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s Playlist RAW novel - Chapter (32)
032. 깜짝 놀랄 소식이 있습니다.
“자! 그럼 번호를 하나씩 뽑아주세요!”
지원자들은 차례대로 앞으로 나가 커다란 통 안에서 숫자가 적힌 공을 뽑았다.
“남도웅 씨가 뽑은 공의 숫자는..! 100번입니다.”
이것은 절차상 필요한 일일뿐,
맨 끝자리 숫자를 뽑은 게 대세에 아무 관련이 없었기에 도웅은 태연히 자리로 돌아갔다.
드디어 첫 번째 참가자가 높은 가벽 앞에 섰다.
칼 단발을 한 시크한 표정의 여고생.
도웅은 그녀가 누군지 기억하고 있었다.
‘심보라.’
거침없는 언행과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과거 행실.
그러나 노래 실력이 좋아 TOP7까지 이름을 올리는.
‘시즌 2 최고의 이슈메이커. 방송 내내 논란이 끊이질 않았지.’
실력 때문에 계속 위로는 올라가지만,
시청자들의 욕을 한 몸에 받는 그런 참가자였다.
“자, 출발해 주십시오.”
그녀는 사회자의 신호에 시크하게 벽 뒤편으로 사라졌다.
다음으로 변태환, 백설, 유정우 등···.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이 벽 너머로 사라지고.
드디어 도웅의 이름이 호명됐다.
“자, 마지막 참가자. 남도웅 군 앞으로 나와주세요.”
사회자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남도웅 씨를 제외한 모든 인원들은 선택을 마쳤습니다. 도웅 씨만 들어가면 모든 팀 결정이 끝나는데, 지금 심정이 어떠십니까?”
“약간 긴장됩니다.”
“본인이 어느 팀에 들어가더라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까?”
“물론입니다.”
“오, 그런 패기 좋습니다! 그럼 마지막 참가자, 출발해 주세요!”
아무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고요한 공간.
각 곡명이 적힌 스무 개의 벽이 일 자로 눈앞에 펼쳐졌다.
벽 뒤편에 서 있는 참가자들이 긴장한 채로 숨을 죽이고 있는 듯했다.
그중 두 군데가 도웅의 눈에 들어왔다.
‘이석의 잠 못 드는 밤.’
고음과 기교가 화려하기로 유명한 이석의 대표곡으로,
부르는 사람의 노래 실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곡.
그리고.
‘투아이즈원의 Alone.’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실력파 여자 아이돌의 노래로,
가창자의 감각을 드러내 보이기 좋은 곡.
도웅은 그 두 벽 사이에서 뭔가 결심이 선 듯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여러 대의 카메라가 그의 움직임에 집중하며 따라갔다.
도웅은 먼저 ‘잠 못 드는 밤’ 팻말이 붙은 벽 쪽으로 섰다.
‘이쪽으로 온다.’
도웅의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 오자 동요하는 속삭임들.
하지만 저 벽면의 뒤편엔.
‘에이스들이 대거 몰려 있지.’
피자 배달부 문도겸을 필두로 그의 라이벌 제임스 등,
가창력에 자신 있는 이들이 모두 모여 어려운 곡을 완성도 있게 소화해낸다.
그 덕에 시청자들에게 그들의 에이스 이미지를 완전히 고정.
문도겸과 제임스가 우승자 자리를 두고 라이벌 구도를 가지게 되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여기에 들어가면 무난하게 통과야 할 수 있겠지만···.’
하지만 아직 도웅의 실력으로 이들 사이에 끼었다가는,
그대로 묻혀서 올라갈 뿐.
‘미리 알고 있는 게 있으면 유리하게 이용을 해야지.’
도웅은 이미 정해진 그림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제 계획대로 흐름을 바꾸고자 했다.
도웅은 머릿 속에 들어 있는 설계도대로 지체 없는 발걸음을 옮겼다.
타-악.
도웅이 비로소 선택한 벽을 넘어가자,
그를 향해 쏟아지는 다양한 감정들.
“아, 사람 하나 더 늘었네.”
추가 인원이 탐탁지 않은 듯 인상을 찌푸리는 심보라와,
“나랑 하기 싫다더니, 운명인가?”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고 있는 변태환까지.
도합 여덟 개의 얼굴이 도웅을 맞이하고 있었다.
**
“자! 비로소 모든 참가자들의 선택이 끝났습니다.”
사회자의 구령과 함께 높이 솟아있던 벽들이,
연기 효과와 함께 뒤쪽으로 밀려났다.
참가자들 사이의 장벽이 사라져 각 곡에 어떤 이들이 줄 서 있는지가 전부 드러난 것이었다.
구성된 팀의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홀로 노래를 선택한 사람도 있고,
도웅이 속한 곳처럼 인원이 훌쩍 초과되어 있는 팀도 있었다.
그때 사회자가 말했다.
“팀원의 숫자가 4명 미만이면 미션에 참가할 수 없습니다. 인원을 보충하거나, 다른 팀으로 이동해주세요.”
그 말에 팀원 수가 맞지 않는 이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인원이 초과된 곳은 누군가 이동을 해야 했으며,
자칫 미달 인원을 보충하지 못한 팀은 그대로 공중분해 될 수가 있었다.
‘이쪽으로 오실 분!’
‘저는 저쪽 팀으로 갈게요.’
그렇게 혼란 속에 이동하기 시작하는 참가자들.
도웅이 서있는 alone 팀의 아홉 명은 누구도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대로라면 이 9명이 한 팀을 이뤄 경연을 준비해야 한다.
그때 도웅이 사회자를 향해 손을 번쩍 들었다.
“저희는 9명이 같이 하면 각자의 파트가 너무 적을 것 같은데, 같은 곡을 두 팀으로 쪼개져서 해도 상관없습니까?
생각지 못한 질문.
그러나 합리적인 이의 제기에, 제작진은 뭔가를 상의하는 듯했다.
잠시 후.
“네! 그렇게 하시죠. 대신 5분 안에 팀을 정확히 나눠주세요.”
도웅이 바라던 대로 결정이 났다.
원래대로라면 이 9명이 한 팀을 이뤄 이틀간 연습하다가,
마지막에 제작진의 긴급 처방으로 팀이 둘로 나눠지게 된다.
도웅은 그 일을 조금 앞당긴 것뿐이었다.
그때 아이라인이 날카로운 심보라가 말했다.
“그냥 이렇게 서 있는 대로 빨리빨리 나누죠?”
그녀는 의도된 손 동작으로 자신이 원하는 이들을 가리켰다.
심보라, 변태환, 유정우, 백설, 그리고 남도웅.
심보라와 변태환 둘을 제외하고는,
노래 실력이 꽤 쓸만하면서 자기주장이 약해 보이는 인물들이었다.
물론 도웅을 그렇게 본 것은 심보라의 판단 미스였지만.
‘예전에도 딱 이렇게 팀이 나뉘었었지.’
존재감 없던 한 인물이 도웅으로 대체된 것 외,
심보라가 바라는 것은 그때와 같은 팀 구성이었다.
당시 심보라는 돋보이는 파트를 자신과 변태환에게 몰빵했었고,
그 덕에 유정우는 실컷 서브만 하다가 그 자리에서 탈락을 맞이했었다.
‘실력이 있지만 캐릭터가 약한 경쟁자들을 자신을 받쳐주는 데 이용해 먹고, 탈락하도록 만든다.’
심보라는 머리가 영악하게 돌아가는 아이였다.
하지만 도웅이 바라는 그림은 심보라와의 계획과는 차이가 있었다.
도웅은 이대로 결정이 나기 전에 선수를 쳤다.
“태환이 형이랑 저. 기타를 중심으로 팀을 나누는 건 어떨까요? 반주자가 팀당 한 명씩은 있는 게 좋을 테니까.”
심보라는 불만스러운 듯 입을 오물거리더니,
“그럼 난 변태환 오빠랑 할래.”
받아칠 말이 없는지 결국 변태환 쪽으로 붙었다.
“그럼 저도···.”
“저도요.”
그리고 아까부터 변태환과 떠들고 있던 무리들이 모두 그쪽으로 붙었다.
그때 도웅이 멀뚱히 서 있던 유정우에게 말했다.
“형이랑 같이하자. 형이 합격시켜줄게.”
“저 형 쪽에 서 있는 건데요.”
그러고 보니 도웅과 가까운데 서 있던 꼬마가 덤덤한 투로 말했다.
그러며 해맑은 표정으로 손짓했다.
“누나, 누나도 이쪽으로 와요.”
백설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도웅 쪽으로 몸을 돌렸다.
‘좋아, 손 안 대고 코를 푸는구나.’
백설은 방송 분량은 적지만 라이브 미션까지는 올라가는 인물.
그리고 도웅은 백설의 노래 실력을 다른 이들보다 잘 알고 있었다.
‘분명 연기로 전향하기에 아까운 실력이었어.’
수려한 외모와 아이돌이라는 간판, 그리고 연기에 가려져 있던 실력.
그것을 알고 있던 도웅은 백설도 계획에 포함하고 있었다.
이로써 도웅 쪽에 세명이 모였고,
마지막으로 한 명이 더 필요했다.
그때 백설이 불안한 듯 말했다.
“도웅 씨, 저희 한 명이 모자라는데 괜찮을까요?”
“네 괜찮아요.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뭔가 생각이 있는 듯한 도웅의 말투.
백설은 묘하게 안정을 되찾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저쪽에서 누군가 등이 떠밀려 이쪽으로 걸어왔다.
변태환 조에 아직도 미련이 짙어 보이는,
존재감이 미미한 여성 참가자 이민지였다.
그렇게 두 팀의 멤버가 결정된 듯하자 심보라는 커다랗게 소리쳤다.
“됐어, 우리가 이겼어.”
벌써부터 도웅의 팀을 기선제압하려는 모양새였다.
“그래, 어차피 이제 적이니까 오빠가 다 눌려줄게.”
그에 호응하듯 자신을 선택한 여자들에게 꼴 보기 싫은 허세를 부리고 있는 변태환은 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었으니,
승리를 위한 도웅의 계획은 이미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 중이었다.
**
공간이 넓은 대강당 쪽으로 모두가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 팀별로 삼삼오오 모여 앉아 곧바로 연습에 들어갔다.
일사천리로 조장으로 낙점된 도웅은,
휴대폰으로 노래를 한 번 들어본 후 곧바로 코드를 따기 시작했다.
-♬♪♩
둥글게 앉은 조원들이 도웅의 손끝에 주목했다.
“우와 신기하다···”
백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 장면을 바라봤다.
“됐다.”
도웅은 대충 곡의 흐름을 파악하고 악보와 펜을 집어 들었다.
“이제 파트 분배를 해볼까요?”
도웅의 리드하에 파트 분배는 거침없이 진행되었다.
확실히 기타를 칠 줄 아니까 곡을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유정우와 백설은 방금 도웅의 실력을 확인한 후라 이미 그를 조장으로서 신뢰하는 듯했고,
나머지 한 명, 반대 조에서 등 떠밀려왔던 이민지는,
그냥 별 의욕이 없어 하자는 대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때 옆 조에서 조장으로 선발된 심보라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언니들은 각각 목소리 톤 자체가 서브 화음에 어울릴 것 같아요. 팀을 위해서 전체적으로 받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에 다른 팀원들의 안색이 안 좋아졌다.
반면 변태환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연신 악보를 보며 코드를 따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누군가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게 없잖아.”
원래대로라면 저 자리에서 잠자코 당하고 있었을 유정우와 백설.
하지만 도웅이 바꿔버린 결과에 그곳에 속하게 된 누군가 이의 제기를 한 것이었다.
“아니, 언니. 이거 팀전이잖아요. 팀이 잘해서 전원 합격할 생각을 하셔야 된다니까요?”
심보라는 거기에 질 인물이 아니었다.
“여기서 그렇게 이기적으로 구시면 안 돼요.”
‘좋아, 잘한다.’
빨간 티셔츠를 입고 있는 조연출은, 그 장면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아냈다.
여기서 잡을 수 있는 방송 포인트는 두 가지였다.
팀원 간의 조화 또는 부조화.
팀웍이 조화로운팀과 그렇지 못한 팀의 간극이 커다랄수록,
갈등이 더욱 막장으로 치달을수록,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에 몰입하고 재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 장면 보면 이석규 선배 또 좋아서 경기하겠구만.’
그는 이번 주 방송 분량으로 톡톡히 가져다 쓸 심보라의 브레이크 없는 독선을 충분히 담아낸 뒤,
‘심보라가 저래 보여도 실력이 뛰어나서 아마 스포트라이트가 저쪽으로 가지 싶은데.’
실력으로나 팀웍으로나 이들과 비교군이 될 수밖에 없는 남도웅 조의 방향으로 앵글을 틀었다.
살쾡이 같은 심보라에 비교해 모두가 순한 양처럼 보이는 도웅의 팀원들.
‘이 팀이 잘 할 수 있을까?’
평균연령은 10대,
상대적으로 잔잔한 캐릭터들.
심보라의 팀에 비교해 한방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미지수였다.
그렇게 걱정이 앞서던 때,
“정우 노래하는 목소리가 쨍한 편이니까 후렴 고조되기 전에 한번 분위기를 올려주고···.”
도웅이 팀원들 가운데서 열정적으로 뭔가를 얘기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호기심에 도웅의 팀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여기는 도웅 씨가 잘 리드하고 있네요?”
“네.”
백설이 수줍게 대답했다.
“도웅 씨가 있어서 든든해요.”
“도웅이 형 팀이라서 다행인 것 같아요.”
유정우도 심보라 팀을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그들의 눈빛에서 신뢰가 느껴졌다.
‘같은 고등학생 리더인데, 한 쪽은 탄압하고, 한 쪽은 아우른다. 그림이 좀 나올 것 같은데?’
심보라 팀과 어떻게 대결 구도를 잡을지 고민하던 조연출.
그 순간 그의 눈에 뭔가가 들어왔다.
누가 봐도 침울한 표정에 우울한 아우라.
“민지 씨는 안색이 안 좋아보이는데 왜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니에요···.”
조연출이 도웅의 팀에 미세하게 삐걱거리는 틈을 잡아낸 순간이었다.
그때.
“자, 여러분. 파트 분배와 팀워크는 순탄하신가요?”
사회자가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그런 여러분께 깜짝 놀랄 소식이 있습니다.”
그에 모든 참가자들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지금부터, 각 팀은 상의하에 팀원 한 명씩을 내보내 주세요. 그들이 새로운 팀으로 이동할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허억!
이제 겨우 파트 분배를 끝낸 팀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얘기.
장내가 낮은 소리로 웅성이기 시작했다.
‘뭐라고?’
‘갑자기 여기서 누굴 내보내?’
자신이 방출될까 봐 눈치를 보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팀원을 바라보는 참가자들.
장내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패닉 상태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 흔들리지 않는 한 남자가 있었으니,
‘이제 마지막 퍼즐을 맞춰야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이 상황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남도웅이었다.
“내가 빠질 게.”
도웅의 팀에서는 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이민지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아마도 이렇게 해서라도 다시 변태환의 조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도웅은 표정을 관리하며 말했다.
“아쉽네요. 원하시면 그렇게 하세요.”
이윽고 각 팀에서 방출된 총 스무 명의 팀원들이 무대 앞으로 모였다.
그러자 사회자가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자, 이 중에서 자기 팀으로 데려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손을 들어주세요.”
모두가 우물쭈물 망설이고 있던 때,
단연 가장 먼저 손을 든 것은 도웅이었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참가자는 TOP 7까지는 어렵지 않게 올라갔던 남자.
우락부락한 덩치를 자랑하는 파란 눈의 외국인이었다.
맨 먼저 선택을 받은 것을 깨달은 그가 밝게 웃으면서 말했다.
“워! 새로운 우리 팀! 내가 진짜로 열심히 할게.”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유창한 한국말에 장내가 얕게 술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