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 third generation chaebol RAW novel - Chapter 96
음악천재 재벌3세 96화
“오! 서준. 오랜만이에요.”
“데미얼. 오는 길은 편했어요?”
“물론. 태어나서 퍼스트는 처음 타봤는데 돈을 왜 많이 벌어야 하는지 깨달았어요.”
SJ의 본사에서 김서준과 데미얼이 반갑게 포옹을 나누었다.
둘이 포옹을 하고 있을 때. SJ의 직원들은 데미얼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영화 다시 한번의 감독이래.”
“진짜? 엄청 젊어 보이는데···. 대단하네.”
SJ의 직원들 역시 모두 영화 다시 한번을 본 사람들이었기에 데미얼의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대표님도 저렇게 젊은 게 신기한데···.”
“천재는 주변에 천재들만 있나 보다.”
얼굴에 부러움이 떠올랐다.
“그런 천재의 직원이 바로 여러분입니다. 모두 그만 바라보고 일하러 가시지요.”
직원들이 웅성거리자 소영신이 나섰다.
김서준과 데미얼은 대형 회의실로 들어왔다.
“오! 회의실 좋네요. 대형 프로젝터도 있고 아주 깔끔해요.”
“오늘부터 여기가 데미얼의 사무실이에요.”
“리얼리? 정말 여기가 제 사무실이에요?”
김서준이 씩 웃었다.
“네. 데미얼이 제 일을 도와주는 조건으로요. 여기 계약서 한번 읽어보세요.”
미리 준비한 계약서를 데미얼에게 내밀었다.
“음. 그러니까 계약서를 보면 프레젠테이션 제작을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네요?”
데미얼은 미간을 좁히면서도 얼굴에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김서준이 통이 큰 것은 알았지만, 단순히 PT를 도와주는 것 치고는 대우나 급여가 너무 좋았다.
거부하기에는 너무 큰 돈이었다.
“좋아요. 어떤 PT든지 제가 도와줄게요. 바로 사인하지요.”
망설이지 않았다. 데미얼은 셔츠의 윗주머니에 있던 볼펜을 꺼내 단숨에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사인을 마친 데미얼이 계약서를 다시 김서준에게 밀었다.
“자. 그럼 제가 어떤 것을 도우면 될까요? 저를 불렀다는 것은 영화적 요소가 들어간 PT를 만들고 싶다는 뜻일 텐데···.”
겉으로는 덤벙대고 어떨 때는 멍청해 보일 때가 있는 데미얼이었지만, 일에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PT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어느 정도 눈치챈 데미얼이다.
그날부터 김서준과 데미얼은 회의실에 박혀 두문불출했다.
“단순히 네러티브의 전달이 아닌 시연과 비디오 클립 그리고 스피커 연출까지 모두 포함하고 싶어요.”
“제한된 시간 안에 이것을 모두 전달하려면 고도로 계산되어야 하겠네요.”
사람의 뇌는 쉽게 지친다. 오랜 시간 PT를 보고 있으면 어떤 것이 주된 내용이고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어떤 것인지 쉽게 잊어버린다.
회의실에는 스케치가 된 A4용지가 끝없이 쌓여갔다.
데미얼은 곧바로 디지털로 만들기 전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각 시간대를 나누어 연출을 고민했다.
“단순히 제품을 소개하는 것은 임팩트가 떨어질 것 같아요. 영화가 일반적으로 그렇지요. 주인공을 극적으로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늘 주인공에게 대적하는 ‘적’이 필요하지요.”
“오. 서준.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주인공과 대비되는 존재는 꼭 필요하지요.”
김서준과 데미얼은 생각보다 죽이 잘 맞았다.
단순히 죽만 잘 맞을 뿐 아니라 김서준이 말한 것은 실제로 꼭 필요한 것이었다.
1984년 애플사가 설정한 악당은 Big Blue라고 불리던 IBM사였다.
IBM이 전 세계의 IT를 지배하고자 하는 야욕을 보이는 것을 타깃으로 삼아 애플사를 유일하게 IBM과 대적하는 회사라는 스토리텔링을 진행했다.
실제로 이 스토리텔링은 성공적이어서 애플사 내부의 직원들은 물론이고 그것을 보는 시청자들도 그것에 공감했다.
“서준은 혹시 위대한 브랜드와 종교에는 공유된 적을 물리친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을 알아요?”
“공유된 적이요?”
“네. 영화에는 자주 쓰이는 방법인데 대중이 적이라고 느끼는 악당을 등장시킨 뒤 그것을 주인공이 무찌르는 클리셰지요. 대중에게는 이 전략이 생각보다 쉽게 먹힌답니다.”
영화적으로 PT를 구성하기로 하였으니 애초에 내용도 영화적으로 갈 생각을 먹은 데미얼이었다.
“그러면 여기서 적은 누가 되어야 할까요?”
“당연히 기존의 IT업계를 지배하고 있던 회사들이겠지요.”
그림은 빠르게 짜여 갔다.
*
삼신 전자의 무선사업부 박학규 사장은 SJ에서 돌아온 대답을 듣고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준비한 PT가 별것 없으니 자신들이 만들겠다. 이건가?”
박학규의 말에 직원들이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요즘 박학규 사장의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았기에 괜히 눈 밖에 나가 싫었던 까닭이다.
“그래도 다행이지 않습니까? 책임의 소재가 우리가 아니니까요.”
쾅
직원의 말을 들은 박학규 사장이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품질 좋은 원목으로 만든 책상이었던 탓에 아무 이상도 없긴 했으나 직원들을 움츠러들게 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이 제품을 누가 만드는 거야? PT 자체를 넘기는 것도 어이가 없는 판국에 뭐 책임 소재를 따지고 있어?”
박학규 사장은 진심으로 화가 났다.
그래. PT를 김서준에게 넘기라는 김건환 회장의 지시는 이해할 수 있었다.
비록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지만, 김서준이 지금까지 보여준 능력은 PT를 맡겨볼 만 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삼신 전자의 직원들이 수십 날 낮과 밤을 투자해 만든 PT를 일고의 가치도 없이 까버린 것은 화가 나다 못해 뚜껑이 열릴 지경이었다.
‘우리 직원들이 그렇게 못났어?’
아니다.
그럴 리 없다. 삼신 전자의 직원들은 전국에서 가장 수재들이 다니는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골라 뽑은 인재들이다.
그들이 부족할 리 만무했다.
‘회장님을 만나봐야겠어.’
박학규는 김서준과 SJ가 삼신 전자가 만든 PT보다 더욱 나은 PT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백번 양보해서 책임을 넘긴다고 하더라도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주체는 삼신 전자다.
이렇게 되면 똥은 김서준이 싸고 그 똥을 치우는 것은 삼신이 될 판이었다.
그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박 비서한테 연락 넣어. 내가 회장님을 뵙고자 한다고.”
“알겠습니다. 사장님.”
박학규가 이를 꽉 깨문 채 주먹을 쥐었다.
*
김건환 회장은 요즘 아예 삼신 본사에 출근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이 2000년대 이후 삼신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지만, 김건환 회장은 성북동 자택에서 은거 생활을 이어갔다.
“끌끌. 내가 모르는 분야에서는 나서는 것이 아니지.”
여름이 끝났기에 이제 슬슬 초목들이 붉고 노랗게 물들어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김건환 회장은 정원에 앉아 그것들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회장님. 무선사업부 박학규 사장이 도착했습니다.”
“들어오라고 해.”
“네.”
김건환 회장의 승낙이 떨어지자 박학규가 붉어진 얼굴을 숨긴 채 천천히 정원으로 걸어 들어왔다.
“왔는가?”
“회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박학규 사장이 고개를 숙이자 김건환 회장이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여기가 무슨 조선 시대 궁궐도 아니고 무슨 예절을 그렇게 과하게 차리는가? 앉으시게.”
박학규 사장이 의자에 앉자 박 비서가 차를 그의 잔에 채워주었다.
“박 사장. 화가 많이 났군. 한잔 들게. 한성 송 회장이 차마고도에서 구해준 귀한 보이차야. 입에 맞을 걸세.”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차마고도에서 공수해왔다는 말이 진짜인 듯 보이차의 향은 여타 그것과는 크게 달랐다.
더욱더 깊고 향기가 진했다.
“명차인듯싶습니다.”
“푸하하. 그렇지. 그래. 국내에서도 좋은 차가 많이 나기는 하지만 차마고도의 그것을 따라잡기에는 쉽지 않지.”
김건환 회장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보이차를 음미했다.
“그래. 무슨 일로 왔는가? 얼굴에 걱정이 넘쳐 보이네만.”
“말씀드리기 부끄러운 일이지만···.”
박학규 사장이 입을 떼기 전에 김건환 회장이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서준이 때문에 왔구먼.”
“어떻게 아셨습니까?”
박학규 사장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김건환 회장을 바라봤다.
“내가 박 사장 자네를 왜 그 자리에 앉혔는지 아는가?”
박학규 사장은 답을 하지 못했다.
“일을 잘 하는 건 당연하고 내 눈치를 보지 않고 옳은 것으로 생각하면 거침없이 말하는 자네의 성격 때문일세. 그런데 그런 자네가 이렇게 내 앞에서 주저할 정도면 내 가족에 대한 이야기밖에 더 있겠나? 그리고 지금 자네와 얽혀있는 내 가족은 서준이 밖에 없을 테고. 내 말이 틀렸는가?”
김건환 회장의 말은 정확했기에 박학규 사장은 작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서준 도련님 때문에 회장님을 뵙고자 청하였습니다.”
“한번 말해보게. 서준이가 왜?”
잠시 숨을 고른 박학규 회장이 지금껏 있었던 일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김서준과 협업 과정의 마지막 단계인 PT를 김서준이 퇴짜를 놓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직접 SJ에서 만들겠다는 소리.
“서준 도련님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삼신 전자의 직원들이 수십 일을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들어낸 자료입니다. 혹 도련님께서···.”
박학규 사장이 말을 끝까지 하지는 않았지만, 김건환 회장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충분히 짐작했다.
“서준이가 공에 눈이 멀어서 그릇된 선택을 했을까 걱정이 된다 이거구먼.”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박학규 사장.
“그렇습니다. 만약 잘못된다면 SJ도 피해를 보겠지만 그 끝에는 삼신 전자가 그 피해를 대부분 흡수해야 할 겁니다. 저는 무선 사업부의 사장으로 그 모습은 보지 못하겠습니다.”
박학규 사장의 말에 김건환 회장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이래서 내가 자네를 좋아한다니까. 그럼 이렇게 하세.”
김건환 회장이 고개를 살짝 박학규 사장 쪽으로 내밀었다.
꿀꺽
그 모습에 박학규 사장이 마른 침을 삼켰다.
*
김건환 회장과 만남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박학규 사장은 생각에 잠겨 들었다.
“그럼 이렇게 하세.”
꿀꺽
넘어가는 마른 침. 박학규 사장과 김건환 회장의 눈이 허공에서 얽혀 들어갔다.
“일단 무선 사업부에서도 PT를 준비하게. 그리고 서준이의 자료가 완성되면 자네가 가서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게. 내 말이 뭔지 알겠지?”
김건환 회장의 뜻은 따로 말하지 않아도 확실했다.
박학규 그가 직접 보고 판단하라.
그래서 김서준의 PT가 별 볼 일 없으면 무선 사업부에서 PT를 주도하라.
생각에 잠겨 있던 박학규가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거 피는 못속이는 건가? 이래서야 원···.”
창밖의 네온사인이 유달리 눈을 따갑게 찔러온다고 느끼는 박학규 사장이었다.
*
SJ의 아침은 활기찼다.
회사의 복지와 대우가 업계 최고였고 굳이 일찍 출근할 필요가 없는 탄력근무제를 적용하고 있었기에 직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넘쳤다.
“좋은 아침이에요.”
서로 인사를 나눈 직원들이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주변을 정리했다.
“어? 누가 회의실에 있나?”
정리를 하던 직원의 감각에 인기척이 들려왔다.
아직 이른 아침이었기에 회의실에는 아무도 없어야 했다.
회의가 많은 회사도 아니었고 회의가 있어도 오전에는 하지 않았기에 지금 회의실에는 아무도 없어야 했다.
직원이 회의실의 문을 천천히 열었다.
“헉.”
회의실의 문을 열자 땀 냄새가 훅하고 풍겨 나왔다.
그리고 직원의 눈에 들어온 것은.
수많은 종이 더미와 그사이에 쓰러져 잠들어 있는 두 명의 남성이었다.
“3이 중요하다니까요. 3개를 넘어가면 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해요.”
이해할 수 없는 잠꼬대를 듣는 직원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끝
ⓒ 성불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