네요.”
김서준의 말에 소영신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아직 스무 살도 안 되셨으면서 무슨 오래 살고 볼 일이라고 하십니까?”
“그러면 소 실장님은 나이가 얼마나 되었다고 오래 살고 볼 일이라고 하십니까?”
소영신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으나 김서준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렇게 청와대에 가려니까 가슴이 떨립니다. 제가 상을 받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떨린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김서준은 청와대의 연락을 받았다.
어재연 장군 수자기 환수의 공을 인정해서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여한다는 연락.
솔직히 기대는커녕 국민훈장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은 상태였다.
애초에 문화재 환수 사업의 목적이 국가와 사회 그리고 민족에 공헌하는 것보다는 삼신과 SJ의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있었기 때문이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지금 국내의 여론은 삼신에게 극히 호의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정부에서도 하지 못하는 문화재 환수를 민간 기업이 나서서 이루어냈다.
가만히 두어도 삼신에 대한 칭찬이 줄을 이었겠지만, 삼신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삼신의 줄이 닿은 모든 언론을 동원해서 삼신과 김서준의 업적을 널리 알렸다.
“정부도 부담이 됐나봅니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어떤 욕을 먹을지 모르니까요.”
소영신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설마 국민훈장까지 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네요.”
“그러게요. 아! 그리고 혹시 오늘 또 누가 포상을 받는지 알고 있는 거 있으세요?”
소영신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SJ의 정보력으로는 청와대의 결정을 알기는 힘들었다.
가봐야 알 수 있는 상황.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다 보니 어느덧 차는 경복궁을 지나 청와대가 보이는 대로에 들어섰다.
“정지.”
경복궁을 지나 좀 더 길을 가자 정복을 입은 경찰관이 차를 멈추어 세웠다.
‘아직이구나.’
전생에서는 청와대 앞길이 전면 개방되어서 이런 일제 검문 또한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하지만 아직 이 시기에는 청와대의 앞에서 모든 차량에 대한 일제 검문을 실시하고 있었다.
지이이잉
창문을 내리자 정복을 입은 경찰관이 경례하며 차량 내부를 바라보았다.
“실례합니다.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면허증 좀 주시겠습니까?”
소영신이 지갑에서 운전면허증을 꺼내 경찰관에게 내밀었다.
소영신의 운전면허증을 확인한 경찰관이 다시 물었다.
“어디로 가시는 길이십니까?”
“오늘 청와대에서 국민훈장 수여가 있어서 가능 중입니다.”
국민훈장이라는 말에 경찰관이 깜짝 놀랐다.
“아! 그러시군요. 그럼 뒤에 타신 분이 김서준 씨겠군요.”
“고생 많으십니다. 그렇습니다.”
김서준이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관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어지간한 연예인보다 훨씬 유명한 김서준을 두 눈으로 코앞에서 보는 것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이렇게 뵈어 영광입니다. 김서준 씨가 하신 일은 전 국민에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자세를 바로 한 경찰관이 다시 한번 차량 내부를 향해 경례했다.
단순한 의례가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온 행동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검문을 통과한 차량은 청와대 입구에서 한 번 더 검문을 거친 뒤에야 청와대에 들어설 수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바치자 청와대에 근무하는 직원이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경찰관의 무전을 받았음이 분명했다.
“청와대에 방문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청와대 시민사회 비서관 김석률입니다.”
“이렇게 초대해주시니 오히려 제가 감사할 따름입니다. 김서준입니다.”
김석률과 김서준이 악수를 하였다.
“90분 뒤에 상춘재에서 대통령 각하께서 직접 훈장과 함께 포상하실 예정입니다. 그 전에 간단한 교육이 있으니 같이 가시지요.”
김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런 준비 없이 대통령을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춘추관 옆에 있는 작은 건물에 들어서자 꽤 많은 직원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의상이나 메이크업, 헤어를 준비하지 않으신 분들이 꽤 있어서요. 이렇게 청와대에서 준비해드리고는 합니다. 서준 씨도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옷은 그래도 나름 차려입고 오긴 했으나 메이크업이나 헤어는 전문가의 손을 거치지 않았기에 손질이 필요했다.
김서준이 준비된 자리에 앉자 직원들이 다가와 김서준의 얼굴에 무언가를 찍어 바르고 머리를 다듬기 시작했다.
메이크업과 머리를 하면서도 직원들은 김서준의 얼굴을 힐끗힐끗 바라봤다.
“제 얼굴이 뭐 묻었나요?”
“아···. 아니에요.”
김서준의 말에 직원들이 얼굴을 붉히며 서둘러 시선을 돌렸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직원들이 모두 젊은 여성들인 것을 감안해보면 이유는 뻔했다.
“끝났습니다.”
준비가 끝나자 다시 김석률 비서관이 김서준을 찾아왔다.
“아시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수상자는 서준 씨 혼자가 아닙니다. 단체 수상도 한 팀 있습니다.”
김서준의 머릿속에 이애신이 떠올랐다.
이애신이 속해 있는 단체.
아마 김서준에게만 포상을 하면 시민단체의 반발이 있을 것이기에 단체 수상도 한팀 넣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이게 예상 시나리오입니다. 어지간해서는 이대로 진행될 것 같으니 미리 숙지하셔야 합니다.”
시나리오는 간단했다. 그냥 대통령 앞에 나가서 인사하고 악수하고 가슴에 달아주는 훈장을 받으면 되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언론에 배포할 사진을 찍은 뒤 대통령과 점심 식사를 하면 끝이었다.
대본을 보다 보니 주변이 웅성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김서준이 고개를 드니 딱 봐도 청와대 직원으로는 보이지 않는 자유로운 복장의 사람들이 대기실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중에는 김서준에게도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이애신이었다.
이애신도 김서준을 발견했는지 제 자리에 멈추어서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아···. 네. 잘 지내셨어요?”
김서준이 먼저 웃으며 인사를 건네자 이애신이 약간은 머뭇거리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몰랐으면 모를까 김서준이 한국에서 꽤 유명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나자 알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아. 자네가 애신이가 말한 그 청년이신가?”
“네. 그렇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김서준입니다.”
“만나서 반갑네. 고양완일세.”
어재연 장군 수자기 환수단장 고양완이 김서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미워하지 않나 보구나.’
약간은 예상외였다. 김서준은 고양완이 김서준 그를 원망하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그가 오랜 시간 추진한 장군기 환수를 김서준이 옆에서 빼앗아 간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양완은 물론이고 다른 단원들의 얼굴에도 그러한 기색은 없었다.
“먼저 준비부터 하실게요. 시간이 별로 없어서요.”
“그럼 잠시 후에 보세..”
“그러겠습니다.”
고양완과 환수단 단원들이 미소와 함께 준비하러 이동했다.
*
과거 매화실이라는 조선총독부 별관 건물로 사용되었던 상춘재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상춘실로 이름을 바꾸어 운영되다가 1987년 목조 건물로 지어진 이후 1983년 전통 한옥 양식으로 다시 지어진 건물이었다.
평소에는 외빈 접견이나 비공식 회의 장소로 사용되는 공간이었지만, 기업인이나 이렇게 포상이 이루어질 때도 사용되곤 했다.
상춘재의 내부에 김서준과 환수단 단원들이 줄을 맞추어 서 있었다.
“대통령님 입장하십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통령이 상춘재로 들어왔다.
대통령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훈장 수여.”
나머지는 시나리오대로였다. 대통령이 김서준과 환수단을 대표한 고양완의 가슴에 훈장을 달아주고 모두와 악수를 하였다.
찰칵찰칵
그리고 그때마다 연신 카메라의 플래쉬가 터졌다.
훈장이 수여 된 이후 점심식사까지 마치고 난 뒤 잠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청와대에 방문한 기념으로 제한된 구역이지만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시간이었다.
상춘재의 앞에는 녹지원이 자리하고 있다.
녹지원은 청와대 경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꼽힐 만큼 절경이었다.
한여름이었다면 따가울 햇볕이었지만, 어느덧 가을로 접어들었는지 햇볕은 따사롭고 불어오는 바람은 선선했다.
김서준은 녹지원을 천천히 산책했다.
자유시간에 굳이 상춘재에 남아 있어 봐야 재미있는 일이 없었다.
벼슬 좀 한다는 사람 중에 김서준의 정체를 아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삼신에게 줄을 좀 대기 위해 아부하기 바빴다.
아부를 즐기는 성격이 아니었고 아부를 한다고 해도 김건환 회장에게 좋게 말해줄 성격이 아니었던 터라 김서준은 밖으로 나와 녹지원을 걸었다.
녹지원에는 소나무가 참 많았다.
근 16m는 되어 보이는 소나무를 보고 김서준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진짜 크네.”
“반송이라고 한국산 소나무에요.”
멍하니 소나무를 바라보고 있을 때.
김서준의 뒤에서 이애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나오셨어요?”
“지루해서요.
이애신이 반송을 보고 있던 김서준의 옆으로 다가왔다.
“지난번에 고마웠어요. 공항에서요.”
공항에서 김서준은 이애신을 기자들 앞에 세웠다.
공을 세우기 위해 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환수단과 공을 나누어준 것은 고마운 일이었다.
덕분에 훈장까지는 아니었지만, 대통령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보다 큰 것은 국민들이 어재연 장군 수자기 환수단의 노고를 알아주었다는 것.
상이고 뭐고 그것 하나면 족했다.
“오히려 제가 고맙지요.”
“네?”
“기자들이 질문하고 늘어지면 아주 피곤하거든요.”
이애신이 김서준의 말에 작게 미소를 지었다.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청와대에서 돌아온 직후 김서준은 온갖 인터뷰 요청에 시달려야 했다.
어떻게 알아냈는지 김서준의 개인 핸드폰 번호까지 알아낸 기자들이 수도 없이 전화를 걸어댔다.
“김서준 씨 동신일보입니다. 잠시 인터뷰 좀 할 수 있을까요?”
메일이나 문자 혹은 전화로 이름을 밝힌 곳은 그나마 양반이었다.
집 앞에서 갑자기 튀어나온다거나 SJ 본사 앞에서 기다리다가 마이크와 카메라를 앞으로 들이미는 경우도 허다했다.
물론 그런 인터뷰는 응해줄 이유가 없었기에 김서준은 모두 거절했다.
“이러다가 기자들이 본사에 무단으로 침입이라도 하겠습니다.”
김서준 뿐 아니라 소영신도 기자들에게 시달렸는지 출근하자마자 넥타이를 풀어헤쳤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조용해질 겁니다.”
“그러겠지요.”
원래 기자들이 그랬다. 한참 이슈가 될 때는 수도 없이 찾아오고 귀찮게 굴지만, 이제 좀 열기가 식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진다.
그래서 관심과 인기가 독이 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었다.
기자들과 언론에 관심을 받다가 갑자기 관심이 끊기면 사람들은 허전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다시 관심을 받기 위해 무리하게 무엇을 하다가 오히려 그간 쌓아온 것들을 무너뜨리고는 했다.
김서준은 그럴 생각이 일절 없었다.
이미 수많은 반면교사와 타산지석들이 있는데 같은 실수를 반복할 만큼 멍청하지는 않았다.
출근하고 한 시간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소영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김서준에게 다가왔다.
“대표님. 드디어 나왔습니다.”
드디어 나왔다고 할 만한 것은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김서준 또한 궁금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신제품 출시 계획이 나왔습니까?”
“네. 시제품 완성본과 함께 PT 자료도 도착했습니다.”
전생보다 일 년은 빠르게. 그리고 전생의 애플사보다 적어도 한 분기는 빠르게 삼신의 스마트폰이 완성되었다.
“바로 보도록 하지요.”
“네. 준비하겠습니다.”
김서준이 회의실로 들어갔고 소영신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