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s Playlist RAW novel - Chapter (4)
004. 이게 무슨 지각변동이야
‘마은율이 내 재능에?’
도웅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나햐면 마은율은 노래 잘하기로 유명한 아이,
한제 고등학교의 뮤즈였기 때문이었다.
그때 누군가 삐딱하게 이쪽으로 걸어왔다.
“야 마은율 뭐해? 나 노래 진짜 늘었다니까. 그냥 한 번만 들어봐 달라고.”
오늘 아침 도웅의 머리에 실수로 공을 던졌던 윤정후였다.
그는 마은율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다 도웅을 발견했다.
“어? 너는··· 우리 반?”
윤정후가 고개를 갸웃했다.
도웅의 존재감도 존재감이지만,
‘오늘 아침에 봤는데 이 정도면 그냥 머리가 나쁜 거 아냐?’
도웅은 합리적으로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웅을 바라보는 녀석의 눈빛이 아침과는 달랐다.
마은율이 도웅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에 경계하는 듯했다.
그때.
“억!”
윤정후가 별안간 비명을 내질렀다.
마은율이 그의 뒤통수를 휘갈긴 덕이었다.
”내가 대신 사과할게.”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쿨하게 노래방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다.
윤정후는 둘을 한번 흘기고 쫄래쫄래 그 뒤를 쫓았다.
“에이씨! 마은율! 같이 가아!”
덕분에 도웅은 손 안 대고 코를 푼 느낌이었다.
**
“이게 무슨 지각변동이야?”
담임인 과학 선생이 도웅을 교무실로 불렀다.
대단한 점수는 아니었지만 성적이 대폭 오른 덕이었다.
본래 미진한 점수였기에 상승의 폭이 컸다.
도웅은 돌아온 이상 공부를 허투루 할 생각은 없었다.
가수가 되더라도 학창 시절의 좋은 성적은 플러스알파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네 뇌에서 어떤 화학반응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은 이 변화가 아주 기쁘단다.”
현대 과학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지키지 못한 선생님은 AI처럼 웃어 보였다.
그는 과학 선생답게 특이한 화법을 구사하는 괴짜였다.
일주일간의 벼락치기였다.
시험기간 동안 하루 여덟 시간 이상 공부했고,
두 시간씩 음악 연습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다행히 영상 안에서의 대미지가 현실에 영향을 끼치지 않아 그나마 병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에너지 소모는 그대로 이뤄졌기에 생전 처음으로 코피도 흘려보았다.
고등학생 때 자신의 성적이 미진했던 이유는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에서 등수는 십 위권으로 꽤 올라갔고,
발성법도 42%나 완료할 수 있었다.
“아주 잘 하고 있다.”
담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책상에서 서류를 뒤적이더니 학기 초에 제출한 종이를 꺼내들었다.
꿈이나 지망 학교 등을 적어냈던 종이었다.
‘내가 뭐라고 적어 냈었더라.’
“도웅이는 가고 싶은 학교나 꿈이 없다고 했는데, 혹시 그 생각의 성질이 달라졌니?”
역시나. 지난날의 남도웅에게는 아무런 목표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도웅은 달랐다.
“네 선생님. 저 하고 싶은 게 생겼어요.”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이었다.
“오~ 그래? 꿈에 대한 활성화 에너지가 생겼구나! 그것만으로 훌륭하다.”
담임은 흐뭇한 미소를 짓더니 꼬치꼬치 캐묻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방식대로 도웅을 격려할 뿐이었다.
도웅은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어진 펜을 하나 선물 받아 교실로 돌아왔다.
시험 직후의 교실 분위기는 상당히 어수선한 상태였다.
“선생님 재미있는 얘기해 주세요!”
그건 수업 시간도 마찬가지.
뒤쪽에서 누군가 손을 들고 외쳤고, 레퍼토리가 떨어진 사회 선생님은 마은율을 지목했다.
“그러지 말고 은율이가 나와서 노래해 볼래?”
마은율은 학교에서 유명 인사였다.
노래를 수준급으로 잘하고 외모도 눈에 튀는 친구였기 때문.
반에 들어오는 모든 선생님마다 한 번씩은 은율이에게 노래를 시킬 정도였다.
소문에는 엄마도 가수였다는데 어째선지 그쪽에 뜻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고,
명문대에 들어갔단 소식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은율은 턱을 괸 채로 대답했다.
“쌤, 제 노래는 많이 들었잖아요.”
“다른 노래해도 괜찮아.”
별로 내키지 않아 보이던 은율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눈빛을 반짝였다.
“쌤, 저 대신 추천할 사람 있어요.”
그 말이 몇몇의 호기심을 잡아당겼다.
엎드려있던 학생들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흠흠”
은율은 아직 누구라고 얘기하지도 않았는데,
맨 뒷줄에 앉아있던 윤정후가 목을 가다듬었다.
그렇게 다수의 이목이 은율에게 집중되어 있는 가운데, 그녀가 입을 뗐다.
“남도웅 노래 잘해요. 쌤.”
그와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도웅에게 꽂혔다.
그때 누군가 도웅을 무시하는 투로 말했다.
“마은율 제 정신? 쟤가 무슨 노래를.”
그 말을 들은 사회 선생은 지휘봉으로 도웅을 가리키며 마은율을 나무랐다.
“그래 이 녀석, 너 괜히 저 친구 괴롭히는 거 아니야?”
교실에 있는 몇 아이들도 비웃음을 머금고 도웅을 훑었다.
‘이 자식들 봐라.’
그에 오기가 생긴 도웅이 손을 번쩍 들었다.
트레이닝으로 자신감이 붙은 이유도 있었다.
“선생님, 저 노래할게요.”
-오오오~
아이들은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긴 듯 흥을 돋구는 리액션을 했다.
이에 사회 선생이 반응했다.
“좋아, 너 자신 있어? 그럼 네 노래가 마음에 들면 선생님이 수업 5분 일찍 끝내준다.”
-우와아아아
아이들은 수업을 일찍 끝내준다는 말에 흥분하는 반응을 보였다.
‘네, 꼭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도웅은 어느새 칠판 앞에 서 있었다.
과거 수업 때 발표는 해 봤지만, 그땐 아무 관심도 없던 그 눈동자들.
그 수십 개의 검은 눈동자들이 조용히 도웅을 훑고 있었다.
“하. 노래방에서 봤던 그놈이네.”
맨 뒷줄에 앉은 윤정후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여전히 도웅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한 채.
그때 앞의 여학생 둘이 쑥덕이는 소리가 들렸다.
“마은율 뭐냐. 지금 쟤 엿 먹이는 거냐?”
“글쎄··· 은율이가 성깔은 있어도 저런 애를 건드릴 정도로 막장은 아닌데.”
“저런 애는 뭔데.”
“아니 그냥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그런 애들 있잖아.”
윤정후는 그 얘기를 듣고 약간은 안심했다.
그저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아니꼬운 심정으로 자세를 틀었다.
호기심, 무시 등의 눈동자들이 연신 도웅을 탐색하느라 바빴다.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처음 받아보는 관심이었다.
“그럼 한 번 들어볼까? 자 박수!”
-짝짝짝짝짝
사회 선생이 바람을 잡자 몇몇 아이들이 손바닥을 맞부딪쳤다.
시켜서 치는 그런 건조함이 실린 박수였다.
‘흐아암.’
그새 아이들의 집중력이 일부 떨어져 나갔다.
몇몇은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했는지 책상에 엎드리기 시작했다.
‘집중하자.’
도웅은 거기에 흔들리지 않고 스트리밍으로 연습한 감각을 떠올렸다.
그리고 드디어.
도웅의 첫 관객들에게 그의 노래를 선보이는 순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