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s Playlist RAW novel - Chapter (20)
020. 절대로 놓칠 수 없어.
엄청난 참여 인원과 화제성으로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스페셜K스타 2.
우승자는 물론이고 TOP10 후보들까지 한동안 화제를 몰고 다닐 만큼 파급력이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스페셜K스타 2가 화제성이 높았던 이유는.
“우승자 혜택이 어마어마하지.”
우승상금 3억, 자동차는 옵션.
게다가 심사위원으로 나오는 3개의 기획사.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그곳들을 골라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지망생으로서는 최고의 조건이자 스타트 라인이었다.
“알고도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면 안 되지.”
도웅은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도웅은 금요일 밤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스페셜K스타 본방 사수를 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음악, 열정. 그에 대한 불씨가 생긴 것은 이때부터인지도 몰랐다.
-당신의 특별한 꿈을 찾아서! 스페셜K스타!
도웅은 스페셜K스타 인트로로 들어가는 성우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다.
참가자들의 절실함과 절절한 사연은 그들을 응원하게 만들었고,
음악을 위한 땀과 눈물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자아냈다.
“그러고 보니 1등이···.”
시즌 2의 우승자는 삼십 대의 피자집 배달부.
거친 삶 속에 음악을 꿈꿔온,
지난날의 도웅과 비슷한 처지였던 인물이었다.
그가 모든 미션과 고난을 헤쳐나가며 1등을 거머쥐는 순간에,
시청자들은 감동했고 전율했다.
스페셜K스타 시즌 2는 그의 인생 역전 스토리 그 자체였다.
“그래, 내 인생도 이제 역전할 때가 됐어.”
아직은 고작 두 개의 재능뿐이었지만,
성장해 나가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일 수 있는 최적의 조건.
꼭 우승을 노리는 것이 아니더라도,
도웅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을 더욱 빠르게 성장하도록 몰아붙이고 싶었다.
도웅은 시청자 입장에서 동경하기만 했던 그 현장 속으로 뛰어들기로 마음먹었다.
타다다다닥.
도웅은 망설임 없이 키보드를 두들겨 메일을 적어 내려갔다.
그러자 곧장 담당 작가에게서 본인의 휴대폰 번호를 적은 답장이 돌아왔다.
-뚜르르르르
한참 동안 신호음이 흐르고.
-여보세요?
휴대폰 너머로 젊은 여성의 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방금 메일 드렸던 한제 고등학교 남도웅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스페셜K스타의 작가 김미진입니다.
남도웅이라는 이름에 그녀의 목소리가 한층 밝아졌다.
김 작가는 그 와중에 자리를 이동한 듯 잡음이 들려오던 휴대폰 너머의 소리가 조용해졌다.
그제서야 그녀가 연락한 취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희가 이번에 스페셜K스타 시즌 2를 기획하고 있어요.
“네, 작년에 스페셜K스타 재미있게 봤어요.”
실은 본지가 10년은 넘었지만 다년간의 사회생활로 자연스레 튀어나간 립 서비스였다.
-어머나! 그러시구나.
하지만 그 덕에 작가의 목소리가 더욱 밝아졌다.
-SNS의 영상을 보고 정말 인상이 깊어서 오디션에 참가해보시는 게 어떨까, 메일 주소를 남겼어요. 두 분이 노래를 정말 잘 하시더라고요.
“저만 참가를 하려고 하는데 상관없나요?”
도웅이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묻자 김 작가가 잠시 뜸을 들였다.
먼저 제안을 해놓고 안 된다고 하는 것도 상황이 이상하긴 했다.
-기왕이면 두 분이 같이 나오시는 게 그림이 좋을 것 같긴 한데···
김 작가는 말끝을 흐렸다.
-그런데 남도웅 씨만 보러 오셔도 상관없어요.
그리고 조금 텐션이 죽은 어투로 말했다.
아무래도 방송사 입장에서는 은율의 캐릭터를 좀 더 원한 것 같았다.
‘뭐 상관은 없지. 내가 가서 잘 하면 되는 거니까.’
-1차 예선은 건너뛰고 바로 2차 예선으로 와주시면 돼요.
이후로 도웅은 몇 가지 안내사항을 전달받고 통화를 종료했다.
이제 막 ARS 1차 예선 참가자들을 모집하기 시작한 시기.
한 달 정도 후 2차 예선 날짜가 잡히면 연락을 주기로 했다.
준비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
강남의 어느 한적한 카페 안.
강태진은 어느 여성과 한창 대화 중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 비즈니스적인 내용들이 오갔다.
“대표님, 말씀드린 건 생각해 보셨어요?”
“글쎄요. 오디션 심사위원이라···.”
“여기 저희 작년 시즌 1 시청률 분석 표랑 시즌 2 기획안이에요.”
앞에 앉아있는 스페셜K스타의 메인 작가.
베이지색 롱코트에 단발머리를 한 임명이 작가는 두툼한 A4용지 뭉치를 책상 위로 건넸다.
강태진은 잠시간 종이를 뒤로 넘겨 가며 내용을 훑었다.
“출연하시면 인재 발굴에 힘쓰는 판타스타 브랜드 이미지에도 좋을 거고 이번 시즌 2는 더욱 많은 참가자들과···.”
임 작가는 계속해서 강태진을 설득하기 위한 이점들을 언급했다.
이미 1차 예선은 참가 접수 중이었다.
그런 와중 급작스럽게 어그러진 한 소속사와의 계약.
그 때문에 세 번째 기획사 세팅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였다.
강태진은 연락을 받고 나서 줄곧 고민하던 내용을 꺼내놓았다.
“참가자들 입장에서 다른 두 군데랑 너무 차이를 느끼지 않을까요?”
강태진이 지칭한 다른 두 군데란 TSP와 미앤 엔터테인먼트.
우리나라 3대 기획사 중 두 곳이었다.
덩치만 봐도 확실히 판타스타와 차이가 컸다.
임 작가는 단발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강태진을 어르듯 말했다.
“판타스타는 실력파 아티스트들을 주로 양성을 한다는 차별점이 있잖아요, 다양하게 조언을 해줄 수 있으니까 참가자 입장에서도 좋은 거죠. 게다가 현역 아이돌 생활도 하셨었고.”
실은 3대 기획사 중 한 곳. 2W가 별안간 계약 직전에 퇴짜를 놓은 덕에 생긴 공석.
하지만 3위 이후로는 기획사 줄 세우기가 큰 의미가 없으니 차라리 독자적인 분야에 특화된 판타스타를 심사위원의 물망에 올린 것이었다.
게다가 유명 아이돌이었던 강태진을 심사위원으로 쓰는 게 홍보나 화제성 면에서도 프로그램에 득이었다.
이를 강태진도 모르진 않았다.
‘이게 회사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 확실히 판단이 안 서네.’
비교적 규모가 작은 판타스타가 두 대기업 등쌀에 밀리는 모양새가 되지는 않을지,
회사의 인력들을 이 일에 투자할 만큼 가치가 있을지가 고민이었다.
작년 방영했던 시즌 1을 기준으로 따져봤을 때 그랬다.
‘그 여우 같은 2W 엔터가 한 번 하고 빠진 걸 보면···.’
강태진은 집게손가락으로 까끌까끌해진 턱을 쓸었다.
그때 통화를 마치고 온 막내 작가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김미진이라는 이름이 박힌 명함을 건넸던 그녀는 메인 작가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앞에 놓인 아메리카노는 어느새 얼음이 녹아 약간 색이 묽어져 있었다.
막내 작가가 들어온 덕에 대화의 흐름이 약간 끊겼다.
메인 작가는 그 틈을 타 목을 축이려는 듯 음료 잔을 들었다.
“누구야?”
“아, 얼마 전에 고등학교 축제 듀엣 영상으로 SNS에 화제 됐던 친구요.”
“축제 듀엣?”
메인 작가는 이슈몰이를 하기 좋을 법한 이들에게 이미 수많은 제안을 날렸던 터라 당장에 모든 이들이 기억나지는 않았다.
긴 머리에 교정기를 한 막내 작가가 아메리카를 휘저으며 말했다.
“이름이···. 남도웅이었나? 그 키보드 치며 노래 부른 남녀 듀엣이요.”
“아아-.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나. 그래서 오디션 보러 온대?”
“네. 혼자서 참가를 하겠대요.”
“왜? 그 여자애는?”
“여자분은 음악에는 관심이 없대요.”
메인작가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비쳤다.
“아쉽네··· 둘이 딱 그림 만들기 좋겠던데. 인물이나 실력도 출중한 데다 여자애가 악기까지 잘 다루니까.”
아쉬운 기색을 보이던 메인작가는 강태진의 빤한 시선을 의식했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그래서 대표님, 심사위원으로 참여를 하시면 저희가-“
“다방면의 인재들을 발굴하는 데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 한 몸 바쳐야죠.”
강태진이 갑자기 의욕적인 모습으로 돌변했다.
‘남도웅이 참가한단 말이지. 그렇다면 무조건 회사에 득이지!’
심사위원으로 참가하는 기획사들은 참가자들에게 캐스팅 제안을 하기 유리한 점이 있었다.
만에 하나 남도웅이 우승이라도 한다면,
그의 선택을 받는 심사위원 자리에 강태진이 앉아있어야만 했다.
‘절대로 놓칠 수 없어.’
남도웅만 잡을 수 있다면 회사가 투자할 시간과 금액은 금세 회수할 수 있다고 믿었다.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스스로 올리고 회사를 고르겠다···. 남도웅 다운 선택이야. 도대체 감춰놓은 능력이 어느 정도인 걸까?’
강태진의 눈이 번뜩였다.
회사에 득일지 실일지 긴가민가하던 마음에 확신이 들어섰다.
“하겠습니다. 심사위원.”
“어머! 잘 됐다!”
메인 작가가 박수를 짝하고 쳤다.
“잘 부탁드려요!”
그녀는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몰랐지만 함박웃음을 지었다.
**
나만의 연습실 안.
도웅은 목 안이 텁텁해지도록 트레이닝을 거듭하고 있었다.
어서 두성 창법을 끝내고,
새로운 재능을 트레이닝 하고 싶었다.
오디션이 시작되기 전에 재능을 조금이라도 더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놔야 했다.
하인혁에게 받은 업그레이드 쿠폰을 빨리 써보고 싶은 탓도 있었다.
‘어차피 오디션 하는 중간에도 계속 재능을 쌓아가야겠지만.’
도웅은 오디션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게 도웅의 이점이었고,
오디션에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였다.
‘이 부분에서 조금만 더···.!’
이제 99%를 완료해 단 1%만이 남은 상황.
도웅은 미세한 차이를 깨닫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했다.
만약 이곳이 현실이었다면 도웅의 성대는 이미 만신창이가 됐을 정도.
성대에 무리가 덜 가는 기본 발성을 섞어 쓰더라도 절대적인 트레이닝 시간 면에서 그랬다.
-♩그때의 기억을—.
도웅은 소리를 머리 쪽의 공명으로 멀리 내보내는 동시에 흉부의 호흡으로 소리의 밀도를 조절했다.
그리고 그 밀도로 가삿말에 맞는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세 가지가 딱 들어맞는 것 같은 느낌이 온 그 순간.
-빰빠바밤! 빰빠바밤! 빠 빰!
[Congratulation!] [완료율을 100% 달성했어요!]기다리던 트럼펫 효과음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오늘따라 기분 좋고 청량하게 들리는 소리였다.
“휴, 됐다.”
도웅의 얼굴에 안도와 만족이 번졌다.
트레이닝의 난이도가 올라갔지만, 그렇기에 성취감은 더욱 높았다.
그때 커다란 창에 글자가 떠올랐다.
[무명 보컬 H의 두성 창법(D) 다운로드가 가능합니다.]“좋아! 다운로드!”
당장 다운로드할 생각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던 도웅은,
[필요한 ★ : 50개]“···. 뭐야, 필요한 별이 더 늘었네?”
늘어난 별의 양을 보고 약간 멈칫했다.
하지만.
“하하하. 하지만 지금은 별이 풍족하니까 아무 상관이 없지!”
도웅은 함박웃음을 터트리며 다운로드 버튼을 눌렀다.
이번 축제 무대로 약 삼백 개의 별을 모았고,
가상의 보관함이 아주 두둑한 상태였다.
[Lv.1 동영상 다운로드 : 무명 보컬 H의 두성 창법(D).] [···.. 100%. 영상 속 재능 다운로드가 완료되었습니다.] [Great!] [재능을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사용하세요!]그 순간 빛무리 효과가 도웅의 몸 전체를 감쌌다.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
자고 일어난 것처럼 개운해진 몸 상태에 도웅은 기지개를 쫙 켰다.
“으아아~ 개운하다.”
이제 도웅은 벌써 두 가지 음악 재능을 가진 몸이 됐다.
재능을 완전히 제 것으로 만든 순간만큼은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황홀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 행복감을 만끽하고 있던 때,
[맞춤형 영상 탐색 완료.]“오, 좋아! 바로 나오는구나.”
새로운 영상을 알리는 알림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