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s Playlist RAW novel - Chapter (47)
047. 뒤집히는 것을 확인했다.
임시로 마련된 홍대 한복판의 간이 무대.
전광판에는 협찬사 로고와 스페셜k스타의 로고가 번갈아 반짝였다.
“야, 오늘 저기서 뭐 하나 본데?”
“스페셜k스타네! 여기서 게릴라 공연 하나보다.”
“와! 요즘 그거 내 최애 프로그램인데. 빨리 가서 앞에 자리 잡자.”
몇 시에 공연을 하겠다는 공지도 없었는데,
무대 앞은 벌써 인파로 가득했다.
이석규 PD는 자신의 손으로 만든 프로그램의 파급력에 만족하며 현장을 체크하던 중이었다.
그는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있는 조연출에게 물었다.
“야, 출연진 언제 도착해?”
“이제 십분이면 도착한답니다!”
“그래, 빨리 준비해.”
이석규 PD는 스마트폰을 켰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프로그램의 인기에 불을 붙여주고 있는,
도웅의 이름을 터치했다.
“쯧, 아무튼 기자 놈들. 어디서 조회 수 올릴 냄새만 맡았다 하면.”
이석규 PD는 기자들이야말로 하이에나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어디서 조금만 맛있는 냄새가 나도 떨어진 살코기 한 점 물어보겠다고 아우성이었으니까.
물론 자신은 직접 사냥감을 고르는 맹수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번엔 번지수 잘못 찾았어.”
그는 일부러 도웅을 띄워주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
그저 시청률에 도움이 되었기에 갖다 썼을 뿐.
그때 누군가 이석규의 팔뚝을 툭 쳤다.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임명이 작가였다.
“너야?”
“뭐가.”
“남도웅 편집에 수작 부려서 네가 이런 상황 의도한 거냐고.”
“···네가 봤을 때 내가 진짜 남도웅을 미는 것 같아?”
“그건 아니지.”
임명이 작가가 봐도 그건 어불성설이었다.
그녀는 한숨을 푹 쉬었다.
“아무래도 유명세를 치르는 모양이다.”
“그래, 어차피 걔는 일반인 범주를 이미 넘어섰어. 앞으로 이런 일 수도 없이 겪어야 돼.”
“그런데 하필 오늘 터지냐 이 말이지. 쌩으로 대중들 앞에 노출되는 게릴라 무대 직전인데.”
임명이 작가는 아직 고등학생인 도웅의 멘탈이 걱정됐다.
그때 조연출이 외쳤다.
“출연진 도착했습니다!”
당장 코앞에 닥친 일이라 임명이 작가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그저 도웅이 잘 견뎌주기만을 바랄뿐이었다.
**
“꺄아아아아!”
“여기 한 번만 봐줘요!”
출연진들은 스타렉스에서 내려,
무대 뒤의 대기 천막으로 이동했다.
그 과정에서 비명과 함성이 섞여 울려 퍼졌다.
그때 커다란 전문가용 카메라를 든 두 남자도 그 근방을 지나가고 있었다.
“오늘 버스킹 공연에는 별로 괜찮은 애들 없었지?”
“응, 지난달에 한 명 발굴해서 떡상시킨 후로는 별 성과가 없다.”
홍대는 버스킹의 메카.
그리고 이들은 소위 말해 버스킹 찍덕들.
길거리에서 공연에서 괜찮은 이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공유하는 것이 취미인 이들이었다.
“아, 오늘은 기준 미달이라 업로드도 못하게 생겼네.”
“네 십만 구독자들 애가 타겠다. 요즘 업로드를 통 안 해서.”
“그래도 기준 미달인 걸 올릴 수는 없어. 이번엔 다른 음악 리뷰하는 영상이라도 올려야지.”
그는 나름대로 까다로운 기준을 지켜가며 정말 바른말만 하기로 유명했다.
그래서 그의 메가 플레이 영상 채널은 음악 카테고리 내에서 꽤 신뢰도가 높았다.
그의 친구가 스마트폰을 뒤적이며 말했다.
“지금 난리인 노래 있잖아. 남도웅의 첫사랑? 그거 리뷰 어때? 진짜 얼굴 빨인지 실력인지.”
“그것도 괜찮고.”
그때 어딘가에서 마이크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스페셜K스타의 톱 7이 곧 공연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꺄아아아아.”
전광판에 톱 7의 얼굴이 차례대로 지나갔다.
“이게 웬 떡이냐, 마침 저기서 공연하네! 빨리 가보자.”
“이번 업로드 제목은 ‘논란의 그 곡, 라이브로 직접 들어봤습니다.’ 어때?”
하지만 그의 친구는 이미 저 앞으로 달려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
여러 출연자가 나와 차례로 노래를 불렀다.
여러 옷을 우스꽝스럽게 걸쳐 입은 마이클,
그리고 긴 팔 위에 민소매티를 입은 제임스는 창피를 무릅쓰고 겨우 공연을 마쳤다.
“큭큭큭, 옷이 왜 저래.”
“이거 평생 흑역사 각이다.”
관객들은 즐거워하며 그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SNS에 업로드했다.
제작진이 의도한 대로 홍보가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열기가 달아오르고 인파가 정점으로 치달았을 때쯤,
마지막 순서로 등장한 것은 도웅이었다.
“야, 쟤잖아. 얼굴 픽이라고 실검에 오른 애.”
“진짠가 한번 보자.”
“얼굴은 잘생겼네.”
“아무튼 너같이 얼굴만 보고 투표하는 애들이 문제라니까, 쯧.”
“내가 뭘? 난 오늘 진짜 냉정하게 실력으로만 평가할 거야.”
“쟤는 잘못하면 실력이 쌩으로 다 뽀록나게 생겼네.”
방송을 꾸준히 봐왔던 이들은 도웅을 응원했고,
도웅을 기사로만 접했던 이들은 안 좋은 시선으로 도웅을 대했다.
“이 정도 위치면 잘 잡히겠다.”
예의 그 전문가용 카메라를 든 찍덕 두 명은 지대가 높은 곳에 자리를 잡고 도웅에게 최대한 줌인을 당기고 있는 중이었다.
“기사가 맞든, 아니든. 오늘 영상은 조회 수 대박이겠군.”
그들은 도웅이 기타 위로 손을 움직이는 그 타이밍에 맞춰,
녹화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마침내 대중의 뜨거운 시선이 몰린 도웅의 입이 열렸다.
**
띠로롱.
10만 구독자를 보유한 남자는 방금 녹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짧게 도웅의 노래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얘기했다.
“···쩌는데?”
그의 옆에 있던 친구가 거들었다.
“그러게, 얼굴픽? 누가 그런 개소리를.”
“분명 시기와 질투렸다.”
“솔직히 나도 좀 질투 나긴 한다.”
그는 잘생긴 도웅의 얼굴이 화면에 잘 담겼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곧장 카메라를 가방에 담으며 말했다.
“이런 기레기들. 내가 또 이런 음모는 가만히 두고 못 보지. 카페로 가자. 바로 업로드하게.”
**
도웅은 노래를 마친 후 관객들의 반응을 살폈다.
무대가 바로 관객과 맞닿아 있다 보니 조금만 귀 기울여도 무슨 얘기가 오가는지 다 들렸다.
처음에 보이는 반응들은 혼란이었다.
“뭐야, 노래 너무 잘하는데?”
“그렇다니까! 내가 얘기했잖아. 생방송 무대로 투표를 했는데 얼굴만으로 1등 하는 게 말이 되냐?”
“아니, 난 기사가 났길래···.”
“어휴, 애초에 얼굴이 잘나지 않았으면 이런 논란도 없었어.”
“그래··· 잘생긴 게 죄지.”
두 번째로 보이는 반응은 분노였다.
“생각해보니 기레기들 진짜 괘씸하네. 멀쩡한 사람 하나를 가지고.”
“그러니까. 아니면 말고 식으로 기사 던지는 거 진짜 별로야.”
“그렇게 낙인찍히면 한 사람 인생 어쩌려고?”
그래서 도웅은 거기에 기름을 부었다.
“여러분, 노래 잘 들으셨나요?”
-네에!!!!
-노래 잘해요!!
-너무 좋았어요!!
관객들이 뜨겁게 반응했다.
오해했던 것이 미안했던 만큼 더 열정적인 반응이었다.
도웅은 일부러 심장을 부여잡았다.
“휴, 오늘 정말 떨렸어요. 그런 기사들이 나서··· 17년 인생에서 가장 겁이 났거든요.”
안쓰러운 남고생의 반응에서 마음고생의 흔적이 느껴졌다.
관객들은 거기에 동요했다.
‘맞아, 쟤 아직 고등학생이잖아.’
‘기자 놈들 진짜 질 나쁘네···.’
‘아직 일반인에 가까운 애를.’
“오늘 공연 잘 보셨으면, SNS에 후기 많이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웅의 마지막 인사를 기점으로 관객들이 너도나도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안쓰러움과 분노를 담아 게시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생생한 날것의 반응들이 실시간으로 SNS에 업로드됐다.
-남도웅 노래 실력 인증. 얼굴 안 보려고 눈 감고 들어도 제일 잘했음.
-화연 없이 혼자 부르는 버전도 나름의 맛이 있네요.
-걍 기레기가 기레기 했을 뿐. 노래 ㅈㄴ 잘함.
-내가 PD여도 남도웅 분량 많이 넣을 수밖에 없겠더라.
-남도웅 이번 주 금요일 생방송에서도 투표 많이 해주세요♡
도웅은 오늘의 길거리 공연으로,
다량의 별, 그리고 수많은 아군을 얻었다.
도웅이 임시로 소속되어 있는 판타스타에서도,
곧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무분별한 허위 기사에 대해 판타스타는 강경 대응을 예고 드리는 바이며···.」
그러자 찌라시 기사들이 우후죽순 메인에 걸어놓았던 기사들을 교체했다.
「스페셜K스타 홍대 거리공연 성황리에 마쳐.」
「남도웅, 논란을 딛고 실력을 인증했다!」
「SNS에 화제, 스페셜K스타 거리공연 스케치.」
도웅은 돌아가는 차 안에서 유유히 여론이 뒤집히는 것을 확인했다.
한 음악 리뷰어의 영상 링크까지 인터넷에서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와 함께 도웅의 입꼬리도 올라갔다.
왜냐하면 이 모든 효과가 겹쳐 음원차트 순위도 쑥쑥 올라가고 있었기 때문.
“하, 진짜 너무 떨려서 죽는 줄 알았어요. 준비 안하고 무대 올라가니까 눈앞이 깜깜했다니까요.”
그때 아직도 두 볼이 발갛게 달아올라있는 백설이 말했다.
“실수 안 한 게 천만다행이에요. 그런데 도웅 오빠는 생방송 무대보다 더 잘한 것 같아요. 어떻게 그래요?”
“나도 떨려서 어떻게 했는지 기억 안나.”
“에이 거짓말.”
백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이클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반응들을 살펴보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
제임스는 고통스러운 듯 제 머리를 감쌌다.
그가 떨어트린 휴대폰 화면에는,
긴팔 위에 민소매티를 입고 있는 꼴사나운 모습이 박혀있었다.
“내 귀공자 이미지···.”
제임스는 그 상태로 노래를 불렀다는 사실이 가장 수치스러웠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은 다시 되돌릴 수 없었다.
**
다른 이들은 모두 숙소로 돌아갔지만,
도웅은 곧바로 연습실로 향했다.
이번 게릴라 무대를 하면서 아쉽게 느낀 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면 무대에서 관중들을 더 휘어잡을 수 있을까.”
게릴라 무대이다 보니 사람들이 음악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떠드는 사람들도 있었고, 휴대폰을 하며 딴짓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결정적으로 노래 중에 이탈하거나 합류하는 사람들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도웅이 노래를 마칠 즈음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지만,
도웅은 떠나간 사람들을 잡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도웅은 자신의 노래로,
관객들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싶었다.
그렇게 밤늦도록 한창 연습을 하고 있던 때였다.
연습실의 문이 열리고 가수 여명이 나타났다.
“아직까지 불이 켜져 있어서 와봤는데, 도웅이 너였구나? 무지 열심히 하네.”
그는 트레이닝을 가끔씩 도우며 도웅과 꽤 친해진 상태였다.
그는 오늘도 도웅의 노래를 들어본 뒤 몇 가지를 살짝 체크해 줬다.
“내가 가르치는 속도보다 네가 느는 속도가 빨라서, 이거 점점 감당 안되네.”
“아, 선배님. 혹시 관객들이 저한테 더 집중하게 만들려면 어떤 연습을 하는 게 좋을까요?”
도웅은 내내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그러자 여명이 답했다.
“그런 걸 통틀어 무대 장악력이라고 하는데··· 그건 아무래도 많은 무대 경험이 필요해.”
“그렇군요···”
“그런데 연습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
도웅이 실망하기 직전에 여명이 한 가지 팁을 주었다.
“눈앞에 관객들이 있다고 상상을 하는 거야. 그 상태에서 계속 연습을 하는 거지.”
“아!”
“이미지 트레이닝이라고 해.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실전에 많이 도움이 되거든. 한 번 상상 하면서다시 노래해볼래?”
도웅은 눈을 감고, 수많은 관객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상상을 했다.
수많은 시선. 그리고 그 기대들을.
상상이 현실처럼 살갗에 와닿았을 즈음,
도웅은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들을 어떻게 끌어당길지를 생각하면서.
도웅이 노래를 마치자 여명이 감탄했다.
“음··· 역시 너는 뭘 한번 가르쳐주면 캐치가 빨라. 전보다는 나아진 것 같으니까 그렇게 계속 연습해봐.”
그날 밤 도웅은 한참 연습을 한 후에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만의 연습실에 들어가 결국 신인 Y의 비브라토(C)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빰빠바밤! 빰빠바밤! 빠 빰!
[Congratulation!] [‘신인 Y의 비브라토(C)’ 완료율을 100% 달성했어요!]그렇게 열심히 노력해서일까?
메가 플레이가 곧바로 도웅의 노력에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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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떴다 하면 무대를 휘어잡기로 유명한,
밴드 보컬의 썸네일이 화면에 떠올랐다.
그는 밴드활동으로 몸에 벤 존재감과 장악력으로,
발라드와 록등 장르 상관없이 성공적으로 넘나들기로 정평이 나있는 상태였다.
도웅은 감탄했다.
“이거 엄청 도움되겠는데?”
마침 다음 미션에도 도움이 될 만한 재능이었기 때문이었다.