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95
음악천재 재벌3세 95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프레젠테이션은 무엇일까?
이렇게 질문을 한다면 김서준의 전생에서는 모두 한가지 프레젠테이션을 뽑았을 것이다.
아이폰 출시 당시 애플사의 CEO인 잡이 한 프레젠테이션.
그 프레젠테이션은 길이길이 남아 가장 모범적이며 가장 혁신적인 프레젠테이션으로 남았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삼신에서 보내온 PT 자료는 김서준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습니까?”
PT 자료를 스크린에 띄운 소영신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전형적인 대기업의 PT 자료였다.
소영신이 만들려고 해도 이것보다 잘 만들 자신은 없었다.
“삼신에 연락해서 PT는 제가 다시 준비하겠다고 말하세요.”
“알겠습니다.”
소영신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갔다.
소영신이 나간 뒤 김서준은 볼펜으로 책상을 두들기며 고민에 빠졌다.
‘이 프레젠테이션으로는 애플사의 그것을 넘어설 수 없다.’
아무리 삼신에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제품을 먼저 출시한다고 하더라도 이대로는 안 되었다.
‘그것을 벤치마킹하는 수밖에···.’
방법은 하나였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잡의 PT가 세상에 큰 족적을 남긴 이후.
세상은 그의 PT를 분석하고 또 분석해서 더 나은 PT 방법을 만들어냈다.
다행이라면 다행히도 김서준의 머릿속에는 그것들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이 남아 있었다.
전생에 김서준도 PT를 해야 할 일이 많았고 그때 기본으로 삼았던 것이 잡의 PT였다.
‘첫 번째. 영화처럼 기획하라.’
잡의 PT는 영화적 요소들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주인공과 그에 대척하는 대적자. 그리고 시각적 충격과 캐스팅까지.
잡은 마치 영화의 스토리보드를 만들듯 PT를 만들었다.
PT를 단순히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 스토리와 네러티브를 전달한다는 것에 집중했다.
“영화는 데미얼이지.”
아직 신제품 발표일까지는 한 달가량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때까지만 PT를 완성하면 되는 일.
데미얼을 초대해서 PT 제작에 도움을 받는다면 더욱더 감성적이고 영화적인 PT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었다.
*
“데미얼. 돈도 많이 벌었는데 왜 아직도 여기에 있는거야?”
얀센은 스튜디오 소파에 누워 있는 데미얼을 보고는 미간을 좁혔다.
“아. 그 돈은 다음에 영화 만들 때 보태려고요. 다음에도 인영과 같은 좋은 투자자를 만난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너무나 뻔뻔하고 당당했기에 얀센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러니까. 네 돈을 아끼려고 지금 내 스튜디오에서 머문다 이거지?”
“아! 얀센. 다음 작품만 터지면 진짜 나갈게요. 그땐 나가지 말라고 해도 나갈 테니까 조금만 더 삽시다. 크리스도 제가 나가면 서운해할 걸요?”
데미얼의 말이 끝났을 때 연습실에서 나온 크리스와 눈이 마주쳤다.
“크리스 그렇지?”
하지만 크리스는 대답하지 않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냉장고로 향했다.
“크리스 그렇지? 제발 그렇다고 대답해줘.”
캔을 딴 크리스가 대답 없이 벌컥벌컥 음료를 마셨다.
“오···. 크리스.”
데미얼이 과장된 표정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크흠. 나갔다 올 테니까 스튜디오 잘 지키고 있어.”
머리를 감싸 쥔 데미얼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얀센이 나가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을 때.
데미얼의 핸드폰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울렸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데미얼이 우울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전화를 받고 얼마 되지 않아 데미얼의 목소리가 거짓말처럼 밝아졌다.
“오케이. 그럼 바로 그렇게 할게.”
전화를 끊은 데미얼이 손에 잡히는 대로 짐을 캐리어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연습실에서 그 모습을 보던 크리스가 깜짝 놀라 연습실 밖으로 나왔다.
“데미얼!”
하지만 무엇이 그리 바쁜 것인지 데미얼은 크리스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스튜디오 밖으로 나섰다.
“이거 잘 된 건가?”
크리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사라져가는 데미얼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더 흐르고 날이 저물 때쯤. 얀센이 일을 마치고 스튜디오에 돌아왔다.
“데미얼 어디 갔어? 스튜디오 잘 지키고 있으라니까.”
데미얼이 보이지 않자 얀센은 스튜디오 곳곳을 돌아보며 그를 찾았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데미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 케리어도 없네?”
심지어 데미얼의 케리어도 보이지 않자 얀센의 가슴이 뜨끔했다.
“설마 내가 나가라고 해서 진짜 나간 건가?”
걱정되는 마음이 들었다. 그간 데미얼에게 너무 심하게 군 것은 아닌가 하는 후회도 들었다.
“크리스. 데미얼 어디 갔어?”
때마침 크리스가 연습실에서 나왔기에 얀센이 물었다.
“글쎄요? 나가신 지 얼마 안 돼서 짐을 막 싸더니 어디론가 뛰쳐나갔습니다.”
“허어···.”
얀센이 탄식을 터뜨렸다.
*
얀센이 땅이 꺼지라 걱정을 하는 와중에 데미얼은 비행기를 타고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온 상태였다.
“서준이 급하긴 급한 모양이네. 이렇게 당일표를 바로 구해줄 정도면 말이야.”
데미얼은 콧노래를 부르며 비행기에서 내릴 준비를 했다.
김서준과 엮이면 모든 일이 좋았다.
대륙 간 비행기를 타본 적도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퍼스트클래스를 타본 적 역시 처음이었다.
최대한 퍼스트클래스의 여운을 즐기고 싶었기에 데미얼은 최대한 뭉그적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 이게 한국이라니.”
인천공항에 도착한 데미얼의 입이 떡 벌어졌다.
김서준과 이인영을 만나고 한국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긴 했으나 아직도 데미얼의 머릿속에는 예전에 배웠던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식민지 역사를 거친 이후 큰 전란을 겪은 나라.
아직 전쟁을 겪은 지 채 50년밖에 지나지 않은 나라.
일반적으로 전 국토가 초토화되는 전쟁을 겪으면 회복하는데 50년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눈에 보이는 인천공항의 모습은 세계 유수의 공항과 비교하더라도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훌륭해 보였다.
짐을 찾고 입국장으로 나서자 데미얼의 눈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오! 미스터 소.”
“감독님. 오랜만입니다.”
소영신이 데미얼을 마중 나왔다. 데미얼의 가방을 받아든 소영신에게 데미얼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 미스터 소. 이제 영어 실력이 제법인데요?”
“연습 좀 했습니다.”
소영신이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서준과 함께 미국을 많이 드나들기도 했거니와 따로 틈틈이 영어를 공부한 보람이 있었다.
“근데 서준이 날 왜 부른 거에요? 중요한 일이라고는 들었는데 이렇게 날 급작스럽게 부를 이유가 있나요?”
도대체 김서준이 그를 급하게 부른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영화 제작이었으면 이렇게 급작스럽게 부를 필요는 없었다.
먼저 서면으로 의견을 공유한 뒤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할 때 만나도 상관이 없었다.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대표님께서는 늘 생각이 있으시니까요. 뭔가 중요한 일이지 않겠습니까?”
“그렇겠네요. 서준은 늘 계획이 있으니까요.”
데미얼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 곧바로 소영신을 따라나섰다.
그러면서도 혹시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나 해서 주변을 둘러보는 데미얼.
“후우. 한국에서도 꽤 인기가 많았다고 들었는데 저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네요.”
약간은 실망한듯한 데미얼의 말을 듣고는 소영신이 웃음을 지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감독님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겁니다. 다만 얼굴을 모르는 것뿐이지요.”
“그래요?”
데미얼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번 보실래요?”
“어떻게···. 말입니까?”
데미얼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의 인기를 어떻게 본단 말인가?
“어? 영화 다시 한번 감독이다!”
과장된 행동과 표정으로 소영신이 데미얼을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였다.
목소리가 꽤 컸기 때문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데미얼을 바라봤다.
순간 시선이 집중되자 데미얼이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웅성웅성
처음에는 잘못 들었나 했던 사람들도 이내 그들이 제대로 들었다는 것을 알고는 데미얼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진짜 다시 한번 감독이야?”
“젊네? 나이 많은 줄 알았는데.”
갑작스레 모여든 사람들에게 놀란 데미얼이 소영신에게 다가갔다.
“빨리 가지요. 이거 생각보다 부담스럽네요.”
“왜 그러세요? 원하시던 거 아닌가요?”
소영신의 장난스러운 말에 데미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직은 내성이 없나 봐요. 너무 부담되네요.”
데미얼의 말에 소영신이 웃으며 데미얼과 함께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그날 인터넷에는 인천공항에서 다시 한번 감독 본 썰 푼다와 같은 글들이 몇 개 올라오게 되었다.
*
“잡. 일본에서 들어온 급보입니다.”
안드로이드 얼라이언스가 밤을 새워 제품을 준비하듯 애플사의 직원들도 모든 휴식을 반납한 채 신제품 개발에 열중하고 있었다.
“일본의 친구들이 정보를 물어왔더라···. 역시 부품을 사준 보람이 있어. 그래 무슨 정보입니까?”
직원이 잡에게 서류를 하나 내밀었다.
서류에는 많은 숫자가 나열되어 있었다.
“삼신에서 구매한 부품 리스트들이군요.”
삼신은 국제 시장에서 독특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었다.
스스로 완제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반도체를 비롯한 다양한 하드웨어도 직접 생산하는 기업이다.
그랬기에 애플사는 삼신과 경쟁을 하고 있으면서도 삼신의 최대 고객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삼신도 모든 부품을 다 만들지는 못하였고 꽤 많은 부품을 일본이나 다른 기업들에서 구매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일본의 전자 회사들은 자사에서 구매해가는 삼신의 부품의 물량을 이렇게 애플사에게 보낼 수 있는 것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계약 위반이었지만 일본의 기업들은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일본의 친구들은 노선을 확실히 한 것 같군요. 안드로이드 얼라이언스보다 우리 애플사의 라인을 타는 것으로요.”
잡이 만족스러운 눈으로 자료들을 훑어보았다.
“흐음.”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던 잡의 얼굴은 자료를 볼수록 심각하게 변했다.
“삼신에서 제품 출시가 임박했나 보네요.”
“네? 벌써요?”
생각보다 빨랐기에 잡은 물론이고 잡의 앞에 서 있던 직원도 놀랐다.
“그렇지 않고서야 공정 마무리에 필요한 부품들을 이렇게 대규모로 발주할 리 없지.”
잡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만약 삼신에서 먼저 제품을 출시한다면 곤란해진다.
물론 제품에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 어떤 회사에서 스마트폰을 출시한다고 하더라도 애플사는 자신이 있었다.
전 세계적인 충성 고객들도 있었으며 그만이 생각할 수 있는 혁신들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타이틀을 빼앗기게 된다.
시장의 선도자.
만약 삼신에서 먼저 스마트폰을 출시하게 되면 애플은 시장의 선도자가 아닌 패스트 팔로워가 된다.
그것은 잡이 생각하는 혁신이 아니었다.
“협력사에 연락해서 더욱 빠르게 출시를 준비하라고 하세요. 그리고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삼신의 제품이 언제 출시될지 정보를 수집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직원이 굳은 표정으로 잡의 사무실을 나섰다.
이미 야근으로 찌든 몸이었지만, 잡이 이렇게까지 지시하였다면 더더욱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야 할 것이었다.
“삼신···.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준비할 수 있는 거지?”
잡의 눈이 활활 불타올랐다.
지금까지 잡은 삼신을 라이벌로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남이 한 것을 빠르게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워 정도로 생각했다.
‘김서준.’
평생 아무도 인정을 하지 않던 잡이 유일하게 골치를 앓고 상대로 인정한 사람.
잡은 왜 갑자기 김서준의 얼굴이 떠올랐는지 알 수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삼신과 김서준이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였는데 이상하게 김서준이 눈에 밟히는 잡이었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