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s Playlist RAW novel - Chapter (175)
175화. 가장 빛나는 별. [완결]
콘서트를 앞둔 며칠 전.
도웅은 노래들을 쭉 연습하다 보니 지난날들이 절로 되새겨졌다.
그리고 문득 감사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 그리고 누구보다 팬들에게.
아무리 열심히 했다고 한들 팬들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 가수 남도웅.
“···!”
악상이 떠오른 것은 그때였다.
도웅은 재빨리 작업실로 올라가 손끝에 주체할 수 없는 영감을 멜로디 속에 담아 넣었다.
그렇게 완성한 곡을 앵콜 곡으로 들고나왔다.
팬들이 보고 싶어 하던 썸띵밴드 멤버들과 함께.
“그럼 마지막 곡 들려드리겠습니다. 제목은 ‘별을 닮아’입니다.”
구구절절 당신들을 생각하며 만든 노래라고 설명하지 않았다.
그냥 노래로 듣고, 마음으로 느껴주었으면 해서.
썸띵 밴드 멤버들이 스페인에서 그러했듯, 눈짓으로 신호를 주고받고 연주를 시작했다.
오비탁이 카혼으로 만드는 리듬.
그 위에 올라가는 도웅의 피아노 반주.
그리고 아인의 감각적인 기타연주까지.
파스텔톤 같이 잔잔하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이윽고 도웅이 진심을 담아 조곤조곤 노래했다.
마치 눈앞의 누군가에게 얘기하듯이.
풀어헤친 솜사탕처럼 무해하고 포근한 목소리,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표현력.
관객들은 도웅 특유의 표현력과 감성에 다시 한번 감탄하며, 가사를 잘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다.
아무것도 아닌 내가, 빛나는 네 곁에 있으면 별처럼 느껴진다는 내용의 곡이었다.
가사를 곱씹던 팬들은 금세 알아챘다.
콘서트의 앵콜 곡으로 처음 선보이는 이 노래가 누굴 위한 것인지.
유난히 팬들을 소중하게 바라보며 노래하는 도웅 덕에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거 지금 우리한테 하는 얘기 같지?”
“맞는 것 같아.”
“어쩜···.”
팬질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현타가 오는 때가 있었다.
연예인이 더 잘나갈수록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기분.
하지만 지금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빛나는 별이,
자신이 빛나는 이유가 전부 그대들 덕분이노라 말하고 있었다.
그가 가장 잘하는 음악으로 팬들에게 전하는 진심이었다.
“···.”
“흐흐흑.”
가사를 곱씹던 팬들은 응원봉을 열심히 휘두르다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자신들을 알아주는 도웅이 고마워서.
그리고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의 팬이라는 사실이 좋아서.
그리고 같은 가수를 좋아하는 그들 사이에, 감정은 빠르게 전염되어 객석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오늘 정말 멋졌던 콘서트의 마지막 곡이라, 감정이 더욱 격해졌다.
이윽고 한이경의 멋진 코러스로 노래가 끝났다.
그런데 어째선지 응원봉만 반짝일 뿐 팬들의 반응이 없어 보였다.
“···!”
그러다 도웅이 뭔가를 눈치채고 마이크를 빼 들었다.
“여러분 왜 울어요. 여러분들 기쁘게 해주려고 만든 곡인데.”
도웅이 걱정하는 듯 하자 여기저기서 울음을 꾹 참고 외쳐보는 팬들.
-좋아서요!
-노래 고마워요!!!
그제야 안심하고 미소짓는 도웅의 얼굴이 커다란 전광판에 떠올랐다.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 속에 오늘의 안녕을 외치려던 순간이었다.
-챠라라라라랑
어느 때보다도 찬란한 빛을 내뿜으며, 만 오천 팬들의 머리 위로 노란 별이 솟아올랐다.
도웅은 그 장관을 바라보며 순간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언제쯤 또 이렇게 많은 별과 만날 수 있을까?’
꾸준히 좋은 음악을 해서,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이들을 만나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었다.
그때 공연장의 한 가운데 커다란 숫자가 떠올랐다.
늘 그렇듯 게임 점수판처럼 또르르 올라가는 숫자.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숫자보다는 팬들의 모습을 더 눈에 담고 싶었다.
그렇게 찬찬히 관객석을 둘러보던 도웅은, 어느 순간 이상함을 느끼고 다시 고개를 위로 들었다.
그리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
[Congratulation!] [완료율 100% 달성!]100퍼센트.
바로 그 숫자가 떠올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웅이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때,
숫자만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더니 이내 폭죽처럼 팡! 하고 터져 사방으로 알알이 흩어져 내렸다.
도웅의 눈에만 보이는 오색의 꽃가루와 함께.
‘그렇다는 건···!’
이 공간에 함께 있는 모든 이가, 도웅의 노래로 무언가를 느꼈다는 것을 뜻했다.
팬들, 스태프들, 거기다 함께 노래한 썸띵밴드 멤버들까지.
메가플레이의 미션 같은 걸 다 떠나서.
가수로서 이보다 짜릿한 순간이 있을까?
도웅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몰아쳐,
되려 온몸에 힘이 쭉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
화려했던 콘서트가 막을 내리고 간단하게 뒤풀이도 하고.
새벽 즈음에나 집에 도착한 도웅은 풀썩 침대에 누웠다.
웬만해선 피곤을 느끼지 않는 도웅이었지만 아주 큰 행사가 지나간지라 오늘만큼은 몸이 노곤했다.
그래도 바로 자지 않고 반쯤 풀린 눈으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도웅은 잔뜩 와있는 지인들의 톡을 뒤로 하고 메가플레이 어플부터 눌렀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홈 탭에 있던 [남도웅]이란 제목의 영상.
그걸 완료했으니 다음 영상이 나오려나?
아니면 이 불안한 예감처럼 이제 모든 게 끝···?
영상의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은 데다 이번 미션도 평소와 달랐으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그런데 막상 메가플레이가 끝난다고 상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도웅은 메가플레이와 함께 성장했고, 여기까지 왔으니까.
“.···”
도웅은 곧바로 홈 탭을 확인했다.
[남도웅]이란 영상의 썸네일은 콘서트에서의 마지막 무대로 바뀌어있다.그 아래 타임라인 바에 쓰여있는 100이란 숫자.
심각했던 도웅의 얼굴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행복한 얼굴로 노래하는 자기 자신과 그런 도웅을 바라보는 팬들 덕분에.
영상을 재생하자 아까 느꼈던 몽글몽글한 감정이 다시 맺혔다.
언제든 도웅의 음악 인생에 권태가 다가왔을 때, 이 영상 하나면 뭐든 치료가 될 것 같은 그런 느낌.
“짜식, 많이 컸네.”
도웅은 영상 속 노래하는 자신의 모습이 꽤 마음에 들어 농담을 던졌다.
화면에 뭔가 떠오른 것은 그때쯤이었다.
[ 메가플레이 프리미엄. ] [ 최종 자격을 검토합니다. ]**
며칠째 메가플레이 화면에는 같은 문장이 떠 있었다.
[ ···자격을 검토 중입니다. ]최종 자격이란 게 뭘까?
도웅은 어렴풋이 메가플레이의 끝을 짐작했다가 머리를 털어버렸다.
그때 앞에 있던 스타일리스트가 보타이의 모양을 바로잡아주며 말했다.
“어우, 도웅 씨 정장도 너무 잘 어울린다.”
“선배님 진짜 멋있으세요!”
마찬가지로 격식 있게 차려입은 사파이어 멤버들이 옆에서 호들갑을 떨었다.
“도웅 선배님이랑 같이 골든뮤직 어워즈에 가다니.”
“이거 꿈은 아니겠지? 은율 언니, 내 팔 좀 꼬집어 봐아악!!”
곧장 꼬집힘 당한 막내 로다가 팔뚝을 싹싹 문질렀다.
골든뮤직 어워즈는 특이하게도 애초부터 수상자만 초대해서 식을 진행했다.
그러니 그곳에 초대받은 도웅과 사파이어는, 최소한 무슨 상이든 받는다는 이야기였다.
정말 한 해를 빛낸 가수만 소수로 초대받는 자리.
그곳에 가는 것만 해도 사파이어는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우리는 아마 신인상이겠지?”
“그럴 것 같은데? 그럼 도웅 선배님은···!”
자연스레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도웅을 돌아보았다.
다들 기대에 찬 눈빛.
하지만 정확히 ‘어떤 상’이란 말은 꺼내지 않았다.
너무 큰 부담이 될 수도 있으니까.
레드카펫이 쭉 펼쳐진 시상식장 앞.
도웅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양옆으로 수많은 취재진이 경쟁적으로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도웅 씨, 오늘 기분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오늘 무슨 상을 받을 것 같으세요?”
“도웅 씨, 여기요! 연예티비!”
도웅은 번갈아 양쪽에 손을 흔들어주고 정면의 포토월로 향했다.
그리고 머릿속까지 새하얘지는 플래시 세례를 간신히 버텨내고 시상식장 안으로 들어왔다.
“남도웅 선배님, 안녕하세요.”
서로 인사 나누기에 정신이 없는 가수들은 정말이지 모두 쟁쟁한 이들이었다.
활동 기간이 겹치지 않았어도, 얼굴도, 이름도, 노래도 전부 아는 이들.
그런 이들이 도웅을 흘끗흘끗 쳐다보는 게 느껴졌지만, 도웅은 살짝 멋쩍은 데가 있어 애써 정면을 응시했다.
진행을 맡은 남녀 배우의 멘트에 맞춰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멋진 배우들이 나와 시상자를 호명하면, 호명된 가수가 감사 인사를 하고 무대를 꾸미는 식으로 순서가 진행됐다.
“올해의 신인상, 사파이어 축하합니다.”
신인상에 호명된 건 총 두 팀이었다.
사파이어는 그간 후속곡까지 음악방송에서 1위를 해봤던 보람이 있는지, 다행히 울음을 꾹 참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
도웅의 눈에는 그게 보여서 살짝 웃음이 터졌다.
“···다 너무 감사드리고 마지막으로 저희 프로듀서, 이제는 말할 수 있는 남도웅 선배님! 정말정말 감사드립니다!”
마은율이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전한 뒤, 감정을 추스르고 무대를 잘 끝내고 내려왔다.
자리로 돌아온 사파이어 멤버들은 도웅을 보자마자 또 눈물을 터트릴 뻔했지만, 커다란 카메라가 정면으로 찍고 있는 통에 가까스로 참아냈다.
이후로 올해를 빛낸 가수들에 대한 본상 시상이 이루어졌다.
도웅도 한 차례 본상을 시상하고 무대를 끝낸 후 자리로 돌아왔다.
‘내가 이런 쟁쟁한 가수들과 함께 본상을 받다니.’
그것만으로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본상을 받은 팀은 총 열 팀.
그들 중 한 팀에게 대상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도웅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다른 가수들은 인기 절정 대형돌인 슈퍼나인과 도웅을 대상 후보라고 생각했다.
객석의 응원봉만 봐도 그 둘의 팬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니까.
“대상 시상은 뮤지컬 무대와 영화 스크린을 넘나드는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임현백 선생님께서 시상해주시겠습니다.”
마지막 시상자로 나온 배우는 도웅과 뮤지컬을 함께했던 원로 배우 임현백이었다.
도웅은 연락도 않고 오신 선배님의 등장이 반가워 허리를 바로 세웠다.
그는 평소와 달리 진중하게 귀한 멘트를 읊어주다가,
비로소 손에 들고 있던 봉투에서 대상자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꺼내 들었다.
배우답게 결과를 예상할 수 없는 그의 포커페이스.
본상을 받은 가수들이 혹시 모르니 바짝 긴장한 가운데,
임현백이 가수들이 앉은 쪽으로 몸을 틀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올 한 해 대중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음원 부문 대상은.”
슈퍼나인일까? 아니면 남도웅일까.
그의 시선이 묘하게 그 둘 사이에 머물렀다.
임현백은 살짝 뜸을 들이더니 결국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저 역시 몹시 사랑하는 가수죠. 남도웅 씨입니다.”
순간 어디선가 폭죽이 요란하게 터지더니 관객들의 함성이 고막을 찔렀다.
도웅은 온몸에 전기가 관통하는 느낌과 함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수많은 카메라가 그를 조명했고, 주변에 앉아있던 가수들이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사파이어는 거기서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트렸다.
“축하드립니다! 남도웅 씨는 독보적인 남성 솔로 가수로서 뛰어난 재능을 보유한 아티스트인데요, 올 한 해 도웅 씨가 작곡한 곡이 아주 큰 사랑을···.”
사회자의 축하 멘트에 이끌려 구름을 밟듯이 다시 무대 앞으로 나갔다.
임현백에게 가벼운 포옹을 받고, 묵직한 대상 트로피를 손에 쥐고.
도웅은 그를 축하하는 모든 시선 앞에서 떨리는 입을 뗐다.
“안녕하세요, 남도웅입니다.”
그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터질듯한 마음을 가다듬었다.
“데뷔하고 처음 와본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먼저 올 한 해 제 음악을 사랑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특히 우리 도레미!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저희 어머니, 판타스타 식구들, 강태진 대표님, 신세인 선배님, 정남이 형. 감사드릴 분들이 너무나 많은데요. 앞으로 오래도록 좋은 음악하면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동료 가수들에게, 그리고 함께 온 직원들에게 도웅은 진탕 축하를 받았다.
특히 매니저 심정남은 커다란 덩치로 사파이어 멤버들과 함께 눈물을 훔쳐서 주변의 웃음을 자아냈다.
다음날 판타스타에 가니 로비가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도웅이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너스레를 떠는 여명.
“대상 가수 오셨습니까?”
“더 공손히, 자식아.”
여명이 고개를 꾸벅 숙이자 강태진이 더 공손히 인사하라며 그의 머리를 꾹 눌렀다.
그러고는 바로 환하게 표정을 바꾼 강태진이 도웅에게 말했다.
“소소하게 축하 파티는 해야지 싶어서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전혀 소소하지 않았다.
고급스러운 케이터링에 번쩍번쩍한 데코레이션, 그리고 팔불출티가 나는 현수막의 문구까지.
“도웅 씨, 축하해요!”
그렇게 이나래 과장, 그리고 나머지 직원들의 축하를 받고는 기분 좋게 회의에 참석했다.
대상을 받은 다음 날 무슨 회의냐 싶겠지만.
“내년 계획을 알차게 짜야죠.”
“역시 대상 가수다워요. 도웅 씨는 내년에 어떤 활동을 주로 하고 싶으세요?”
회의에 참여한 매니지먼트 팀장이 물었다.
도웅의 내년 스케줄 방향성을 정하기 위해서였다.
도웅은 근래 줄곧 생각해오던 것을 입 밖으로 꺼냈다.
“내년에는 최대한 많은 팬들을 만나고 싶어요.”
“콘서트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지금까지 궤도에 올라서느라 바빴다면.
무대에서 노래하고.
음악으로 더 많은 팬과 만나고.
앞으로는 더욱 음악에 집중하고 소통하는 활동을 하고싶었다.
강태진이 노트에 뭔가를 끄적이더니 말했다.
“그럼 내년에 도웅 씨 전국 투어 콘서트를 하는 거로 하죠. 반응이 있는 해외 몇 군데도 추가해서.”
직원들이 살짝 놀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국 투어 콘서트라고 하면 회사 차원에서 엄청난 인력 투입과 예산이 필요했으니까.
하지만 그 대상이 도웅이라면 수긍할만했다.
온종일 싱글벙글한 이나래 과장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내년에 판타스타의 운명은 도웅 씨한테 걸려있는 거네요.”
“무슨 소리야, 나래 과장.”
그 옆에 있던 홍보팀장이 정색하고 말했다.
“판타스타의 미래는 애저녁부터 도웅 씨한테 걸려 있었어.”
“그런가요?”
하하하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직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대상 이후의 첫 스케줄을 위해 이동하는 길.
심정남이 콧노래를 부르며 운전을 하다 백미러로 뒤를 흘끗 보았다.
“이제 전국 투어 콘서트 하려면 더 바빠지겠지 말입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래도 저는 도웅 씨와 함께라면 어디라도 좋습니다.”
너스레를 떠는 심정남의 뒤통수가 오늘따라 신나 보였다.
“아무튼 지금까지 고생하셨으니 그 전에 휴가라도 다녀오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가 조금은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도무지 도웅이 쉬는 모습을 못 본 지 오래여서.
도웅이 지금까지 고생한 것은 맞았다.
그간 열심히 노력한 결과로 이만큼 궤도에 올랐으니까.
하지만.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죠.”
세상은 넓었고, 아직 그의 음악을 들려줄 사람들은 너무나 많았다.
도웅은 하고 싶은 음악과 이루고 싶은 목표가 아직 수만가지였다.
도웅은 까맣게 물들어있는 휴대폰 화면을 응시했다.
‘그래, 메가플레이가 끝나던지 말던지. 나는 해온 대로 내 음악을 할 거야.’
이젠 메가플레가 없어도 사실 상관은 없었다.
그냥 아쉽고 섭섭할 뿐.
며칠째 응답이 없던 화면에 알람이 뜬 것은 바로 그때였다.
[ 남도웅 님 축하합니다. ] [ 최종 자격이 승인되었습니다. ]‘···!’
[ 지금 바로 업데이트하고 새로운 기능을 확인해 보세요. ]‘끝이 아니었어.’
도웅은 화면을 확인하고 씩 웃었다.
그리고 새로이 무언가 시작될 것 같은 예감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마치 그가 회귀 후 처음 메가플레이를 만났을 때처럼.
“어쩌면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겠어요.”
어떤 목표가 됐든.
목적지가 어디든.
메가플레이가 있다면 더 빠르게 그곳에 닿을 수 있을 테니까.
[ 메가플레이 프리미엄 업데이트 완료. ] [ 남도웅 님 감사합니다. ] [ 메가플레이는 앞으로도 당신의 꿈을 응원하겠습니다. ]어딘가 조금 공손해진 메가플레이와 함께,
도웅의 새로운 여정이 다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