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s Playlist RAW novel - Chapter (14)
014. 최대 포텐이 터진 느낌이었어.
마은율과의 연습을 마치고 돌아온 도웅은 나만의 연습실에 입장했다.
축제 무대 준비,
두성 창법 트레이닝.
어느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시간을 쪼개 쓰는 중이었다.
“이제 두성 창법도 거의 완성이야.”
도웅의 시간은 수업을 제외하곤 온통 음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완료율을 집계합니다.]-빰빠바밤!
[Great! ‘무명 보컬 H의 두성 창법(D)’ 완료율 92% 달성!]“기본 발성법보다는 확실히 어렵네.”
그렇다고 해서 성장 속도가 느린 것은 절대 아니었다.
도웅은 어려워서 좌절하거나 슬픔에 빠지기보다는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노력하면 재능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그 엄청난 사실 자체로 모든 과정이 즐거울 뿐이었다.
정말 재능이 간절했던 마음이 도웅을 빠르게 성장시켰다.
열심히 노력한 덕에 이제 두성으로 노래 부르는 게 어렵지 않았다.
애매한 가성으로 불러야 했던 높은 음도 두껍고 강한 목소리로 내지를 수 있었다.
이제 기본 발성과도 능숙하게 섞어 듀엣 곡에도 어울리게 사용할 수 있었다.
“덕분에 소화할 수 있는 노래폭이 넓어졌어.”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많아졌다는 것은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기쁜 일.
지금은 강하게 소리를 내지르는 것을 넘어서 세밀한 표현 방법을 깨달아가는 중이었다.
“문제는 화음이지.”
마은율과의 조화,
음악적인 완성도.
모든 것이 생각대로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화음만큼은 조금만 집중력이 흐트러져도 실수가 반복되기 일수.
특히나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 서는 일은 처음이라,
연습실에서만큼 집중할 수는 없을 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지.”
어떤 상황이 닥쳐도 관성대로 노래할 수 있도록 몸에 배도록 만드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 너무 늦은 밤이었고 낡은 주택의 방음은 좋지 못했다.
게다가 화음을 혼자 연습하기에는 여러 제약이 있었다.
도웅은 아쉬운 대로 녹음해온 은율의 파트를 들으며 멜로디를 연습했다.
귀에는 이어폰을 낀 채였다.
그때 엄마가 방문을 두들겼다.
“아들, 자?”
“아니, 아직.”
“이거 먹고 조금 쉬어가면서 하면서 해.”
엄마가 책상 위에 먹음직스럽게 깎인 참외 접시를 올려놓고 나갔다.
도웅의 성적이 확 오른 후 엄마의 말투도 부쩍 살가워졌다.
나만의 연습실에 입장할 때 책상에 앉아있는 게 버릇이 돼서 엄마의 눈엔 더욱이 공부만 하는 것으로 비췄을지도 몰랐다.
“잠깐.”
참외를 우적우적 씹던 도웅은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도웅은 이마를 탁 쳤다.
그리고 이어폰을 귀에 꽂은 그대로 나만의 연습실에 입장했다.
사방이 새하얀 공간.
도웅은 잠자코 뭔가를 기다렸다.
-♩♪♬
“된다, 된다!”
전자피아노 소리가 연습실에 온통 울려 퍼졌다.
엄마의 인기척이 들리면 연습실을 재빨리 빠져나갔던 기억을 떠올리고 응용을 해본 것이었다.
나만의 연습실 안에서도 밖의 소리는 들렸다.
“됐어, 이제 연습만 하면 돼!”
임기응변으로 이 야밤에도 화음을 연습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도웅은 밤새 연습할 생각에 기쁨이 가득 차올랐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다시 재생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자체로 감지덕지였다.
그렇게 노래를 한 번 완곡했을 때, 화면에 글자가 떠올랐다.
[시스템 외의 음악을 감지했습니다.] [음악의 발원지 : 남도웅의 스마트폰 (연동 가능)] [시스템 인터페이스 연동하시겠습니까? YES/NO]“뭐야··· 이거 설마···.”
반신반의하며 YES 버튼을 누르자 휴대폰 액정화면 같은 것이 눈앞에 떠올랐다.
재생, 반복, 음량 조절.
바깥에서 휴대폰을 쓰듯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휴대폰에 녹음된 전자피아노 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나만의 연습실 안에서도 도웅의 휴대폰을 조정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와 이러니까 진짜 편리하네.”
도웅은 감탄해 마지않으며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했다.
이제 남은 것은 연습뿐이었다.
**
축제 전날 저녁.
마은율과 도웅은 판타스타 연습실에서 마지막 점검을 위해 모였다.
“그럼 시작해 볼까?”
사이가 가까워진 은율이 빙긋 웃으며 건반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영롱한 전자피아노의 건반음이 울려 퍼졌고,
은율과 도웅은 파트를 서로 주고받았다.
화음이 겹쳐지는 부분.
화음을 어려워하는 도웅을 위해 음량을 줄여 노래를 부르던 은율은 오늘은 뭔가 다르다고 느꼈다.
‘오늘따라 더 안정감이 있는데?’
게다가 어딘가 여유마저 느껴졌다.
은율은 은근슬쩍 목소리의 볼륨을 올렸다.
‘···.! 이래도 전혀 흔들림이 없어!’
은율은 단 며칠만의 변화에 놀라 하마터면 실수를 할 뻔했다.
지금까지는 도웅이 헷갈리지 않도록 신경 쓰면서 노래를 불러야 했다.
그렇게 하더라도 노래의 퀄리티는 충분했으니까.
하지만 도웅이 제 몫을 훌륭히 하는 덕에 이제 은율도 역량껏 소리를 낼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완성도가 200% 상승했다.
이렇게 되면 조한성의 무대는 일도 아니었다.
-♩난 이제 깨달았어. 너의 그 모든 걸.
오히려 은율이 혼자 노래할 때는 낼 수 없는 그런 아름다운 화음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마음껏 노래를 부른 마은율이 만족의 미소를 지었다.
“무대에서도 이렇게만 하면 되겠는데?”
혼자 노래할 땐 몰랐던 기쁨.
당연히 잘 하는 것이었던 음악을 하며 이토록 성취감이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다.
도웅도 마찬가지로 희열에 가득 차 있었다.
‘둘 다 최대 포텐이 터진 느낌이었어.’
소름 끼치도록 맞물렸던 두 사람의 소리.
수도 없이 반복한 연습은 자신감이 되었고,
자신감은 실전에서 제 역량이 되었다.
그 덕에 은율까지 어마 무시한 본래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
‘기다려라 조한성. 음악이 뭔지 보여주지!’
한참 도웅이 자신감에 충만해 있던 때, 주변을 정리하던 마은율이 물었다.
“우리 옷은 어떻게 할까?”
노래는 완성했으나 다른 한 가지가 남아있었다.
바로 외모.
조한성이 도웅더러 찐따 냄새가 난다며 자만하던 것부터가 모든 사건의 시작이었다.
도웅은 사실 찐따 취급이 기분이 나빴을 뿐 실제론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누가 뭐라던 외모에 자신만의 느낌이 있다고 생각했고, 자존감에 상처받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도웅이 먼저 선수를 쳤다.
“그냥 교복 입을까? 깔끔하게.”
“그래, 커플도 아닌데 맞춰 입는 것도 웃길 것 같고 그게 제일 깔끔하겠다.”
은율이 쉽게 동의한 덕에 도웅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웅이 가지고 있는 옷들은 전부 후줄근한 것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당장 쇼핑을 할 정도로 용돈이 넉넉지는 않았다.
그때 마은율이 도웅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왜, 뭐 묻었어?”
도웅은 제 얼굴을 손으로 한번 훑었다.
뭔가 골똘히 생각하던 마은율이 대뜸 얘기했다.
“안경 좀 벗어봐.”
순간 당황했지만 어려운 일은 아니라 어색하게 뿔테안경을 걷어냈다.
항상 신체의 일부같이 쓰고 있던 것을 빼고 나니 어딘가 벌거벗은 느낌이었다.
도웅의 민낯이 드러나자 마은율이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었다.
“음, 이거면 되겠네.”
드디어 기다리던 축제의 날이 밝았다.
오전엔 지정 교실과 강당에 반별, 동아리별 프로그램이.
오후 4시부터는 공연이 한 시간씩 2부로 나뉘어 예정되어 있었다.
은율과 도웅의 순서는 2부 맨 마지막이었으니 아마 6시 언저리쯤이 될 듯싶었다.
그리고 데이콘의 순서는 하필 이 둘의 바로 직전이었다.
오전에 받은 스케줄표를 유심히 보던 은율이 말했다.
“윤정후도 데이콘 보컬 안 하기로 했다던데?”
“그럼 스케줄 펑크 난 거야?”
“아니? 조한성 선배가 1학년, 2학년 세션들이랑 해서 두 탕 뛴대.”
도웅은 이길 자신이 있었지만 슬슬 신경이 쓰였다.
조한성의 실력이 어느 정도일지가 궁금했다.
**
조한성은 비싸게 장만한 가죽 재킷을 입고 복도를 나섰다.
머리도 포마드 스타일로 한껏 넘겨 힘을 준 상태였다.
한 가닥 삐져나온 머리카락은 반항적인 느낌을 더해줬다.
‘오늘 학교 뒤집어지겠군.’
만반의 준비를 마친 조한성은 자신 만만하게 복도를 거닐었다.
“조한성 오늘 신경 좀 썼네.”
“남자답다 야.”
“와 본 중에 제일 멋있는데?”
마주친 동급생들이 그의 외모를 칭찬했다.
조한성은 그저 시크하게 웃어 보였다.
날렵한 코에 진한 눈썹.
거기에 거친 스타일링이 조한성의 남자다운 이미지를 배가시켰다.
‘남도웅이, 네가 끔찍한 오징어로 보이게 해주마.’
조한성이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시각.
“어, 아저씨 도착했어? 지금 나갈게. 알았어 같이 갈 거야.”
마은율이 누군가와 통화를 마쳤다.
“직접 오셨어?”
“응, 굳이 직접 오시겠대서.”
둘은 연습하던 텐션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전자 피아노를 쓰기로 했고,
그 덕에 강태진이 전자 피아노를 여기로 싣고 온 것이었다.
교문 앞까지 걸어나가니 커다란 커다란 선글라스에 검정 마스크를 쓴 강태진이 뒷좌석에서 피아노 가방을 꺼내고 있었다.
“으이챠. 이거 가지러 퇴근할 때 한 번 더 들를게.”
‘그래야 남도웅한테 한 번이라도 더 눈도장 찍지.’
그는 전자피아노가 든 기다란 가방을 도웅에게 건넸다.
그리고 선글라스 너머로 도웅을 빤히 쳐다봤다.
그 이유를 짐작한 은율이 사이에 끼어들었다.
“어때? 안경 벗은 게 훨씬 낫지.”
“그렇네. 도수가 엄청 높은 안경을 쓰고 있었구나.”
어제저녁,
은율은 무대를 위한 거라며 도웅을 반강제로 끌고 가 렌즈를 맞춰줬다.
아직 학생인 애가 신용카드를 품에서 꺼내더니 신경 쓸 필요 없다며 신나게 긁어댔다.
‘마은율 집이 잘 사나. 하긴, 엄마가 연예인이면.’
그래서 도웅은 지금 어색하게 렌즈를 끼고 있는 중.
무대를 할 때까지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과장해서 눈이 두 배는 커진 드라마틱 한 변화에 강태진은 내심 놀랐다.
‘저 정도면 당장 데뷔해도 되겠어.’
안경 하나 벗었을 뿐인데 남도웅의 얼굴은 바탕이 훌륭했다.
두드러지게 잘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스타일링에 따라 충분히 빛을 발할 수 있는 얼굴이었다.
강태진은 구상하고 있는 아이돌 청사진에서 남도웅을 센터 자리로 옮겼다.
남도웅은 보면 볼수록 탐이 나는 인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