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s Playlist RAW novel - Chapter (174)
174화. 최고의 이벤트가 될 것 같은 직감.
-한이경 씨! 다녀온 소감이 어떠십니까.
-여기 한 번만 봐주세요!
-같이 하면서 특별히 힘든 일은 없으셨습니까?
-남도우웅!!!
공항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각종 언론사의 취재진, 그리고 팬들이 한데 뒤섞여 멤버들의 시선을 한 번이라도 끌어보려고 아우성이었다.
도웅과 아인은 현역 아이돌 입장에서 어디를 가도 주목받는 터라 어느 정도는 사람이 모였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 일 줄은 몰랐어요.”
아인이 당황한 얼굴로 멤버들을 돌아보았다.
오비탁은 그저 허허 웃으며 더벅머리를 매만졌고.
“허허허허. 내가 또 언제 이런 관심을 받아보나.”
“아이, 이럴 줄 알았으면 옷이라도 갈아입고 나올걸.”
한이경은 프로답게 미소를 장착한 채로 복화술을 썼다.
오랜 비행으로 얼굴은 부었고 복장은 편안함 그 자체였지만 그래도 이렇게 돌아온다고 환영해주는 이들이 있으니 내심 기뻤다.
첫 방송을 탄 이후로 JBET가 장작을 참 잘 태웠다.
예를 들어 폭우 속에서 라이브 바 사장과 딜을 하는 장면,
마드리드에서 한이경 대신 불태웠던 도웅의 마지막 노래 등.
가장 궁금할 만한 장면을 홍보로 적당히 잘 던져서 대중들의 반응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런 큰 관심은 처음 받아보는 구은정 PD.
그녀는 여유롭게 찡긋 웃어 보였다.
“그간 엄청난 일들이 있었으니, 자세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해 주세요!”
**
‘씽 썸웨어’의 방송 여파는 갈수록 엄청났다.
두 번째 방송부터 시청률이 10%를 훌쩍 넘었으니까.
부쩍 어르신들도 많이 알아보시고 어디를 가나 조금 대우가 달라졌다고 해야 하나?
살짝 국뽕이 가미된 프로그램이라서 그런 것도 같았다.
원래 예능에 잠깐 나와 눈도장을 찍어도 몸값이 달라지는 이 바닥인데, 이미 주목을 받고 있는 ‘씽 썸웨어는’ 앞으로도 8주에 더 걸쳐 방송 예정이었으니 여파는 더 커질 예정이었다.
“이거 더 먹어. 응?”
“노래 잘해서 아주 예뻐.”
방금도 국밥집에서 수육을 서비스로 주셨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그간 밀려있던 스케줄 때문에 정신이 없다가, 한숨 돌릴 즈음.
간만에 판타스타의 직원회의에 참석했다.
이젠 골라서 해야 할 정도로 일이 쏟아져 들어왔다.
“도웅 씨 해외 나가 있는 동안 의뢰 들어온 방송, 광고 리스트입니다. 그리고 이건, 이번에 들어가는 드라마에서 무려 주연 오디션 제안이 왔어요, 하하. 그리고 가수들이 개인적으로 작곡 의뢰를···.”
어린 나이, 뛰어난 재능.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음악적 커리어.
계속해서 지속되는 화제성.
모두가 남도웅을 나타내는 말들이었다.
방송, 음악, 연기, 광고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이 남도웅이라는 브랜드와 함께 일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굵직하면서도 하고 싶은 것 위주로 이제 스케줄을 ‘선택’할 수 있는 위치가 됐다.
그런데 여타 스케줄 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 있었다.
“이제 연말 콘서트를 바짝 준비해야겠네요.”
“그렇죠. 총력을 다 해야죠.”
“그런데 체조 경기장··· 정말 괜찮은 거겠죠?”
도웅의 첫 단독 콘서트는 수용인원 만오천 명에 이르는 체조 경기장에서 예정되어있었다.
규모가 너무 크다 보니 문득 걱정이 앞선 것이었다.
판타스타에서 너무 무리해서 잡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
“너무 좌석이 많다 보니까 조금 걱정이 돼서요.”
하지만 마냥 도웅이 예쁘다고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 게 기획사였다.
이 일의 진행을 맡은 이나래 과장 역시 도웅의 팬이라고 해서 사심만으로 무모한 일을 벌이는 바보는 아니었다.
“팬 미팅 때 양일 총 사천 석 매진, 뮤지컬도 전석 매진이었죠. 무엇보다 현재 도웅 씨 팬클럽 규모 추산해서 결정한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어서 이나래 과장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도웅 씨는 대중적 인기도 높아서 아마 일반분들도 많이 오실 거예요.”
데이터를 가지고 설명해주니 조금 안심은 되었지만, 자신의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일 만 오천 명을 상상하니 눈앞이 아찔해졌다.
조금 비현실적인 꿈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그때 이나래 과장이 콘서트 진행 상황을 정리한 자료를 내밀며 말했다.
“그리고 공연 규모가 조금 크니까, 초대 가수가 몇 분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누굴 섭외하는 게 좋을까요?”
볼거리가 다채로워야 공연을 찾은 보람도 있는 법.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도웅이 자신 있게 미소를 내비쳤다.
**
도레미 1기 회원인 도도.
그녀는 요새 도웅의 팬으로서 자랑스럽고 살맛이 났다.
자신이 덕질하던 가수가 본업을 너무 잘해서 연일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니.
예전에 도웅을 견제하고 물어뜯던 타 팬 사이에도 ‘실력으론 까면 안 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실드를 치느라 쓸데없는 감정소비를 할 이유도 없어졌다.
“히히, 역시 우리 도웅이라니까.”
그녀는 ‘씽 썸웨어’에서 도웅이 나오는 장면을 계속 돌려보며 즐거워했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있기를 잠깐, 시간을 확인한 그녀는 경기를 일으키며 남동생에게 전화했다.
그녀가 내뱉은 첫 마디는 보통의 남매 사이에 가장 많이 쓰는 단어였다.
“야.”
-아 왜.
아직 대학생인 남동생의 목소리에서 짜증이 묻어났다.
“너 잊지 말고 티켓팅 꼭 해라.”
-알겠다고 몇 번을 말해?
“성공하면 용돈 10만 원 줄 테니까.”
-넵, 누님!
칼 같은 남동생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안심하고 전화를 끊었다.
오늘은 그녀 일생일대의 가장 중요한 날.
도웅의 콘서트 티켓이 오픈하는 날이었다.
단독 콘서트는 처음인 데다 정말 초인기 가수만 설 수 있다는 체조 경기장에서 하는 내 본진의 공연이라니.
상상만으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거길 내가 못 가면 말이 안 되지.”
지금 이십만이 넘는 도레미 회원들은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중이었으며, 단톡방은 태풍 전야처럼 고요했다.
본격 카운트 다운에 들어갈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나래 과장님은 직원이라 따로 티켓팅 안 해도 되겠지···? 조금 부럽다.”
그녀는 같은 도레미 회원이자 판타스타의 직원인 이나래 과장을 떠올리다 이내 잡생각은 모두 지워버렸다.
“5, 4, 3, 2, 1!!!!!”
타타타타타탁.
미친 듯이 마우스를 연타해서 티켓팅 페이지를 새로고침하고 티켓 구매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뭐?! 대기 순서 삼만이천이라고?!”
그녀는 실패를 맞닥뜨리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남동생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야, 어떻게 됐어!”
-···누님 저는 열심히 했는데 인터넷이 참 느리네요.
“아오!!”
-그럼 성의를 봐서라도 어떻게 3만 원만이라도···.
뚝.
도도는 분노하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지난 팬 미팅, 그리고 뮤지컬 즈음을 기점으로 해서 팬덤이 체감될 정도로 커졌다.
이후로 대형돌인 M.A.X를 누르고 음악방송의 1위를 휩쓸고.
사파이어 프로듀싱 등 작곡가로서의 성공.
게다가 예능 최고가를 찍고 있는 ‘씽 썸웨어’의 하드케리까지.
도웅의 인기가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은 건 알고 있었지만 콘서트에 못 가는 건 도도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그렇게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데, 다시 휴대폰이 지잉-지잉 울렸다.
동생이 또 용돈 타령을 하나 싶어 인상을 확 찡그렸는데 화면에 떠 있는 반가운 이름.
“네! 이나래 과장님. 무슨 일이세요?”
-도도 님.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다른 게 아니라 이번 도웅이 콘서트에도 굿즈 관련해서 부탁을 드리려고요.
“아!”
지난 팬 미팅때 도도가 제작했던 굿즈를 이번에도 판매하고 싶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이나래 과장이 물었다.
-혹시 티켓팅 성공하셨어요?
“···아니요, 흑.”
-그럼 걱정 마세요. 초대권 보내드릴 테니까.
“네에에엑?!”
-굿즈에 큰 역할을 해주시는데 그 정도는 해드려야죠.
도도는 힘이 풀려 통화를 마치자마자 책상에 풀썩 엎어졌다.
“으아아아아아, 감사합니다!!”
이번 굿즈도 정말 깔쌈하게 만들어주겠다고 다짐하며, 도도는 엎어진 채로 빙구같이 히죽 웃었다.
**
도웅은 바쁜 스케줄 중에서도 콘서트 준비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
오직 자신만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관객들이었으니,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준비하고 싶었다.
그렇게 성큼 다가온 공연 날.
도웅은 이른 아침 체조 경기장에 도착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진짜 넓긴 넓지 말입니다.”
심정남이 이미 세팅된 무대와 만 오천 개의 좌석을 휘휘 둘러보며 감탄했다.
잠시 후면 도웅을 보기 위해 오는 이들로 이곳이 꽉 찰 예정이었으니, 옆에 선 도웅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리허설을 맞춰보고, 직원들이 더욱 바빠지기 시작하는 시점.
도웅이 직접 연락을 돌린 초대가수들이 속속 등장했다.
그리고 잠시 후 강태진과 여명, 그리고 신세인이 간식류를 잔뜩 들고 응원차 대기실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하하. 다들 이것 좀 드시면서 하세요.”
“우와, 거의 연말 시상식 같으네.”
도웅의 현수막이 커다랗게 걸린 바깥에는 이제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관객 중에는 도웅이 잊지 않고 초대장을 보내서 온 이들도 있었다.
고등학교 동창들, 스페셜K스타의 동료들, 뮤지컬 식구들, 그리고 사모임 ‘한짝해’ 멤버들까지.
“와, 사람 지인짜 많다.”
“저기 도웅이 사진 걸린 거 봐, 크으.”
도웅의 어머니는 일찌감치 가장 좋은 자리에서 관객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무대를 둘러싼 수많은 좌석이 사람으로 빽빽 둘러싸일 즈음.
정면, 그리고 양쪽에 놓인 커다란 전광판에 도웅의 얼굴이 떠올랐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도웅입니다.”
-꺄아아아아아.
장내가 떠나가라 울리는 팬들의 비명과 담백한 도웅의 인사로 첫 콘서트의 막이 올랐다.
**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오직 나를 바라보는 느낌.
그건 마치 수백의 조명이 도웅만을 비추는 그런 느낌이었다.
도웅은 홀로 커다란 무대를 가득 채우며 때로는 서정적으로, 때로는 파워풀한 댄스까지 곁들여서 지금까지의 히트곡을 선보였다.
스페셜K스타의 우승부터 시작해서 총 4집의 앨범.
거기다 OST 수록곡과 도웅의 편곡으로 더 유명세를 탔던 몇 곡들까지.
팬들이 한마음으로 응원봉을 흔들며 함께 떼창했다.
노래가 바뀔 때마다 순식간에 변화하는 응원봉의 색깔은, 멀리서 보기에 마치 우주에 떠 있는 듯한 장관을 연출했다.
“도웅이 진짜 CD 씹어먹었나 봐.”
“나는 라이브가 더 좋은데?”
“너무 좋아서 눈물 날 것 같아.”
지금의 도웅이 있도록 만들어준 고마운 사람들이 울다가 웃다가 하면서 함께 이 시간을 나누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공연이 진행되었을 즈음.
방금 부르던 노래가 끝나고 도웅이 낮은 음성으로 팬들을 향해 말했다.
“제게는 여러분이 가장 큰 힘입니다.”
-꺄아아아아!
“동시에 가수 남도웅이 있기까지 도움을 주셨던 많은 분이 더 계신데요, 오늘 축하해주시기 위해 이 자리에 흔쾌히 와주셨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너무 많이 와서 걱정이긴 해요.”
-하하하하하.
관객들이 곤란해하는 도웅의 표정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첫 번째 손님은 락 페스티벌에서 인연이 되었던 분들입니다, 밴드 뮤타 나와주세요.”
“워후, 남도우웅!! 우리가 왔따아!”
뮤타가 도웅이 작곡해준 곡을 가지고 축하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그들은 현재 인디밴드 출신 중에 가장 잘나가는 그룹으로 각종 페스티벌을 휩쓸고 있었다.
그다음 가수는 도웅의 프로듀싱한 사파이어 멤버들이었는데, 그들은 도웅이 키운 느낌이 많이 나서, 이렇게 당당히 축하 무대에 서는 것 자체로 뭔가 대견했다.
그다음으로 래퍼 엠파이렛이, 마지막으로 대선배 조훈기가 도웅이 편곡했던 곡으로 축하 무대를 멋지게 마무리해 주었다.
“걸그룹에 밴드, 힙합까지 무슨 연말 시상식 같다.”
“내가 가본 공연 중에 제일 알차!”
이후로 이어서 2부가 시작되었고, 한 시간 동안 도웅은 열과 성을 다하여 팬들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노래했다.
지금까지 가수 남도웅이 걸어온 길, 만난 사람들, 불러온 노래들.
그 모든 것을 소중한 사람들을 앞에 두고 총 결산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챠라라라랑
노래가 끝날 때마다 하늘로 치솟는 수많은 별.
하지만 눈앞에 떠오르는 퍼센트와 숫자보다는, 팬들과 노래로 소통하는 이 순간이 마냥 행복했다.
-앵콜! 앵콜! 앵콜! 앵콜!
그렇게 모든 노래가 끝나고 팬들이 앵콜에 앵앵콜을 목놓아 외칠 때.
“이제 정말 마지막 무대입니다.”
-네에!
“이번 곡은 오늘을 위해서 제가 새로 만든 곡인데요. 무대를 도와주실 특별한 분들을 모셨습니다.”
‘새로운 곡을 만들었다고?’
‘이번엔 누가 나오려나?’
팬들이 웅성거리머 목을 빼고 기다렸다.
이윽고 뒤에서부터 자박자박 다가오는 세 사람의 실루엣.
“썸띵 밴드입니다.”
도웅과 가족 같은 케미를 보여주고 있어서, 가장 실제로 보고 싶었던 조합.
가장 화제성 짙은 음악의 천재들.
모두가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가장 큰소리로 함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악!!
왠지 이 무대가 오늘 최고의 이벤트가 될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