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s Playlist RAW novel - Chapter (164)
164화. 과연 어떤 느낌일까.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채아는 2년 전 도웅에게 M.A.X의 메인보컬 자리를 제안했었고, 보기 좋게 차였다.
그런데 하필 도웅의 컴백 날 M.A.X의 런칭이라니.
채아가 ‘아이고.’하며 머리를 짚었다.
도웅이 최소 며칠 먼저 컴백할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딱 날짜까지 겹칠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
채아가 정신이 번쩍 드는 듯 이번엔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그러더니 아까보다 조금 멀쩡해진 얼굴로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다음 주 화요일 맞아요?”
“네.”
도웅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M.A.X 프로젝트는 완벽에 완벽을 기해왔다.
도웅에게 거절당한 후로 메인 보컬이 성에 차지 않아 멤버를 더욱더 까다롭게 골랐다.
그 결과 드디어 마음에 드는 그룹이 완성됐고,
새벽에 노래를 틀어놓으면, 멤버들이 자다가도 벌떡 깨서 자신의 파트를 찾아갈 수 있을 정도로 훈련했다.
‘정점을 찍는 시기만 엇갈려면 그래도 각자 1위는 찍어볼 수 있는데.’
대중가요는 회전이 빠르기 때문에 빠듯하긴 해도 일주일 정도만 엇갈리면 각자 1위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 보았다.
하지만 티져 뿌리는 날짜, 거기다 컴백 날까지 같으면 대중의 관심이 분산될뿐더러 높은 확률로 계속 비슷한 선상에서 경쟁해야 했다.
채아는 M.A.X의 성적에 자신이 있었지만, 여러모로 도웅은 부딪쳐서 좋을 게 없는 상대였다.
그만큼 그는 많이 성장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컴백 날짜를 미리 흘릴 걸 그랬나?’
컴백 시기를 며칠 뒤로 미뤄볼까 하다가 생각을 관두었다.
미앤 엔터의 사장은 존경할만한 통찰력을 지닌 인물이지만 이상하게 미신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점쟁이한테 받은 날로 데뷔를 확정했으니, 변경은 불가하단 판단이었다.
‘으, 그 점쟁이 순 돌팔이네, 지금 보니까.’
도웅은 사적으로 너무 좋은, 뛰어난 후배.
하지만 공과 사는 분명히 달랐다.
“···.”
채아와 도웅.
둘 사이에 심각한 기류가 흐르니 ‘한짝해’ 멤버들은 조용히 고기만 질겅질겅 씹었다.
**
도웅은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다음날 일찍 매니지먼트 팀을 찾았지만 이미 직원들이 그 사실을 먼저 알고 경기하고 있는 상태였다.
왜냐하면 오전에 M.A.X의 티저가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으앗! 팀장님! 이 티저 보셨어요?”
“하···얘네. 왜 이렇게 갑자기.”
마우스를 딸깍이던 팀장이 답답함에 한숨을 푹 쉬었다.
대한민국 3대 소속사 미앤.
업계에서 미앤이 차기로 준비하는 보이그룹 M.A.X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데뷔 날짜만큼은 얘기가 달랐다.
근 1년간 소문만 무성할 뿐 정확한 건 아무것도 없어 컴백 시기는 예상치 못한 것이다.
이렇게 극비에 확 터트릴 줄이야.
3대 기획사 정도면, 연습생 때부터 팬덤을 보유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벌써 실검 상위권을 차지했음은 물론 대중들의 관심도 지대했다.
“두 시간 있다가 도웅 씨 티져 터트리려고 했는데. 이러면 날짜 조정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제 와서 어떻게 날짜를 조정하나.”
“그래도 서로 피해 보는 것보다는···.”
“일단 긴급회의 소집하지.”
가요계 큰 별들끼리 맞붙으면 보는 사람들이야 즐겁겠지만, 회사입장에서는 손해가 컸다.
가수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았고.
다른 때 나왔으면 1위를 했을 노래도, 만년 2위로 밀려 빛을 못 볼 수도 있는 거니까.
하지만 도웅의 생각은 달랐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온다 한들 피하기만 하면, 그다음 파도가 닥쳐왔을 땐?
더 높고 거친 파도가 밀려오면 그땐?
신인이라면 일단 배만 띄우자는 식으로 전략을 짤 순 있겠지만 지금의 도웅은 달랐다.
이제 어떤 파도가 닥쳐오더라도 견디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그런 시기가 되었다고 느꼈다.
‘그리고 지금이 아니면, 아마 MAX는 더욱 꺾기가 어려워질 거야.’
대형 기획사의 남자 아이돌이라고 지레 겁을 먹을 수도 있겠지만, MAX는 앞으로 더 거대해질 예정이니 반대로 말하면 지금이 가장 약할 때였다.
그러니까 돌파하려면 지금 해야 했다.
도웅은 회의에서 분명히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원래 계획한 날짜에 컴백하고, 정면돌파 하겠습니다.”
직원들은 움찔하면서도 도웅의 의견에 수긍했다.
누가 생각해도 이 배의 키는 도웅이 쥐고 있었으니까.
회의에 들어왔던 강태진이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그럼 예정대로, 한 시간 후에 티저 공개하는 거로 하겠습니다.”
**
그간 도웅이 걸어온 행보가 있던지라, 도웅의 티저가 공개된 직후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실시간 검색어 1위는 물론이고 각종 커뮤니티까지 도웅의 컴백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그래도 아직 데뷔 전인 M.A.X보단 우리 도웅 씨 화력이 더 센데요?”
따지자면 매우 비등한 수준의 화제성이었지만, 아직은 도웅이 조금 더 우세했다.
벌써 예고된 빅매치에 기자들이 냄새를 맡고 몰려들었다.
그들은 ‘피튀기는 라인업’, ‘별들의 전쟁’, ‘M.A.X vs 남도웅’ 따위의 자극적인 제목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대중들은 그저 흥밋거리로 기사를 지나쳤지만, 심각해진 것은 각 팬들이었다.
-와 씨;; 막강하다. 남도웅이랑 미앤 남돌이라니.
-M.A.X가 뜰까요?
ㄴ ㅇㅇ 미앤인데 뜨겠지.
ㄴ 뜰까요가 아니라 벌써 반응 장난 아닌 것 같은데.
ㄴ 얘들은 벌써 해외 팬까지 있음.
-왜 하필 같은 날 ㅜ 서로 마이너스 아닌가
ㄴ 말은 똑바로. 남도웅한테 마이너스.
ㄴ 뭔 솔? 남도웅이면 20대 남 솔로 탑이자늠
ㄴ ㅋㅋㅋㅋ 그래봤자 대형 남돌한테 안 되는 건 팩트임
-우리 오빠들 이제 데뷔하겠다는데 갑자기 남도웅 뿌리기 뭐임?;;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ㄴ 순서가 거꾸론데; 남도웅에 MAX를 뿌린 건 아니고?
ㄴ 그니까 굴러들어온 돌 주제에ㅋㅋㅋㅋㅋㅋ
ㄴ 그럼 박힌돌은 지금부터 빼내면 되겠네 ƪ( ˘ ⌣˘ )ʃ
ㄴ ㅂㅁㄱ 어그로한테 먹이를 주지 마세요. 저희 MINI는 절대 상대 가수를 비난하지 않습니다.
-초반엔 남도웅이 우세하다 뒤로 갈수록 MAX에 밀릴 것 같아.
ㄴ 나도 그렇게 봄.
ㄴ 아닌데 초반부터 M.A.X가 세상을 지배할 건데 ( ´ ▽ ` )ノ
ㄴ 우웩 초딩임?;;;
ㄴ 초딩이 뭐 어때서 너는 초딩인 적 없었냐?
도웅과 M.A.X의 팬들은 서로 견제하기 시작하더니 웹상에서의 갈등이 점점 심화되어갔다.
서로 무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지만 그게 결국은 두 가수를 라이벌로 인식한다는 뜻이었다.
지금의 화제성으로 보았을 때 도웅과 M.A.X 중에 1위가 나올 것은 분명한데, 과연 누가 1위를 차지할 것인지.
팬들 간의 팽팽한 자존심 싸움은 음원 차트의 뚜껑이 열릴 때까지 계속될성싶었다.
**
“아, 진짜 막강하긴 하네.”
“데뷔와 동시에 바로 1위를 뚫고 올라가 버리다니.”
도웅의 쇼케이스 날.
스태프들이 작은 소리로 소곤거리며 차트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몇 시간 전 쇼케이스가 끝난 M.A.X는 이미 차트 1위를 차지했다.
팬들의 화력도 강력했지만, 역시 대형 기획사의 남돌이라 그런지 대중의 관심도도 높았기 때문에.
중소돌인 사파이어가 얼마 전 각고의 노력 끝에 1위를 했던 것에 비하면 M.A.X는 너무 쉽게 1위를 차지한 것 같아 소위 현타가 오기도 했다.
그래도 이게 현실이니 어쩌겠는가.
“오늘 두 탕이라 바쁘다, 바빠.”
“그래도 둘 다 짭짤한 건수여서 놓치면 안 되지.”
“시간 안 겹친 게 어떻게 보면 땡큐야.”
M.A.X의 쇼케이스에 갔던 기자들이 그대로 도웅의 쇼케이스에 참석해 카메라를 세팅했다.
잠시 후 도웅이 무대에 올랐다.
M.A.X의 타이틀곡과 비교하기 위해 혈안이 됐던 기자들은, 서로 너무 다른 두 노래의 매력에 오히려 고개를 갸웃했다.
M.A.X는 각 잡힌 군무와 퍼포먼스, 그리고 탄탄한 보컬로 미앤 엔터의 저력을 보여주었다면,
도웅의 타이틀곡은 노래가 참 대중적이면서도 예술적인 경계에 있어 감탄을 자아내고 있었다.
이제 음악 자체에 독보적인 도웅만의 색깔이 생겼다고 할까.
“들어보면 감이 올 줄 알았는데, 어떻게 될지 더 모르겠다.”
“노래는 이쪽이 더 좋다고 봐요.”
그러다 피처링을 맡은 신세인의 등장으로 기자들이 한바탕 뒤집어졌다.
“신세인 이잖아, 신세인!”
“대박인데? 갑자기 정신이 확 드네.”
“지금 장면 녹화 잘 되고 있지?”
그들은 신세인의 음악에 향수가 있는 이들이라 달라진 그녀의 모습과 성숙해진 창법에 몹시 놀라워하며 연신 셔터를 눌렀다.
이런 화제성까지 생각하면 승부가 어떻게 될지는 더욱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아티스트로서 남도웅의 성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나머지 곡들까지 무대가 끝나고, 도웅은 의연하게 무대를 내려왔다.
‘휴, 끝났다.’
속으론 부담감이 상당한 상태였지만.
대기실로 돌아가니, 수고했다며 도웅을 반겨주면서 스태프들이 바쁘게 현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 근처에 맛집 예약해놨으니까, 다들 그쪽으로 이동합시다.”
강태진의 인솔하에 직원들이 음식점으로 이동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그는 경직된 직원들의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지금 가는 맛집이 얼마나 유명하고 맛있는 집인지에 관해 설명했다.
“고기도 정말 맛있지만, 이 집은 반찬이 정말 예술이라니까요. 정남 씨, 여기 내비게이션 찍어놓은 대로-.”
이윽고 차가 덜컹거리더니 비포장도로에 들어섰다.
어둠 속에 주황색 불빛을 받아 살짝 을씨년스러운 골목을 지나자 널찍한 2층짜리 건물이 나타났다.
‘이런 외진 곳에 있는 걸 보면 정말 맛집일 것 같은데?’ 하며 직원들이 은근히 기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렇게 구석진 곳에 있는 독채인데도, 문 앞에 사람이 바글바글 하다는 점이었다.
“와-. 사람 참 많습니다.”
“걱정 마요, 우린 따로 예약해놨으니까.”
심정남이 감탄했고 강태진이 일행들을 안심시켰다.
그러고는 태연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다리를 달달 떨면서 줄곧 손에 붙들고 있던 화면을 새로 고침 했다.
도웅은 판타스타가 가진 최고의 무기였으니, 그가 1위를 하느냐 마느냐는 그들의 자존심이자 앞으로의 운명이었다.
그 순간.
“줄, 줄 섰어요!”
강태진이 격양된 목소리로 말을 더듬었다.
그 덕에 일행들이 당황하며 고개를 돌렸다.
“맛집이니까 당연히 줄을 섰죠, 어차피 예약해 두셨다면서요?”
“아니, 그게 아니라!”
강태진이 손을 바들바들 떨며 화면을 들어 보였다.
그리고 그가 보여준 음원 차트에는, 도웅의 음원들이 빼곡히 상위권에 들어서 있었다.
한 화면에 보이는 것만 해도 네 곡정도.
“우왁!”
“대애박!!!!”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방방 뜨는 일행들에 비해 도웅은 애써 침착을 유지했다.
맛집이라는데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최고 성적 3위로 차트 진입했던 도웅의 타이틀 곡은, 그날 밤 1위를 뚫고 올라가 하마터면 강태진이 잔치 떡을 예약할 뻔했다.
하지만 M.A.X는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거의 한 시간 단위로 엎치락뒤치락하네.”
얄궂게도 실시간 차트는 시간마다 순위가 바뀌기 때문에 한 시간 단위로 도웅과 M.A.X가 1위를 두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그래서 대중들의 관심도 아주 뜨겁게 달아올랐다.
오묘한 긴장 속에 도웅과 M.A.X는 각각 음악방송에서 컴백, 데뷔 스페셜을 끝냈다.
-그럼 다음 주 뮤직타임은 하노이에서 하는 거지?
“네.”
-완전 기대된다~. 오랜만이야 베트남.
수화기 너머로 비행기 탈 생각에 들뜬 신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올해부터 뮤직타임은 해외에서 콘서트를 시도하기로 했다.
물론 녹화방송으로.
거의 콘서트 개념이라 그날 순위는 따로 책정하지 않으니, 아마 돌아온 직후의 음방에서 M.A.X와 도웅의 접전이 펼쳐질 것 같았다.
도웅은 그간 국내기반을 다지는데 바빠 해외 스케줄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해외에도 팬들이 있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는데,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라 살짝 긴장도 되었다.
“과연 어떤 느낌일까, 해외에서의 공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