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s Playlist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기회는 단 한 번.
“도웅 삼촌 왔다!!”
도웅이 대기실에 들어서자 신비가 쪼르르 달려와 다리에 매달렸다.
메이크업을 받던 다른 배우들과 소파에 앉아 책자를 뒤적이던 임현백도 도웅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어, 도웅이 오늘도 일찍 왔구나.”
“안녕하세요, 도웅 씨.”
2차 티켓팅까지 성공적으로 끝난 후, 배우들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 보였다.
배우들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관객이었다.
그런데 예정된 공연의 모든 좌석이 매진이라니.
마지막 날까지 관객이 꽉꽉 들어찬 공연장을 상상만 해도 그간의 고생이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할아버지의 꿈’ 뮤지컬계에서도 호평.」
「남도웅 대세 인증? 무대 전석 매진으로 증명했다.」
「’할아버지의 꿈’ 2차 티켓까지 5분 만에 전량 매진.」
반응이 있으니 무대에 오르는 게 즐겁고,
그래서 더욱 똘똘 뭉친 배우들이 마치 한 몸 같은 무대를 펼쳐 더욱더 뜨거운 반응이 몰려오고.
그렇게 좋은 일이 끊임없이 되풀이되었다.
그리고 배우들은 알았다.
도웅이 없었다면 이만큼 즐거운 나날도 없었을 거라는 걸.
“도웅 삼촌, 이거 먹어.”
신비가 작은 손으로 과일 향이 나는 캐러멜을 건넸다.
그 모습을 본 진재선이 살짝 서운하다는 듯이 말했다.
“신비 너 그거 아빠한테는 하나도 안 주면서.”
“아빠는 이 썩어서 안 돼.”
“그럼 삼촌은?”
“삼촌은… 몰라!”
신비가 부끄러워하며 진재선의 등 뒤로 숨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배우들이 하하 웃음 지었다.
진재선의 손에는 못 보던 대본이 들려있었다.
도웅이 그의 옆에 앉으며 슬쩍 물었다.
“뭐 보고 계세요? 다음 작품 정해지셨어요?”
뮤지컬 배우들은 공연 중에도 다음 작품을 열심히 찾아다녀야 했다.
그래야 공백기 없이 계속 공연을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이 시기의 배우들은 쉬는 날에 틈틈이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그때 신비가 제 아버지의 등 뒤에서 쏙 고개를 내밀더니 대신 답해주었다.
“우리 아빠 다음번엔 영화에 나와, 삼촌.”
“우와, 정말요? 잘됐네요!”
“하하, 네. 과분한 제안이 왔어요.”
분량이 적지 않은 조연이라며 진재선이 멋쩍게 웃어 보였다.
뮤지컬이 관심을 받다 보니, 자연스레 관계자들의 눈에 띈 배우들에게도 좋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도웅에게도 이미 드라마나 영화 쪽에서 제안이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그다지 흥미가 당기지 않았다.
지금의 도웅은 그저 이 극에 집중하면서, 온몸으로 음악적 영감을 끌어내는 데 열중하고 싶었다.
“도웅 씨, 여기 와서 앉으세요.”
무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도웅을 불렀다.
도웅은 테두리가 전구로 둘러진 거울 앞에 앉아 익숙하게 두 눈을 감았다.
톡톡 얼굴을 두들기는 스펀지의 감촉.
도웅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Congratulation!] [‘뮤지컬 배우 C의 감정 표현(A)’ 완료율을 100% 달성했어요!]도웅은 어제 나만의 연습실 안에서 폭죽이 터지던 장면을 떠올렸다.
그러자 잠깐 온몸에 잠깐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이 극이 끝나기 전에 꼭 100% 완료한 상태로 무대에 오르고 싶었는데, 그 목표를 이루게 된 것이었다.
‘오늘 무대는 과연 어떨까.’
비록 곧바로 새로운 영상이 떠오르지 않은 게 조금 실망스럽긴 했지만,
도웅은 조금 더 충만해진 표현력으로 오늘 무대에 오를 생각을 하니 새삼 가슴이 두근거렸다.
‘영상은 내게 필요한 순간이 되면 분명 떠오를 거야.’
도웅은 그렇게 위로했다.
언젠가 영상은 떠오를 거고, 그럼 긁지 않은 복권이 주머니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그때 대기실이 조금 시끌벅적해졌다.
인사를 주고받는 소리에 도웅이 슬쩍 눈을 뜨니 배우들과 악수하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도웅에게 뮤지컬 수업을 해주었던 권진우 선생이었다.
그는 여기 있는 몇몇 배우와도 안면이 있는 듯했다.
음료수를 나눠주는 권진우에게 한 배우가 물었다.
“진우 씨가 여긴 어쩐 일이에요?”
“공연 보러 온 김에 겸사겸사 인사드리려고요. 어, 도웅 씨 거기 있었네요.”
권진우가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도웅을 발견하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밝은 얼굴로 다가와 음료수 하나를 건넸다.
옆에 있던 임현백도 그가 건넨 음료수 캔을 받았다.
“아이고 대단하신 배우님이 오셨네. 도웅이랑은 무슨 사이야?”
업계에서 잘나가고 있는 뮤지컬 스타인 권진우였기에, 임현백도 대강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 그게···.”
“제 뮤지컬 선생님이에요.”
주저하는 권진우 대신 도웅이 대답하자 임현백이 껄껄 웃었다.
“아, 그래? 어쩐지 도웅이 실력이 예사롭지가 않더라니, 선생님을 잘 만난 거였구먼?”
“아이, 제가 가르쳤다고 하기는 뭐하고요. 도웅 씨는 원래 잘했어요.”
권진우가 쑥스러워하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런데 뒤쪽이 아직도 시끌벅적해서 반사되는 거울을 통해 보니, 못 보던 뒷통수가 하나 더 있었다.
도웅의 시선이 그쪽에 머무르자 권진우가 남자를 이쪽으로 끌어왔다.
“제가 이건 꼭 봐야 된다고 데려왔어요. 이 친구도 뮤지컬 배우인데 차이현이라고.”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도웅 씨”
말쑥한 남자가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두 사람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알지! 차이현 씨. 오늘 대단한 배우가 둘이나 왔네.”
임현백이 그를 먼저 알아보고 악수를 청했다.
반면 도웅은 잠시 버퍼링에 걸린 것처럼 굳었다.
왜냐하면 이 남자는.
‘이름이 차이현이구나.’
도웅이 어제 습득을 완료한 영상.
‘뮤지컬 배우 C의 감정 표현(A)’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공연 기대하겠습니다.”
“네,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로요.
도웅은 짜르르 긴장이 흐르는 동시에, 입가에 웃음이 넘쳐 흐를 것 같은 것을 꾹 참았다.
**
현실의 시간을 잊은 채로 조명이 켜지면 낮이었고,
조명이 꺼지면 관객들에게도 밤이 찾아왔다.
그 흐름에 완전히 동화된 관객들의 눈이 열심히 도웅을 쫓았다.
마치 진짜 실존하는 한 사람의 인생을 몰래 지켜보고 있는 그런 기분으로.
찬이를 연기하고 있는 도웅의 움직임, 손짓 하나에 관객들이 숨을 죽였다.
수많은 관객의 정적 위로 흐르는 도웅의 목소리, 감정.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배우들과의 완벽한 호흡.
비교적 앞쪽에 앉은 관객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같은 마음이었다.
‘더 가까이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지만 치열했던 티켓 경쟁 때문에 이 자리에 앉은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반면, 이 경쟁에서 승리해 앞에 앉은 관객들은, 도웅의 눈빛과 얼굴 근육의 미세한 떨림까지 관찰할 수 있었다.
‘와, 어떻게 저렇게까지 표현할 수 있지.’
그들은 점점 입이 벌어지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도웅의 연기에 빠져들었다.
큰 기대 없이 권진우를 따라왔다가, 운 좋게 앞줄에 앉은 배우 차이현은 생각했다.
‘이 공연 보러 오길 정말 잘했다.’
배우들에게 있어서 영감과 자극은 아주 중요했다.
하지만 본인이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자극을 받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보는 눈도 점점 높아져 웬만한 것엔 성이 차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 무대 위의 저 청년은, 자신의 몸속에 내재된 연기 세포를 쉴새 없이 자극하고 있었다.
마치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을 보면 그림이 그리고 싶고,
축구 잘하는 사람을 보면 공을 차고 싶듯이.
도웅을 보고 있자니 차이현의 본능이 꿈틀거렸다.
‘기회가 된다면 같이 한 무대에 서고 싶다.’
극이 후반으로 치달으며 무대의 배경이 바뀌었다.
눈이 흩날리기 시작한 공원의 시계탑 앞.
가운데 피아노 앞에 앉은 도웅의 연주와 함께 그의 밀도 높은 두성이 울려 퍼졌다.
온몸을 뚫고 나갈 듯한 도웅의 감정이, 관객들을 진하게 휘감았다.
마치 눈보라가 몰아치듯이.
**
도웅은 만족스러운 공연을 끝내고,
박수갈채가 쏟아지고 있는 무대 위로 발걸음을 옮겼다.
모든 열정을 발산하고 커튼콜을 위해 나가는 이 순간이 가장 후련하고 즐거웠다.
[ ★ ···님이 당신의 재능에 감탄을 표합니다. ] [ ★ ···님이 당신의 재능에 놀라움을 표합니다. ] [ ★ ···님이 당신의 재능에 경의를 표합니다. ]눈앞엔 평소보다 많은 별이 장관을 이뤘다.
도웅은 자신의 재능을 눈으로 확인하는 이 시간이 참으로 행복했다.
‘맞다.’
그 순간 영상의 주인인 차이현이 이 공연장 안에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눈동자를 굴려 가며 수많은 별 사이에서 그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앞줄에 앉아 열렬한 박수를 보내고 있는 차이현과 함께,
그의 머리 위에 영롱이 떠 있는 붉은 별을 발견했다.
**
“다녀왔습니다.”
“그래, 고생했네. 과일이라도 깎아다 줄까?”
“아니에요, 저 오늘은 조금 일찍 자려고요.”
집으로 돌아온 도웅은 대충 둘러대고 서둘러 방문을 닫았다.
탁.
그리고 힘이 들어간 손가락으로 메가플레이 어플을 연타했다.
선물함에 떠 있는 반가운 숫자 1.
이윽고 빨간 별이 화면에서 반짝이는 동안 도웅은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번엔 무슨 영상이 나올까?”
빨간 별은 다음 영상을 앞당겨 보여주거나, 이미 나온 영상을 업그레이드시켜줬다.
보통은 도웅에게 가장 필요한 재능이 나왔지만, 지금은 당장 뭔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뭐가 나올지 더욱 궁금했다.
그때 빨간 별이 부풀어 오르더니 팡! 하고 터졌다.
그리고.
“응?”
화면에 뭔가 떠오르기는 떠올랐다.
하지만 그건 새로운 영상의 제목 같은 게 아니라,
“빈칸···?”
안에 깜빡이는 커서가 마치 포털 사이트의 검색창을 연상시키는,
직사각 형태의 도형이었다.
[기회는 단 한 번. 원하는 영상을 검색할 수 있습니다.]그 아래 떠오른 안내 문구에 도웅은 숨이 턱 하고 막혔다.
**
‘뭘 검색하면 좋을까?’
며칠째 도웅은 오로지 그 생각뿐이었다.
레벨이 높아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운이 좋았던 건지.
원하는 것은 뭐든 검색할 기회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하지만 염두에 둘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그와 동시에 기회도 날아가는 거고.’
그러니 지금까지 메가플레이에서 나온 영상들과 너무 동떨어진 검색어를 입력하면 안 된다는 얘기였다.
‘정말 필요한 게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겠지.’
다행히 검색 기한에 여유가 있어서 도웅은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뮤지컬 공연은 일주일에 네 번.
연습할 때보다 오히려 공연을 시작하고서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오늘은 음악 방송을 위해 방송국으로 향하는 날이었다.
“오늘은 뭔가 예감이 좋지 않습니까?”
심각한 도웅과는 달리, 운전하고 있는 심정남은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뮤지컬 하고 있는 동안 체감상 팬도 많이 늘은 것 같고요, 얼마 전에 음원도 1위를 했고요.”
역주행하던 도웅의 자작곡은 기어이 음원 1위를 찍었다.
가왕 조훈기가 일주일간의 짧은 방송 활동을 끝으로 순위에서 내려가면서, 자연스레 도웅이 1위 자리를 이어받은 것이었다.
그래서 도웅은 지금 1위 후보로 음악 방송에 행차하는 중이었다.
도웅은 차트 안에 턱걸이로 들었던 수록곡이 혼자 힘으로 끈질기게 등반해,
사람들에게 이리도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오늘 꼭 좋은 결과 있을 겁니다.”
“고마워요, 형.”
이윽고 목적지에 도착한 도웅이 짙게 썬팅된 승합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꺄아!!!!!!!
-남도우웅!!!!!!!!!!
이전엔 인기 아이돌 그룹이 지나갈 때만 들을 수 있었던 커다란 데시벨의 함성이,
도웅을 향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