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s Playlist RAW novel - Chapter (45)
045. 꼭 보여드릴게요, 대박.
무대에 일렬로 선 열 명의 후보들.
그들의 얼굴이 순서대로 커다란 전광판에 떠올랐다.
“다음 탑텐 영광의 얼굴은 남도웅 군입니다!”
팡!
심사위원의 외침과 함께 도웅의 얼굴이 화면에 비쳤다.
그 순간 관객석에서 들리는 커다란 함성.
-와아아아아.
그 소리가 도웅을 관통했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 꽤 많은 곳에서 노래를 불러온 도웅이었지만,
좀처럼 두근거림이 진정되지 않았다.
“오늘은 심사위원 50, 그리고 문자투표50 퍼센트를 합산해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일곱 팀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사회자는 카메라를 응시했다.
“그리고 그중 점수가 높은 세 팀의 음원을 오늘 밤 12시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응원하는 참가자의 노래를 음원으로 듣고 싶다면 지금부터 투표를 시작해 주십시오!”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자마자, 관객석에서 문자투표를 하는듯한 휴대폰 불빛이 산발적으로 반짝였다.
‘별이 쏟아지는 것만큼 이것도 장관이네.’
도웅은 과연 이 중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런 설렘을 가진 그때, 관객석 한켠에서는 작은 술렁임이 일었다.
“야, 빨리 지금 문자투표 해놔. 도웅이 선두 달리게.”
도웅에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수많은 관객 중에는 도웅이 아는 얼굴들도 있었다.
바로 도웅의 반 친구들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어깨를 치며 호들갑을 떨었다.
“난 이미 다 했지. 여기 오기 전에 엄마, 아빠, 사촌 형한테까지 싹 다 부탁해놨어.”
“오··· 대단한데?”
그때 사회자가 소리쳤다.
“지금 바로 이번 무대의 미션을 공개합니다!”
그와 함께 화면에 VCR 영상이 떠올랐다.
미션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 각자 주소대로 이동하는 참가자들.
딸랑.
도웅이 한 레스토랑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곳에 앉아있는 두 명의 여인이 보였다.
거기서부터 관객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왜 저기만 둘이지?”
“하필이면 레드퀸이랑 소녀이룸을 붙여놨네.”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두 걸그룹의 멤버들.
확실히 시청자들의 흥미를 당기기에는 제격이었다.
그 순간.
「도웅 씨, 여기예요.」
소녀이룸의 화연이 밝게 웃으며 손을 들었다.
그러자 관객들이 다시 웅성거렸다.
‘우와, 나 화연 팬인데 두 사람 조합 너무 기대된다.’
‘남도웅 비주얼 아이돌 앞에서도 안 꿀리네.’
‘이 조합 찬성이다. 레드퀸 은홍은 솔직히 조금 안 어울려.’
VCR이 끝난 후, 아직도 넋을 잃고 있는 형식.
곽현준이 그를 툭 쳤다.
“야, 너 왜 그래?”
“······남도웅이 진짜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
“왜, 인기 많아져서?”
“아니, 소녀이룸 사인··· 받아다 주겠지?”
형식은 제 절친과의 굳건한 우정을,
이 순간만큼은 한번 믿어보고 싶었다.
**
도웅은 오프닝을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왔다.
그곳에서는 무대의상으로 착장을 마친 화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잘 하고 왔어?”
“네.”
“너 화면발 진짜 잘 받더라.”
화연이 대기실 한편에 생방송 되고 있는 화면을 가리켰다.
“그러는 누나야 말로 오늘은 더 예쁘시네요.”
“뭐? 하하하, 너 그런 말도 할 줄 알아?”
화연은 도웅이 귀엽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무대 메이크업을 받은 화연이야말로 연예인 특유의 반짝거리는 느낌이 났다.
이후 그녀는 본공연에 앞서 다양한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도웅에게 조언을 해줬다.
“아까 리허설할 때 보니까 시선이 자꾸 아래로 내려가더라고. 기타 때문에 그런 건 알지만 한 번씩 관객들에게 아이컨택을 해줘야 해. 그리고 카메라 볼 때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화연은 몸소 시범을 보였다.
역시 프로 아이돌이라서 그런지 확실히 매 순간 짓는 표정이 남달랐다.
화영은 그렇게 도웅에게 무대 위에서의 팁을 몇 가지 코칭 해줬다.
그때 대기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함께 대기실에 배정된 심보라와 레드퀸의 은홍이었다.
도웅은 생각했다.
‘조금 부담스럽네.’
둘의 비주얼은 상당히 강렬했다.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은 아이라인,
빨강과 검정이 매치된 섹시한 콘셉트의 의상.
저기다 고깔모자만 쓰면 딱 마녀처럼 보일 성싶었다.
두 여인은 까딱 고갯짓으로 인사하더니 따로 마련된 소파에 가서 앉았다.
‘확실히 등장부터 시청자들 시선은 확 끌겠네.’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이번에 심보라가 선택한 것은 강한 비주얼과 퍼포먼스.
확실히 이 이상의 시각적인 자극으로 이들에게 맞서기는 어려워 보였다.
상당히 괜찮은 전략이었다.
하지만.
‘나한테는 알맹이가 있지.’
도웅은 일부러 다양한 연령대의 기대를 채워줄 수 있는 옛날 노래를 들고 나왔다.
도웅이 어리다고 눈여겨보지 않던 사람들까지 자신만의 감성과 표현으로 사로잡을 수 있도록.
이번 무대의 목표는 음원 차트인을 시켜 전 연령대에게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저들의 목표는 고작 7위 안에 드는 거겠지만.’
그때 잠자코 있던 레드퀸의 은홍이,
지난번 부리나케 뒤꽁무니를 뺐던 일을 앙갚음해 주고 싶었는지 화연에게 말을 걸었다.
“화연 씨, 무대의상으로 안 갈아입어요? 이제 곧 있으면 공연 시작할 텐데.”
“···이게 무대 의상인데요?”
“아~, 진짜? 난 평상복인 줄 알았지. 근데 그거 가지고 되겠어요?”
그녀는 또 걱정하는 투로 화연과 도웅을 돌려깠다.
심보라는 도웅에게 팀전에서 패배한 이후로,
마음에 담아둔 것이 풀리는 듯 입꼬리를 씰룩댔다.
그러나 화연이 지지 않고 말했다.
“우린 이거 가지고도 될 것 같은데요?”
화연은 보기보다 할 말은 꼭 해야 하는 스타일이었다.
화연이 두 여자를 번갈아 훑어봤다.
“근데 은홍 씨네 조는 누가 주인공이에요?”
“그야···”
갑자기 은홍의 말문이 막혔다.
누가 봐도 힘을 뽝 준 은홍의 메이크업과 의상.
일반인인 심보라가 당연히 비주얼적인 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은홍이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자 화연이 미소를 머금었다.
“우리 조는 확실히 도웅이가 주인공인데.”
그러면서 자연스레 도웅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저는 오늘 밤에 공개될 음원이 더 기대돼요. 도웅이가 편곡에 디렉팅까지 능하더라고요.”
계속되는 칭찬에 심보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고 보니 주객전도가 되었음을 도웅의 팀과 비교하며 깨달은 것 같았다.
이상해진 분위기에 은홍은 심보라의 눈치를 살폈다.
“음원은 너무 김칫국 아닌가? 그건 3등 안에는 들어야···.”
마침 그 순간.
“어! 언니!”
“도웅 씨 안녕하세요.”
“우리 메보 잘 하고 있었어?”
문이 벌컥 열리더니 소녀이룸 멤버들이 주르륵 안쪽으로 들어왔다.
그중 가장 키가 큰 멤버가 옆에 있던 은홍을 발견했다.
“어? 여기 은홍 씨도 있었네요?”
도웅은 그녀의 표정에서 탐탁지 않은 감정을 읽었다.
“또 괜히 우리 언니 만만하다고 괴롭히고 그런 거 아니죠?”
그에 은홍의 얼굴이 싹 굳었다.
“괴롭히기는 내가 왜···.”
“호호호, 농담이에요 농담. 우리 언니 제일 쬐끄매도 절대 당하고만 있지는 않거든요.”
“야 쬐끄맣긴 누가 쬐끄매!”
“아, 이 소리가 어디서 들리는 거지.”
화연이 버럭 성을 내자 키 큰 멤버가 위쪽을 두리번거리는 제스처를 했다.
그 덕에 빵 터진 멤버들.
키가 큰 멤버는 이렇게 고단수처럼 상황을 웃음으로 넘겼다.
하지만 그 기에 눌린 은홍은 더 이상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도웅은 왜 은홍이 혼자 있는 화연을 긁지 못해 안달이었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때 키 큰 멤버가 살가운 표정으로 도웅에게 말했다.
“도웅 씨 완전 파이팅이에요! 음원 발매까지 해서 꼭 대박 나셨으면 좋겠어요.”
“네. 꼭 보여드릴게요, 대박.”
“우와, 자신감 멋있어요.”
“우리 언니 첫 콜라보레이션 곡으로 차트인 하게 생겼네.”
그들은 또다시 까르르 웃음 지었다.
**
“남도웅 씨, 화연 씨. 다음 무대 대기하러 나와주세요.”
도웅과 화연은 다음 무대를 위해 긴장이 실린 걸음을 옮겼다.
무대 위에서는 심보라와 은홍이 한창 섹시 콘셉트의 가요를 부르는 중.
댄서들과 무대 효과까지 동원하여 확실히 관객들의 주목을 끌고 있었다.
화려한 퍼포먼스에 끌려 관객들이 넋을 놓고 문자를 막 누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때문에 화연이 약간 긴장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하지만 자극적인 인스턴트는 딱 그때뿐이야.’
관객들은 자극적인 무대에 열광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이미 수많은 음악의 맛을 본 심사위원들은 적당히 무대에 반응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심보라와 은홍의 무대가 끝나고.
뜨거운 관객들의 환호해 비해 다소 낮은 심사위원 점수를 받은 심보라 팀이 살짝 당황스러워하는 것이 보였다.
“이제 곧 우리 무대예요, 누나.”
도웅은 일부러 더 여유로운 모습으로 화연에게 말했다.
그에 화연의 긴장이 살짝 풀린 듯했다.
“우리 하이파이브 한번 할까?”
“네, 좋아요.”
-짝!
두 사람의 손바닥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맞부딪쳤다.
도웅과 화연이 무대 위에서 준비하는 동안,
두 사람의 준비과정이 담긴 VCR이 화면에 떠올랐다.
양승혁은 화면을 눈여겨보며 두 사람의 경연곡을 확인했다.
“첫사랑? 이게 얘네 태어나기 전에 나온 노래일 텐데.”
“그러네요, 남고생이랑 아이돌 조합이라 당연히 요즘 노래를 할 줄 알았는데.”
“마침 좀 구수한 게 먹고 싶긴 했는데 얘네가 이 느낌을 살릴 수 있을까?”
양승혁이 의문을 던졌다.
채아가 강태진을 보며 말했다.
“강 대표님, 도웅 군 저한테 뺏어다가 무대 잘 준비하셨어요?”
“뺏기는요. 도웅 군이 저를 선택한 거지. 하하하.”
“쳇. 아무튼 저 오늘 진짜 기대할게요.”
채아가 장난 반으로 강태진을 압박했다.
그때 도웅의 목소리가 VCR에서 퍼져 나왔다.
「모든 세대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첫사랑의 기억을 노래에 담았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곧이어 생방송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고,
무대 위의 조명이 서서히 켜졌다.
전광판의 화면에 도웅의 기타가 줌인 됐다.
-♩ 아무도 모르게 뒤척이다 울었지
도웅의 음색이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왔다.
목소리에 짙게 묻어나는 아련함에 관객들은 곧장 그 감정 속으로 빠져들었다.
청춘이 추억하는 옛날 첫사랑의 감정에 너도나도 그리운 얼굴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이후 이어지는 잔잔한 화연의 음색.
이어지지 못한 두 남녀가 서로를 추억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돼,
관객들은 더욱 두 사람의 음악에 몰입했다.
후렴에서부터 두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가듯 만났다.
-♩ 그대 그리울 때면~
도웅이 특유의 심장을 찌르는 것 같은 고음을 내지른 후 아련하게 목소리를 떨었다.
그 소리를 아름답게 받쳐주는 화연의 안정적인 음색.
관객들은 첫사랑의 추억에 가슴이 시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다 같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노래에 흠뻑 빠져들기를 몇 분 남짓.
도웅의 손이 마지막 마디의 현을 훑었다.
-♩ 디리링.
노래가 끝나고.
관객들은 아직도 그 여운에 묻혀있는지 사방에 고요함이 감돌았다.
짝. 짝. 짝.
그때 관객 중 누군가가 정적을 깨고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불이 붙어오르듯 퍼져나가는 박수소리.
비로소 화연은 긴장감이 풀리는 듯 울컥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사회자가 외쳤다.
“여러분! 남도웅 군의 무대가 감동적이었다면 지금 바로 투표해 주십시오!”
그 소리를 기점으로 휴대폰 불빛들이 어두운 실내홀의 여기저기서 예쁘게 반짝였다.
그리고.
-뿅, 뾰뵹.
관객들의 머리 위로 별 무리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도웅은 황홀경 앞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됐어, 해냈어!’
관객들 앞에 선 첫 무대.
그 화려한 데뷔 무대는 성공적으로 막을 올린 셈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음원 발매에 필요한 심사위원의 점수였다.
이번엔 강태진이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이런 명곡을 선택한다는 게 상당한 도전인데, 도웅 군 역시나. 오늘도 너무 잘 해내셨습니다. 그때만의 감성이 잘 전달되면서도 상당히 요즘 노래같이 느껴지는 세련된 표현법이었습니다. 제 점수는요.”
-팡!
전광판에 점수가 떠오르자 사회자가 소리쳤다.
“92점! 강태진 심사위원이 상당히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다음으로 양승혁 심사위원의 심사평 들어보겠습니다.”
양승혁이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도웅 군, 혹시 얼마 전에 첫사랑한테 차였어요?”
“아니요.”
좌중이 폭소했다.
“그런데 어떻게 고등학생한테 이런 감정이 나오지? 굉장히 숙성된 것 같은 아련함이 튀어나왔단 말이에요. 화연 씨도 헬퍼로서 딱 서포트를 잘 해줘서 더 깊이감 있고 풍부했던 무대였던 것 같습니다. 제 점수는요.”
점수를 짜게 주기로 유명한 양승혁의 전광판에도 90점이란 낮지 않은 숫자가 떠올랐다.
다음 심사위원은 채아였다.
“도웅 군 저 버리고 판타스타로 가서 얼마나 잘하나 보자 했는데.”
그녀는 아쉬운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거기서 잘 배우고 계신 것 같네요. 늘어난 표현력 덕분에 훨씬 풍부해진 감성이 감탄스러웠어요. 듣는 내내 너무 탐이 나서 강태진 씨가 얄미웠습니다. 제 점수는요.”
채아의 전광판에 떠오른 숫자는 93점.
그날 채아가 준 점수 중에 최고점이었다.
화연과 도웅은 성공적으로 무대를 마쳤음에 기뻐하며 눈을 맞췄다.
그들이 무대 아래로 내려가던 때, 양승혁이 마이크를 끈 채로 말했다.
“이거··· 만약 음원 나오면 대박 날 것 같은데?”
**
마지막으로 무대 위에 모인 참가자들.
그곳에서 문자투표와 심사위원 점수를 합산한 순위가 발표됐다.
“1등은······.!”
남은 후보는 심보라와 도웅의 팀이었다.
호명된 팀은 일등, 다른 한 팀은 꼴등이 될 운명이었다.
역시 잔인한 이석규 PD다운 연출이었다.
경직된 두 사람의 얼굴이 화면에 교차되고.
애간장이 타들어 가도록 뜸을 들일 즈음.
“1등은, 남도웅 군입니다!”
-와아아아아!
관객들의 우렁찬 함성과 함께 꽃가루가 도웅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사회자가 안타까운 음성으로 말했다.
“자연스럽게 10등은 심보라 양으로, 이번 무대 이후로는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주변에 서 있던 마이클이 축하의 의미로 도웅을 격하게 껴안았다.
화려한 첫 생방송 데뷔가 끝나고.
도웅은 한숨을 돌리며 대기실로 돌아왔다.
그에 화연이 진심으로 축하해 주며 말했다.
“도웅아, 축하해. 그리고 고마워.”
“제가 고맙죠. 누나가 많이 도와주셔서.”
“나는 네 덕에 음악에 새로운 눈을 뜬 것 같아. 이런 리메이크 작업에 더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더 다양한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도웅은 화연의 개화가 조금 앞당겨졌음을 깨달았다.
“그때는 네가 날 도와줄 거지?”
“당연하죠, 누나.”
리메이크 앨범으로 정점을 찍을 화연과의 콜라보레이션이라면,
도웅에게도 엄청난 이득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서로 다음을 기약하며 작별 인사를 하려던 때,
도웅의 머릿속에 불쑥 무언가 떠올랐다.
“누나 그럼···.“
“그래, 다음에 꼭 보자.”
“그게 아니라 사인 한 장만해 줘요.”
“풋, 뭐?”
“제 친구가 소녀이룸 팬이라서.”
“푸하하. 얼마든지 해 줄게.”
화연은 매니저 오빠에게 뭔가를 속닥이더니,
전 멤버들의 사인이 적힌 앨범 몇 개를 건넸다.
늦은 밤.
도웅은 파김치가 된 몸을 끌고 집에 돌아왔다.
긴장감이 한순간에 탁 풀려 몸이 노곤해졌다.
도웅은 씻자마자 컴퓨터 앞에 시선을 붙였다.
밤 12시에 발표된 도웅의 첫 음원.
이제 곧 차트인 순위를 확인할 시간이 왔다.
딸깍.
도웅은 1시 정각에 새로 고침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허···..!”
음원차트를 확인한 도웅은,
요동치는 심장박동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