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s Playlist RAW novel - Chapter (31)
031.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가.
도웅이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은근한 시선들이 도웅을 탐색했다.
오늘 밤에 방송될 분량에 아직 등장하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았지만,
아마 지난주의 첫 방송으로 누가 방송국의 주목을 받고 있는지,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있을 것이었다.
‘어휴, 따가워···’
도웅은 이미 첫 방송에 모습을 비췄고,
그래서인지 시선들에서 묘한 경계심이 느껴졌다.
어쨌든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합격을 했으니까.
이제 살아남은 건 총 백 팀.
합격자들은 세 개의 버스에 나눠 이동하고 있었고,
여기서 대략 삼 분의 일쯤은 TV를 통해 본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맨 먼저 도웅의 눈에 띈 것은,
앞자리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조용히 앉아 있는 바싹 마른 남자.
스페셜K스타 시즌 2의 빛나는 우승자. 피자 배달부 문도겸이었다.
그의 어둡고 지친 얼굴에서 도웅은 지난날의 자신이 비치는 듯했다.
‘시청자였을 때 나도 문도겸을 응원했었는데.’
이제 그 대단했던 문도겸이 어쨌거나 경쟁상대였다.
아직 까마득하긴 했지만, 도웅은 기분 좋은 상상에 피식 웃음 지었다.
그렇게 좁은 통로를 지나 남는 자리를 찾아 이동하고 있는데,
버스 맨 뒷줄에서 남녀의 화기애애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누나 오늘 아이라인 잘 그렸네.”
“어머, 얘 좀 봐. 까르르르.”
“내가 세 살만 많았어도 누나한테 바로 고백했다.”
자유분방하게 헝클어진 머리.
까무잡잡한 얼굴에 퇴폐적인 눈웃음.
주변의 여자들에게 능글맞은 멘트를 치고 있는 저 녀석의 이름은,
‘변태환···.’
도웅은 녀석을 보자마자 미세하게 눈가의 근육에 경련이 일어났다.
특유의 자유분방한 분위기와 준수한 외모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출연자.
최종적으로 TOP3까지 올랐었던 데다가,
그는 스페셜K스타 이후에도 왕성히 활동하는 몇 안 되는 출연자였다.
그런 변태환을 보면서 도웅이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는 바로.
‘저 녀석의 실체를 알고 있기 때문이지.’
대중은 변태환 특유의 퇴폐적인 이미지를 활발히 소비했다.
그러나 녀석의 사생활은 정말 보이는 그대로 퇴폐를 넘어선 것이었다.
신인 여자 연예인들을 이리저리 건드리고 다닌 것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범위라고 치더라도,
‘미성년자까지 건드렸었지 아마.’
녀석은 꽤 질이 나쁜 축에 속했다.
몰래 사진으로 증거를 남기는 더러운 습관은 해커에 의해 만천하에 까발려졌고,
그의 인생은 그때를 기점으로 종 치게 된다.
‘저놈이랑은 절대 엮이지 말아야지.’
도웅은 남아있는 자리 중 최대한 녀석과 떨어진 자리에 엉덩이를 안착시켰다.
그때 건너편 좌석의 누군가가 도웅에게 담담하게 인사했다.
“형, 왔네요.”
여느 때처럼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꼬마 유정우였다.
그의 옆자리에는 대기실에서 봤던 미래의 톱스타 백설이 앉아 있었다.
도웅과 또래인 백설은 눈이 마주치자 수줍게 눈인사를 건넸다.
백설은 가방에서 초코바 하나를 꺼냈다.
“정우야, 이거 하나 먹을래?”
그 순간 건조하던 유정우의 표정이 순진한 어린애처럼 변했다.
“응, 누나 아~”
순간 도웅은 두 눈을 의심했다.
어쩐지 유정우의 속 안에 정말 늙은이가 들어서 있는 것은 아닐까, 잠깐 의심이 들었다.
이윽고 출발한 버스.
덜덜거리는 버스 안에서 도웅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유지필에게서 나왔던 빨간 별에 대한 생각이었다.
[ 영상 주인의 별 3 COMBO! ] [ Excellent! ] [ 이제 레벨업 자격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그날 집에 도착하자마자 도웅은 선물함을 개방했고,
그곳에서 평소와는 다른 결과가 튀어나왔다.
‘우와! 레벨업?’
영상이 나올 때마다 앞에 붙는 레벨 표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 레벨이 올라간다는 소리 같았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오는 영상의 급도 분명 올라갈 것.
이미 업그레이드 쿠폰으로 그 놀라운 경험을 해본 도웅은,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문구가 뜨기만을 기다렸다.
[먼저 ‘언더 기타리스트 Y의 기타 주법(C)’을 완료하세요!]‘그래, 이것도 너무 오래 걸렸어. 빨리 완성해버리자.’
도웅은 더욱 불타올라 평소보다 열심히 트레이닝에 몰두했고,
거의 완성에 다다라있던 기타 주법을 결국 100% 완료했다.
그 순간 떠오른 문구.
이후 메가 플레이 프리미엄의 화면에는,
며칠간 검토 중이라는 로딩 중 표시만이 떠올라 있었다.
‘이거 얼마나 걸리는 거지.’
도웅은 빨리 검토가 끝나고 레벨업이 완료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설마 수준 미달이라고 희망고문만 하고 마는 건 아니겠지?’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다음 재능을 쌓아야 했다.
**
지원자들은 로비에 짐을 모아두고,
다 함께 공연장으로 향했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무대가 꾸며져 있는 공연장 안.
앞으로 이곳에서 오디션이 이뤄지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나마 인사치레를 한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관객석에 앉았다.
도웅은 꼬마와 백설의 옆에 나란히 앉아 불 꺼진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탁!
커다란 전광판에 불이 들어오며 스페셜K스타 2의 로고가 떠올랐다.
-우와아아!
참가자들은 반사적으로 소리를 내질렀다.
리액션을 잘 하면 방송에 한 컷이라도 나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들이었다.
무대의 왼쪽에서 정갈하게 차려입은 세 명의 심사위원이 걸어 나왔다.
“스페셜K스타 본선에 합격하신 여러분께 환영의 인사 올립니다.”
대표격으로 가운데 선 TSP의 양승혁이 묵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미앤 엔터테인먼트의 이사 채아입니다.”
뒤이어 맑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긴 머리에 당당함을 풍기는 외모.
따듯한 미소가 아름다운 채아였다.
미앤 엔터테인먼트가 지금처럼 대형 기획사로 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일등 공신이자,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솔로 가수.
스타성, 노래, 춤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만능 캐릭터였다.
다음으로 마이크를 넘겨받은 것은 강태진이었다.
“판타스타의 대표 강태진입니다.”
날렵한 턱선에, 그려놓은 듯한 이목구비.
마은율과 함께 봤을 때는 친근하게 느껴졌었는데 저렇게 보니 확실히 연예인은 연예인이었다.
TSP는 시대에 맞는 스타로서의 자질과 개성.
미앤은 기본기와 성장 가능성.
판타스타는 가창 재능과 음악에 임하는 자세.
심사위원들은 각자가 속한 회사의 심사 기준에 대해 간략히 얘기했다.
회사의 입장에서 기준을 얘기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각 지원자들은 회사의 선택을 받아야 생방송 무대에 진출할 수 있으니까.
애초에 화제성을 끌어모은 상태에서 저 기획사들에 들어가는 것이 스페셜K스타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최대 메리트였다.
짝짝짝짝짝.
심사위원들이 박수를 받으며 사라지고,
다음으로 등장한 것은 아나운서 출신의 사회자였다.
스페셜K스타의 악마의 편집과 더불어,
그 얄미움을 극대화하는 능력이 탁월한 남자.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사회자는 정중하게 지원자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저희에게 주어진 것은 단 3일. 곧바로 본선 첫 번째 미션을 공개하겠습니다!”
그리고 전광판을 가리키는 손짓.
파밧!
화면 위에 ‘팀 미션’이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동시에 참가자들의 긴장과 침 넘기는 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듯했다.
‘시즌 1을 보고 와서 대부분은 팀 미션이란 것을 알고 있었을 거야.’
도웅도 당연히 미션 내용은 파악하고 있었다.
놀라는 참가자들의 리액션을 충분히 카메라에 담은 후,
스태프 한 명이 안내 공지를 했다.
“강당으로 장소 이동하겠습니다. 그전에 공통질문으로 사전 인터뷰 간단하게 하고 가실게요.”
참가자들은 자신의 순번이 돌아올 때까지 잠자코 자리에서 기다렸다.
툭.
그때 누군가 도웅의 팔뚝을 쳤다.
“너도 형이랑 팀 할래?”
게슴츠레한 눈을 하고 있는 변태환이었다.
‘뭐야? 이자식. 왜 나한테 관심을 가져?’
도웅은 썩 좋지않은 기분이 들었지만 인위적인 웃음을 띄웠다.
“아뇨 형, 저는 괜찮아요.”
“나도 남자는 싫어.”
획.
변태환은 고개를 돌리더니 곧바로 다른 여성들에게 말을 붙이기 시작했다.
‘뭐 하는 놈이야 저거.’
그래도 변태환이 금방 자신에게 관심을 거둔 것이 다행이라 여겼다.
괜히 저런 놈과 얽혀 나중에라도 구설수에 오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도웅이 봤을 때 벌써부터 같이 팀을 하자거나 설레발을 치는 일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다음 순서 모실게요.”
도웅은 로고가 박힌 배경지가 깔려 있는 작은방으로 들어갔다.
“도웅 씨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공통질문 드릴 테니까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네.”
“방송을 위해서라도 모르겠다는 대답보다는 생각나는 대로 아무거나 말씀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빨간 티셔츠를 입고 있던 조연출은 빠른 진행을 위해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도웅 씨는 같이 팀을 이루고 싶은 사람 있나요?”
도웅은 잠깐 고민하고 얘기했다.
“유정우요.”
“왜요?”
“어린 친구가 노래도 잘 해서요.”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가장 많은 말을 나눠본 참가자였기에 불쑥 떠올랐다.
“어린 건 도웅 씨도 마찬가지인데?”
“하하하. 제 눈에 귀여워 보여서요.”
조연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 사람만은 꼭 피하고 싶다.”
도웅은 곧장 한 인물의 얼굴이 떠올랐다.
“···변태환 형이요.”
“이유는요?”
‘질 나쁜 파렴치한이라서요.’
속마음은 이랬지만 도웅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방송에서 보니까 형이 노래를 잘 해서요.”
“도웅 씨 캐릭터가 겹치는 것 같구나? 잘생기고 노래 잘하고 기타도 잘 치고.”
조연출이 흥미가 돋는듯한 시선을 던졌다.
‘아차, 캐릭터가 겹치나?’
도웅은 혹시라도 변태환과 엮일까 질겁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니요. 그건 정말 아니에요.”
풋. 그에 조연출이 웃음을 뿜었다.
도웅에게서 딱 제 나이에 맞는 풋풋함이 묻어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냥 나이에 맞게 딱 귀엽네.’
임명이 작가와 이 PD가 도웅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조금 더 관심을 두고 있던 참가자.
하지만 겉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다행히 더 이상 질문이 더 꼬리를 물지 않았고,
도웅은 그길로 강당으로 향했다.
높이 솟아있는 가벽과 가운데 박힌 모니터.
이번 시즌에 새로 도입된 곡 선정 시스템이었다.
도웅은 이것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있었지만 참가자들은 머리를 짜내 온갖 추측을 하는 중.
그때 옆에서 능글맞은 목소리가 들렸다.
“백설? 이름 예쁘네. 피부도 뽀송뽀송하고.”
“하하···. 감사합니다.”
“오빠랑 같은 팀 할래?”
어느새 백설에게까지 치근덕대고 있는 변태환이었다.
마침 그때.
“여러분, 주목해 주십시오. 지금부터 팀 미션의 룰을 발표하겠습니다.”
보타이를 멘 사회자의 목소리가 강당을 쩌렁쩌렁 울렸다.
참가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가 서 있는 거대한 벽 쪽으로 향했다.
“이 벽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가 거대한 벽을 가리켰다.
“아니요!”
참가자들의 우렁찬 대답과 함께,
가운데 박힌 화면에 ‘블라인드 팀 미션’이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순간 웅성거리는 참가자들.
“여러분은 지금부터 순서대로 이 벽을 넘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 벽 너머에는 각 곡명이 적힌 스무 개의 또 다른 벽이 있습니다.”
사회자는 손가락으로 참가자들을 가리켰다.
“누가 그 노래를 선택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이번 미션의 팀을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즉 벽 뒤에 누가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노래만으로 팀이 결정된다는 얘기였다.
잘 하는 사람이 있는 팀에 붙을 수도,
폭탄을 피할 수도 없다는 얘기.
‘뭐야, 어떡해. 그럼 같이 못 하잖아.’
‘아~ 누나랑 꼭 하고 싶었는데.’
같이 팀을 하자고 약속을 해둔 참가자들의 당황스러운 음성이 들렸다.
하지만 도웅은 알고 있었다.
저 벽 너머에 어떤 곡들이 있고,
어떤 이들이 함께 팀을 이루는지.
‘다는 아니지만 어렴풋이 중요한 건 기억나.’
다른 참가자들이 혼란스러운 이때,
도웅은 아직 마치지 못한 고민을 다시 이어갔다.
‘어벤저스 팀에 끼어들어 가서 무난하게 전원 통과를 받느냐, 아니면 원하는 노래에 도전하느냐.’
도웅은 어느 곡에 에이스 멤버들이 모이는지 알고 있었다.
만약 거기에 끼어들어 가면 대충 무난한 분위기 속에 팀 미션은 쉽게 통과할 수 있을 것.
반면에 도웅이 원하는 곡에는 폭탄이 여럿 들어있었다.
그 노래를 선택하면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 상황을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느냐?’
도웅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물론 예스지.’
대충 묻어서 위로 올라갈 것 같으면,
애초에 이 프로그램에 발을 들인 이유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